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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보험 제1호 피보험자 종료 수속의 날 [내부링크]

한국과 마찬가지로, 일본에도 국민건강보험 제도가 있다. 한국의 지역가입자와 비슷한 개념이 제1호 피보험자, 직장가입자가 제2호 피보험자, 직장가입자의 부양가족은 제3호 피보험자로 분류되는데, 일본에 가족이 없는 유학생이나 3개월 이상 일본에 체재할 예정인 워홀러들은 제1호 피보험자, 회사에 소속된 외노자들은 제2호 피보험자가 된다. 나는 일본에 와서 8개월간은 유학생 신분이었으므로 그동안은 제1호 피보험자로 한 달에 1000엔 정도의 보험료를 납부했고, 취업한 이후로는 줄곧 제2호 피보험자로 있으며 생때같은 보험료를 10년이나 원천징수로 뜯기다가 (흑흑흑) 결혼하자마자 무직이 되었으므로 퇴사일 이후에 바로 남편의 부양가족 자격으로 제3호 피보험자가 되어 보험료를 부담하지 않았다. 그러다 실업수당의 일 수급액이 3611엔 이상이라, 실업수당 받는 동안은 제1호 피보험자로 바꾸었다가 (*실업수당의 일 수급액이 3611엔을 넘어서면 연간 130만 엔 이상의 수입이 있을 거라고 잡혀 (13

올해 첫 벚꽃을 보았다고 한다. [내부링크]

어제는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일부러 좀 멀리 돌아왔다. 이 동네에서 하나미 (花見, 벚꽃놀이)로 유명한 공원에서 2주 후에 열릴 벚꽃 페스티벌에 갈 예정인데, 도쿄는 어제부터 개화가 시작될 거란 뉴스를 보고 손놓고 벚꽃 페스티벌을 기다리고 있어도 될지 걱정이 되었기 때문이다. 요즘 꽤 따뜻해졌고 그제는 비도 내려, 경우에 따라서는 벚꽃 페스티벌을 기다리지 말고 하나미를 갈 결단을 내려야 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벚꽃은 아직 피지 않았다. 기우였다 이 일본 시골 동네 벚꽃들은 정해진 일정에 페스티벌을 열어야 하는 주최 측 (시청 직원들)의 눈치를 보고 있는지, 아직 한창 꽃망울에 기를 모으고 있는 중이었다. 한참 영글다가 확 터지는 건, 아마도 다음 주쯤이 아닐까. 아직 안심해도 될 것 같다. 벚꽃은 아직이지만 이름 모를 키 작은 꽃나무는 한창 피어있었다. 일본의 초등학교. 소학교 (小学校)라고 한다. 기왕 걷는 김에, 좀 더 걸어보기로 했다. 공원 옆의 초등학교를 지나는데 건물 생김새

화이트데이의 꽃과 초콜릿 [내부링크]

괴나리봇짐 (노트북) 매고 1시간 걸었다고 어찌나 진이 빠지던지, 집에 오자마자 옷부터 갈아입고 털썩 누워버렸다. 손가락만 겨우 꼼질대면서 핸드폰 쳐다보고 있는데, 남편에게서 라인이 왔다. '今から帰ります!(지금부터 집에 갈게!)' 이 사람은 사귈 때부터 출근하면 출근한다, 퇴근하면 퇴근한다, 꼬박꼬박 연락을 해왔다. 일본인은 연락 잘 안 한다는 이야기가 있어서 일본인과 썸 타는 중인 분들은 '남자친구/남편 연락 문제 어떤가요' 많이 궁금해하시는데, 전체적인 경향으로는 시시콜콜 연락 안 하는 사람 수가 한국에 비해 많기는 한데, 결국은 전부 사람 by 사람. 그 사람의 성향이 나와 잘 맞으면 다행인 거고, 그렇지 않다면... 근데 이건 요즘 느끼는 건데, 결혼하고 같이 살다 보면 연락 같은 거 말고도 아웅다웅할 일은 많으니 처음부터 싸울 요소가 최대한 적은 (또는 적게 만들 수 있는) 사람을 만나는 것이 최선의 방책 아닐까 싶습니다. (마음이 사람 마음대로 된다는 전제하에) 아무튼,

일본 시골마을의 산책 코스를 소개합니다. [내부링크]

오늘은 하루 종일 따뜻하다 싶더니, 해 떨어진 지금도 9도나 되는 훈훈한 날씨다. 수면잠옷도 다다음 주쯤이면 완전히 옷장 안으로 집어넣어야 할지도 모르겠다. 언제냐 싶게 빠르게 오는 봄. 블로그를 꼬박꼬박 쓰기로 마음먹은 이후, 블로그씨가 꽤 좋은 소재가 되어주고 있다. 오늘은 경칩을 맞이해 우리 동네 산책코스를 알려달란다. 우리 동네는 일본에서 북관동지방 (도쿄 위에 위치한 군마, 이바라키, 토치기, 사이타마현)이라 일컬어지는 곳에 있고 딱히 대단한 곳도 아니라 산책코스라고 하기까진 뭐 하지만, 걷는 사람 없는 우리 동네 (일본 시골에선 다들 차 타고 다닙니다)에서 어린 학생들, 면허증 반납한 노년층 이외에 보기 드문 걸어 다니는 젊은이인 내가 좋아하는 산책코스는 철로 옆길에서부터 시작한다. 역까지 곧게 뻗은 길 우리 동네 한가운데에는 철로가 지나간다. 그리고 선로 옆에는 차 한 대가 겨우 지나갈 정도의 길이 나있다. 인도도 아니고 차도도 아니라 뒤에 차 오는 소리 나면 적당히 눈

떨어진 다육식물 잎에게 새 보금자리를 주다 [내부링크]

학생 때 반려 식물을 동경해 싱고디움을 기르다 얼마 가지 못해 죽인 적이 있다. 예상컨대, 귀여워서 물을 자꾸 주는 바람에 그렇게 된 게 아닐까 싶지만, 어쨌거나 그때부터 나는 식물을 기르면 안 되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밑져야 본전인 셈 치고 한번 잘라먹은 두묘를 물그릇에 담가두고 이모작에 성공했을 때에는 마치 드디어 저주에서 벗어난 드루이드가 된 것 같았다. 하지만 덥고 춥고 가 확실한 일본의 좁은 원룸에서, 더울 땐 에어컨, 추울 땐 히터 펑펑 틀어가면서 반려 식물 기르기는 언감생심 꿈도 못 꾸다, 환경이 좀 나은 지금 집으로 이사하면서는 당근 꼭지에 싹을 틔워 본다거나, 두묘 이모작을 해본다거나 하는 귀여운 수준의 식물 활동을 시작했다. 그러다 작년 10월, 아시카가 플라워파크에 놀러 갔을 때 기념품 숍에서 들여온 다육식물로 조금 본격적인 식집사 생활이 시작된 (것 같) 다. 그러나 사건은 어느 날 갑자기 일어났다. 다육식물은 바람이 잘 통하는 곳에서 길러야 한다길래,

샤워호스 교환 / 다육새싹 관찰 2일차 [내부링크]

