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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문을 열면 보이는 것들 | 소설 『캑터스 The Cactus』 [내부링크]

캑터스 저자 사라 헤이우드 출판 시월이일 발매 2021.11.10. 소설 『캑터스 The Cactus』는 가족 소설이자 성장 소설이기도 하다. 주인공 수잔이 중년의 나이에 겪는 성장통을 그렸다. 소설은 28개의 장으로 구성되었고 8월부터 3월까지 8개월간의 일을 다룬다. 저자인 사라 헤이우드는 법학을 공부한 뒤 사무변호사, 법률자문가로 활동했다. 소설 『캑터스』는 작가가 대학원에서 문예 창작을 전공하던 시기부터 집필하던 소설이다. 리즈 위더스푼 주연의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로도 만들어진 화제의 소설이다. 줄거리 주인공 수잔은 공공 건설 발주 담당 공무원으로 런던에 거주한다. 45세 미혼이고 12년 동안 조건 만남을 이어온 파트너가 있다. 자기 집을 가졌고 일에 대한 프라이드가 높다. 대학에서 법학을 공부했지만, 사람들과 엮이는 게 싫어 변호사 대신 행정공무원이 되었다. 개인주의 성향이 강하고 SNS를 하지 않는다. 매사를 자기중심적으로 제어하고 관리하려고 한다. 버밍엄에 두 살 아래

지역 균형 발전과 예술 | 『부산에서 예술을 합니다』, 임영아 [내부링크]

부산에서 예술을 합니다 저자 임영아 출판 산지니 발매 2021.11.18. 영화나 드라마에서 서울 이외의 지역은 시골이라는 인식이 드러나는 에피소드가 가끔 등장한다. 지방 출신자의 거친 반발과, 무의식중에 드러나는 서울 사람들의 지방을 무시하는 태도가 웃음을 유발하지만, 그러한 코믹한 상황 뒤에는 웃픈 대한민국의 현실이 있다. 우리나라에서 ‘사람은 자고로 서울로 가야 성공한다.’, 혹은 ‘모로 가도 서울만 가면 된다.’ 라는 말에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것 같다. 서울은 정보와 일자리가 월등하게 많기 때문이다. 예술 공연과 전시만 보더라도 수도권으로 가야만 접할수 있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한국 예술인 복지 재단’에서 발급하는 예술인 패스를 이용할 만한 공연과 전시는 대부분 서울과 수도권에 집중되어 있어, 예술인 지원에서도 수도권과 지방의 격차를 실감할 수 있다. 임영아 작가는 지방에서 창작하는 어려움을 스스로의 경험에 비춰 책에서 밝히고 있다. 여러 어려움이 있음에

삶에 관한 지극히 평범한 사실들 | 『딱 한 번만이라도』, 마스다 미리 [내부링크]

딱 한 번만이라도 저자 마스다 미리 출판 소미미디어 발매 2022.01.17. 『딱 한 번만이라도』는 마스다 미리의 두 번째 장편 소설이다. 이전에 수필 3편(‘여자라는 생물’, ‘영원한 외출’, ‘혼자 여행을 다녀왔습니다’)을 리뷰했지만 작가의 소설이 궁금했다. 소설의 주요 등장인물은 동생 히나코와 언니 야요이, 두 자매의 부모님, 기요코 이모다. 소설은 가족 구성원들의 평범한 일상을 그리는데, 딱히 사건이라고 할 만한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등장인물들은 “딱 한 번 만이라도” 자기 인생에 찬란한 순간을 맛보기를 바란다. 소설은 그 가능성만 살짝 암시한 채 끝나버려서 아쉬운 감은 있지만, 읽고 나면 개운한 기분도 든다. 소설 『딱 한 번만이라도』 동생 히나코 기요코는 히나코와 함께 브라질 여행을 떠난다. 비즈니스 석을 추가한 5박 6일 일정에 일 인당 180만 엔의 경비가 든다. 파견 처가 아직 정해지지 않은 히나코는 이모 덕분에 투어에 동참했다. 히나코는 줄곧 파견사원으로 일했다

김초엽 작가의 SF 소설의 출발 |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feat.책리뷰) [내부링크]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저자 김초엽 출판 허블 발매 2019.06.24.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은 김초엽 작가의 첫 번째 소설집이다. 7편의 단편이 수록되어 있다. 작가의 작품은 2021년 출간된 장편소설 『므레 모사』를 먼저 읽었다. 판타지나 SF 장르와 친하지 않지만, SF 소설의 매력에 빠지는 계기가 되었다. 김초엽 작가는 소설집에 수록된 「관내분실」과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이 2017년 한국과학문학상 중단편 대상과 가작을 수상하면서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7편의 작품에서 작가의 출발선상에 있는 생각들을 엿볼 수 있었다. 작품 속에 비친 미래의 인류는 우주를 자유롭게 여행하거나 새로운 삶의 터전을 찾아 지구를 떠나는 선택을 한다. 그리고 유전자 조작으로 완벽한 인간 배아를 만든다. 더 멀리 있는 우주까지 날아가기 위해 사이보그가 된다. 하지만 과학의 한계를 뛰어넘는 눈부신 기술 발달과 대조적으로 사람들은 그다지 행복하지 않다. 과학 이론이

나는 왜 나인가 | 『하얀 성』 (feat. 오르한 파묵 입문) [내부링크]

하얀 성 저자 오르한 파묵 출판 민음사 발매 2011.04.29. 블로그 이웃님의 소개로 오르한 파묵의 소설을 처음으로 읽었다. 최근 출간된 『페스트의 밤』(2022)을 읽고 싶었지만 작가의 시작점을 알아야 할 것 같아 초기 작품을 선택했다. 작가에 대해 오르한 파묵은 1952년 터키 이스탄불에서 태어났다. 이스탄불 공과대학에서 건축학을 공부하다가, 소설가가 되기로 한다. 첫 소설 『제브데트 씨와 아들들』(1982), 두 번째 소설 『고요한 집』(1983)에 이어 발표한 『하얀 성』(1985)은 작가에게 처음으로 국제적인 명성을 안겨준 작품이다. 주목할 만한 작품으로 『검은 책』(1990), 『새로운 인생』(1994), 『내 이름은 빨강(1998)』, 『눈』(2002), 『순수 박물관』(2008) 등이 있다. “문화들 간의 충돌과 얽힘을 나타내는 새로운 상징들을 발견했다.”라는 평가를 받으며 2006년 노벨 문학상을 수상했다. 『하얀 성』, 뒷표지에 소개된 추천의 말은 책을 읽을 이

소설리뷰 | 다시 일어설 수 있는 용기 | 『55세부터 헬로 라이프』, 무라카미 류 [내부링크]

55세부터 헬로라이프 저자 무라카미 류 출판 북로드 발매 2015.02.17. 소설 『55세부터 헬로라이프』(2012, 幻冬舎)는 무라카미 류의 중편 연작 소설집이다. 2014년 TV 드라마로도 방영되었다. 5편의 각 소설은 중년의 삶을 조명한다. 50대 중반을 훌쩍 넘긴 주인공들은 재정, 건강, 부부관계, 재취업과 같은 문제에 직면한다. 소설은 당장 그들이 처한 어려움의 해결보다 앞으로 나아질 가능성을 시사하며 끝을 맺는다. 이런 결말에 비극보다 해피엔딩을 선호하는 나로서는 안도감이 들었고, 잠시나마 미래의 삶을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었다. 아래에 각 소설의 줄거리를 소개한다. slavromanov, 출처 Unsplash 「결혼상담소」 재혼을 위해 맞선을 보기 시작한 나카고메 시즈코. 이혼 후 노후에 대한 불안감으로 결혼상담소에 가입하고 맞선을 보지만, 아직 마음에 드는 상대를 만나지 못했다. 전 남편 때처럼 적당히 타협하지 않고 자신의 만족을 기준으로 상대를 선택하는 여

소설리뷰 | 어느 노인의 쓸쓸한 죽음 |『모나코』, 김기창 [내부링크]

모나코 저자 김기창 출판 민음사 발매 2014.10.10. pasja1000, 출처 Pixabay 대한민국도 이웃나라 일본처럼 고독사한 사람들의 기사를 자주 접하게 되었다. 소설 『모나코』는 쓸쓸한 죽음을 맞은 한 노인의 이야기이다. 저자 김기창은 소설 『모나코』로 제38회 <오늘의 작가상>을 받으며 등단했다. 작품을 쓴 동기는 아래와 같다. 나는 노인의 고독한 죽음을 통해 비정한 현대 사회의 한 단면을 보여 줄 수 있겠다고 여겼다. 아는 사람들은 너무 가깝고 모르는 사람들은 너무 멀다. 나는 이런 차별적 거리가 세상을 망치고 있다고 생각한다. 「작가의 말」 중에서, 215쪽 위의 작가의 말은 짧지만 이 소설의 주제를 잘 보여준다. 소설 속 노인의 죽음은 비단 한 개인의 죽음이 아닌 것이다. 또한 “아는 사람들은 너무 가깝고 모르는 사람들은 너무 멀다”라는 말이 오늘날 우리가 맺고 있는 '관계의 속성'을 그대로 드러내는 것 같았다. ‘진’이라는 젊은 미혼모에게 반한 노인은 잠시나마

