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리다


내달리다

25. 내달리다 두 손과 발에 무거운 나무틀을 차고서 바닷가를 지나친 적이 있어요. 얼마나 걸었는지 발엔 물집이 잡혔고, 나무틀에 쓸린 손목과 발목은 온통 살갗이 벗겨져있었죠. 그런데, 그런 것들에 지치고 괴로워 주변을 살필 겨를이 없었음이 분명한데도, 빛나는 바닷가와 모래사장, 달빛에 비쳐 검은 보석처럼 빛나는 물에 젖은 아스팔트 길이 눈에 들어왔죠. 어찌나 아름답던지. 실오라기 하나만큼의 방해도 받지 않은 채로 거닐고 싶은 충동이 몰아쳤어요. 하지만 전 그럴 수 없었어요. 왜냐면 저는 몸통만큼 커다란 나무틀을 메고 있었거든요. 하고자 하면 반드시 할 수야 있었지만, 조금 참기로 했어요. 왜인지 그곳을 거닐 때엔 아무런 방해를 받고 싶지가 않았으니까요. 그곳이 보이지 않을 만큼을 걸어갔지만, 눈앞엔 아직 그곳이 아른거려요. 그럴 만큼 가득히 채워 담았거든요. 그리고 다짐했습니다. 반드시 이날과 똑같은 밤에 이곳을 찾아오리라고요. 그리고 눈이 부실 정도로 아름다운 그림 속에 내 발자...



원문링크 : 내달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