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방학 이야기; 벙어리 갑섭이

밖에서 수런대는 소리에 문득 눈을 뜬다. 얼른 고개를 들고 앞과 옆을 살피자니 나는 아무도 없는 빈방에 길게 엎드려 잠을 자다 잠에서 막 깨어나고 있다. 가슴팍에 뭔가 부스럭 거리는 소리에 주의를 기울여 내려다보니 여름 방학책이 널부러져 구겨져 있다. 그리고 그 한 면에 물인듯 침인듯 액체가 고여 축축해 져있다. 나는 얼결에 가슴을 일으키며 한손으로 입가를 훔친다. 입가에 연이은 한 쪽 볼테기가 축축하다. 음, 나는 누가 들여다보는 사람이 없는데도 스스로 무안함을 느끼며 벌떡 일어나 앉는다. 머리가 잠시 띵하다. 나는 잠시 눈을 감고 다시 잠결을 청하여 얼결에 침범해온 이웃집 강아지를 쫒아내 듯 머릿속의 잡음을 진정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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