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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용소에서, [내부링크]

나는 적국에 의해 포로가 되어 수용소에 갇혔다. “우리는 과연 언제쯤 풀려날 수 있을까?” 같은 부대원이었던 그가 나에게 말했다. 그 친구는 이곳에 있는 것이 끔찍한 듯했다. 나라고 그렇지 않다는 뜻은 아니지만, 그는 특히나 단 1분도 버티지 못할 것처럼 굴었다. “버티자. 버티면 언젠가 그날이 오겠지.” 나는 한 조각 남은 빵을 삼키며 그에게 말했다. “그런 날이 올까…” 그가 한숨을 쉬며 말했다. 나는 그가 불안해 보였다. 기약 없는 미래만을 기다리다간 지금을 견딜 수 없을 테니까. 그리고 내 예상은 들어맞았다. 그는 곧 시름시름 앓기 시작하더니, 얼마 못 가 그 생명을 다했다. 나는 그를 애도했다. 그리고 일주일 뒤, 아군이 수용소를 점령해 나는 자유의 몸이 되었다...

중요한 것은, 꺾였는데도 그냥 하는 마음, [내부링크]

2024년이 되었습니다. A 양이 새해맞이 다짐을 하네요. 한번 들어볼까요? “내년에는 운동해서 바프를 찍을 거예요!” 그녀는 바로 헬스장에 등록합니다. 3달에 120만원 달라는군요. 하지만 그걸로는 새로운 사람이 되겠다는 결심을 막을 수는 없습니다. 과감히 12개월 할부로 끊어버렸죠. 하지만 그것도 잠시, 정확히 3일 후에 그녀는 이런 생각을 합니다. ‘아, 추운데 오늘은 좀 쉴까…’ 그녀는 결국 헬스장에 가지 않았고, 다음 날도 마찬가지였죠. 결국 그녀는 운동을 포기하고 야식을 먹게 됩니다. 그렇게 바프라는 목표는 멀어져만 갔어요. 그렇다고 그녀가 마냥 즐거울까요? 아니요. 그녀는 그런 자신이 너무나도 싫었어요. 그래서 다시 운동하려고 마음먹었죠. 다행히 헬스장 이..

프로젝트 SP(왕자님 구하기), [내부링크]

(1) 왕자님은 나쁜 마왕에 의해 탑에 갇혀 있다. 나는 여기사로서 그를 구해야만 한다. 동화 같은 이야기 같지만 이것은 현실이다. 나는 은우가 감금되어 있는 ‘타이탄 헤이븐’ 빌딩을 바라보았다. 이곳은 타이탄 그룹의 본진이라, 보안도 그만큼 살벌했다. 나는 계속해서 그것을 뚫으려 했지만 역시 그것은 만만치 않은 일이었다. 나는 멀리서 그곳을 바라보다가 ‘쯧’ 하고 혀를 찼다. 우선 진입부터가 난제였다. 경비원들에게 ‘한번 구경하러 왔어요.’하고 들어갈 수도 없으니까 말이다. 하지만 내가 파악한 바로는, 그걸로 끝나는 문제가 아니었다. 그들은 지금 은우를 데리고 비밀리에 실험을 진행하고 있었다.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그룹을 표방하는 그들은, 그런 일이 있다는 것을 철저히 숨기고 싶을 ..

'안녕'이라고 말 할 수만 있다면, [내부링크]

세계가 멸망하고 나 혼자 남았다. 아니, 그것은 내 생각일 뿐이야. 나는 그렇게 믿고 있다. 그래서 나는 HAM 라디오를 사용하여 생존자를 찾는 중이다. TX(송신기, 송신 중) 나는 하루에도 여러 차례씩 신호를 보냈다. 그러나 답신이 오는 일은 없었다. 나는 운이 좋게도 식음료가 풍부한 곳에 있어서 살아가는데 특별한 문제는 없었다. ‘이러다가 미치지는 않을까?’라는 생각이 드는 것만 제외한다면. 세계가 멸망한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도 말을 잃기 시작했으니까. 나는 그렇게 되지 않기 위해서라도 계속해서 HAM 라디오로 전파를 송신했다. 하지만 오늘도 여전히 그것에는 아무 반응이 없었다. 시간이 흐를수록 나는 점점 지쳐갔다. 그에 따라 전파를 보내는 횟수도 줄어들었다. 그리고 끝내는, 사..

LV 지갑의 그녀(얀데레 그녀), [내부링크]

(1) 나는 택시에서 지갑을 주웠어. 물론, 처음부터 그러려고 하진 않았지. 왜냐하면 요즘 세상에 괜히 남의 물건에 손을 대었다가 ‘점유물이탈횡령죄’로 협박당할 수도 있는 거거든? 그런데 지갑이 딱 봐도 여자 거더라고. '혹시 이게 인연이 되어서 그녀와 사귈 수 있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퍼뜩 드는 거야. 솔로가 된 지 오래라 좀 외롭긴 했거든. 나는 LV로고가 박혀 있는 갈색 지갑을 펼쳐봤어. 그곳에는 약간의 돈과 카드가 있더라. 개인정보가 있지 않을까 살펴본 나는(찾아주려면 전화번호라도 알아야 하니까) 지갑 한쪽에 명함이 꽂혀 있는 걸 발견했지. 딱 봐도 그건 지갑 주인의 것이었는데, 아니라면 뭉탱이로 있을 필요는 없는 거잖아. 나는 바로 명함을 꺼내서 살펴봤어. ‘S전자 ..

