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상노트(2027년의 오늘)


망상노트(2027년의 오늘)

엊그제 이사온 탓에 새집냄새에 잠을 설쳤다. 그냥 본가에서 몇일 더 있다 올 걸 그랬다. 하품하면서 입과 코로 새집냄새가 진하게 올라와 눈을 더 질끈 감았다. 시계를 보니 벌써 11시가 넘어 있었다. 딱히 일하는 시간을 정해놓진 않았지만, 12시부터는 책상앞에 앉아있는 강박때문에, 한쪽 눈이 찡그려졌다. 침대에서 빠져나와,거실로 나왔다. 온 세상이 새 하얗다. 한강에 부분부분은 벌써 얼어있다. 몇주전만해도 반팔을 입고 나갔었는데, 지금 옷장에는 겨울옷이 걸려있다. 월 수익이 2000만원이 넘은 시점에 나는 과감하게 한강 근처에 오피스텔로 이사를 왔다. '일하지 않으면 집에서 쫒겨나는 졸부' 라는 정체성을 셋팅 해 놓아야 했기 때문이다. 정체성을 셋팅 해 놓아야만 사람은 움직인다. 아무리 정신무장을해도,계기가 있어도, 눈앞에 이익이 있음에도,언젠가는 그 불씨는 약해지기 때문이다. 5년전만 해도 나는 `가축'과도 삶을 사는 사람이였다. 그당시에 나의 정체성은 '하루하루 먹고살아도 행복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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