은행 열매의 기이함


은행 열매의 기이함

넉넉한 오후. 집으로 돌아가는 길. 은행나무 결실이 어지럽게 뒹굽니다. 보도를 지나는 이들, 그 열매를 피해 이리저리 뒤뚱거리지만, 결국엔 발에 밟혀 파열한 몇 개의 알멩이. 참으로 기괴한 악취를 터뜨립니다. 사람들이야, 제 몸의 냄새는 외면하면서, 열매에서는 잔뜩 찌푸린 이마, 코를 틀어 쥐어 호흡을 차단합니다. 가만히 보면, 은행나무 열매 위로는, 둥그런 주판알을 스치듯, 그 위에서 지폐같은 잎이 바스락거립니다. 은행이라는 같은 소리로, 널부러진 열매와 잎. 어느 현금 수송 차량이 뒤엎어져 은혜로운 돈을 쏟아 내듯, 누렇고 푸른 동전과 지폐 다발로. 욕망을 잔뜩 풀어 헤쳐 제 맘대로 나뒹굴듯, 은행나무 열매에서는, 경배하는 화폐에서는, 이토록 비슷한 냄새로 빛 좋은 한 낮 제 몸뚱이를 일광욕하는 탐닉인 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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