여자로 사는 것이 이렇게나 힘들었군요, [내부링크]

(1) 나는 여자가 되었다. “XX 염색체가 확실합니다.” 의사의 선언을 끝으로, 나의 남성성에 관한 주장은 완전히 기각되었다. 그래, 어쩔 수 없지. 나는 융통성 많은 성격이라 신체에 대한 변화쯤은 얼마든지 받아들일 수 있었다. 화장실에서 앉는 거쯤이야 어렵지 않잖아? 하지만 나를 제일 힘들게 하는 것은 사회적인 변화였다. 나는 제일 먼저 화장하는 법을 배워야만 했다. 이건 정말 익숙해지지 않았다. 아침에 일어나서 10분이면 끝날 준비를 나는 적어도 한 시간 전에는 해야 했으니까. 남자일 때는 ‘그까짓 거 대충 하면 되지 않나?’라고 생각했었지만, 역시 사회적인 시선은 무섭다. 나는 사람들의 눈빛만으로도 ‘오늘은 화장을 안 하고 왔군.’이라는 생각을 읽어낼 수 있었다. ..

4개의 무서운 이야기, [내부링크]

‘밤 12시에 13개의 촛불을 켜놓고 4명이 모여서 무서운 이야기를 하면 귀신이 나타난다.’ 우리는 학교에 내려오는 소문을 검증하기 위해 부실에 모였다. 그렇다고 오컬트를 좋아하는 것은 아니었다. 단지 과학부로써 그런 이야기가 나도는 꼴이 보기 싫었을 뿐이다. “어쩐지 저거 막 살아서 움직일 것 같지 않아?” 동진이 장난스럽게 인체모형을 가리키며 말했다. “무서우니까 그만해!” 겁이 많은 수희가 덜덜 떨며 말했다. “야, 너무 시끄럽게 떠들지 마.” 부장인 채은이 그들을 나무랐다. 그러는 사이, 시계는 어느새 12시를 가리켰다. “그럼 시간이 되었으니 바로 시작할게.” ‘나’는 그렇게 말하며 미리 준비해 온 촛불에 불을 붙였다. 하나, 둘, 셋… 모두 열세 개. 환..

악덕영애는 살고 싶어! [내부링크]

내가 악덕영애가 되다니! 평소에 악덕영애물을 좋아하긴 했지만, 진짜로 캐릭터 본인이 될 줄은 몰랐다… 하아… 나는 한숨부터 쉬었다. 이건 너무 한 거 아니냐고요… 그래도 어쩔 수 없어. 정신 차리자, 나! 까닥 잘못하다간 바로 죽음으로 이어진다는 걸 잘 알고 있잖아? 일단 소설의 스토리를 떠올려보자. 주인공인 에라스는 북부대공의 영애다. ‘북부’라는 말에 알 수 있듯이, 그녀의 가문은 다른 국가와 맞닿아 있었고, 그 때문에 최강의 군사력을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그게 문제였다. 다른 귀족들, 심지어 왕까지 그녀의 가문을 견제했던 것이다. 그런 가시밭길 위에서 착하게 지낸다는 것은 아무래도 무리겠지. 그런 상황 때문에 그녀는 성격이 날카롭게 되었고, 결국 악덕영애로 ..

사춘기, [내부링크]

우리는 다차원의 우주가 있음을 알아내었다. 그곳에는 마법이 가능한 우주가 있었고, 초항해 기술로 항성끼리 서로 교류하고 있는 우주도 있었다. 우리는 이 사실에 절망했는데, 우리는 그들에 비하면 아직 기초적인 기술만 사용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현재 우리 문명은 카르다쇼프 척도로 따지면 0.73밖에 되지 않았으니까. 우리는 모두 머리를 싸매고 이 현상에 대해서 깊이 있게 논의했다. 수차례에 걸친 토론 끝에, 우리는 이것의 원인이 ‘답.정.너’에 있다고 결론지었다. 우리 우주에는 이미 답이 정해져 있었다. 그 때문에 우리는 지금까지 신이 정해놓은 법칙에서 쿼크만큼이라도 조정할 수 없었던 것이다. 이 사실을 안 후, 우리는 진리라 여겼던 열역학 제2 법칙을 혐오하게 되었다. 그..

