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물셋


스물셋

1. 스물셋 면도를 하는 횟수가 잦아졌다는 것을 알아차릴 때, 쉬는 게 의무가 되고 여행을 하는 것조차 일이 되었다고 느낄 때, 새삼 미웠던 사람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게 되었을 때, 아버지를 이해할 때, 나는 내가 어른이 되었다고 생각했어. 성숙해진 것 만 같은 스스로가 대견하고 아주 조금 벅차올랐던 것 같아. 하지만 그런 뿌듯함도 잠시 한편으론 아직 어른이 될 준비가 되지 않아서 두렵고, 내가 꿈꾸던 어른의 내가 겨우 이 정도였나 하는 마음에 허무하기도 했어. 그리도 원하던 곳에 막상 올라오니 앞길이 두렵기만 하네. 나는 이제 어리지 않다는 걸 알아차리는 순간은 이렇듯 불쑥 찾아왔어. 안개 낀 갈림길 앞에서 왼쪽이냐 오른쪽이냐를 선택하게 될 때면, 그것의 책임이 이젠 오롯이 나의 것이라는 생각에 발을 내딛기 어렵게 만들지만, 어른들의 세상은 그 앞에서 우물쭈물 대는 나를 등 떠밀어 빠른 선택을 강요하지. 그렇게 아주 잠시 걸었을 뿐인데 나는 벌써 이런 감정들에 무뎌져 있네. 나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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