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 모든 순간에 최선을 다해 즐겼기를. 어느 학예회 동영상을 우연히 보게 되었다. 많은 관객들이 낯설었는지, 아이의 표정이 연신 굳어 있었다. 무대를 끝마칠 때까지 그런 표정이었다. 그런 순간을 동영상으로 담았기에 그 아이에게 추억이 될 것이다. 아이가 그때를 즐겼던, 영상에서처럼 낯설어 했던 말이다. 한편으론 아쉬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모든 것이 추억이지만, 그 추억이 담은 내가 즐기는 모습이었다면 얼마나 아름다웠을지. 이미 즐길 수 있는 여유를 갖추게 되었겠지만. 나는 어땠는가. 지나온 모든 순간을 즐겼는가? 아쉽게도, 나에게 있어 추억거리들은 모두 기억으로만 남아 있다. 그것도 아주 흐릿하게. 나에게도 영상의 아이와 같이 순간을 담아 놓은 추억이 있었지만, 그 시절은 나에게 실패한 기억이었기에 모조리 지우고 말았다. 그런 것들이 없는 것이 못내 아쉬운 마음이다. 머릿속으로만 기억하는 것은 한계가 명확하니까. 흐릿한 기억이 그것의 증거이다. 기억으로만 남은 추억의 파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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