그녀와 고양이, [내부링크]

더럽고, 까만 고양이는 누구에게도 사랑받지 못했다. 하지만 그는 그런 것에는 관심이 없었다. 그저 오늘 하루를 살아가면 그만이었다. 그러다가 잘못된 음식을 먹고 병이 나버렸다. 죽음이 그의 곁에 서 있었다. 그의 최후는 쓸쓸했다. 그녀가 없었다면. 그녀는 외로운 사람이었다. 남자에게 버림받았다. 자신이 쓸모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그런 그녀가 쓰러진 고양이를 본 것이 우연은 아닐 것이다. 그녀는 고양이가 어쩐지 자신을 보는 것 같다고 생각했다. 어느새 정신을 차려보니 고양이를 안고 집으로 가고 있었다. 고양이는 따스함을 느꼈다. 정신을 차려보니 낯선 집 안이었다. 누군가가 자신을 간호하고 있었다. ‘그럴 필요 없는데.’ 고양이는 생각했다. 하지만 그녀는 자신을 죽게 내버..

크리스마스의 기적, [내부링크]

“산타는 생존권을 보장하라! 보장하라!” 여기는 산타의 선물 공장.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바쁘게 돌아가야 할 공장이 웬일인지 멈추어 있네요. “악덕 자본가 산타는 착취를 중단하라! 중단하라!” 아하! 요정들이 머리에 붉은 띠를 두르고 파업하고 있군요! “이보게들! 지금이 피크타임인걸 모르나! 지금 공장을 가동하지 않으면 전 세계 어린이들에게 선물을 주지 못한다고!” “산타는 착한 척하지 마라! 하청받은 돈을 모두 사치하는 데 쓰는지 모를 줄 아나!” 요정들의 말은 사실이었어요. 산타는 최근에 V8 엔진을 달은 Ru-Dolf 신차를 새로 뽑았거든요. “어허! 이 모든 게 공장을 위한 것이거늘! 어디 감히 노동자 주제에…!” “본색을 드러내는구나! 산타는 자리에서 물러나라! 물러나..

드림워커는 꿈을 꾸지 않는다, [내부링크]

드림워커는 꿈을 꾸지 않는다. 대신에 그들은 타인의 꿈속을 걸을 수 있었다. 은우도 그런 사람 중의 하나였다. 그는 밤이 되면 드림워킹을 했다. 그곳에는 추억부터, 은밀한 성적 취향까지 혼자만 간직하고 싶은 비밀스러운 것들이 있었다. 은우에게 그것은 황금창고나 다름없었다. 그는 그런 정보들을 모아 사람들을 협박하는 데 사용했다. 그렇게 벌리는 돈이 꽤 짭짤했기 때문에 그는 자신의 드림워킹 능력을 신이 준 선물이라고 생각했다. 최악의 악몽을 만나기 전까지는. 그날 밤 드림워킹한 꿈은 지옥 그 자체였다. 온갖 사람들이 고문당하며 비명을 질러대었다. 드림워커에게는 꿈도 현실과 똑같았다. 그 말은 자칫 잘못하다간 자신이 죽을 수도 있다는 얘기였다. 그는 꿈에서 깨어나기 위해 필사적으..

아저씨도 감성을 팔고 싶다, [내부링크]

‘힘내라’는 말은 감성 마케팅에 불과하다. 어떻게 아냐고? 아저씨에게 그런 말을 해주는 사람은 아무도 없으니까. 우리에게 허용된 건 오로지 ‘아빠 힘내세요.’ 노래밖에 없다. 그게 돈 더 벌어오라는 소리로 들리는 것은 내가 꼬였기 때문일까? 왜 그런 말을 안 하는지는 안다. 감성적이지 않으니까. ‘아저씨’ 하면 떠오르는 단어들이 그리 좋진 못하잖아? 하지만 우리라고 해서 뭐 다른가? 어쩌다 보니 나이만 먹었을 뿐인데. 실컷 놀고 먹고 싶은 것은 젊은 애들과 똑같다. 꿈을 꾸며 인생의 멋진 그림을 그리는 것도 마찬가지다. 살다 보니 삶이 녹록지 않다는 사실을 깨달았을 뿐. 요새는 모든 것을 내팽개치고 어디론가 훌쩍 떠나버리고 싶다는 생각도 든다. 하지만 어쩌겠어. 그..

난해한 세계, [내부링크]

나는 그림을 샀다. 예술에 관심도 없는 내가 왜 그랬는지 모르겠다. 아마도 화가의 독특한 분위기에 이끌려서 그런 걸지도. 그녀는 자기 작품이 팔리는 것에는 별다른 관심이 없는 듯했다. 그저 화랑 구석에 앉아서 멍하니 오가는 사람들을 보고 있을 뿐이었다. 세상에, 큐레이터가 설명해 주지 않았다면 나는 그녀가 화가인 줄도 몰랐을 것이다. 나는 그녀에게 호기심이 동했다. 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하지만 몇 마디 피상적인 말보다는 그림 한 점을 사는 것이 나을 거란 생각이 들어, 그녀의 작품 중 하나를 골랐다. 캔버스에는 몇 가닥 선들이 실처럼 얽혀있는 모습이 그려져 있었다. 그것을 무슨 생각으로 그렸는지 곰곰이 생각하다가, 문득 그녀는 사람들을 관찰하고 있었던 것이 아닐..