소설리뷰 | 고양이 '나'의 눈에 비친 인간세상 ㅣ『나는 고양이로소이다』, 나쓰메 소세키 [내부링크]

나는 고양이로소이다 저자 나쓰메 소세키 출판 열린책들 발매 2009.11.30. 일본의 국민작가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나쓰메 소세키(1867~1916)는 자신의 만연령과 메이지 년수가 일치한다. 소설 『나는 고양이로소이다』는 메이지 38년(1905), 즉 그의 나이 38세 때 「두견새」라는 잡지에 제1장이 게재된 것을 시작으로 이듬해 8월까지 연재를 이어갔다. 제2장의 서두는 “해가 바뀌면서 고양이 처지에 다소 유명해진 덕분에 우쭐한 기분이 드니 고마운 일이다.”(25쪽)라는 문장으로 시작한다. 이 문장은 제1장의 인기에 힘입어 고양이 ‘나’가 독자들 사이에서 유명해진 사실을 반영하고 있다. 소설은 처음부터 장편을 염두에 두고 쓴 것은 아니었나 보다. 소세키의 본격적인 작품 활동은 고작 10여 년에 불과하다. 『도련님』 『풀 베개』 『산시로』 『그 후』 『문』 『행인』 『마음』 『명암』 등의 장편들이 이 시기에 쓰였다. 『나는 고양이로소이다』는 소세끼를 대중에게 알린 첫 작품이다

전염병과 불확실성ㅣ 『페스트의 밤』, 오르한 파묵 [내부링크]

페스트의 밤 저자 오르한 파묵 출판 민음사 발매 2022.03.04. 코로나 팬데믹으로 마스크 의무화, 모임 제한, 재택근무, 봉쇄 등의 여러 방역조치가 시행되었다.약 2년 전 발생한 코로나는 아직 진행 중에 있고 우리의 일상에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 마스크 의무화를 거부하는 사람들을 뉴스에서 심심찮게 보았지만, 이제 마스크 논쟁이 불필요하다는 걸 누구나 안다. 백신을 거부하는 시위도 한때 큰 이슈였지만, 중증으로의 악화를 막아 주는 효과가 입증되었다. 그런데 오늘날 상식이 된 방역수칙과 개인위생의 필요성은 역사를 거슬러 오스만 제국의 쇠망기인 120년 전에도 제기되었다. 소설 『페스트의 밤』에서는 「‘집합 금지’와 ‘2인 이상 모임 금지’」(184쪽)와 같은 조치들이 내려졌다. 병상은 부족하고 어수선한 시국을 틈타 방역을 방해하는 세력이 나타나고 각종 괴담과 유언비어가 난무했다. 특히 눈을 통한 페스트균의 감염 가능성은 코로나 사태 초기의 한 풍경을 보는 듯했다. 소설은 민게르라는

지리산 피아골 휴가 이야기, 우영우 팽나무도 보고 왔어요 [내부링크]

8월 8, 9, 10일 지리산 피아골로 가족여행을 다녀왔다. 오랜 시간 집을 떠나 있던 나와 넷째가 합류했다. 단톡에서만 접했던 가족여행인지라 기대가 컸다. 다섯째가 음식 장만을 하고 여섯째가 술이며 불멍할 장작이며 그릴을 준비해왔다. 난 형제가 좀 많다. 상류에 위치한 피아골 펜션 주변은 시원하고 신기하게도 모기나 날벌레가 거의 눈에 띄지 않았다. 2층에 자리 잡은 숙소는 넓은 평상이 한쪽에 있고 주변이 나무로 둘러싸여 있어 사적인 공간처럼 쓸 수 있는 구조였다. 도시에서는 느껴보지 못한 시원한 바람에 정신까지 맑아지는 기분이었다. 휴가철 피크가 막 지난 평일이라 사람이 많지 않았다. 시원한 계곡을 우리가 거의 독점하다시피 했다. 난 물이 무서워 발만 담갔지만 다들 물 만난 고기처럼 신나게 놀았다. 손이 빠른 다섯째가 백숙이며 문어 전복을 삶고, 신김치 베이컨 말이, 스테이크, 떡볶이, 냉면, 지짐이 요리를 척척 대령했다. 밤에는 조개구이랑 감자 고구마도 구워 먹고 불멍도 했다.

'갓생'합니다 [내부링크]

블챌 주간 일기 팝업을 계속 무시하다가 무심코 클릭하면서 쓰기 시작해 6번째 글을 남긴다. 때마침 가족 여행을 다녀온 터라 글감 고민 없이 바로 시작할 수 있었다. 매주 약간 고민도 되지만 꾸역꾸역 쓰다 보니 글이 쌓이는 게 신기하기도 하고, 주 1회 규칙적인 포스팅 습관이 자리 잡을 듯해 처음보다 적극적으로 임하고 있다. 8월 셋째 주부터라 월간 참여 이벤트에 해당 안 되는 건 나중에 알았다. 대신 월 1회 참가만 해도 스티커를 받을 수 있다기에 뭔가 찾아보니, 글쓰기 도구 모음 창에 있는 스티커 아이콘에 들어 있었다. 솔직히 '갓생'이란 단어는 처음이라 찾아보았다. [신조어 사전] 갓생 오피니언 > 사내칼럼 뉴스: 신을 뜻하는 영어 ‘갓(God)’과 인생을 합친 것으로 부지런한 삶을 일컫는다. 현실에 집중하면서 성실한 생활을 하고 생산적으로 계획을 실천해나가는 이른바 ‘타의 모범’이 되는 삶을 의미하는 말로 주로 젊은 ... www.sedaily.com 신을 뜻하는 영어 ‘갓(G

[드라마] 자폐와 가까워지다 ㅣ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내부링크]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연출 유인식 출연 박은빈, 강태오, 강기영, 전배수, 백지원, 주현영, 하윤경, 주종혁, 임성재, 진경 방송 2022, ENA 화제의 드라마 우영우는 다소 생소한 ENA채널과 넷플릭스에서 동시 방영되었다. 자폐 스펙트럼 장애가 있는 우영우 변호사의 로펌 생존기를 다룬다. 배우 박은빈은 자폐 연기가 부담스러워 출연을 고사했다지만, 본인의 우려가 무색할 만큼 우영우라는 캐릭터를 완벽하게 연기했다. 극중 ‘우영우’는 엉뚱하면서도 신비로운 매력을 발산하며 드라마 인기를 견인했다. 0.9프로로 출발한 시청률은 9회 만에 15프로를 갱신하고, 마지막 회에서 17프로대를 기록했다.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우영우 인기는 급상승 중이다. 고공행진을 이어간 시청률에서 알 수 있듯이 우영우를 향한 대중의 관심은 가히 폭발적이다. 드라마에 나오는 팽나무도 덩달아 유명해졌다. 한바다 로펌에 사건 의뢰가 들어오고 곧바로 재판 장면으로 이어지면서 극의 몰입도를 높였다. 매회 방송되는 에

드라마 |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lt;공동체에 이질적인 존재를 바라보는 시선을 말하다&gt; [내부링크]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연출 유인식 출연 박은빈, 강태오, 강기영, 전배수, 백지원, 주현영, 하윤경, 주종혁, 임성재, 진경 방송 2022, ENA 9월 초에나 느껴지는 까슬까슬한 감촉. 아침 공기가 어제와 다르다. 가을이 오려나보다. 지난주 종영한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는 무더웠던 여름, 내겐 시원한 사이다 같은 드라마였다. 팽나무와 하늘을 유영하는 고래들을 떠올리면 역시나 기분이 좋아진다. 아쉬운 마음을 달래고자 무뎌지기 전에 단상을 남긴다. Claudia14, 출처 Pixabay 자폐인은 자기만의 세계에 갇혀 있는 성향이 강하다. 그곳엔 나만 있고, 나와 너라는 개념은 없다. 즉, 사람들 속에서 공감 능력이 떨어진다. 감정을 잘 구별하지 못해 얼굴 카드로 다양한 감정을 익히고 표정 연습을 한다. 어린 영우는 밥만 주면 온종일 혼자 기차 잇기 놀이를 할 수 있는 아이였다. 옆에서 아버지가 눈물을 흘려도 놀이에만 열중한다. 법에 도통하지만 사람들의 미묘한 감정이나 의도를