메이플 쿠키. 캐나다에서 온 유학생이 나누어 줘서 처음 먹어봤는데, 이후로도 가끔 생각이 나 종종 사 먹게 되었다. 남편의 도시락 싸기를 셀프 서비스로 전환 한 뒤, 아침 일찍 일어나지 않게 되었다. 일찍 일어나도 아랫집 사람들 일어날 때까지 청소기도 세탁기도 돌리지 못하고 2시간동안 기다리는 것도 고역이라, 차라리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나는 게 낫다... 그러나 오늘은 무려 7시 반부터 일어나 줄곧 깨어있고, 오랜만에 모닝커피에 메이플 쿠키로 아침부터 당 충전도 했다. 왜 그렇게 일찍 일어났냐면, 얘 때문이다 지난 토요일 밤, 샤워를 끝내고 나온 남편이 뭔가 사고를 친 것 같이, 굉장히 조심스럽게 말을 걸어왔다. '저기... 욕실 샤워기 말이야...' '응. ' '호스 뽑혔는데' '갑자기? 왜?' '몰라. 갑자기 수전에서 호스가 팟 하고 튀어나왔어' 그 길로 욕실로 가보니, 정말 수전에 연결된 금속 너트에서 고무호스만 빠져 있었다. 원래 달려있던 샤워헤드 말고 다른 샤워헤드를 달아서

일본에서 단 하나뿐인 '일본신사'에 다녀오다 [내부링크]

내가 사는 곳은 노잼도시지만, 지자체에서 외부 인구 유입, 관광객 유치에 꽤 열을 올리고 있다. 지금은 AKB 그룹보다 잘 나간다는 노기자카46의 이 지역 출신 전 멤버를 홍보대사로 하여, 시내 관광 스폿의 스탬프 랠리 (スタンプラリー, 관광지, 전철역 등 특정 장소에 놓여 있는 도장을 찍어오는 이벤트)를 개최한다거나, 이주 촉진 이벤트를 여는 등, 시청 공무원들이 아주아주 열일 중이시다. 한국에 살 때는 지역 이벤트에 딱히 관심이 없었고, 중국에 있을 때는 지역이 무서워 이벤트에 관심을 가질 새가 없었고, 일본에서는 관심은 있으나 먹고사는 게 바빠 행동이 따라주질 못했는데, 지금은 시간도, 마음의 여유도 있어 타이밍이 맞으면 한번 참가해 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던 찰나, 스탬프 랠리를 떠올렸다. 그래, 날도 따뜻하겠다, 여행 기분으로 한번 가볼까? 신사로 가는 길 입구에는 친절하게 안내판이 설치되어 있었다. 그래서 지난 주말, 니혼신사(日本神社, 일본신사)에 다녀왔다. 일본의 신사는

3월 9일, 상큐 (Thank you) 데이의 단상 [내부링크]

오늘은 3월 9일. 일본어로 3은 상, 9는 큐라고 읽는데, 영어 THANK YOU의 일본식 발음이 '상큐' 라 3월 9일은 상큐데이, 감사의 날이란다. 별로 감사랑은 상관없지만 오늘 하루는 이렇게 보냈다. 비행기구름 느지막이 일어나 거실로 나오면 이제 공기감부터가 다르다. 커튼을 걷어 햇볕을 들이지 않아도 이미 따뜻하다. 밤 사이 닫아둔 커튼을 열면 항상 보이던 쨍하고 살풍경하던 시계도, 어느새 연두색 새싹과 몽글몽글한 아지랑이로 따끈따끈하고 부드러워졌다. 겨울이 가면 반드시 봄은 온다. 그런 생각을 한 오늘. 다육 새싹 3일차 드라마틱한 성장은 없지만, 큰 싹 두 개는 '주먹 쥐고 일어나' 같은 스탠스로 서서히 몸을 일으켜 세우고 있다. 얘네 둘은 괜찮을 것 같다. 그런데 떨어져 있던 다육 잎은 혹시나 해서 넣어본 거라 큰 기대는 없지만 작은 싹은 좀 걱정이다. 사실 그 작은 싹이 제일 먼저 싹텄던 녀석인데, 제때 도와주질 못했다. 모든 일엔 때가 있다.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정

고급 식빵을 먹어보다 [내부링크]

식빵. 어떤 이에게는 아침을 여는 일용할 양식이겠고, 어떤 이에게는 맛없이 밍밍한 빵, 어떤 이에게는 욕설을 부드럽게 한 인터넷 순화어 일 수도 있겠다. 내게 있어 식빵은, 예시 딱 한가운데에 있는 맛없는 빵 정도였다. 휴일에 급하게, 대충 끼니만 때우고 싶을 때나 먹는. 여기선 몇 년 전부터 식빵 전문점이 늘어나고 있다. 양산형과는 다른 고급감을 무기로 하는 고급 식빵들은, 촉촉한 식감과 자르지 않은 큰 덩어리로 파는 것이 특징이다. 호기심은 일었지만 그래도 마음이 동하진 않았다. 아침 7시에 출근하면서 뭘 먹을 시간이 없었고, 그렇다고 점심에 회사에서 식빵 잘라먹기도 그렇고, 저녁은 술 먹어야 하니 빵 같은 건 먹을 틈이 없었다. 아무리 맛있다 해도 식빵은 식빵이지, 라 생각하기도 했고, 한 근짜리 큰 덩어리라 해도 딱히 좋아하지도 않는데 1000엔씩이나 주고 사 먹을 용기는 없었다. 그러다 올 초 친구 부부에게 지역에서 유명한 데니시 식빵을 선물받았다. 버터를 듬뿍 넣어 팥앙금

한일전, 생일, 코다와리사카바&비비고 만두 신제품 [내부링크]

3월 10일 금요일, WBC 일정이 나올 때부터 기대하던 숙명의 한일전. 그리고 우리 집에서는 커다란 가정불화가 예상되는 운명의 한일전. 이 중요한 날에 시부모님은 강아지를 우리에게 맡기고, 시작은아버지 부부와 이즈반도로 역사여행을 떠나셨다. 저 작은 게 무서워서 경계 중인 쫄보견 모나는 실외 배변만 하는 애라서 비가 오나 눈이 오나 하루에 두 번은 꼭 산책을 해야 하는데, 시부모님이 집을 비우시면서 와서 강아지 좀 봐달라고 부탁하셨다. 남편 본가의 티비는 우리 집보다 커서 한일전 보기엔 더 좋을 것이고, 시가 냉장고 털어먹으며 펜션으로 여행 간 기분으로 지낼 요량으로 시합이 시작되기 전에 모나를 후다닥 산책시킨 뒤, 맥주를 한 손에 들고 야구를 보기 시작했다. 그런데, 이때까지만 해도 좋았다. 지고 말았다 평소 야구에 엄청나게 큰 관심이 있던 것도 아니고, 국제 경기만 즐기는 라이트 팬이니 누구를 질책할 만한 입장도 아니지만, 일본에 온 이후엔 한일전에, 나, 그리고 그간 스쳐

양모펠트 만들기에 푹 빠졌습니다 [내부링크]

From, 블로그씨 블로그씨는 취미 부자, 취미에 진심인 사람이에요. 내가 진심인 취미를 사진과 함께 소개해 주세요~ 취미 부자라는 블로그씨. 하지만 나도 어디 가서 빠지지 않는 취미에 진심인 사람이다. 우쿨렐레, 게임, 독서, 피아노, 요리, 술, 사진, 드라마 보기, 당근머리 기르기, 동영상 편집, 가챠 뽑기, 블로그 등등, 쉽게 타오르고 쉽게 식는 성미에 꾸준히 하고 있는 것은 얼마 없지만, 그때 그 순간만큼은 진심으로, 정말 최선을 다해 취미에 몰두하곤 한다. 그런 내가 요즘 진심인 취미는, 양모 펠트 인형 만들기. 양모 펠트는 양털을 바늘로 찔러 서로 단단하게 성기게 하여 인형이나 장신구 등을 만드는 수공예를 말하는데, 니들 펠트라 불리기도 한다. 5년 전 어느 날, 충동적으로 손을 댔다 방치했는데, 백수생활을 보다 생산적이고 슬기롭게 보내보겠다고 묵혀뒀던 재료를 다시 꺼낸 것을 계기로 푹 빠지게 되었다. 양모 펠트의 기본 재료 양모와 펠트 바늘, 스펀지 작업대, 가위, 뭔

