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우연과 필연은 매듭의 장난


5. 우연과 필연은 매듭의 장난

또다시 곰봉자 보금 봉자와 민주가 만난 건 아주 오래 전이다. 어쩌면 봉자가 기억하는 것보다 더 오래 전일지 모르니 민주의 말처럼 형님의 기억보다 먼저였다고 기억해 주시길... 민주는 그림을 그린다. 그것도 잘 그린다. 크로키는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그녀의 연필이 지나간 자리는 온통 하얗게 숨을 쉰다. 그런데 사람들은 그녀의 뽀얀 살결을 더 좋아했다. 긴 머리도 무척 매력적이라 했다. 그녀가 앞을 지나가면 선배들은 그녀의 그림자 길이만큼 멈추어 서있다. 그러다 코스모스같이 한들거리는 목소리가 바람 따라 날아들면 그들은 아껴둔 팔들을 모두 흔들었다. 청포도 마냥 터질 듯이 웃는 그녀를 보며 그들도 힘차게 웃어 주었다. 이렇게 웃으면 아무도 그녀에게 싫은 소리를 할 수 없다. 그런 민주씨가 봉자는 한없이 부러웠다. 저런 사람이 자신의 곁에 있을 리 만무하다며 늘 무덤덤하게 대꾸했는데... 드르륵 거리는 소리가 난다. 커다란 붓을 든 민주가 헤헤 거리며 웃고 있다. “선생님 선생님, 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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