영화후기ㅣ공조2: 인터내셔날&lt;슬기로운 공조&gt; [내부링크]

공조2: 인터내셔날 감독 이석훈 출연 현빈, 유해진, 윤아, 다니엘 헤니, 진선규 개봉 2022. 09. 07. 영화 공조가 돌아왔다! 올 추석 영화는 나의 강력한 요구로 가족들과 공조를 봤다. 평소 북한 소재 영화와 드라마는 즐겨 보는 편이다. 전편이 재밌어서 기대를 많이 했는데, 화려한 액션과 코믹한 전개로 2시간 9분 내내 지루할 틈이 없었다. 공조2에서는 FBI가 가담하면서 스케일이 더 커졌다. 출처: 네이버 전편에서 약간 식상하게 느꼈던 림철령(현빈 분)과 강진태(유해진 분)가 형, 동생하는 심파 요소가 빠지고, 어느 정도 대등한 입장에서 공조가 이루어진다. 말이 필요 없는 현빈의 멋진 액션만큼이나 유해진의 활약이 도드라진다. 사이버 수사와 과학수사를 적극 활용해 수사에 큰 도움을 준다. 액션도 늘었다. 두 꽃미남만큼 완벽하지 않지만, 결정적인 순간에 한방을 터트린다. 그의 수다와 어리버리함이 하나의 전략으로 비칠 정도이다. 까칠하던 현빈은 남한의 수사 방식에 익숙해져 유연

[영화리뷰] ‘이순신’ 불패 신화는 계속된다 | 한산: 용의 출현 [내부링크]

한산: 용의 출현 감독 김한민 출연 박해일, 변요한, 안성기, 손현주, 김성규, 김성균, 김향기, 택연, 공명, 박지환, 조재윤 개봉 2022. 07. 27. 영화 외계+인 1부, 한산, 헌트, 비상선언이 일주일 간격으로 개봉하면서 그 흥행 여부에 관심이 모아졌다. 최동훈 감독 영화는 다 챙겨 봤는데 너무 일찍 막을 내려 이번에는 보지 못했다. 호불호가 심하게 갈린 모양이다. ‘한산’은 추석까지 장기 상영을 이어가고 있으며, ‘이순신’ 불패? 신화가 다시 한번 입증되었다. 이 중 '한산'을 추석 전에 봤다. 영화 ‘한산’은 한산대첩을 모티브로 한다. 전작 ‘명량’보다 5년 전 과거를 다룬 후속작이다. 임진왜란이 발발한지 15일 만에 한양이 점령되고 선조 왕이 의주로 파천하는 정세 속에서, 조선은 전세를 뒤집을 만한 승전보가 절실했다. 한산대첩은 꺼져가는 국운을 다시 살리는 계기가 되었다. 영화는 소수의 군함으로 바다에 성을 쌓는 ‘학익진’ 전술로 대승을 거두는 과정을 담고 있다. 전

아버지 산소에 다녀온 이야기 | 프랑스자수 | 로즈마리 [내부링크]

태풍 '힌남노'는 가고 '난마돌'이 일본 쪽으로 경로를 꺾어 북상중이다. 요 며칠 태풍의 영향으로 바람 한 점 없이 후덥지근한 날씨가 계속되고 있다. 9월 중순도 지났는데 에어컨 리모컨에 자주 손이 가는 요즘이다. RoonzNL, 출처 Pixabay #아버지 산소 어제 토요일 오랜만에 친정에 온 작은 언니와 아버지 산소를 다녀왔다. 잔뜩 흐린 하늘이 '진주'를 지나면서 개이기 시작했다. 곡성군은 부산보다 체감 온도가 높게 느껴졌다. 오랜만에 고향을 찾은 엄마는 당신이 다닌 초등학교며 어린 시절 미꾸라지 잡던 개울을 가리키며 이런저런 추억담을 들려주셨다. 어린시절 엄마는 꽤나 개구졌던 것 같다. 편도 일차선 도로가 나 있는 나지막한 산길을 차로 조금 올라가자 양지바른 언덕에 자리 잡은 묘가 나타났다. 아버지 묘는 할아버지와 할머니 묘 옆에 자리한다. 우리들은 화장을 강력히 주장했지만 엄마가 반대하셨다. 그렇게 아버지는 고향땅에 묻히셨다. 그래서일까 자주 찾아뵙지 못한다. 엄마도 3년

언니와 함께한 시간들 [내부링크]

8∙9월 동안 친정에서 지낸 작은언니를 어제 배웅하고 왔다. 추억이 많이 쌓여서일까, 섭섭한 마음이 앞선다. 또 언제 만나자고 이런저런 약속을 하고 헤어졌다. 다들 그렇겠지만 우리 자매들은 어릴 때 보다 지금 더 사이가 좋다. 언니가 있는 동안 동해와 남해로 자매 여행을 다녀왔고 아버지 산소에도 다녀왔다. 추석에는 영화 공조2를 보고, 톰 크루즈 팬인 언니를 위해 ‘탑건 메버릭’도 봤다. 아이맥스 영화관이 처음인 나는 영화 내용보다 상영관 시설이 더 만족스러웠다. 지극히 주관적인 의견이지만, 솔직히 톰 크루즈 주연의 탑건3은 힘들 것 같다. 공조2가 박스 오피스1위 수성 중! '늑대사냥'에 잠시 1위를 내줬지만. 이 영화 급 땡기는데 호불호가 갈리는 모양이다. 잔인한 장면에서 눈을 감겠지만 배우 서인국, 정소민, 성동일, 장영남 씨 연기가 궁금해 볼 것 같다. 참외를 좋아하는 언니 덕분에 철 지나 비싸진 참외를 많이도 먹었다. 서면 맛집이라며 찐빵과 대형 김치만두도 맛보고, 명지에

소설 리뷰 | 책의 운명을 결정짓는 서점인들의 이야기 | 『오후도 서점 이야기』, 무라야마 사키 [내부링크]

오후도 서점 이야기 저자 무라야마 사키 출판 클 발매 2018.11.05. 이 책은 ‘책’을 구원하기 위해 애쓰다 결국 ‘책’으로 구원받게 되는 사람들의 이야기. /추천사, 4쪽 “그냥, 직감이에요∙∙∙∙∙∙.” 이 작가가 쓴 글은 재미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본문, 39쪽 그는 산골짜기 작은 마을에서 ‘오후도’라는 오래된 서점을 운영하고 있었다. 작은 서점과 책을 사랑하는 사람이었고, 책에 관한 이야기와 마을의 평화로운 날들에 대해 블로그에 일기처럼 매일 올렸다. /본문, 94쪽 긴가도 서점에서 누가 봐도 훌륭한 서가를 만드는 츠키하라 잇세이. 점장이 지어준 별명도 ‘보물 찾기 대마왕’. 신간은 물론 출간된 지 오래된 책 중에서도 팔릴 책을 찾아내 적확하게 기획해 판매하는 서점 직원. /본문, 148쪽 등장인물들이 책을 팔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은, POP를 만드는 것을 비롯해 띠지를 제작하거나 포스터를 그리고, SNS를 통해 다른 서점과 소통하면서 같은 책을 홍보하고 판매하는

비대면 시대에 우리가 일하는 방법 |『매우 혼자인 사람들의 일하기』(에세이 리뷰) [내부링크]

매우 혼자인 사람들의 일하기 저자 김개미, 김겨울, 김광혁, 김기영, 김영글, 김주영, 김택규, 노명우, 리우진, 신견식, 이지영, 황치영 출판 글항아리 발매 2020.12.01. 지난했던 코로나와의 싸움도 그 끝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 요즘, 한국은 거리 두기가 해제되었고 일상 회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난 2년 동안 재택근무가 늘었지만 위드 코로나인 지금도 여전히 재택근무를 희망하는 목소리도 들려온다. 일부지만 회사 복귀를 꺼리는 분위기는 ‘개인’보다 ‘집단’에 더 익숙한 대한민국에서 조금 낯선 광경이다. 그런데 코로나 시국에 ‘비대면’ 방식은 이전부터 그렇게 일해온 사람들에게 시선이 쏠리는 계기가 되지 않았나! 이 책은 혼자서 일하는 방식의 긍정적인 면들을 부각한다. 물론 직업군에 따라서는 비대면이 불가한 경우도 있고, 맞지 않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책에서는 집단에 속하지 않고 혼자 일하는 12인을 소개한다. 『매우 혼자인 사람들의 일하기』 번역가 김택규, 신견식 출판 교