[일본/일상] 봄이 오기 전에 해야 할 일들 [내부링크]

사쿠라 바움쿠헨. 이맘때면 사쿠라뭐뭐뭐, 가 많이 나온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찬바람이 휘몰아치더니, 오늘은 19도까지 올랐다. 하늘은 구름 한 점 없이 새파랗고, 그래서 잘 쳐다보면 양지바른 풀숲 더미에서 날벌레들이 위잉위잉 (아악) 이른 봄의 전령사가 따로 없다. 오늘은 귀찮다고 미뤄두었던 마이나포인트를 신청했다. 마이넘버카드는 작년 봄에 만들었지만, 근 1년을 미루고 미뤄온 것이다. 미룬 건 마이나포인트 뿐 아니라, 창고방에도 1년 (다음 달 이날이 딱 1년하고 1일이다) 동안 정리되지 않은 짐 박스가 쌓여있다. 창고방은 빨래건조대와 옷, 책, 그 외 자질구레한 잡동사니들이 다 들어있는 방인데 그 방의 활용방법도 좀 생각해 보고 싶다. 새봄이 돌아오기 전에 꼭. 지금은 없는 당근 작년 10월 19일에 카레를 만들어 먹으며 뎅강 잘랐던 당근 꼭지. 싹이 돋아날 것 같은 색이라 버리기 미안해 빈 그릇에 물 담고 넣어뒀더니 쑥쑥 자랐다. 심지어, 오늘까지도 살아있었다. 본체였던 당근

2023년, 일본인 남편과 함께 본 드라마들 [내부링크]

남편이 퇴근하고 집에 오면, 나는 미리 한소끔 끓여둔 미소시루를 데우고 생선을 굽는다. 씻고 나온 이는 예전 같으면 아 개운하다 하고 하이볼부터 만들어 소파에 털썩 주저앉았겠지만, 이젠 더 이상 그럴 여유가 없다. 저녁 밥상 메인 프로듀서가 그의 귀환까지 미루고 미뤄둔 샐러드 만들기를 그에게 지시할 것이기 때문이다. 남편이 상추 씻고 토마토를 써는 사이, 나는 미소시루와 생선, 쌀밥을 그릇에 담아 코타츠로 나른다. 오늘 하루도 수고했다는 건배사 뒤로 술잔과 물 잔이 짠, 하고 나면, 식사와 함께 드라마 시청이 시작된다. introspectivedsgn, 출처 Unsplash 3n 년의 내 인생에서, 드라마가 이렇게 존재감 뿜뿜하던 시절이 과연 있었던가. 저녁시간은 중간에 설거지하는 시간 빼고, 남편이 잘 준비할 때까지 티브이 화면에서는 줄곧 한국 드라마가 돌아가고 있다. 원래 한국 드라마는 잘 보는 편이었지만, 일반 방송을 일절 보지 않고 드라마만 보는 건 또 처음이다. 티빙 같은

[일본/생활수속] 마이나포인트 받기 후기 [내부링크]

내가 태어나기 전부터 나의 나라에는 주민등록번호가 존재했고, 그에 대해 특별히 왜? 라고 생각한 적이 없다. 의료보험증을 깜빡 잊은 것을 병원 접수대에서 기억해 냈다 해도, 주민등록번호만 말하면 보험가입 여부가 확인되어 스무즈하게 진료를 받을 수 있고, 내 신원서류는 신분증만 있으면 전국 어디서든 쉽게 발급 받을 수 있다. 이런 편의성 때문에 당연히 행정수속에 사용되는 개인식별번호는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고 (개인정보유출 등의 문제는 차치하고) 일본에 다시 온 다음 해, 갑자기 '마이넘버 (한국의 주민등록번호와 비슷한 제도)가 신설됩니다' 고 했을 때는, 오히려 '이제까지 없었어?' 하고 놀랐던 기억이 있다. 그런데 마이넘버는 자동적으로 붙지만, 실생활에서 마이넘버를 기재할 일은 거의 없고 (당연히 아무도 안 외우고 다닌다), 마이넘버카드는 신청해야만 준다. 때문에, 마이넘버카드는 가장 공신력있는 신분증 중 하나이나, 개인정보유출 우려나 귀찮음, 다른 신분증 있어서 쓸 일이 없다, 온

10분 간단 요리 레시피, 전자렌지로 시금치 오히타시 만들기 [내부링크]

파릇파릇한 시금치 시금치. 비타민과 무기질이 다량 함유되어 있다는 영양 채소. 별 거창한 재료 없이 참기름, 깨소금, 다진 마늘, 다시다 넣고 후루룩 뚝딱 버무려 내놓아도 훌륭한 반찬이 되어주는 시금치지만, 막 사 온 시금치는 높은 확률로 흙이 묻어있어 씻어내기가 귀찮고, 나물을 만들래도 한번 가볍게 데친 다음에 써야 한다는 것이 영 번거로운 내 안의 귀찮채소. (그 외 내 귀찮채소에는 브로콜리, 상추, 콩나물 등이 있다.) 그래서 그동안은 다 씻어서 얼려 나온 냉동 시금치를 사서, 필요할 때만 조금씩 덜어 해동해 쓰곤 했는데, 요즘 남편이 자주 시금치를 오스소와케 (お裾分け, 받은 것을 다시 다른 사람과 나눠 가지는 것) 해와서, 어쩔 수 없이 시린 손 호호 불어가며 (야채를 뜨거운 물에 씻으면 싱싱해진다는 이야기도 있지만 왠지 그러면 안 될 것 같아서) 시금치를 씻고 있다. 한때는 고추장과 된장을 넣어 진하게 무친 시금치무침에 푹 빠져있기도 했지만, 이번엔 일본식으로, 전자렌지를

[일본/일상] 조금 이른 하나미, 매화를 보다 [내부링크]

우리가 따뜻한 봄, 산에 들에 꽃이 피면 경치 좋은 곳으로 꽃놀이를 가듯, 일본에서도 하나미 (花見) 라 하여 꽃을 구경하러 가는 풍습이 있다. 처음엔 나라 시대 귀족들이 이른 봄, 매화를 즐기는 것에서 시작했다고 하는데, 오늘날 하나미 하면 3월 말~4월 초에 벚꽃을 보러 가는 걸 의미한다. 하나미 시즌에는 주욱 늘어선 벚나무 사이를 산책하며 흩날리는 벚꽃잎을 바라보거나, 사진을 찍으며 추억을 남기기도 하지만, 벚나무 아래에 돗자리를 깔고 앉아 준비해 온 술이나 음식을 즐기기도 하는데, 야외에서 먹는 그 모든 것이 평소의 두 배 정도는 더 맛있듯이, 꽃잎 날리는 꽃그늘 아래에서 좋은 사람들과 즐기는 한 잔의 술맛은 얼마나 각별한지. 그런데 이 하나미는 가족, 친구끼리만이 아니라 회사 차원에서 야유회로 가기도 하는데, 벚꽃철엔 워낙 사람들로 붐비다 보니, 느긋하게 갔다간 앉을 자리가 없어 낭패를 보기도 부지기수. 부장님 과장님 모시고 간 곳에 '앉을 데 없으니 오늘은 정말 꽃만 보고

