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 어느 겨울날


1990년 어느 겨울날

" 영숙아 10분 내로 준비해서 요 앞 바램소주방에 나가라. 선자리 들어왔다" 누워서 텔레비전을 보던 영숙은 당황해하며 물었다.

"갑자기요? 누군데요?"

"요 앞에 쌀가게 아줌마 알지? 그 집 막내아들이야. 10분 뒤에 바램소주방으로 오기로 했으니까 얼른 나가.

아참 오늘 아버지 제사 있으니 10시까진 들어와라" 영숙은 한숨을 푹 쉬며 체념한 채 주섬주섬 잠옷을 갈아입었다. 그리고 화장기 하나 없는 매끈한 얼굴로 터덜터덜 집 앞 소주방으로 향했다.

딸랑 저 허름한 소주방엔 누가가나 싶었는데 역시나 손님이라곤 없었다. 덕분에 맞선남을 찾기는 아주 쉬웠다.

"안녕하세요" "네 처음 뵙겠습니다. 앉으시죠" 키는 그리 크지 않지만 서글서글하니 잘생긴 남자였다.

영숙은 입고 온 가디건을 여미며 말했다. "날씨가 많이 춥네요" "그럼 열도 올릴 겸 소주 한 잔 받으시죠" "아..

제가 감기에 걸려서.." "아, 그러시군요.

원래 감기엔 소주입니다. 받으시죠" '뭐야 이 사람..

감기엔 소주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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