소설리뷰 | 이상기온으로 인류가 감당해야 할 고통을 상상하다 | 『스노볼 드라이브』, 조예은 [내부링크]

스노볼 드라이브 저자 조예은 출판 민음사 발매 2021.02.15. 『스노볼 드라이브』 매년 이상 기온으로 지구가 몸살을 앓고 있다. 올해 장마도 길게만 느껴지는데 폭우로 인한 침수피해가 적잖은 모양이다. 유럽에서는 연일 40도가 넘는 폭염으로 사망자가 속출하고 있다. 그런데 녹지 않는 가짜 눈으로 뒤덮인 세상이라니! 폭염, 한파, 게릴라성 집중호우, 잦은 태풍이 아니다. 소설 『스노볼 드라이브』는 이 기괴하고 기발한 설정만으로도 페이지가 술술 넘어간다. 작가는 어느 여름날 휴게실에서 작업 도중에 들은 위협적인 빗소리와 천둥 번개 소리에서 “뭔가 잘못되고 있다는 기분과 함께 그 기분에 대해서 써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소설은 이상 기후에 대한 경각심에서 출발했다. 작가의 말을 좀 더 인용해 보자. 폭우도, 폭설도 많은 한 해였습니다. 이야기 속에서 눈이 그치지 않았듯이 우리 세상이 어느 날 갑자기 온화해질 리는 없지만, 또 이미 착실히 이상 징후들이 몰려오고 있는 것 같지

서두르지 않고 느긋하게 교토 골목 여행 (feat. 여행의 기쁨, 여행책 추천), 송은정 [내부링크]

일단 멈춤, 교토 저자 송은정 출판 꿈의지도 발매 2018.02.19. 최근 여행 에세이를 읽기 시작했다. 코로나 사태로 인해 2년간 묶였던 해외여행의 빗장이 풀리고 있다. 어디로 갈지 당장 정하지는 않았지만 여행 생각만으로도 기분이 들뜬다. 교토는 한 번 가보았다. 유명한 유적지를 중심으로 여행했다. 어디를 가나 관광객으로 넘쳐났던 기억이 난다. 그에 비해 이 책은 교토의 골목골목을 누비며 쓴 여행 기록이다. 맛집, 카페, 빵집, 서점, 공예품 가게, 술집, 온천, 일본식 동네 목욕탕인 센토에 대한 리뷰를 꼼꼼히 썼다. 걸으면서 카메라에 담은 사람들의 모습과 주위 풍경은 낯설면서도 어딘가 친근하게 느껴진다. ‘생활 밀착형 여행’이라 칭하고 싶다. 『일단 멈춤, 교토』 『일단 멈춤, 교토』 목차를 보면 알 수 있듯이 교토의 중앙 지역에서 시작해, 남쪽, 동쪽, 서쪽, 북쪽 순으로 도시를 일주하는 여행이다. 책을 읽고 교토라는 도시 전체를 다 돌아본 듯 머릿속에 그 이미지가 그려졌다.

독립출판 작가 7인에게 듣는 글쓰기 창작 노트 | 『당신의 글은 어떻게 시작되었나요』 [내부링크]

당신의 글은 어떻게 시작되었나요 저자 강준서, 구달, 김봉철, 김은비, 김종완, 안리타, 최유수 출판 디자인이음 발매 2019.01.10. 블로그에 올린 글이 종이책으로 독자들을 만나거나, 글쓰기 플랫폼에 쓴 글이 책 출간으로 이어지는 사례를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출판계가 어렵다고는 하지만 매월 다양한 분야의 신간이 쏟아진다. 누군가는 책을 읽거나 산다는 말이다. 그리고 유명 인기 작가는 아니어도 누군가는 글을 쓰고 있다. 작가라는 호칭에 손사래를 치는 겸손한(?) 작가도 있지만, 책을 내면 보통 ‘작가’라고 부른다. 우리 사회에 작가에 대한 환상과 존경은 여전하지만, 요즘 들어 작가로 데뷔하는 것은 예전만큼 어렵지 않아 보인다. 독립출판을 통해 마음만 먹으면 누구나 책을 낼 수 있으니 말이다. 인터넷 검색만 해봐도 최근 독립출판물의 인기를 실감할 수 있었다. 입소문을 타고 무명작가의 책이 천 권가량 팔렸다거나, '1만 부 예약 인기 작가 출현'과 같은 기사도 눈에 뜨인다. Pre

문장 미식가가 되고 싶은 당신을 위한 책 (feat. 미시마 유키오가 말하는 좋은 문장 ) | 『문장독본』 [내부링크]

문장독본 저자 미시마 유키오 출판 미행 발매 2022.02.28. 시중에 나와 있는 글쓰기 관련 책들을 보면 글쓰기 의욕을 고취하는 제목이 꽤 눈에 띈다. 나는 작법을 다룬 책보다 실천적인 글쓰기를 자극하는 제목의 책에 더 끌리는 편이다. 이런 책들 대부분은 어떻게 하면 글을 잘 쓸 수 있을까라는 필요에 충실히 답한다. 책을 읽으면 당장이라도 글을 쓸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소설가 미시마 유키오(1925~1970)의 『문장독본』(부인공론, 1959∙1)은 ‘작법’에 앞서 ‘문장을 맛보는 과정’에 방점을 둔다. 이것이 1959년 6월 단행본으로 출간될 당시 기존의 <문장독본> 책과의 차별점이기도 하다. 미시마는 책을 쓴 목적을 아래와 같이 밝혔다. 독서가는 (∙∙∙) 소설의 세계가 실제 존재하는 것처럼 그 안에서 살아갈 만큼 소설을 깊이 맛보는 독자를 말한다. 나는 이 책 『문장독본』을 지금까지 일반 독자로 만족하던 사람을 독서가의 길로 이끌려는 생각으로 쓰기

망해도 괜찮아, 초보 사장님의 좌충우돌 서점 운영기 | 『오늘, 책방을 닫았습니다』, 송은정 [내부링크]

오늘, 책방을 닫았습니다 저자 송은정 출판 효형출판 발매 2018.01.20. 브런치를 통해 우연히 「오늘, 책방을 닫았습니다」(1~10화)를 읽고 도서관에서 작가의 책 4권을 빌려왔다. 솔직 담백함에 끌렸다고나 할까? 제목에서 연상되는 우울함은 없었다. 폐점을 했지만 감당할 만한 작은 실패였다. 책을 읽고 무모하다기보다 꿈꾸는 일이 있다면 감당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과감히 도전하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을 했다. 송은정 작가의 책들 송은정 작가는 출판사 에디터로 방송작가로 근무하면서 늘 자신의 글쓰기에 갈증을 느꼈다고 한다. 몇 번의 이직 사이에 자리하는 작가의 두 가지 이력이 좀 특이하다. 북아일랜드 몬그랜지에 위치한 캠프힐에서 1년간 자원봉사를 했고, 서울 염리동 골목에서 여행 책방 ‘일단 멈춤’을 2년간 운영한 적이 있다. 이 두 가지 경험은 책출간으로 이어졌다. 『천국은 아니지만 살 만한』은 장애인들과 1년간 함께한 공동체 생활기이다. 초보 사장님의 좌충우돌 서점 운영

갭이어가 필요한 당신을 위한 책 | 『천국은 아니지만 살 만한』, 송은정 [내부링크]

천국은 아니지만 살 만한 저자 송은정 출판 북폴리오 발매 2017.08.30. 정말 하고 싶은 일이 있거나, 지금의 일에 비전이 없다고 느낄 때 이직을 생각하게 된다. 그러나 막상 새로운 일에 도전하는 것은 생각만큼 쉽지 않다. 아직 가 보지 않았기에 실패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송은정 작가는 이직을 준비하면서 우연히 캠프힐을 알게 되었고, 1년간 북아일랜드 몬그랜지 커뮤니티에 자원봉사를 다녀왔던 경험을 에세이로 풀어냈다. 캠프힐은 장애인을 돌보는 비영리 단체로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한데 어울려 사는 마을 공동체이다. 몬그랜지 캠프힐의 구성원은 약 80여 명이고, 이들은 함께 노동하고 먹을 것을 나눈다. 세계 각지에서 온 코워커들은 노동의 대가로 숙식과 약간의 포켓 머니를 제공받는다. 외국의 지원자들은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갭이어로 캠프힐을 찾는 이들이 많다. Previous image Next image 『천국은 아니지만 살 만한』 작가는 자원봉사가 목적은 아니었

'유쾌한 그림 읽기 입문서' | 『미술관에 가고 싶어지는 미술책』, 김영숙 [내부링크]