[양모펠트] 가이드 없이 북극곰에 도전하다 [내부링크]

다시 시작된 동숲 눈굴리기 모멘트. 바통은 전작인 웰시코기가 물려받았다. 대체 양모펠트의 무엇이 나를 이렇게 만들었을까. 일주일 사이에 양모펠트 인형을 두개나 만들었으면 슬슬 질릴 법도 한데, 다시 다이소로 가 양털을 집어들었다. 원래는 귀여운 동물만들기 키트가 있으면 그걸 사고 싶었는데 어째서인지 내가 갔던 다이소는 동물 얼굴만 있는 브로치 만들기랑 가이드 없는 털뭉치만 있어서, 과감하게 털뭉치를 집어 들었다. 왕초보 주제에, 데포르메 버전 얼굴 브로치 만드는 건 너무 쉽다고 느꼈다. 성공의 경험이 나의 전의를 불태웠다. 북극곰 하지만 워낙 잘 질려하는 성격이라, 이것저것 한꺼번에 사기에는 망설임이 있었다. 사놓고 묵혀두기만 한게 한 두개가 아닌데 (가장 가까운 예를 보면, 도키메모GS4 신작이 그렇다) 그런 묵은지 컬렉션을 더이상 늘리고 싶지 않아 흰색 하나만 사와봤다. 예시로 들어있는 북극곰이 귀엽고, 마침 집에 검은색 털도 남아있던 참이라, 처음으로 가이드 없이 예시 사진만

[일본/일상] 이번 주말은 덕질과 함께 [내부링크]

나는 정말 뭐 하나에 꽂히면 정신없이 빠져든다. 빠르게 불타오르는 만큼, 식는 것도 빠른데, 지금 생각해 보면 삶의 자세가 전부 그런 거 같다. 금방 빠지고 금방 식고, 금방 화내고 금방 풀리고 (앙금은 오래가지만), 금방 텐션오르고 금방 가라앉고, 순간적인 에너지는 폭발적인데 지속성이 없달까. 전형적인 용두사미, '시작은 창대하나 끝은 미약형 인간'이다. 그래서 뭔가 길게 하는 법이 없다. 양모펠트 인형에 넣을 눈 파츠를 찾는 여행 그렇기 때문에 새로운 취미를 대하는 자세는, 매우 적극적인 동시에 소극적이다. 정신의 80% 이상은 그 새로운 취미 쪽으로 쏠려있는데, 급하게 불타오른 만큼 팍식도 빠를 거라는 것을 이미 수십년 간의 체험을 바탕으로 알고 있기 때문에 본능적으로 더 깊이는 들어가지 않으려고 하는 버릇이 들어있다. 도중에 그만 둘 수도 있으니까. 그러하였는데 - 주말의 전리품 이틀동안 다이소, 동네 수예점, 옆 동네 수예점 세 곳을 돌며 펠트 재료인 양모와 눈 파츠, 바늘

푸드 페어링, 바다의 우유와 신의 물방울 [내부링크]

최근 정체 기미에 놓여 있기는 하나, 나는 타고난 주당이다. 6살 때, 할아버지 산소에서 집안 어른들이 장난삼아 건넨 소주 한 잔을, 쓰다고 인상 찌푸리지 않고 홀짝홀짝 다 비워냈다고 한다. 그때 될성싶은 나무임을 알아봤어야 하는데, 엄마 아빠가 버스 타고 어디 가다가, 어린 여학생이 술에 떡이 되어 몸도 가누지 못하는 모습을 보고, 술이 좋은 것은 아니지만 술을 마시되 마셔지지는 않는 사람으로 길러야겠다 다짐하고, 중학생 때부터는 마치 개평처럼, 저녁 반주를 한 잔씩 나눠주기 시작했다. 결과적으로, 나는 더욱더 술을 잘 마시는 사람이 되어, 황구렁이주를 학교로 가져와 나눠 마시고 꽐라가 된 대학 동기 (남)를 그의 어머니에게 무사히 인계할 수 있을 정도로 훌륭하게 성장했다. 워킹 홀리데이로 일본에서 처음 독립생활을 하면서는 혼술의 즐거움을 배웠고, 다시 일본에 와 사회인이 되어서는 연명을 위한 요리를 시작했다. 그리고 연차가 차면 찰 수록 쌓여가는 스트레스를 발산하기 위해 술을 더

나만의 레시피 - 일본 이자카야 요리를 집에서 : '모츠니코미' [내부링크]

한국 집이 서울과 가까운 경기도에서, 먼 경기도로 이사를 간 뒤로, 요 몇 년 간은 일시 귀국을 하더라도 논밭만 보이는 시골집에서 뒹굴거리다가만 왔다. 그나마 코로나 때문에 3년을 가지 못하다 지난 12월에 남편과 함께 귀국했을 때에는 그래도 처음 한국 오는 사람 달고 가는 거니까, 고속버스 타고 서울까지 나가 인사동 구경을 시켜줬었다. 안국역에서 지상으로 올라오자마자 갑자기 박새로이의 기분을 느끼고 싶었는지 핸드폰을 꺼내 이태원 클라쓰의 주제가를 스피커로 틀어놓고 걸어가려 하길래, 식겁해서 끄게 했다. 지네 나라에선 절대 안 할 짓을 대체 왜 남의 나라에서... 본인 나라에서 받았던 규제와 억압을 밖에 나가선 쉽게 깨부수는 사람들이 많다더니 우리 집 사람도 영락없이 그 짝이네. (교육은 확실히 시켰습니다.) 이런 소소한 에피소드는 있었지만, 어쨌든 한국의 북적북적한 도심 한복판을 걷는 건 오랜만이었고, 좋은 시간이었다. 하지만 워낙 짧았던 일정이고, 원하는 만큼의 시간은 보낼 수

더 퍼스트 슬램덩크를 보다 [내부링크]

한창 다감했던 시절, 학교는 좋아했지만, 현실을 열심히 살아가는 또래들과의 대화는 어쩐지 지루하고 따분했다. 손사탐이 잘 가르친다는 이야기나, 아직 코흘리개로밖에 보이지 않는 옆 학교 누구누구에 대한 이야기는 귀담아들을 만큼의 흥미를 끌지 못했다. 야 좀 더 뭐, 좀 다른 거 없냐. 너의 인생, 나의 인생을 반짝반짝하게 해줄 그런 거. 아 그래? 호- 그렇구나. 맞장구는 치고 있었지만, 거기에 나는 없었다. (있었어야 했는데) 지금 같은 코시국엔 상상도 못하겠지만, 당시엔 책 대여점이 동네에 몇 개씩 있었는데, 나름 사회생활 감정노동으로 지친 방과 후엔 누가, 언제, 어떻게 만졌을지 모를 만화책들을 한 권에 200원씩, 한 번에 대여섯 권씩 빌려오곤 했다. 지금은 이 세상에 없는 강아지들과 함께 거실 한편 따뜻한 창가에 기대앉아 사각 컷 안 세계의 주인공을 눈으로 따라가는 것이, 이번 모의고사가 몇 점이고, 누가 누구랑 사귄다는 이야기보다 훨씬 즐겁고 의미 있게 느껴졌다. (그러면

