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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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캐롤 아빠, 난 당신처럼 외로울 사랑은 안 하려고. 받아본 적 없는걸 받으려고 죽을 똥 싸지 않으려고. 남들 다 하기에 하는 사랑 같은 건 안 하려고. 이젠 쓰린 상처에 차가운 얼음을 가져다 대는 일이 싫어졌어. 언젠가 녹을 걸 분명히 알면서도 차디찬 눈사람 같은 걸 꽉 안지 않으려고. 분명 그 계절이 지나면 또 다른 계절이 찾아오는데도, 이미 사라져 없어진 것에 정신 팔려서 다른 소중할 것들을 지나치지 않으려고. 눈사람은 세워둔 그 방향만을 멍하니 바라보곤 있으니까. 이젠 그 옆에서 세상 환한 표정으로 사진 한 장 찍고 눈사람의 눈앞에 여러 마리의 동물들이 지나가길 바라려고. 나처럼 외롭지 않게. 아빠, 난 당신처럼 살아남기 위한 사랑은 안 하려고. 준비한 적 없던 이별에 서둘러 다른 방법을 마련하진 않으려고. 얼굴을 얼게 할 만큼 두껍고 차가운 가면을 쓰진 않으려고. 얼은 얼굴 때문에 슬퍼도 울지 못하는 기구한 인생은 못 살 거 같아서. 그렇게 살다간 어떻게 우는 건지 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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