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버릇 말 없어짐ㅣ새벽 공복 소주 두 병


술버릇 말 없어짐ㅣ새벽 공복 소주 두 병

서른아홉 살 까지의 내 술버릇은 단 하나였다. '또 말 없어지는 거 보니 취했네.' 친구들 지인들 늘 하던 말이었다. 사실 그랬다. 취기가 오른다 싶으면 나도 모르게 입이 뚝 닫혔다. 그 어떤 말도 하지 않았고 다만 남들 이야기에 나사 풀린 여자마냥 실실 웃기나 했다. 원래는 안 그랬다. 조잘조잘 말 많았다. 그런데 유년시절 어린시절 꺼내며 눈물 질질 짜던 어느 날 술자리, 누군가 조롱하듯 내게 말했다. '지난 이야길 뭐 그렇게 해대노. 분위기 망치게시리.' 라고. 그때부터 나는 절대, 내 이야길 하지 않기로 작정했다. 하지만 입을 닫으니 사람들은 또 다른 소릴 해댔다. '넌 비밀이 너무 많아.' '네 속을 알 수가 없어.' 등등. 날더러 어쩌란 말이냐. 언니 자살한 후 신경정신과 의사가 내린 처방은, 뭐든 말하고 누구에게든 떠들어야 이 고통과 충격에서 속히 벗어날 수 있단 거였다. 다시 말하고 떠들기로 했다. 그러나 쉽지 않았다. 잘 나오지 않는 목소리, 병이 들어버린 성대. 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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