건강 관리를 위한 심플한 4개의 습관 [내부링크]

From, 블로그씨 일상에 활력을 불어넣는 나만의 규칙적인 습관 리추얼 라이프! 나의 건강 관리법을 사진과 함께 공유해 주세요! '슬슬 대사가 떨어지기 시작할 거야' 모두가 그렇게 말하는 30대, 초반에는 아무런 변화도 눈치채지 못했다. 하루 식사내용과 운동량을 기록하는 레코딩 다이어트로 8킬로 가까이 체중을 감량한 적도 있고, 일 때문에 밤을 새우더라도 그날은 내추럴 하이로 평소보다 빠릿빠릿하고, 한두 시간 일찍 잠자리에 들면 체력도 금방 회복되었다. 나는 내가 건강하다 느꼈고, 무언가 해야 할 필요를 느끼지 못했다. 그러나 수년 뒤, 레코딩 다이어트로는 더 이상 몸무게가 줄지 않고, 어쩌다 한 두 시간 조금 늦게 잠든 것만으로도 하루 종일 약 먹은 병아리처럼 기운이 없으며, 철야라도 했다간 2,3일간은 저녁 8시부터 기절잠 예약이다. 나의 오늘은 어제와 달라지기 시작했다. 무기력한 매일. 어쩌면 건강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관리라 하긴 뭐 하지만, 슬슬 뭔가 하지 않으면 안 된다.

평화로운 일상의 가정주부가 글을 쓴다는 것 [내부링크]

글 하나를 발행하고 나면 바로 다음 글감을 골라 다음 글을 써 나가며, 이번 주는 아주 오랜만에, 손끝에서만 맴돌던 수많은 문장들을 마치 훌훌 털어내듯이, 멀리 떠나보냈다. 세상에 내보내기까지 몇 번이고 말을 고르고 다듬는 이 글쓰기의 즐거움을 실컷 만끽했던 이번 주에, 딱 두 가지, 후회 아닌 후회를 했는데, 하나는 '도쿄에서 일하고 있을 때부터 블로그를 쭉 했으면 하나라도 더 쓸 일이 많았을 텐데'라는 것과 다른 하나는, '결혼을 하지 말았어야 했는데'라는 것. 지금은 하루하루가 매우 평온하다 보니, 글쓰기의 재료를 찾는 게 쉽지 않다. 직장인 시절이면 통근시간에 질리도록 보아온 일본인의 전철 승하차 매너 (세상에 알려진 것과 달리 매너는 존재하지 않는다), 일본 지하철에서 나는 정체불명의 냄새 (미타센 스이도바시역 화장실 냄새남), 취한 일본인들의 각종 술버릇 (시부야에서 몸 부딪힌 아저씨 둘이 횡단보도에서 격투기 함, 조용조용한 일본여자들이 죠시카이 (여자들만으로 이루어진 술

[일본/일상] 눈 온 다음 날, [내부링크]

눈이 그쳐쪄요 (대충 댕댕이 목소리 성대모사) 폭설의 밤이 가고, 이윽고 평화가 찾아온 마을. 하루 종일 내렸던 눈이 흔적도 없이 녹아내리는 데에는 채 반나절이 걸리지 않았다. 오늘은 최고기온이 15도까지 올라, 창문닫고 있으면 남향의 거실이 온실처럼 더울 정도였다. 남의 (그러나 내 것인냥 지켜보고 있는) 배추밭에도 평화가 찾아왔다. 평소보다 배추가 더 오동통해 보이는 것은 얼었다 녹아서 물에 불은 걸까, 아님 기분 탓일까? 어제는 이랬는데 말이다 오늘은 느지막히 일어나 아점으로 나폴리탄을 만들었다. 면 삶고 레토르트 소스를 부은 것 뿐이지만 마지막에 파세리 가루를 뿌리니 꽤 그럴싸 하다. 그동안은 맛을 내기 위한 필수 조미료만 놓고 살다가, 지난 주에 콘소메와 같이 파세리 가루도 영입해 보았는데, 약간 양식 비슷한 거 만들었을 때 위에 뿌리면 갑자기 요리가 화려해지는 느낌이 나서, 뿌릴 수 있는 게 있으면 무조건 뿌리고 본다. 역시 요리는 디테일. 영차~ 영차~ 늦게 일어난 김에

[블로그씨] 6. 인생 첫 수제 초콜릿, 초코 크런치 만들기 [내부링크]

결혼 후 처음 맞이하는 밸런타인데이. 작년은 초콜릿 사러 갈 시간도 없어, 편의점에서 부랴부랴 산 고디바 5구 초콜릿을 마치 의무처럼 건네어주었는데 (미안) 올해는 성의 있는 선물을 주고 싶어 고민하다 직접 만든 초콜릿을 선물하기로 했다. 그런데 큰 포부와 달리 초콜릿 만들기는 난생처음 경험하는 미지의 세계. 물론 재료도 없고, 만드는 법이 어려운 초콜릿은 실패 리스크도 높기 때문에, 재료와 과정이 비교적 간략한 파베 초콜릿과 초코 크런치가 후보에 올랐는데, 받을 사람한테 물어보니 초코 크런치가 좋겠다 하여, 초코 크런치를 만들게 되었다. 사실 해보지도 않은 걸 하려니 무섭고 귀찮기도 해서... '에이 초콜릿은 무슨. 그런 거 안 해도 돼'라고 해주길 바랐던 기분도 한 48% 정도 있었는데, 절! 대! 하지 말라고는 안 하더라고c 그리하여, 인생 첫 수제 초코 크런치 만들기 돌입. <준비물> 초콜릿 만들기 용: 판 초콜릿 (48그램짜리 6개), 그래놀라 (눈대중으로 초콜릿 양보다 조

[일본/일상] 내가 핫토픽에 가다니 [내부링크]

파를 썰고 있었다. 남편이 회사에서 얻어 온 대량의 파. 우리 동네는 대파로 유명한 동네 (의 옆 동네)인데, 지난주 금요일은 폭설, 어제는 종일 겨울비로 출하가 곤란해진 파가 어찌어찌 남편 회사까지 대량으로 흘러들어온 것 같았다. 금요일에도 두 묶음 가져왔는데, 어제 또 한 묶음이 늘어나서 집에 뿌리 없는 파만 30자루 가까이 되었다. 슬슬 처리하지 않으면 지난번처럼 곰팡이가 슬지도 모른다. 그래서 코 킁킁 눈물 찔끔해가며 파를 썰고 있었다. 한참을 썰다가 (국가대표 반찬가게 사장님 이사님도 이런 대량의 파는 썰어본 적 없을 것이다c) 남은 건 구워 먹기로 하고, 파 냄새나는 손을 씻고 습관처럼 핸드폰을 들여다보는데, 네이버 블로그 어플에서 알림이 잔뜩 와 있었다. 이 변방의 블로그에 알림이 올 일은 손에 꼽을 수 있을 정도로 드문 일인데, 뭔가 이변이 일어난 것이 틀림없다. 이게 무슨 일인가 싶어 어플에 들어갔더니, 오잉또잉?!?! 평소와 다른 화면. 놀라서 컴퓨터를 켰다. 오잉

[일본/일상] 양모펠트 만들기 - 웰시코기 편 - [내부링크]