미술관에 가고 싶어지는 미술책 저자 김영숙 출판 휴머니스트 발매 2021.08.02. 책 표지 안쪽 날개에 저자 이력이 눈에 뜨였다. 김영숙 저자는 스페인어를 전공하고 남미 여러 나라의 대사관에서 일하다가, 육아를 위해 직장을 그만두고 미술 관련 책을 읽으면서 뒤늦게 서양 미술사 공부를 시작했다. 2000년 온라인에 올린 미술 이야기가 독자들의 호응을 얻어 책으로 출간, 지금까지 약 30여권의 저서를 집필했고 강연도 활발하게 진행하고 있다. 내 선입견일 수도 있지만 미술(그림)은 다른 예술 분야에 비해 쉽게 접근하기 어려운 장르인 것 같다. 정적이고 많은 생각을 요구한다. 음악이라면 무대 공연의 짜릿함으로 즉흥적인 감동과 반응을 이끌어 내지만, 미술은 이미지를 통해 드러나는 주제를 캐치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런 의미에서 텍스트를 기반으로 하는 문학과 비슷하다. 그림에도 스토리가 있고, 작가의 삶과 시대 배경이 작품을 이해하는데 중요한 요소가 된다. 『미술관에 가고 싶어지는 미술책』은

비극을 찾아가는 여행 | 『므레모사』, 김초엽 [내부링크]

므레모사 저자 김초엽 출판 현대문학 발매 2021.12.25. 김초엽 작가의 신간 『므레모사』는 재난 지역인 므레모사를 여행하면서 참가자들이 지금도 진행 중인 그곳의 비극과 직면하는 다크 투어리즘을 다룬 소설이다. 작가의 말에서 보듯이 유쾌함보다 절망감이 소설을 가득 메운다. 시간이 흐르면 어떤 죽음은 투어의 대상이 된다. 여행자는 자유롭게 넘나드는 존재이면서 침범하고 훼손하는 존재이기도 하다. (∙∙∙) 나는 이해의 실패로부터 발생하는 이야기들을 좋아하는데, 이것은 그 실패의 결과를 파국으로 밀어붙인 시도였다. 작가의 말, 『므레모사』, 201쪽 므레모사라는 지역에 발생한 생화학 무기 공장 화재로 유해 물질이 유출되고 그 땅은 죽음의 땅이 되었다. 수십 년 동안 외부와 단절된 그곳으로 거주민들이 돌아오고 국제사회의 지원이 이루어진다. 이르슐 당국이 므레모사 지역에 처음으로 민간인 투어팀을 받아들이는데, 여기에 합류한 유안과 레오는 그 땅의 충격적인 진실과 마주한다. 투어 참가 열기

삶이란 우주 | 『벚꽃의 우주』, 김인숙 [내부링크]

벚꽃의 우주 저자 김인숙 출판 현대문학 발매 2019.04.25. 김인숙 작가의 『벚꽃의 우주』에서 주인공 미라는 자신에게 제일 소중한 걸 지키기 위해 살인을 저지른다. 미라는 결혼까지 생각하는 민혁이 21년 전 고등학생일 때 함께 본드를 마시다 죽은 친구를 땅에 묻었다는 충격적인 고백을 듣는다. 민혁과 공범인 친구들은 본인들이 죽인 게 아니라고 말하면서도 죄책감에 시달렸다. 민혁을 제외한 나머지 친구들은 밑바닥 인생을 살고 있고, 민혁은 어엿한 사회인이 되어 곧 결혼할 여자도 있다. 이를 질투한 정명주는 그때 일로 민혁에게 돈을 요구한다. 그녀는 사건의 당사자 중 한 명인 송중호의 학대를 견디면 살아간다. 미라는 14세 때 교통사고로 엄마를 잃고 새아빠가 될 뻔한 천문대라는 별명을 지어준 아저씨를 원망했다. 아저씨의 운전미숙으로 사고가 났다. 멋진 벚나무가 있는 호숫가 집을 떠나 다시 고향으로 내려온 건 결혼한 이후이다. 아이가 태어나고 엄마의 집을 펜션으로 개조했다. 천문대 아저

[드라마] 마음은 치유가 될까!, 악의 마음을 읽는 자들 [내부링크]

악의 마음을 읽는 자들 연출 박보람 출연 김남길, 진선규, 김소진, 이대연, 김원해, 김혜옥, 정순원, 공성하, 려운 방송 2022, SBS 우리나라에 프로파일러의 필요성이 대두된 계기는 유영철 연쇄살인 사건으로 알고 있다. 알다시피 유영철은 부유층을 노린 무차별 살인을 저질렀고, 유흥업소 여성 종사자를 살인하고 사체를 토막 내어 유기해 세상에 충격을 주었다. 그 피해자는 20명에 이른다. 현장에 증거를 남기지 않았고 머리를 내리친 도구를 직접 만들어 검거에 어려움이 많았다. 금품에는 손도 대지 않았다. 기존에 없던 유형의 살인사건이었다. 이 사건은 영화 「추격자」, 다큐멘터리 「레인코트 킬러」로 재조명되었다. 다큐를 본 그날 밤 문단속을 한 번 더 했던 기억이 난다. 실화를 모티브로 하다 악의 마음을 읽는 자들 「악의 마음을 읽는 자들」은 우리나라에 프로파일링이 도입되는 과정을 다룬 12부작 드라마다. 유영철 사건을 포함해 실제 사건을 모티브로 했다. 스토리는 빨간 모자 사건, 서

책 읽고 싶어지는 책, 북튜버 '겨울서점'이 들려주는 따뜻한 책 이야기 | 『독서의 기쁨』, 김겨울 [내부링크]

독서의 기쁨 저자 김겨울 출판 초록비책공방 발매 2018.01.01. 자기개발서에는 손이 잘 안 가지만 가끔 글쓰기나 독서에 관한 책을 읽는다. 관심사여서 인지 두 분야에서 풍부한 경험을 소유한 저자들의 이야기는 내게 자극과 동기부여가 된다. 『독서의 기쁨』은 도서관 서가에서 예쁜 표지가 먼저 눈에 들어왔다. (저자는 책 표지에 대단히 고집스럽다) 김겨울 저자는 유튜브 ‘겨울 서점’ 채널을 운영하고 있는 북튜버이자, 싱어송라이터로 활동 중이다. 책과 글이 없는 삶을 상상해 본 적이 없다고 스스로를 소개한다. 책을 소개하는 유튜브를 방문한 적이 없다는 생각에 책장을 넘겼다. 이 책은 독서법에 관한 책은 아니다. 서평이나 책 소개도 약간 있지만, ‘책’의 ‘물성(物性)’과 ‘정신성’, 책에 관한 다양한 이야기, 저자의 풍부한 독서 경험을 담고 있다. Previous image Next image 『독서의 기쁨』 물성과 정신성 책 표지만 보고 책을 구입한 경험이 있나요? 책 표지, 내지

삶과 죽음의 반전 -『목숨을 팝니다』, 미시마 유키오 [내부링크]

목숨을 팝니다 저자 미시마 유키오 출판 예문아카이브 발매 2016.12.05. 어떤 이야기? 소설 『목숨을 팝니다』(집영사, 1968년)는 자살 기도에 실패한 주인공 하니오가 자신의 목숨을 판다는 신문광고를 내고, ACS라는 국제 마약∙밀수 조직의 타깃이 되면서 벌어지는 기이한 일들을 다뤘다. 하니오는 자살에 실패하자 돈을 받고 목숨을 파는 쪽으로 전략을 바꾼다. 의뢰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죽음을 당하는 것이다. 의뢰인들은 다음과 같다. 바람난 아내를 죽여 달라는 늙은 노인 자기 처의 정부가 되어 두 사람이 침대에서 발각되고 사살당하는 시나리오다. 발각되지만 그는 죽지 않고 오히려 다음날 여자가 변사체로 발견된다. 약물 실험의 대상이 돼 달라는 도서관 사서 사람의 의지를 조종하는 약물이다. 권총으로 관자놀이를 쏘도록 명령을 내린다. 순간 여자가 총을 빼앗아 스스로 자살한다. 하니오를 사랑하게 된 나머지 사랑받을 자신이 없어 죽었다는 것이다. 엄마가 ‘흡혈귀’인 소년 밤마다 침대에서 그

‘한국 정원의 품격을 찾아가는 참된 역사 인문 기행의 여정’ -『한국 정원 기행』, 김종길 [내부링크]

한국 정원 기행 저자 김종길 출판 미래의창 발매 2020.06.01. 일본 교토에 있는 료안지와 가쓰라리큐, 그리고 가나자와의 겐로쿠엔을 방문한 뒤로 ‘옛 정원’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료안지의 유명한 ‘석정’은 하얀 자갈 모래 위에 몇 개의 바위가 듬성듬성 올려져 있고, 바위를 중심으로 잔물결이 퍼져 나가는 형상을 표현했다. 잘 정돈된 깔끔한 외형이 먼저 눈에 들어왔다. 우리나라에는 없는 거라 호기심 있게 봤다. 긴 장방형의 정원 바깥은 무성한 수목이 낮은 담을 넘어올 듯 말 듯 서 있고 한 프레임에 넣기 힘든 긴 정원 내부와 묘한 조화를 이루었다. 뭔가 신비스러웠다. 짧은 순간이지만 명상 속으로 이끄는 편안함이 느껴졌다. 그때 정원의 구조나 구성에 대해 좀 더 알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팸플릿 설명만으로는 부족했다. 어쩜 반추하는 시간이 더 필요했을지도 모른다. 빠듯한 일정인지라 이내 자리를 떴다. 교토 료안지 석정 가쓰라리큐는 황가의 별장으로 조성되었다. 규모가 상당하다.

