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문 안팎의 붉은 벽돌집: 서울의 집 100년 (1)


새문 안팎의 붉은 벽돌집: 서울의 집 100년 (1)

네가 어른들에게 "창가에는 제라늄이 피어 있고 지붕엔 비둘기가 앉아 있는 아름다운 붉은 벽돌집을 봤어요"라고 말한다면, 그 사람들은 이 집을 머릿속에 그려내지 못할 거야. 넌 이렇게 말해야겠지. "10만 프랑짜리 집을 봤어요." 그러면 어른들은 감탄할 거야. "정말 예쁘겠네!" - 생텍쥐페리의 『어린 왕자』 중에서 26살의 여름, 그러니까 지금으로부터 딱 20년 전에 『어린 왕자』를 다시 읽었다. 어릴 적 읽었을 때는 전혀 눈치채지 못했던 문장이었는데, 이제는 다른 문장들이 희미해지고 오로지 이 문장만 기억에 남아버렸다. 그때 연애편지 한 통에 이 문단을 옮겨적으며, 감수성을 잃지 않는 어른으로 살고 싶다는 ‘뻐꾸기’를 날렸더랬다. 스무 해가 지난 뒤, 다행히도 나는 ‘촉촉한’ 감수성을 잃지 않았다. 그저 그런 집이 ‘10만 프랑’쯤 하겠다는 견적도 낼 수 있는 어른이 됐을 뿐이다. 여전히 붉은 벽돌집을 사랑한다. 서울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다가 발견하게 되는 벽돌집이 일제강점기에 지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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