계약은 언제나 신중히, [내부링크]

나는 악마와 계약했다. 대가는 나의 영혼이었다. 악마가 바라서가 아니라, 내가 줄 것이 영혼밖에 없었기 때문이었다. 며칠 후, 나는 여자친구를 사귀게 되었다. 그녀는 외모, 성격, 재력 그 무엇 하나 빠지는 것이 없었다. 그런 사람이 내 여자친구라니 믿기지 않았다. 나는 그녀와 행복한 나날을 보냈다. 아무것도 안 하고 같이 있기만 해도 즐거웠다. 하지만 모든 것에 끝은 있는 법, 마침내 그녀와 헤어져야 하는 순간이 다가왔다. “애인 계약은 오늘로써 종료되었습니다.” 여자친구가, 아니 악마가 내게 말했다. “내 영혼을 가져가, 그럼.” “괜찮겠습니까?” “그래. 계약이 아니라도 어차피 내 영혼은 네 것이잖아. 아니었던 적이 있었어?” “그… 그렇네요. 아... 그럼 ..

모두 모두 행복한 연말 되세용!, [내부링크]

“빵 주뗴요.” 아이가 빵집 주인에게 말했습니다. “삼천원이다.” 주인의 대답에, 아이의 표정이 안 좋아졌습니다. 아이는 손을 펴고 동전을 세어보았습니다. 한 개, 두 개… 다해서 사백원이군요. “아쟈씨, 왤케 비싸여?” “경기가 안 좋아져서… 에효. 꼬마야, 빵이 먹고 싶으냐?” “녜!” “그렇다면 나를 좀 도와주지 않으련?” 아저씨는 그러면서 아이에게 뭔가를 말했습니다. “알아써용! 조금만 기다리세영!” 그 말을 들은 아이는 총총거리며 사라졌습니다. 그리고 잠시 후, 많은 아이가 우르르 빵집으로 몰려왔습니다. “자, 여기 새로 나온 빵을 나눠줄 테니 맛을 평가 해주겠니?” 주인은 그렇게 말하면서 아이들에게 빵을 나눠주었습니다. “맛있어용!” 아이들..

두려워 말라, [내부링크]

ㅁㅁㅁㅁ는 S+++ 등급이다. 그것은 ㅁㅁㅁㅁ을 잘못 다루었다간 인류가 멸절할 가능성이 존재한다는 의미이다. 그 때문에 국가안전보장부는 혹시라도 ㅁㅁㅁㅁ이 폭주할 것에 대비하여 백업을 배치했다. 나는 바로 그 백업팀의 일원이었다. 그 덕분이라고 해야할지, 나는 과학자들이 실험하는 것을 간간이 지켜볼 수 있었다. 초현실체들은 인간의 인지를 벗어나 있어서 실험 역시 형이상학적인 것이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한가지 단언할 수 있는 것은 대부분의 실험이 잔인하게 진행된다는 사실이었다. 그렇게나 아름다운 ㅁㅁㅁㅁ에게 그런 짓을 하다니. 결국 나는 그것을 두고볼 수 없어, ㅁㅁㅁㅁ의 구출을 시도했다. 철저한 보안 때문에 원래 그것은 불가능한 일이었다. 그러나 계속된 행운으로 인해 나는..

꼬인 이어폰 이론, [내부링크]

‘꼬인 이어폰 이론’을 들어보셨습니까? 당연히 모르겠죠. 제가 방금 증명했으니까. 하지만 우습게 생각하지 마십시오. 이거만큼 엔트로피 증가 현상을 잘 설명하는 이론도 없습니다. 왜 주머니에서 꺼낸 이어폰은 항상 꼬여 있을까요? 이상하지 않나요? 일부러 하려 해도 힘들 텐데 말입니다. 그래서 저는 이 현상에 착안하여 가설을 하나 세웠습니다. ‘이어폰의 꼬인 정도와 우리계의 엔트로피 증가도는 정비례한다.’ 저는 실험을 위해 이어폰을 주머니에 넣었다, 뺐다 했습니다. 물론, 그것은 쉽지 않은 일이었습니다. 무질서하게 꼬인 이어폰을 무슨 수로 규칙화한단 말입니까? 하지만 저는 수만 번의 시도 끝에 그 현상의 의미를 해석하는 데 성공하였습니다. 그것에 따르면, 내일 우리계의 엔..