[드라마]불멸하는 사랑만 남았다, 불가살 [내부링크]

불가살 연출 장영우 출연 이진욱, 권나라, 이준, 공승연, 정진영, 박명신, 김우석, 한동규 방송 2021, tvN 가족의 복수라는 소재는 진부하지만 여전히 설득력 있다. 드라마 불가살은 ‘환생’과 ‘복수’가 만나 더 처절한 복수극으로 시청자들을 만났다. 육백 년 전 조선이 개국하고 조정은 악귀들의 씨를 말리는데, 그 과정에서 불가살(권나라 분)이 단활(이진욱 분)의 가족을 몰살한다. 이때 영원히 죽지 않는 불가살이 된 단활이 가족의 복수를 위해 육백 년 간 환생을 거듭하는 민상욱(권나라 분)을 쫓는다. 각기 다른 인생으로 환생한 단활의 가족들과 단활은 가족애로 그리고 민상욱과 단활은 애증으로 얽힌다. 그런데 진짜 그의 가족을 죽인 이는 또 하나의 불가살인 옥을태(이준 분)였다. 진실은 천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단활과 민상욱은 이 세상에 유일한 불가살이었다. 비극은 여자 불가살이 인간 아이에게 마음을 빼앗기고, 이를 남자 불가살이 질투하면서 시작되었다. 육백 년 전의 단활과

'좋아하는 마음을 잊은 당신께 덕질을 권합니다' - 『그깟 ‘덕질’이 우리를 살게 할 거야』, 이소담 [내부링크]

그깟 ‘덕질’이 우리를 살게 할 거야 저자 이소담 출판 앤의서재 발매 2022.01.28. 도서관 신간 코너에서 제목에 끌려 책을 펼쳤다. 내가 ‘덕질’이라는 개념을 처음 알게 된 것은 TVN 드라마 ‘응답하라 1997’이 아닌가 싶다. 아이돌 hot와 젝스키스의 사생팬들의 불꽃 튀는 경쟁이 너무나 과격해서 오히려 폭소를 터트렸던 기억이 난다. 이 책은 일본 문학 전문 번역가 이소담 씨의 ‘덕질의 세계’를 소개한다. 덕질의 긍정적인 의미에 대한 작가의 진솔한 생각을 접할 수 있다. 작가는 덕질로 일본어 공부를 시작해 번역가가 되었다. 일본어 덕질은 좋아하는 일본 성우의 무대공연을 보기 위해 일본으로 날아간 것이 시작이었다. 어느새 일본 문학을 사랑하게 되었고 그것을 우리말로 아름답게 옮기는 것이 목표이자 꿈이 되었다. 책 구성은 네 부분으로 되어 있다. 『그깟 ‘덕질’이 우리를 살게 할 거야』 가수나 배우, 드라마와 영화를 좋아하고 즐겼을 뿐인데, 덕질은 작가의 삶에 긍정적인 에너지

엄마를 임신하다 - 『엄마かか』, 우사미 린 [내부링크]

엄마 저자 우사미 린 출판 미디어창비 발매 2021.11.19. 우사미 린의 소설 『엄마』는 엄마의 수술을 하루 앞둔 주인공 우짱이 “어떤 생각과 대면하기 위해”, ‘구마노’로 여행을 떠나는 전날부터 시작한다. 구마노는 일본의 성지 중 하나로 ‘구마노 고도(古道)’라는 순례길이 있다. 우짱은 순례길에 있는 세 신사 중 일본을 낳은 여신, 이자나미를 모시는 나치다이샤에 가려는 참이다. 완행열차 갈아타기를 반복해 편도 열 시간 이상 걸리는 여정이다. 우짱의 부모님은 그녀가 어렸을 때 아빠의 외도로 이혼했다. 우짱의 엄마는 언니가 외로울까 봐 자신을 덤으로 낳았다는 할머니 할아버지를 원망한다. 부모의 편애와 아빠에게 버림받은 상처로 엄마는 불행하다. 우짱의 엄마는 자신의 불행에 갇혀 스스로를 학대한다. 걸핏하면 술 먹고 난동을 피우고 필러로 몸의 일부를 벗겨내는 자해를 일삼는다. 외할아버지 외할머니는 우짱과 남동생 밋군보다 죽은 이모의 딸 아키코를 편애한다. 우짱은 대학에 떨어져 재수 중

[공유] 『문장독본』 | 미시마 유키오 [내부링크]

https://blog.naver.com/mihaenghouse/222657025877 [문장독본] 미시마 유키오, 강방화·손정임 옮김 문장독본文章讀本 미시마 유키오 강방화·손정임 옮김 지은이 미시마 유키오 옮긴이 강방화·손정임 원제 文... blog.naver.com 미시마 유키오(1925~1970)는 다독가이자 다작가이다. 16세에 데뷔한 이후 자살로 생을 마감하기까지 글을 쓰지 않은 해가 없었다. 소설, 희곡 외에 에세이, 소논문, 편지, 일기, 창작 노트, 대담 등등, 생전에 그가 남긴 방대한 작품과 발언은 44권에 달하는 전집에 수록되었다. 우리에게 '금각사', '가면의 고백'으로 친숙한 작가는 그 명성에 비해 국내에서 번역된 작품은 그리 많지 않다. 그것도 소설이 대부분이다. 그런 중에 비소설 분야의 번역 출간이 반가웠다. 출판사 미행 블로그를 통해 출간 소식을 우연히 알게 되었다. 홍보글을 보면 미시마의 『문장독본』 은 글쓰기의 기능적인 측면보다 독자로 하여금 독서를 통

[영화]모가디슈-미워도 한민족 [내부링크]

모가디슈 감독 류승완 출연 김윤석, 조인성, 허준호, 구교환, 김소진, 정만식 개봉 2021. 07. 28. 2021년 7월 미국이 아프간 철수를 선언하고 서방국의 탈출 러시가 이어지자 카불 공항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되었습니다. 각 나라마다 자국민 수송을 위한 군용기 내지 항공기를 아프간에 급파했고 미국에 협력한 현지인들도 탈출 러시에 대거 합류했었죠. 이때 국내에서는 영화 모가디슈가 소환되었습니다. 현지 상황이 영화 속 현실과 너무 비슷했기 때문인데요, 달라진 게 있다면 우리나라의 국격과 국력이 90년대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향상된 것이죠. 일명 미라클 작전은 한 편의 영화였죠. 이웃나라 일본과 달리 한국은 철두철미하게 준비했고 대사관 직원들의 헌신적인 노력과 기치로 현지 조력자들을 무사히 데려올 수 있었습니다. 한국은 도움을 받는 나라에서 주는 나라가 되었습니다. 작전의 성공으로 애국심이 한껏 고취되었습니다. 영화는 실화를 바탕으로 했기에 감동이 배가 되었습니다. 북한을 돕지

어느 노숙자의 죽음 - 『도쿄 우에노 스테이션』, 유미리 [내부링크]

