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미연 (1)


박미연 (1)

줄지어 켜져 있는 가로등 사이 제 혼자만 불이 꺼져있는 가로등이 있다. 그 아래 기대어 허리 숙인 미연은 하루를 게워내고 있었다. 끊임없이 구애하며 하루도 빠짐없이 제 자랑만을 늘어놓는 배불뚝이 아저씨와의 한 잔도, 옆 가게에서 미연과 같은 일을 하는 원빈이와의 한 잔도, 친구 손에 이끌려 뻣뻣하게 굳어있던 순진한 까까머리 군인 오빠와의 한 잔도. 미연은 남김없이 게워내려 출산 중인 산모의 그것과 같은 손으로 불 꺼진 가로등을 부여잡았다. 하루를 비워낸 미연은 언제나와 같이 구역질 후 느껴지는 이물감에 불쾌한 심정이다. 이미 흡수되어 버린 누군가와의 술 한 잔이 풍기는 시큰한 찡함. 오늘의 모든 흔적은 모두 뭉쳐 한곳에 버리고 싶지만, 남아 야만 한다면 차라리 순진한 오빠와의 한 잔이었다면 싶은 그녀이다. 짧은 숨을 뱉어내곤, 끈적하고 더러운 기억을 밟는다. 괜한 심술에 걸음을 떼는 그녀의 발목은 평소보다 아주 약간 더 힘이 들어가 있다. 움푹 팬 기분 나쁜 기억은 꺼진 가로등 아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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