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제


무제

무제 '너랑 나를 비유하자면... 이불이랑 베게 정도? 개념은 같지만 용도가 다른 거지. 베개는 머리와 항상 같이 있으니까 머리에서 하는 생각들이 소곤소곤... 난 그 사람의 베개야. 머리와 가장 가까운 곳에서 그 사람을 품어주는. 이불은 있잖아, 온갖 더러운 것들이 묻어서 냄새나기 십상이야. 몸에 세균이 얼마나 많은데? 씻지 못해 잠들기라도 하면... 어휴... 너와 나의 차이가 이 정도라고.' 모진 말로 자신의 자랑을 하는 그녀의 말이 나의 심기를 건드렸다. 하지만 할 수 있는 말이 없었다. 그렇다. 나는 그 사람의 치부이자 차마 버릴 수 없는 유품 정도 되는 이불이었다. 얼룩진 이불을 태웠던 날이 떠오른다. '...' 나의 침묵에 승리를 확신한 듯한 그녀가 다시 비수를 던져댔다. '너희 부모님이 남기고 간 유품이라고 네 신세는.' 이미 그리 생각하고 있는 나였지만, 내 생각을 들킨 것 같은 불쾌감이 나의 가치를 깎는 일보다 더 깊숙이 박혔다. 고개를 푹 숙이고 조용히 있던 나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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