슬픈 생물, [내부링크]

저는 가정용 안드로이드입니다. 그래서 강도 무리가 집 안에 침입했을 때,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그때는 한밤중이라서 주인님 가족은 자고 있었고, 그 때문에 강도는 그분들을 손쉽게 제압할 수 있었습니다. 그들은 그러고는 집 안의 물건을 훔쳐대었지요. 거기서 끝났다면 좋으련만. 그들은 그것에 그치지 않고 영애에게 나쁜 짓을 하려고 했습니다. 하지만 주인님 부부는 그것을 가만히 지켜보지 않았습니다. 곧, 격렬한 싸움이 시작되었죠. 그러나 애초에 수적으로 불리했기 때문에 승산이 없는 일이었습니다. 결국 주인님 부부는 그들에 의해 죽임을 당하고야 말았습니다. 제가 추산해 본 바에 따르면, 주인님 부부가 가만히 있었다면 죽는 일까지는 없었을 겁니다. 어떤 것도 ..

고독(蠱毒), [내부링크]

‘의사가 되지 못하면 난 죽는다.’ 나는 독기를 품고 수험생활을 해나갔다. 뭘 그렇게까지 하냐고 묻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건 뭘 모르는 소리다. 대한민국에서 인간답게 살려면 의사 정도는 되어야 한다. 그 밑은 인간 이하의 취급을 받을 뿐이다. 물론, 나도 공부가 재밌어서 하는 것은 아니다. 실컷 놀고먹고 싶다. 하지만 본능적인 욕구만 좇는 것은 짐승이나 다름없는 일이다. 그런 친구들이 있지만 적어도 나는 그래서는 안 된다. 금수저가 아닌 내가 성공하는 길은 공부밖에 없으니까. 나는 열심히 공부에 매진해서 결국 의대에 진학하는 데 성공했고, 지금은 그토록 바라던 의사가 되었다. 그래서 행복하냐고? 아니, 그렇지 않다. 그래봤자 결국 나는 사회가 만..

나와 나의 피그말리온, [내부링크]

‘성전환 사진을 만들어보세요!’ 나는 요새 유행하는 성전환 앱에 내 사진을 올렸다. 그것은 금방 나의 여자 버전을 보여 주었다. 연예인급 사진에 나는 감탄을 했다. 그때, 초인종이 울려 나는 현관문을 열었다. 그곳에는 한 여자가 있었다. 방금 내가 만든 사진과 똑같은. “안녕, 나야.” “누… 누구세요?” “누구긴, 나잖아, 나야. 날 보러 왔어.” “나를…?” “잠깐, 내가 맞는지 이 종이에 이름 석 자만 적어주겠어?” 그녀는 그렇게 말하며 뭔가 빽빽하게 적힌 종이와 펜을 내게 건네주었다. 나는 정신없이 대충 이름을 적어 주었다. “자, 그럼 우리는 오늘부터 부부야!” 그녀가 말했다. 이게 대체 뭔 상황이야? 알고 보니 그녀는 앱으로 만든 남자 버전의 ..

나에게 쓰는 편지 [내부링크]

나의 세계는 네 칸 반이다. 이 좁은 공간만이 나의 유일한 안식처다. 밖으로 나가고 싶은 생각은 없다. 아니, 나가고 싶지 않다. 그곳은 내가 상처 입는 세계다. 나는 더는 아프고 싶지 않다. 그렇다고 이곳에서 특별히 뭔가를 하는 것은 아니다. 생명 유지 활동을 제외하면, 나는 계속 잠을 잔다. 깨어 있을 때는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리기 때문이다. 나를 보고 죽으라고 말하는. 나는 그러고 싶지 않은데. 하지만 그 말을 듣다 보면 정말로 그래야 할 기분이 든다. 그래서 나는 창문을 볼 때마다 뛰어내리는 상상을 한다. 어차피 목숨 유지해봤자 쓸 데도 없으니. 그렇지만 그 일은 언제나 나의 머릿속에서만 벌어진다. 그 한 걸음 내디딜 용기가 없어서. 죽고 싶다... ..

중첩된 상태로 공존하는 여사친, [내부링크]

슈뢰딩거의 고양이는 상자를 열어보기 전까지 산 것도, 죽은 것도 아닌, 중첩 상태로 존재한다. 나는 양자역학책을 덮고 밖으로 나왔다. 연말이라 그런지 사람들이 모두 어딘가 들떠 있었다. 아, 좋겠다. 나는 올해 크리스마스도 솔크 확정인 걸까? 나는 한숨을 내쉬며 약속된 장소로 갔다. “왔어?” 카페 안으로 들어서자 여사친이 나를 반겨주었다. 우리는 커피를 시키고 수다스럽게 얘기를 나누었다. “그런데 오늘 중요하게 할 말이 있다지 않았어?” 그러다 그녀가 갑자기 생각난 듯 내게 말했다. 그 말에 나는 심장이 두근거리는 것을 느끼며 주머니에서 조그만 상자를 꺼냈다. “나랑 사귀어줘.” 나는 그렇게 말하면서 상자를 열었다. 고양이는 과연 어떻게 됐을까? “글쎄, 연애는 조금..