도쿄 우에노 스테이션 저자 유미리 출판 소미미디어 발매 2021.09.15. 2021년 여름, 도쿄 올림픽이 우여곡절 끝에 막을 내렸다. 우려 속에 개최되었고 과거의 영광을 재현하겠다는 희망은 물건 너 갔다. 일본 선수들은 역대 최대 성적을 올렸지만, 올림픽 특수는 사라졌고 일본 국민들은 막대한 재정 부담을 떠 않게 되었다. 그도 그럴 것이 코로나 팬데믹이 아니었던가! 그런데 일본이 올림픽 개최에 한참 열을 올릴 때 그 실효성에 의문을 가진 이들도 있었을 것이다. 2011년 동일본 대지진이 발생하고 2년 뒤 도쿄 올림픽이 결정되었고, 국난을 헤쳐 나갈 절호의 기회인 양 정계는 한 컷 들떠 있었다. 그러나 당시 도호쿠 지방의 복구는 미비한 상태였고 삶의 터전을 잃어버린 주민들은 여전히 임시주택에 거주하고 있었다. 올림픽 특수가 수도권에 집중되어 복구에 차질이 생기는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유미리 작가의 『도쿄 우에노 스테이션』은 국가 발전을 위해 희생된 개인의 삶을 조명함으로

또 하나의 '을'들의 이야기- 『코리안 티처』, 서수진 [내부링크]

코리안 티처 저자 서수진 출판 한겨레출판사 발매 2020.07.28. 제25회 한겨레문학상 수상작이다. 책날개에 작가 프로필이 너무 단출해서 오히려 끌렸다. 작가는 서울에서 태어나고 자랐으며, 호주에서 살고 있다는 기록이 프로필의 전부다. 호주에서 소설 집필 중에 코로나 사태가 터지면서 수업이 모두 취소되고 실직 상태가 되었다는 걸 보니, 작가는 가르치는 일에 종사했던 것 같다. 집필 당시 “벼랑 끝에서 소설을 쓰는 기분이었다"라고 회상한다. 소설은 한국 명문 H 대학에서 운영하는 한국어 학당 선생님들이 겪는 고충을 그린다. 또한 우리나라 어학당의 어두운 면도 보여준다. 개정된 강사법에 의하면 주 15시간 초과 수업 시 정규직 전환이 필수다. 학교 측에서는 당연히 그 이하로 시간 책정을 하기 때문에 강사들 대부분이 두 개 학교를 병행한다. 어렵게 취업이 되어도 계약직이라 '학생 평가'에서 일정 점수에 못 미치면 재계약은 없다. 수업을 아무리 잘해도 학생들과 트러블이 생기면 학평은 낮

여자라서 행복해요 - 『여자라는 생물』, 마스다 미리 [내부링크]

여자라는 생물 저자 마스다 미리 출판 이봄 발매 2014.10.30. 마스다 미리는 만화가, 일러스트레이터, 에세이스트로 활동 중인 일본 작가이다. 이웃 블로그를 통해 처음 알게 되었다. 2014년 11월 2일 첫 내한 기념 사인회를 가졌고, 번역된 책 가짓수로 한국에서 작가의 인기를 실감할 수 있었다. ‘여자라는 생물’, ‘영원한 외출’, ‘혼자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3권을 도서관에서 빌려왔다. 이번 포스팅에서는 『여자라는 생물』에 대해 소개한다. 책은 일본과 한국에서 2014년에 출간되었다. 여자와 남자는 생물학적으로 다르다. 그뿐인가, 남녀가 가진 전혀 다른 기질과 성향은 존 그레이의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라는 책 제목이 압축적으로 설명한다. 여자라는 우주와 남자라는 우주가 겪는 갈등은 서로 상반된 관심 포인트에서 기인하지만, 이성적으로 그 다름을 인정하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 『여자라는 생물』은 69년생인 작가가 40대 중년이 되어 자신의 삶 속에서 체험한

‘혼자 여행이 즐거워진다!’, ‘마스다 미리의 좌충우돌 여행기’ [내부링크]

혼자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저자 마스다 미리 출판 북포레스트 발매 2021.02.05. 마스다 미리 작가는 일본 도도부현 47개 지역을 2002년 12월부터 2006년 9월까지 매달 한 곳씩 여행했다. 인터넷에 연재했던 「마스다 미리의 47개 도도부현 혼자 가보자」의 글을 책으로 낸 것이다. 원작은 2008년 출간되었다. 여행 순서는 다음과 같다. 300페이지에 달하는 여행 에세이다. 여행서적에 단골로 등장하는 사진이나 일러스트는 책 중간, '혼자 여행 추억앨범'에 47장을 모아둔 게 다다. 각 장이 끝나는 페이지마다 프롤로그를 대신하는 4컷 만화와 경비 지출이 꼼꼼하게 정리되어 있다. 일지나 일기 같은 여행 기록 느낌이 난다. 여행 동기는 “전부 안 가보면 아쉽잖아?”, 단지 그거였다. 소박한 동기로 당차게 시작했지만 관두고 싶을 때도 있었다. 28번째 여행지인 야마가타 현은 억지로 떠났지만 힐링을 만끽한다. 일단 떠나는 것이 중요한 것 같다. 여행은 뭐든 배우라고 종용하지 않고 그

영원한 이별에 대하여 -『영원한 외출』,마스다 미리 [내부링크]

영원한 외출 저자 마스다 미리 출판 이봄 발매 2018.12.17. 우리들은 언젠가 부모님이 부재하는 시간을 살게 된다. 『영원한 외출』은 마스다 미리 작가가 가까운 친척과 아버지를 영원히 떠나보낸 슬픔과 그들의 부재 속에서 겪은 다양한 감정들을 담담하게 그린 에세이다. 첫 에피소드에 등장하는 삼촌은 자식이 없었다. 자식이 없어도 부부 사이에 “이런저런 할 애기가 많아” 하고 말씀하셨던 삼촌 부부를 통해 작가는 “사람의 행복은 다면적”이라고 느꼈다. 작가는 삼촌과의 영원한 이별의 순간에 “다정하게 대해주어서 고마워요”라고 쓴 편지를 관에 넣었다. 암 4기로 6개월 여생을 선고받은 아버지. 작가는 아버지에게 물어보지 못한 것들이 많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어쩜 아버지가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에 도쿄에서 오사카 본가에 갈 때마다 ‘아버지와 이야기하기’라는 이벤트를 진행한다. ‘아버지의 어린 시절’에 대해 취재한 내용을 작은 책자로 만들어 우편으로 보냈다. 그게 마음에

「아직 집에는 가지 않을래요」, 『2020 현대문학상 수상소설집』, 백수린 [내부링크]

최근 한국 현대소설을 읽고 있는데 『2020 현대문학상 수상소설집』은 수상작인 「아직 집에는 가지 않을래요」라는 제목에 끌려 도서관에서 빌려 읽었다. 수상작 외에 10편의 수상 후보작 중 9편이 여성작가의 작품이다. 책에 수록된 작품 평에 의하면 최근 한국 소설의 경향은 ‘여성 서사’가 압도적이라고 한다. 그러고 보니 이러한 트랜디는 영화나 드라마에서도 볼 수 있다. 얼마 전 방영된 넷플릭스 드라마 <마이네임>(2021)은 남성 서사가 중심인 기존 누아르 장르와 달리, 여성 주인공을 전면에 내세워 자칫 진부해질 수 있는 극에 신선함을 더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박정훈 감독의 영화<낙원의 밤>(2021)에서도 재연이 삼촌을 죽인 조직에 복수하는 마지막 총격신은 화면을 압도하기에 충분했다. 본 글에서는 백수린∙김사과 작가의 작품에 대한 감상을 남겨본다. 해당 작품들의 소재는 위 작품들만큼 자극적이지 않지만, 소소한 일상 속에서 등장인물들이 겪는 고민과 갈등에 공감이 갔다. 백수린, 「아직

죽은 자는 말이 있다 -『내가 죽어 누워 있을 때』, 윌리엄 포크너(지음), 김명주(옮김) [내부링크]

작가에 대해 미국 소설은 에드거 앨런 포나 오 헨리의 단편 소설 외 읽은 기억이 거의 없다. 소설이 원작인 영화를 더 많이 봤다. 『위대한 작가는 이렇게 쓴다』(교유서가, 2017)의 저자 윌리엄 케인의 추천으로 난해하다는 윌리엄 포크너(1897~1962) 소설에 도전해보기로 했다. 초기 대표작인 『음향과 분노』(1929)를 읽고 싶었지만 도서관에 없어서 본 작품을 읽었다. 포크너의 『내가 죽어 누워 있을 때 As I Lay Dying』은 1930년에 출간된 미국소설이다. 다섯 아이의 엄마인 애디가 죽자 남편과 자식들이 그녀의 유언을 따라 40마일이나 떨어진 장지로 길을 떠나는 이야기이다. 포크너는 미국 남부 미시시피주 뉴올버니 출신이다. 인종갈등은 남부 출신인 포크너 소설의 한 축을 담당하는데 해당 작품은 인종 문제는 다루지 않고 부조리극에 가깝다는 인상을 받았다. 어떤 이야기 앤스와 애디 부부는 슬하에 4명의 아들과 1명의 딸이 있다. 그들의 이름은 캐시, 달, 주얼, 바더만,

