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흙냄새가 나는 창문으로 아군이 들어와.


4. 흙냄새가 나는 창문으로 아군이 들어와.

또다시 곰봉자 보금 감나무 위에서 매미가 운다. 푹푹 찌는 여름이다. 어린 봉자는 축축한 물 냄새와 쿵쿵한 공기도 잘 이겨내고 있다. 그런데 단 하나, 커다란 바퀴벌레가 벽에 붙어 있으면 입은 떡하니 열리고 감자가 된다. 아빠가 있으면 무거운 재떨이로 탁하고 잡았을 텐데, 할머니도 흠칫거리다 큰 숨을 들이마셔야 하니 여간 무서운 놈이 아니다. 봉자의 몸은 자꾸만 뒤로 가려고 하는데 포개어진 이불들이 무너져 내린다. 그때 할머니가 낡은 부채로 온 힘을 모아 후려쳤다. 아주 길고 짧은 찰나가 흐른다. 눈을 질끈 감고 있던 할머니가 숨을 살짝 고르더니 실눈을 뜬다. 바닥에는 발라당 뒤집어진 바퀴벌레가 인간보다 세배나 더 간절하게 살려달라 애걸복걸이다. 그러나 할머니는 일말의 고민도 없이 눈을 부릅뜨고 부채를 세워 단칼에 처단했다. 할머니는 봉자의 엄마다. 늦은 저녁 의자 위에 올라 흙냄새를 맡고 있는데, 봉자 옆으로 무언가 툭하고 지나간다. “할매, 귀뚜라미다, 귀뚜라미. 귀뚜라미가 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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