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변의 유령 - 안희연


면변의 유령 - 안희연

면변의 유령 안희연 여름은 폐허를 번복하는 일에 골몰하였다 며칠째 잘 먹지도 않고 먼 산만 바라보는 늙은 개를 바라보다가 이제는 정말 다르게 살고 싶어 늙은 개를 품에 안고 무작정 집을 나섰다 책에서 본 적 있어 당나귀와 함께 천국에 들어가기 위한 기도* 빛이 출렁거리는 집 다다를 수 있다는 믿음은 길을 주었다 길 끝에는 빛으로 가득한 집이 있었다 상상한 것보다 훨씬 눈부신 집이었다 우리는 한달음에 달려가 입구에 세워진 푯말을 보았다 가장 사랑하는 것을 버리십시오 한 사람만 들어갈 수 있습니다 늙은 개도 그것을 보고 있었다 누군가는 버려져야 했다 기껏해야 안팎이 뒤집힌 잠일뿐이야 저 잠도 칼로 둘러싸여 있어 돌부리를 걷어차면서 다다를 수 없다는 절망도 길을 주었다 우리는 벽 앞으로 되돌아왔다 아주 잠깐 네가 죽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 늙은 개를 쓰다듬으며 나는 흰 벽에 빛이 가득한 창문을 그렸다 너를 잃어야 하는 천국이라면 다시는 가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프린시스 잠 너를 잃어야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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