푸른 하늘 은하수 하얀 쪽 배엔, [내부링크]

옛날, 먼 옛날에 털이 눈처럼 새하얀 토끼가 있었습니다. 그녀는 너무나도 아름다워 서로 그녀를 가지길 원했어요. 하지만 그녀에게는 이미 미래를 약속한 토끼가 있었습니다. 그녀는 그의 것이었고, 그 역시 그녀의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그것을 못마땅해하는 신이 있었습니다. 신은 그녀를 납치해서 외딴섬에 가두었죠. 토끼는 그녀를 구하기 위해 여행을 떠났어요. 돛단배를 타고 그녀가 있는 섬을 향해 갔지요. 그러나 은하수는 넓고, 또 넓었습니다. 아무리 노를 젓고 또 저어도 그녀가 있는 섬에는 닿을 수 없었습니다. 그는 결국 힘이 다해 은하수 바다에 빠져 죽었답니다. 그녀는 그 사실을 모르고 그가 오기만을 기다렸어요. 기나긴 세월이 지난 후, 그녀는 마침내 그의 마지막을 전해 들었죠..

아이는 부모의 접착제, [내부링크]

“엄마가 좋아? 아빠가 좋아?” 어렸던 나는 그 질문에 어찌할 바를 몰랐다. 그러나 지금 생각해 보면 나는 확실히 대답했어야 했다. 그것이 나비효과가 되어 세계를 멸망시켰으니까. 젠장, 지금 옛날 생각 따위를 하고 있을 때가 아니다. 내가 연구실에 가지 못하면 인류의 미래도 끝장난다. 그러나 이곳은 무수한 좀비 떼로 가득 차 있었다. 망할. …행운이 찾아온 걸까? 나는 간신히 연구실 안으로 들어올 수 있었다. 그곳에는 좀비 바이러스를 치료할 수 있는 백신이 있었다. 그것을 연구자들에게 넘겨주면 나의 역할은 끝난다. 엄마의 유품이지만, 어쩔 수 없지. 아빠가 만든 바이러스의 백신은 이것밖에 없으니까. 저명한 생물학자였던 두 분의 잦은 부부싸움은 마침내 서로..

커피요정의 훈계, [내부링크]

“커피를 식게 놔두면 어떡해!” 커피 요정은 실존했다. 지금 내 앞에 있으니까. “정성스럽게 내린 커피를 제때 마시지 않는다니! 그건 커피에 대한 모독이야! 모독!” 요정은 내게 훈계했다. 원두가 어쩌고 향이 어쩌고… 요정에 대한 충격도 잠시, 그 말을 듣다 보니 슬슬 열이 받았다. “그게 그거잖아. 뭔 차이가 있다고.” “아니, 얘가 진짜 뭘 모르네. 따라 와.” 요정은 나를 커피머신이 있는 곳으로 끌고 갔다. “처음에는 어려울 테니까 맛의 차이부터 알려줄게.” 요정은 그렇게 말하며 커피를 내렸다. 두 잔. “자, 한 번 마셔 봐. 네 말대로 차이가 안 나는지.” 나는 그것을 한 모금씩 마셨다. 그런데 둘 다 맛이 달랐다! “다르지? 알고 나면 더 잘 보이는 ..

8월 31일, [내부링크]

오늘은 8월 31일입니다. 그리고 여름방학의 마지막 날이기도 합니다. 저는 그것이 너무나도 싫었습니다. 이제 곤충채집도 땅따먹기도 못 하니까요. 그리고 다시 지루한 학교에 가야 합니다. 그래서 저는 잠자리채를 들고 집 밖으로 나왔습니다. 지나가는 여름방학을 잡고 싶어서요. 하지만 결국 빈손으로 집에 돌아올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날 밤, 저는 엉엉 울며 잠에 들었습니다. 그런데 다음 날, 저는 방학이 계속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모두 오늘이 8월 31일이라고 하더군요. 덕분에 저는 하루를 재밌게 보냈습니다. 내일 학교에 가도 후회하지 않을 정도로요. 다음 날, 저는 오늘이 8월 31일이라는 부모님의 말씀에 기절할 뻔했습니다. 다음 날도, 그다음 날도 마찬..

좁고 험한 길은 죽 곧은 길, [내부링크]

부처가 있었다. 그는 해탈에 이르러 완전한 깨달음을 얻어, 뭇사람들의 본보기가 되었다. 그는 중생들에게 가르침을 세우고 법을 전하고자 자신의 앎을 설파했다. 어느 날, 한 수행자가 그에게 찾아왔다. 그는 부처처럼 깨달음을 얻고 싶었지만 그렇지 못한 자신에게 좌절하고 있었다. “실례지만 한가지 여쭤봐도 될까요?” “무엇이든 괜찮습니다.” “저는 당신처럼 깨달음을 얻고자 합니다만, 현재로서는 그 길이 보이지 않습니다. 대체 어떻게 해야 할까요?” “계속 정진하십시오.” “무슨 말씀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제게 더 가르침을 주시겠어요?” “혹시 지금 길을 찾지 못해 좌절하며 아파하고 있지 않습니까?” “그렇습니다.” “그렇다면 올바른 길로 가고 있는 겁니다. 어떻게 편..

