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말 : 저는 인문학 전공자가 아닌데요? (2)


머리말 : 저는 인문학 전공자가 아닌데요? (2)

지금부터는 앞서 언급했던 ‘혼란’의 정체를 조금 더 구체적으로 밝혀보도록 하자. 우리들은 모든 말을 그럴듯하게 느낀다. 이는 ‘상대주의적 진리관’을 수용한 결과다. “진리는 상대적이다”라는 짧은 문장은 무수한 ‘다름’의 이유를 훌륭하게 설명한다. 더 나아가, 하나의 절대적 진리에 다른 진리들을 억지로 포함시키려 들지 않는다. ‘상대주의적 진리관’ 아래에서는 이것도 옳을 수 있는 것이고, 저것도 옳을 수 있는 것이다. 실로, 경제적이며 쿨한 진리관이라고 부를 수 있겠다. 하지만 어떤 사람들은 때때로 쉽게 ‘진리의 상대성’을 도피처로 삼는다. 예컨대, 두 사람의 논쟁이 과열될 적에, 싸움을 중재하는 사람은 “그만 싸워! 진리는 상대적이잖아!”라고 말하며 논쟁을 중단시킨다. 누구의 편도 들지 않음으로써 과열된 열기를 식힐 수 있다는 점에서 그것은 일종의 세련된 처세술일 수 있다. 하지만 그러한 중재행위는 종합의 가능성을 원천적으로 봉쇄한다. 이는 각자의 ‘다름’을 존중하는 것과 별개의 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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