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밤이 시작되는 곳』과 「소설가 구보씨의 일일」


『우리의 밤이 시작되는 곳』과 「소설가 구보씨의 일일」

2022년 5월 27일 18시 30분, 돈의문박물관마을에 사양(斜陽)이 걸쳤다. 서울의 일몰시간은 19시 44분. 노란 빛으로 물들다 점점 붉어지는 저녁께의 색온도 변화는 제법 푸근함을 건네주었다. 거기에 섭씨 24도 언저리의 기온은 긴 소매의 면 티셔츠 한 장으로 보내기 꽤 적당했다. 18시면 문을 걸어 닫는 마을시설물 사이로 관람종료 안내 멘트가 흘렀다. 마을 광장 근처 벤치에 앉아 소설 한 권을 읽고 있노라니, 안내방송이 이어폰 속 프로미스나인의 <DM>과 경합을 벌였다. 별난 궁금증은 걸그룹보다 힘이 셌다. 이어폰을 빼고 들어보니, 19시까진 좀 나가달란 말이었다. 19시 행사로 이곳에 온 사람에겐 퍽 난감한 내용이었으나, 어째 그만 놀고 들어오란 어린 시절 뻔한 잔소리가 떠올랐다. 5층짜리 주공아파트의 놀이터는 베란다에서 지청구를 늘어놓는 어머니들로 인해 제법 자주 흥이 깨지곤 했었다. 그렇게 아이들이 떠나간 놀이터처럼 적막해진 마을 광장은 사양이 잦아들면서 어두워졌다. 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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