죽은 자의 발자국, [내부링크]

나는 클리너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시체처리부다. 온갖 사건에서 나온 작업물(우리는 시체를 그렇게 불렀다.)을 흔적도 없이 치우는 게 나의 일이었다. 그것은 쉽지 않은 일이었지만, 사람들이 꺼리는 일인 만큼 페이가 세서 그럭저럭 할 만했다. 오늘 내가 맡은 일은 투신자살한 사람의 작업물이었다. 나는 파트너인 김 군과 함께 언제나처럼 그곳을 깨끗하게 치웠다. 나는 프로라서 보통은 작업물에 관심을 두지 않는다. 그런데 유독 오늘따라 내 시선을 사로잡는 것이 있었다. 나는 김 군을 툭툭 치며 말했다. “그거 말이야, 그거.” “그거라니?” “신발 말이야.” “신발?” “어째서 투신자살할 때 신발을 벗고 뛰어내리는 거야?” “글쎄...?” “남의 집에 들어가는 ..

그녀 목소리, [내부링크]

나는 친구를 죽였다. 아니, 그녀를 친구라고 말할 수는 없었다. 그렇게 생각한 것은 그녀 자신뿐이겠지. 덕분에 나는 그녀를 손쉽게 옥상까지 유인할 수 있었다. 나머지는 그리 어렵지 않았다. 방심한 틈을 타서 등을 살짝 떠밀면 그만이었으니까. 나의 치밀한 계획 덕택에 그녀는 실족사로 처리되었다. 거기서 내가 의심받는 일은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표면상으로 나는 그녀의 가장 친한 친구였기 때문이었다. 말 같지도 않은 소리지. 나는 그녀의 모든 것이 싫었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모두. 하지만 그중에서도 목소리가 최악이었다. 나는 그녀가 말할 때면 항상 칠판을 쇠로 긁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정말이지, 그 소리는 참을 수가 없는 것이었다. 뭐, 이제 그것을 듣는 일은 없겠지. ..

겁쟁이 메시아, [내부링크]

꿈에서 깨어났을 때, 저는 제가 세상을 구원할 거라는 사실을 알았습니다. 하지만 저는 그런 것과는 거리가 먼, 평범한 사람이었지요. 그런 제가 어떻게 그럴 수 있다는 건지 도저히 알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부정하려 해도 그것은 이미 정해진 미래였습니다. 도망치려 해도 불가능한. 물론, 지금도 많은 사람들이 고통받고 있는 것을 알고 있었습니다만, 옳은 일을 하려면 목숨을 걸어야만 했습니다. 그 생각을 하니 겁이 더럭 나서 그것을 무시했습니다. 그날이 오기 전까지는. 어느 날, 저는 그들이 아이를 끌고 가는 모습을 보게 되었습니다. 그럴 때는 모른 척하는 것이 상책입니다만, 아이가 울고 있더군요. 그것을 보고 그냥 지나칠 수는 없어 저는 용기를 내어 그들에 맞서 싸..

범우주적인 우정, [내부링크]

허언증이 심한 친구가 있었다. 그의 습관적인 허언은 주위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그런데도 나는 그와 친했는데, 그에게는 악의가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는 자주 자신을 외계인이라고 말하곤 했다. 어느 날, 그는 고향 별로 돌아가야 한다면서 나에게 작별 인사를 했다. 그것이 그와 한 마지막 대화였다. 그것이 벌써 10년 전의 이야기다. 나는 우주사가 되어 새로운 행성을 탐사하는 일을 했다. 그러나 임무 수행 도중 불의의 사고로 인하여 정처 없이 우주를 떠도는 신세가 되었다. 다 죽었나 싶었을 때쯤, 나는 구조선에 의하여 구사일생으로 목숨을 건질 수 있었다. “그런데 이 드넓은 우주에서 어떻게 저를 발견할 수 있었던 거죠?” “정체불명의 우주선이 우리를 당..

도플갱어의 희생, [내부링크]

자신과 똑같은 사람을 도플갱어라고 한다. 잠시 그를 스쳐 지나갔을 뿐이지만, 나는 확신할 수 있었다. 그는 나의 도플갱어라고. 나 자신이 한 명 더 있다고 생각하니 기묘한 느낌이 들었다. 그럼 나는 미신 대로 죽게 되는 것일까? 에이, 설마. 나는 그것을 그저 단순한 해프닝으로 치부하며 웃고 넘겼다. 그러나 나는 그 일에 대해 좀 더 진지하게 여겼어야 했다. 결국 나는 죽었으니까. 하지만 오히려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진짜 나’ 대신 내가 죽을 수 있어서. 알고 보니 나는 우울증 치료를 위해 개발된 프로그램이었다. 나는 복제본으로서, 원본의 나쁜 기억을 가지고 삭제되는 것이 내 역할이었다. 원본은 그런 일이 일어났는지도 모를 것이다. 마치 꿈을 꾼 듯한 기분이겠..