'영화'와 '시'에 관한 단상 - 『영화와 시』, 정지돈 [내부링크]

책 장정을 만져 보고 읽고 싶어진 책을 오랜만에 만났다. 아래와 같이 색다른 책 기획도 눈에 뜨였다. 책 뒷표지 안쪽에서 가져왔습니다 정지돈 작가의 『영화와 시』는 ‘영화’와 ‘시’에 관한 에세이다. 지극히 작가 개인적인 경험과 생각을 토대로 하지만, 영화와 시라는 장르가 어떻게 연결되는지 궁금해서 책을 읽었다. 그런데 책 30쪽에 그런 불가분의 관계 같은 건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는 저자의 고백이 눈에 들어온다. 이 책은 저자 자신의 경험에 바탕을 둔 영화와 시에 관한 단상에 가깝다. 작가는 영화광이었던 것 같고, 시에 대한 애착도 남달라 보인다. 자신의 ‘영화 인생’ (작가는 그런 게 있다면, 하고 겸손하게 말하지만)에 함께 했던 영화들을 줄줄이 소환하는데, 생소했고 감독 이름이나 제목만 봐도 어려워 보였다. 책 전체를 통해 언급한 감독들, 영화 제목을 나는 거의 알지 못했고, 시와 인연이 없는 나에게 러시아 저항 시인들의 시는 무척 생소했다. 소개되는 작품 중 개중에는 지적

소설 읽기의 즐거움 - 『읽다-김영하와 함께하는 여섯 날의 문학 탐사』, 김영하. [내부링크]

어떤 블로거는 매년 백여 권의 책 읽기를 실천하면서 서평을 반드시 블로그에 올린다고 한다. 대단한 열정이다. 나는 다독가는 아니지만 ‘평생 독서’를 한다면 내게 꼭 필요한 책을 선별해 기왕이면 피가 되고 살이 되는 책읽기를 실천하고 싶다. 추천 도서나 서평은 많은 도움이 되었는데 소설가 김영하의 『읽다』도 그중 한 책이다. 『읽다』는 『보다』, 『말하다』에 이어 출간된 ‘삼부작 산문’의 완결편이다. 김영하 작가는 “어떻게 작가가 되었나요?”라는 질문에 “내가 읽은 것들이 작가로서 내가 쓸 수 있는 것을 결정했다”며, 인생 체험보다 독서 경험이 전부임을 강조한다. 그리고 읽은 작품들의 ‘다시 쓰기’가 자신의 소설이라고 말한다. 이 책은 작가 자신이 영향을 받은 작품들을 소개하고 소설 읽기에 관한 몇몇 이론가들의 견해를 인용하면서 현재까지 완성된 그의 독서 지도를 보여준다. 나는 소설 읽기의 가치를 새롭게 인식하는 계기가 되었고, 어떤 책을 읽을 것인가에 대한 힌트를 얻을 수 있었다.

침대와 소파, 그리고 소설 - 『꿈』, 프란츠 카프카(지음), 배수아(옮김). [내부링크]

프란츠 카프카(1883~1924)는 자신의 ‘꿈’에 관한 기록을 많이 남겼다. 『꿈』은 그의 소설, 편지, 일기에 기록된 꿈과 관련한 에피소드를 뽑아 엮은 책이다. 『꿈』의 원전은 1990년 이탈리아에서 처음 출간되었고, 한국어판은 1993년 독일에서 재편집한 책을 번역했다. 책의 구성을 보면 서문에 앞서 작가와 책에 대한 해설과 이탈리아와 독일 편집자들의 글이 각각 실려 있다. 본문이 끝나면 44개의 주해를 정리한 페이지가 이어지고, 후기, 약어, 옮긴이의 글, 그리고 연보로 책이 마무리된다. 연구서를 방불케 하는 구성이다. 독일 편집자는 카프카의 꿈을 ‘해석’하는 것은 독자의 몫으로 돌렸다. 카프카의 소설에는 수면과 관련된 소품 이를테면, 침대나 소파가 자주 등장하고, 주인공들은 과다 수면증을 앓거나, 「변신」의 그레고리 잠자처럼 어느 날 아침 눈을 떠 보니 끔찍한 벌레가 된 채 침대에 누워있는 자신을 발견하는 기이한 상황과 맞닥뜨리기도 한다. 작품의 소품으로 사용된 침대나 소파

‘착한 글’이 어때서? - 『초급 한국어』,문지혁 [내부링크]

초급 한국어 저자 문지혁 출판 민음사 발매 2020.11.27. 새로운 삶의 가능성을 찾아 이민을 가는 이들이 있다. 더 큰 배움을 쫓아 유학하기도 한다. 그 세계 안에서도 성공하는 자와 실패하는 자가 갈린다. 그런데 성공과 실패의 기준은 과연 무엇일까? 뉴욕에서 대학원을 졸업하고 이민작가를 꿈꾸는 문지혁에게 성공이란, 아마도 파트에서 풀 타임 강사가 되고 영주권, 그린카드, 퍼머넌트, 레지던시로 이어지는 수순을 밟아 중국인 이민 작가 하진처럼 되는 것일 테다. 풀타임 심사에서 탈락한 그는 편법에 기대는 것 외 더는 체류할 방법이 없다. 그런데 귀국 길에 오르는 그의 발걸음이 한결 가벼워 보인다. 마음을 짓누르던 짐을 벗은 사람처럼. 소설은 자신 안의 방황을 끝낸 주인공이 객관적인 성공의 기준을 넘어 다시 시작할 희망과 용기를 얻는다는 따뜻한 이야기다. 소설의 묘미는 그 과정을 그가 맡은 ‘초급 한국어’ 수업을 통해 자연스럽게 녹여낸 데 있다. 그것은 거창하게 말하면 ‘사람은 무엇으

작심하고 또 작심하고 - 『오늘 밤은 굶고 자야지』, 박상영 [내부링크]

박상영 작가는 출근 전 회사 근처 카페에서 2∙3시간 정도 글을 쓰고 9시에서 오후 6시까지 근무한 뒤 퇴근 후에 글쓰기를 이어가 퇴사할 즈음에 2권의 책을 출간했다. 등단하고 작가가 되기까지 50군데도 넘게 공모전에 떨어지는 시행착오를 겪었고, 대학원 학자금 대출 상환과 생활비를 충당하기 위해 직업전선에 뛰어들었다고 한다. 얼마 전까지도 직장인 소설가라는 타이틀이 있었으나 현재 전업작가로 활동 중이다. 박상영 작가의 첫 산문집 『오늘 밤은 굶고 자야지』는 직장생활을 거쳐 전업작가가 되기까지의 과정과 퇴사 이후의 일상을 자신의 비만과 관련한 에피소드를 중심으로 소개한다. 작가는 프로필 사진에서 보이는 풍채와 달리 고도비만을 앓고 있다. 대학생 때보다 30 정도 더 쪄서 간만에 만나는 지인들을 놀라게 한다. 매일 밤 “오늘 밤은 굶고 자야지”하고 다부진 결심을 하지만 끝내 배달 앱을 켜고 마는 자신을 혐오하면서도 먹고 편안히 잠들 수 있는 것에 안도한다. 다음 날 또 후회하더라도 말이

&lt;The3LIVE&gt; 공연 후기입니다 [내부링크]

정미조X말로X박주원 〈THE 3 LIVE〉 - 부산 장르 콘서트 장소 영화의전당 하늘연극장 기간 2021.12.17. 2021년 12월 17일 영화의 전당 하늘연극장에서 열린 <The3LIVE> 공연에 다녀왔다. 공연은 ‘정미조, 말로, 박주원’ 3인의 뮤지션으로 꾸며졌다. CD에서는 느낄 수 없었던 라이브만의 매력에 푹 빠졌다. 심장이 고동치고 손과 발이 리듬에 따라 저절로 움직였다. 그래픽 영상과 음악이 어우러져 환상적인 분위기를 연출했다. 2주 정도 시간이 흘렀지만 후기를 올리는 지금까지 유튜브에서 출연자들을 찾아보곤 한다. 영화관 외에 공연장을 가본 기억은 손에 꼽을 정도이다. 저물어가는 2021년 아쉬움에 예약을 했는데 때마침 위드 코로나로 거리 두기가 완화된 상황이었다. 공연 날짜가 가까워지고 확진자가 급증해 걱정했지만, 공연은 좀 더 강화된 방역기준을 적용해 예정대로 진행되었다. 당초 전좌석 매진이었던 모양인데 당일 2/3 정도 객석이 찼다. 프로그램은 다음과 같다.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