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행성 인격


야행성 인격

14. 야행성 인격 밤에 살고 싶다. 햇빛이 주는 영양분은 나를 과도히 크게 만든다. 말할 수 있는 힘을 주고, 웃을 수 있게 밝은 기분을 준다. 그것을 모조리 쏟을 때까지 실컷 웃고, 떠들고, 노래 부른다. 시간이 지나 지구가 어느새 반바퀴를 돌면 밤이 찾아온다. 슬며시 빛을 내는 달을 볼 때가 나로 있어도 좋은 시간이다. 마음껏 우울해져도 좋다. 나는 켜진 가로등 사이에 꺼진 가로등 밑으로 들어가 있으니까. 햇빛 아래 누군가에게 말로 상처 준 기억. 가벼운 사람으로 비치게 했을 행동. 나를 가렸던 다소 과장된 웃음. 이젠 푸른빛으로 내리쬐는 하늘 아래 실컷 우울하고, 무기력해진다. 가로등 불에 비치게 내뿜은 담배 연기가 죄의식을 더해준다. 밤의 연기는 낮의 그것보다 더 큰 몸짓을 가진다. 그 탓일 테다. 이미 다 써버린 호흡을 들이마시지 않는다. 조용히 노래한다. 노래는 누구에게도 상처 주지 않고 뱉을 수 있는 유일한 말이다. 나에게조차도 말이다. 밤이 오면 기억을 되짚게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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