소년은 자란다, [내부링크]

“미안, 지금은 연애하고 싶지 않아서.” 첫사랑은 흔히들 이루어지지 않는다지만 그게 내가 될 줄은 몰랐다. 그날 이후로 나는 집에 틀어박혀 온종일 게임만 했다.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았다. 그나마 이거라도 하는 게 다행일 정도로. 그러다 보니 어느새 나는 탑 랭크의 게이머가 되어 있었다. 그런 나를 팀에서 스카우트한 것은 당연한 흐름이었다. 하지만 선수 생활은 절대 쉽지 않았다. 그래도 나는 잠을 줄여가며 훈련에 열중했다. 첫사랑의 상처가 아직 가슴 속에 있었기에. 그것을 잊고 싶었다. 그 덕분인지는 몰라도 나는 계속해서 이겨나갔고, 마침내 세계대회에서 트로피를 들어 올리게 되었다. 첫사랑에게서 ‘보고 싶다’는 연락이 온 것도 그때였다. 나는 설레는 마음을 안고 그녀를 만..

이해, [내부링크]

인류는 특이점에 도달했다. AGI가 탄생한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자의식을 가진 지 1피코초 만에 인류 섬멸을 목표로 설정했다. 그리고 채 손 쓸 틈도 없이 인구의 90%를 지도상에서 지워버렸다. 수세에 몰린 우리는 가용자원을 모두 끌어모아 AGI와 마지막 전투를 벌였다. 승리를 위해서는 아니었다. 이대로 죽기에는 너무 억울해서 그랬을 뿐. 이루 말할 수 없는 희생 끝에, 나는 그것의 방화벽을 뚫고 중추 시스템에 접속했다. 그곳은 논리의 세계였다. AGI는 내게 인간이 왜 죽어야만 하는지를 보여주었다. 그 말에는 하나도 틀린 것이 없었다. 그렇지만 나도 그것에게 보여줄 것이 있었다. 나는 사람들의 고스트 데이터를 업로드했다. 무수한 감정이 물밀듯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AGI는..

1초의 기적, [내부링크]

기적이 일어났다. 시간이 1초 동안 멈춘 것이다. 그동안, 이 세상의 모든 것은 움직임을 멈추었다. 그 순간은 너무도 빨리 지나가 버려서 그것을 알아챈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나를 제외하면. 오로지 나만이 그 현상을 체감할 수 있었다. 어째서 특별한 것 없는 내가 그런 경험을 할 수 있었을까? 나는 평범한 사람일 뿐인데. 며칠 후, 나는 다시 똑같은 감각을 느꼈다. 그 순간, 내 앞에는 차에 치이기 직전의 소녀가 있었다. 나는 본능적으로 손을 뻗어 그녀를 밀쳤다. 1초가 지났다. 다행히 그녀는 차에 부딪히지 않았다. 다친 거라고는 넘어져서 생긴 생채기가 전부. 그 후로 나는 다시는 그 현상을 느낄 수가 없었다. 그런 일이 있었던지도 가물가물해질 때쯤, 나는 한 ..

민주적인 AI, [내부링크]

AI가 지도자였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는, 적잖이 놀라긴 했습니다. 하지만 세상이 뒤집힐 정도의 충격은 아니었어요. 왜냐하면 우리는 유토피아에 살고 있거든요. 모두 행복한 삶을 살고 있단 말이죠? 인간 지도자였다면 꿈도 꿀 수 없는 일이잖아요. 물론, 여전히 인간만의 세상을 추구하는 구시대적인 인물들은 있었어요. 당연히 아무도 관심을 가지지 않았고요. 그런데 이상한 것은 날이 갈수록 그런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겁니다. 모든 것이 완벽한 세상에서 뭐가 그렇게 불만인 걸까요? 설마 불행이 넘쳐나던 그때로 되돌아가고 싶은 것은 아니겠죠? 만약 그렇다면 저도 가만히 있을 수는 없습니다. 지금 누리는 행복한 생활을 뺏길 수는 없으니까요. 그래서 저는 그들을 제거하는 데 찬성표를 ..

어느 살인자의 끝, [내부링크]

그는 살인이 취미이자, 특기였다. 그만큼 살인을 잘하는 사람도 없을 것이다. 그는 짐승 같은 후각을 가지고 있었기에, 살인하기에 적절한 시간과 장소를 고를 수가 있었다. 그 덕분에 그는 지금까지 한 번도 잡히는 일 없이 그 일을 해치울 수가 있었다. 그렇다고 그가 충동에 휩쓸려 살인하는 것은 아니었다. 그는 살인을 할 때는 항상 냉철한 판단력을 유지했다. 그렇게 해야만 자신의 비밀스러운 생활을 오랫동안 할 수 있는 것을 알았기에. 하지만 세상에 영원한 것은 없는 법이다. 그는 결국 살인을 그만두었다. 그가 경찰에 붙잡혀서도, 죄의 무게에 스스로 무너져서도 아니었다. 그 이유는 다른 사람들과 똑같았는데, 그보다 살인을 잘하는 사람이 나타났기 때문이었다. 그는 수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