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2


현장에서 2

가슴에 켜켜이 쌓인 먼지와 발뒤축에 묻은 진흙덩이는 보질 못하지 고달픔과 회한은 일주일만의 만남으로 잠시 무뎌지지 세탁기 속에서 한참이나 돌다나온 구정물이 하수구로 내 땀들을 배설할 때 아침마다 파아란 물살을 가르며 손을 뻗는 당신은 청량한 하루를 마시겠지 아이는 아이대로 자라가고 난 나대로 객지에서 떠돌고 그들이 비운 방을 물끄러미 아내 홀로 지키겠지 각자의 하루는 저마다의 꿈속에서 저물고 그래도 가족이란 이름으로 살아가는 건 문득 정이라고 사랑이라고 느껴서일까 아낀다고 하지만 보고싶다고 하지만 아낸 마켓에서 아이먹일 찬거릴 고르고 아인 엠피쓰리 산다고 집안일 알바를 자청하고 나서고 나는 오백원 아끼려 매일 된장찌개만 먹지 내 주머닐 뒤지면 나를 위한 돈은 한 푼도 없고 난 그냥 쓰임을 위한 기름일 뿐 나도 태우고 싶은 지난한 꿈이 있는 사람일진대 세월은 남자에겐 무심하지 식지 않으려고 하는 데 웃목에 덩그라니 놓여있지 난 매일 배낭속에서 잠들지만 깨어보면 늘 깜깜한 콘테이너 속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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