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증의 여름


애증의 여름

18. 애증의 여름 무더위 속, 달리는 차 안에서 에어컨을 켜고, 창문을 열어 더운 바람을 맞는 일. 내가 첫 번째 자유를 박탈당한 그날들에. 나는 항상 저 상상을 하며 여름을 기다렸다. 그곳으로 가는 날은 너무나도 하얬던 기억이 난다. 나뭇잎이 다 떨어져 앙상해 보이는 나무 위에, 소복이 올라간 눈들이 패딩 같아 따듯해 보이기도 한 광경이었다. 분명히도 암울한 길이었음일 텐데, 가는 길이 어찌도 그리 따듯해 보였는지. 청소년기의 6개월은 상당히도 긴 시간이다. 학교로 따지면 한 학년의 반이나 되는 시간이니 말이다. 하지만 하루가 다르게 커 가는 나이이기에, 당시 나에겐 몹시도 짧게 느껴졌다. (물론 그리 느낀 건 나갈 때가 다 되어서지만.) 어느덧 스스로 박탈한 자유를 다시금 찾은 날이 되었다. 이젠 얼굴도 기억나지 않는 이들을 뒤로하곤 차에 올라탔다. 뜨거운 시트에 붙은 허벅지 아래가 아려왔다. 곧바로 에어컨을 켜고 창문을 열어젖혔다. 이윽고 차가 움직이기 시작하자, 상상 속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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