내 안의 창작욕이 마그마처럼 들끓어 오르는 2023년 2월. 평소 같으면 귀찮아서 잘 안 하는데, 요즘 뭐 만드는 게 그렇게 재밌다. 그래서 김치도 담가 보고, 사우어 크라우트도 만들어 보고, 수제 초콜릿도 만들고, 양모펠트로 인형도 만들고 했는데, 그중 제일 재미있던 건 역시 양모펠트. 바야흐로, 지금은 양모펠트 시대. 5년 동안 묵혀뒀던 양모펠트 키트를 꽤 귀엽게 완성시킨 이후, 양모펠트에 대한 열의가 인생 최고치를 찍은 나는 또다시 새로운 키트를 꺼내들고 말았다. 이사 직후, 한창 생활용품 사느라 들락거리던 다이소에서 발견한 웰시코기 키트였다. (어쩌다보니 포스팅 계획이 어그러져 제작 포스팅보다 먼저 얼굴을 알리게 된 그 아이다.) 잘 만들면 귀여울 것 같아 무작정 사들였지만, 화장실 들어가기 전후의 기분이 다른 것처럼, 구입할 때와 그 후의 마음가짐에 균열이 생겨, 뜯어보지도 않고 잘 모셔두던 것이었다. 동숲 눈 굴리기 모멘트 그리하여 지난 토요일, 늦은 아침을 먹고 조금 빈

[일본/일상] 게으름병 / 두묘 / 맥도날드 신메뉴 [내부링크]

게으름병 이틀만에 처음으로 밥을 해본다 뭔가 평소와 다른 걸 열심히 하고 나면, 그 후 며칠 간은 반드시 게으름병에 걸린다. 이 시스템은 물리시간에 배웠던 역학적 에너지 보존 법칙과 흡사한데, 예를 들어, 나는 매일 1시간에 1 만큼의 에너지를 사용하고, 매주 월요일 0시를 기해 1시간에 1씩 썼을 때 7일간 버틸 수 있는 양인, 168만큼 에너지가 충전된다고 하자. 평소대로라면 예정대로 매일 1시간에 1만큼의 에너지를 사용하므로, 다음 주 월요일 0시를 기해 이전 주의 에너지는 0이 됨과 동시에 새로운 에너지 168이 충전되어 새로운 한 주는 그 168을 사용해 나가는 것이다. 그런데 말입니다. '평소대로 하지 않으면', 1시간에 쓰는 에너지가, 1이 아닌 2도 되고 3도 되고 4도 되고 (이하 생략), 그런데 매주 주어진 에너지가 달라지는 것은 아니니, 결과적으로 정말 '아~무 것도 하지 않는 시간'이 필요해지는 것이다. 필요하달까, 에너지가 없으니 아무 것도 하기 싫고, 아무

전자렌지로 쉽게 크루통 만들기 [내부링크]

아침 느지막이 방에서 나와 매일의 루틴 워크를 끝내고 나면, 아침을 먹기에도, 그렇다고 점심을 먹기에도 애매한 시간이 된다. 그럴 때는 콘포타쥬 가루를 뜨거운 물에 개어, 그 위에 크루통을 올리고 파슬리 가루를 뿌려 마시면 허기가 달래진다. 파슬리 가루는 시각적 만족을 위해 그냥 거들 뿐 나는 크루통이 들어간 수프를 좋아한다. 그냥 수프만 마시는 것보다 속도 차고, 씹는 맛이 있기 때문. 그런데 이 크루통, 식빵을 자를 칼, 내열용기, 전자렌지만 있으면 기성제품을 사는 것보다 훨씬 싼값에, 집에서 대량으로 생산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 우선 식빵을 적당히 잘라준다. 가로세로 1cm 정도가 각설탕처럼 딱 예쁘겠지만 칼질이 그렇게 사람 마음대로 되는 게 아니지 않겠는가? c 어차피 수프에 들어가면 통통하게 불어날 테니 약간의 오차는 신경 쓰지 말고 설컹설컹 잘라준다. 일본 슈퍼에서 파는 식빵의 경우 6, 8 등 숫자가 적혀있는데, 같은 크기의 식빵 덩어리를 6장, 8장으로 잘랐다는 표시

[일본/일상] 추위와의 싸움 / 허니문 기간은 다 끝났어요 / 오늘의 저녁 [내부링크]

창문의 결로가 그대로 얼어붙었다 객관적으로, 일본의 겨울은 한국의 겨울보다 춥지 않, 아니 단언컨데 따뜻하다. 그러나 일본의 겨울은 치사하게 춥다. 추운 장소가 문제다. 살인적인 난방비 때문에 차마 보일러를 돌릴 수 없었던 거실이라해도, 인간에게 한국의 주거공간은, 적어도 실외와 실내가 구분이 되게는 해준달까, 실내복과 실외복을 따로 입어도 될 만큼 실내 외의 온도차를 보장해준다. 반면 일본 집은, 한겨울의 야외취침 그 감동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도록 지어진 액티비티 하우스다. 혹시라도 실내 슬리퍼를 깜빡하고 맨발로 방바닥을 디디면, 발걸음 걸음마다 족저근에 짜릿하게 느껴지는 냉기에 심장까지 쫄깃해 진다. 그나마 낮에는 해를 쬘 수 있는 바깥이 집 안보다 따뜻하고, 해가 지고나면 뜨거운 목욕물에 나를 포옥 삶아 얼어붙은 몸과 마음을 녹여낸 다음에도 입는 담요, 무릎에 덮는 담요, 양말, 유탄포로 나를 무장시켜야 한다. 왜 집 안인데 이렇게까지 입어야 하는가. 집을 왜 이따위로 지어놨

[블로그씨] 5. 나는 왜 모로인가 [내부링크]

From, 블로그씨 2023년에도 블로그 열심히 운영하고 계시나요? 내 블로그 닉네임 뜻에 대해 이야기해주세요~ 나는 어릴 적부터 글을 쓰는 걸 좋아했다. 머릿속에서 그저 유유히 흘러다니던 생각 부스러기를 그러모아 하나의 문장으로 만들어내는 작업은 즐거웠고, 작업의 부산물을 주변과 공유하며 정서적으로 교감하는 것도 좋아한다. 그래서 중학생 때는 하이텔 소모임에서 뭘 끄적이기도 했고, 고등학생 때는 나무웹에디터로 홈페이지를 만들거나, 이글루스가 막 서비스를 시작했을 땐 지인을 따라 뭣모르고 블로그를 하기도 했다. 좋아하는 것과 재주가 있는 것과는 별개의 이야기라, 딱히 누군가의 주목을 받은 적은 없지만, 간혹가다 랜선 너머로 느껴지는 공감과 유대는 지금도 큰 모티베이션이 되곤 한다. * * * 하지만 랜선 세계 속에서의 나는, 내가 아니여야 했다. 왠지 그래야만 할 것 같았다. 진짜 내 이름을 붙이고 말하는 순간, 현실의 찐따같은 나, 비루하고 허접한 내가 만천하에 공개될 것만 같은

[일본/일상] 금연 / 계속되는 가챠사랑 / 모나 [내부링크]

