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부지


아부지

주위는 온통 초록의 향연이다. 사월의 틈 사이로 한껏 멋을 낸 작은 꽃잎들의 미소가 한껏 기분을 들뜨게 만든다. 나는 매일 오후가 되면 홀로 계시는 아버지의 저녁상을 차리기 위해 시골집을 방문한다. 오전 시간은 요양사가 돌보지만 오후는 아버지 혼자 오롯이 집을 지키고 계신다. 차에서 내려 고향집 마당을 가로지를 때면 늘 그렇듯이 고양이 무리들이 늘어지게 낮잠을 자다 황급히 도망을 친다. 잔디가 심어진 마당엔 민들레가 지천이다. 노란 꽃잎을 피해 조심스레 고양이 걸음을 떼다 보면 꽃잎 아래 지면에 납작 엎드린 잎들이 눈에 들어온다. 톱니바퀴 모양의 이파리에선 다가올 뜨거운 여름을 예비하듯 강인하고 진한 생명력이 느껴진다. 나는 현관문에 손을 대고 조심스레 밀어본다. 어두컴컴한 거실엔 언제나 그렇듯이 바깥 날씨와는 아랑곳없이 한줄기 햇살만큼이나 고요한 정적이 머물고 있다. “아부지요!” 방문을 열며 혹시나 밤새 무슨 변고나 생기지 않았는지 마음속에 작은 물결이 인다. 어두운 물체가 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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