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념


잡념

21. 잡념 나는 존나 말하는 돌이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가만히 앉아있다가 누군가를 내게 찾는 물음에 간단히 대답한다. 그렇게 오래 앉아있으면, 생각하는 돌이 된다. 나는 무엇인가. 기분이 좋았다가, 우울했다가, 신났다가, 조용해진다.조울증에 걸린 돌이다. 이런 내가 석회암인지 화강암인지 하며 무슨 종류의 돌일까를 생각하다가 결국에 생각을 쓰는 돌이 된다. 아무런 영양가 없이 종이만 버리는 그런 거. 돌대가리에서 나온 게 아니랄까 봐 돌과 같은 그런 걸 쓴다. 죽어서는 묘비가 되어야겠다. 돌로 만든 묘비가 되는 게 내 마지막 변화인가 보다. 아름다운 이별을 하기 위해선 그 돌 위에 내가 아닌 다른 누군가의 글을 새겨야 하나. 멋진 이별을 위해선 나를 모르는 누군가의 생각을 빌려야 하나. 내 생각은 과연 나의 마지막을 꾸며줄 수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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