1. 금연 나는 아니고, 남편이. 그는 중학생 때부터 담배를 피우던 (대체 어떤 청소년기를 보내온 것..?) 오랜 스모커로, 밖에선 궐련, 집에선 궐련형 전자담배라는 하이브리드형 끽연 라이프를 즐기고 있었다. 반면, 나는 비흡연자에, 담배연기를 잘못 쐬이면 금방 목감기가 올 정도로 기관지가 약한 편이라 니코틴, 타르가 신체에 미치는 장기적이고 치밀한 영향보다 더 빠르고 직관적으로 담배의 유해성을 체감하는 사람이다. 그런데 남편은 '이러이러한 이유로 뭐 하지 마' 라고 자신의 습관을 방해하려 들면, 일단은 '大丈夫だよ(괜찮아)', '気のせいだよ(기분 탓이야)' 로 흘려버리곤 하는데, 나의 권금징끽도 그런 식으로 흘려보내다가 결혼 2개월 차에 접어들 무렵,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전자담배만 피우게 되었다. 하지만 전자담배라고 건강문제에 프리해지는 것도 아니고, 집 안에서면 키친 환풍기 앞에서만 피우니 좀 낫지만, 주말, 어디 외출이라도 해서 하루종일 같이 차타고 돌아다니다 보면 집에 돌아

[일본/일상] 내가 김치를 담그는 날이 오다니 [내부링크]

정월대보름답게, 휘영청 밝은 달 어제는 정월대보름이었다. 일본은 음력을 쓰지 않지만, 네이버 메인화면에 걸린 절기배너를 보고 알았다. 예전엔 할머니가 자는 내 입에 불쑥 넣어준 부럼을 잠결에 깨물고 다시 잠들곤 했는데, 이젠 부럼도, 귀밝이술도 다 까마득하게 먼 옛날 이야기처럼 느껴진다. 더위도 못 팔았으니 올해도 덥게 지내게 생겼네. 휘유. 비범한 각도의 토스트 오곡밥에 나물반찬 해먹고 싶은 마음이야 굴뚝같지만, 이 날은 할 일이 많았다. 우선, 남편이 구워온 토스트에 커피를 마시고, 거실에 신문지를 깐 뒤, 그 위에 토스트 요리사를 앉혔다. 토스트 요리사는 긴장한 듯한 기색이 역력했지만, 나는 개의치 않고 그의 어깨를 잡고, 다른 한 손에 든 바리캉의 전원을 넣었다. 위이이잉- 거실에 울려퍼지는 전기음과 떨어져 내리는 머리카락에서 묘한 희열을 느끼며, 나는 바리캉을 내려놓고 빗과 은색 미용가위를 손에 들었다. 머리 자르는 걸 좋아하는 나와, 미용실 가는게 귀찮은 토스트 요리사의

[일본/일상] 좋은 식습관을 위한 밥상 [내부링크]

요즘의 마이붐 - 샐러드, 스프가 있는 밥상 요즘 나는, '좋은 식습관을 위한 밥상'을 만드는데 골몰하고 있다. 남편은 입에 좀 당긴다 싶은 요리가 저녁밥상에 오르면, 밥을 고봉으로 퍼와서 본인의 평소 양보다 두배 세배를 먹을 때가 있다. 먹는 속도도 빨라서, 먹는 게 느린 내가 밥을 한 절반 가량 먹었을 때, 이미 수저를 내려 놓고 한발 물러나 앉아 숨을 몰아쉬며 '어후 배부르다. 너무 먹었나 봐' 를 연발하는데, 아직 밥 먹고 있는 사람 입장에서는 이게 썩 기분이 좋지 않다. 마치 내가 다른 사람 (잔뜩 먹은 돼지) 다 먹고 나서도 먹기를 그치지 않는, 그것도 먹다 남긴 잔반 찌끄레기 먹는 더 돼지가 된 거 같아서 말이다. 너무 빨리, 많이 먹으니 이 사람 속 괜찮을까? 걱정이 안되는 건 아니지만, 무엇보다도 처음부터 적당히 먹으면 다음 날에도 먹을 수 있었을 양을, 왜 꼭 그 자리에 거덜내고는 배부르다 후회하고, 또 만들어야 하는 번거로움을 선사해 주는지 원망스러움이 더 컸던

[일본/일상] 양모펠트로 강아지 만들기 [내부링크]

시작은 미약하였다 5년 전, 갑자기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지금은 기억도 나지 않지만 어느 날 홀린듯이 다이소로 들어가 양모펠트 키트를 사왔다. 알파카 만드는 키트였는데, 쌩짜 왕초보 주제에 꿈만 거창해서, 초장부터 '하야니까 우리집 강아지 (스피츠) 만들어야 겠다!' 며, 만드는 방법 무시하고 마음대로 만들었는데 얼렁뚱땅이지만 꽤 마음에 들어 한동안 밥상 사진 찍을 때도 항상 옆에 두고 같이 찍곤 했는데, 하나 더 만들어 보겠다며 포부에 차 하나 더 구입했던 키트가 이것이었다. 그러나 머리가 될 동그라미 하나 만들고, 그대로 봉인되고 만다. 그러던 어느 날, 저녁에 반주를 안하는 대신 (5일 째인데, 2013년 이후, 이렇게 길게 술을 안 먹는 건 처음인듯) 저녁 시간을 알차게 보내겠다고 스트레치도 하고 지압마사지도 하다가, 문득 양모펠트 재료가 들어있는 상자가 눈에 들어왔다. 한동안 존재 자체를 잊고 있다가 작년에 이사하면서 발굴, 언젠가 마저 만들어야지 하고 눈에 잘 띄는 거실에

[일본/일상] 올 해, 첫 눈 [내부링크]

이 샷을 찍으려고 어제 그렇게 부리나케 만들었나보다 (feat. 양모펠트 강아지) 눈이 많은 홋카이도, 토호쿠 지방과 달리, 내가 사는 칸토(관동)지방은 눈이 많이 오는 지역이 아니다. 쌓일 정도의 눈은 2, 3년에 한번 꼴인데, 드물게도 작년에 이어 올 해, 대설경보 발령 중이시다. 올 해, 아니 이번 22-23 윈터시즌 첫 눈인데 처음부터 너무 거하게 온다. 하핫, 눈 녀석, 기합이 빡 들어갔는데? 아침은 분명 이렇게 수수한 진눈깨비였는데 어느 덧, 시야는 은세계가 되었다. 회사 다닐 때 이랬으면 하루종일 집에 갈 걱정으로 한숨만 푹푹 내쉬었을텐데 백수라 그 걱정은 덜었다. 전에 살던 집은 역에서 내려 언덕을 한번 내려가고, 다시 두번 올라가야 집에 돌아갈 수 있었고, 작년에 눈이 많이 온 날엔 15분 거리를 30분 넘게 걸려가며 귀가 후, 다음 날은 언덕을 내려가지 못해 텔레워크로 전환했었지. 나랑 결혼해줘서 고마워 여보. 언덕 없고 (일자리 없는) 시골에서 살게 해줘서 고마워

[일본/일상] 귀국준비 [내부링크]

내가 한국에 마지막으로 갔던 건 2019년 8월. 회사 오봉야스미 전후로 유급휴가를 붙여 열흘 정도 다녀왔었다. 그 때는 흰둥이들도 2개월령 꼬물이들이라, 하루 (7・스피츠) 출산선물(?)로 금일봉(?)도 챙겨, 겸사겸사 다녀왔는데, 당시엔 그걸 마지막으로 하늘길이 막히게 될 줄은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이후로는 입국규제조치로 집에 가는 걸 포기하고, 그런 시국을 틈타(?) 복잡한 과정은 생략한 채, 후다닥 결혼을 하고, 시골로 이사를 하고, 입출국 완화까지 기다리다 보니 10월이 되어 있었다. 연내에는 장인, 장모님께 인사를 가겠노라던 대형견 한마리 짝꿍은, 유언실행 (드물게) 으로 유급휴가를 내고, 드디어 내일, 인생 첫 해외여행 겸 K-장인장모와의 첫 대면을 기다리고 있다. 원래는 일주일 정도 유급휴가를 받으려 했는데, 회사의 일손부족^^으로 컨펌이 안나고(だからだよ-_-), 그나마 12월이 아니면 어렵다 하여 지금 이 시기에, 토일을 낀 3박 4일 일정으로 다녀오게 되었다.

