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번째 건배


첫 번째 건배

23. 첫 번째 건배 누나, 우리가 그때 했었던 건 사랑이 아닌 거야. 술에 취해 나를 찾지 말아 줘. 나는 이제 누나가 원하는 걸 줄 수 없는 사람이니까. 그 사실을 너무 늦게 알아차렸어. 그러지 못함에도 어떻게든 주려 혼자 고통받았어. 본의아니게 애타게 기다렸을 누나를 기만했어. 나를 용서해. 우린 마실 게 없는 빈 잔만을 끝없이 부딪힌 거야. 그 부딪히는 소리에 매료되어 사랑이란 걸 한다고 착각한 거야. 서로가 비었다는 걸 알면서도 채워줄 수 없었어. 우리에겐 채워줄 게 없었는걸. 우린 그저 깨질 때까지 애꿎은 서로를 부딪혔던 거야. 마실게 없었기에 잔을 입에 댈수가 없었지. 그렇게 부딪히다 우리는 깨지고 만 거야. 우리에게 이별은 정전기가 오를 걸 아는 기계를 만지는 일이었던 거야. 사소한 아픔이지만 이게 더 큰 아픔을 주는 건 아닐까 하는 막연한 두려움에 우린 서로에게 이별을 전하지 못했던 거야. 우리는 이미 깨져버렸네. 더 이상 사랑이란 걸 하지는 못할 것 같아. 우리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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