[일본/일상] 일본 귀국 후의 근황 [내부링크]

지난 일요일 저녁, 무사히 일본으로 돌아왔다. 그런데, 한국에서 두껍게 입고 와 일본에 도착하자마자 땀을 비오듯이 흘린 탓인가, 다음 날 일어나보니 목 아프고 기침나고 고열에 난리난리. 코로나 자가키트로 검사해보니 결과는 네가티브였지만, 해열제를 먹어도 순간 뿐이고, 열은 계속 37.3-38.3 사이를 왔다갔다. 그런데 이번에 실업급여 타면서 남편 부양에서 빠지게 됐는데 회사 쪽 처리가 늦어져 아직 국민건강보험으로 못 돌린 상태 ㄷㄷㄷ 병원 가려면 일단 시청부터 가야하는데 그럴 몸 상태도 아니라 전에 먹던 항생제와 카로나루500mg을 자가처방해 발 등의 불만 끄고 있는 오늘의 나. 한국? 말해 뭐해. 그저 빛, 그저 행복, 그저 환희. 열 내리면 다시 돌아오겠습니다.

[일본/일상] 감기 후기 / 열 내린 일상 [내부링크]

해마다 한두번은 걸리는 감기이건만, 이번 감기는 진짜 징했다. 보통은 어 감기오려나, 하고 으슬으슬하다가 목이 아파오고, 투명한 콧물이 흐르고, 노란 콧물로 코가 막히고, 이렇게 점층적으로 증상이 발현되는데, 이번엔 일본 귀국 후 집에 돌아와 씻고 자던 도중에 숨이 막혀 일어났더니 목이 타는듯이 칼칼하고, 발작기침이 시작되고, 물을 마셔 진정시키고 다시 잠을 청했는데 조금있다 또 다시 숨이 막혀 일어나게 되는, 그렇게 자는 둥 마는 둥 하고 일어나 보니 몸이 물 먹은 솜처럼 무겁고 머리가 지끈거려 열을 재보니 38.3도. 혹시나 싶어 코로나 자가키트로 검사도 해봤는데 우려스러운 일은 없었고 (단, 키트가 정상적으로 작동하고 있었다는 전제 하에) 전날 무거운 슈트케이스와 짐가방을 어깨에 메고 이케부쿠로 역의 계단을 허겁지겁 뛰어올랐던 것이 원인일 것으로 예상되는 근육통 이외엔, 별다른 통증도 없었다. 입맛은 어찌나 좋은지 죽을 한 솥씩 먹고, 평소 한개 먹던 올드패션을 두개씩 씹어삼켰

[일본/일상] 본의 아니게 블로그와 멀어지는 중입니다 [내부링크]

작고 소소하게나마 거리는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다. 오늘은 크리스마스 이브의 이브. 작년은 금요일이 크리스마스 이브였다. 작년엔 남자친구가 놀러온대서 무거운 홀케이크를, 카와사키에서부터 팔에 힘 잔뜩 주고, 만원전철을 두번이나 갈아타며 들고 오면서도, 그가 도착할 밤 10시 11시엔 와인 살 곳도 마땅치 않을 것 같아 '와인도 내가 사둘까? 화이트, 레드 뭐가 좋아?' 라고 라인했더니 생각이 뇌를 1초도 스치지 않은 것 같이 '응~ 둘다! ^_^' 해서 매를 벌던 그 남자친구. 내가 그 때 덕을 쌓아서 이렇게 놀고 먹을 수 있는건가, 그 때 헤어지지 않아서 매질을 할 수도 없는 남의 집 아들내미를 남편이라 이름만 바꿔 떠맡아 기르게 된 건가. 작년 크리스마스 즈음의, 신바시, 도쿄역, 마루노우치 여기까지 쓴 게 12월 23일. 쓰다 만 포스트는 한 두개가 아니다. 그 좋아하던 글쓰기와 멀어진 게 싫어 시작했던 블로그인데 요즘은 글쓰기가 쉽지 않다. 생각을 글로 엮어내는 작업

[일본/일상] 2022-23 연말연시 [내부링크]

떨어진 잎에서 새 잎이 돋고 있다 변변한 포스팅도 못하는 사이, 연말이 왔다... 갔고, 연시도 왔다... 갔고, 어느 덧 1월도 중순에 이르렀다. 매일매일 꼬박꼬박 포스팅을 하던 것이 마치 둘리가 엄마랑 같이 살던 일억년 전 옛날같이 느껴진다. 해 쬐인다고, 베란다 근처에 놓아두었다가 바람에 날린 커텐에 맞아 떨어진 다육식물의 잎에서는 눈치채지 못한 사이 새로운 잎이 나고 있었다. 그런 희망찬 2023년의 첫 포스트. 밀린 그간의 이야기를 해볼까 한다. 30일 금요일은 짝꿍의 시고토오사메(仕事納め: 그 해의 최종출근) 여서, 올 한 해도 열심히 일한 짝꿍에게 고기와 감자, 양파, 당근을 큼직하게 썰어넣은 올 해 마지막 카레를 만들어 주었다. 걸쭉한 루에, 씹는 맛 넘치는 건더기. 내가 만든 카레 중 최고라 불러도 부족함 없는 맛. 밥 두 공기 분을 큰 그릇 하나에 눌러담고, 그 위에 카레를 담뿍 부어 떠먹으며 최애맥주 아사히 슈퍼드라이를 마시던 짝꿍은 만족스러운 듯이 눈을 가늘게

[일본/일상] 미치노에키 / 류센지 / 오우치 이자카야 [내부링크]

1월 6일, 언제나처럼 짝꿍을 출근시킨 뒤, 잠깐 커피 한모금 마시며, 아침 정보 프로그램을 멍하니 보고 있는데, 여기서 그리 멀지 않은 거리의 오테라 (절) 에 전국 최강 개운 오마모리가 있다는 내용이 흘러나왔다. 나는 일본의 신앙을 믿지 않지만, 이번 연말연시를 워낙에 인상깊게 보내서 왠지 모르게 꼭 가야만 할 것 같은 기분이 들어, 바로 그 다음 날, 짝꿍과 함께 길을 떠났다. 가다가 전부터 궁금하던 미치노에키가 나오길래 잠깐 들렀다. 원래는 특산품인 파 아이스크림을 먹으러 갔는데, 야채 직판장에 정신이 팔려 아이스크림은 먹지 않고, 파, 네기라유, 구운 도너츠, 파전을 사버렸다. 동네 마트에서는 쉽사리 볼 수 없는 물고기 (왜?) 나 특이품종 당근도 볼 수 있었다. 신선하고 가격도 저렴해 종종 들릴지도. 그리고 도착한 오늘의 목적지, 류센지(龍泉寺). 관동지방에서 유일하게, 야쿠요케 (厄除け, 나쁜 운을 피함)과 카이운 (開運, 개운, 운을 좋게 함) 에 동시에 효험이 있는

[일본/일상] 결혼반지 수령 / 탕멘 / 방한대책 [내부링크]

그것은, 한 통의 라인으로부터 시작되었다. 거의 2달만에 온 반가운 소식 11월 13일에 주문한 결혼반지가, 드디어! 드디어!!!! 완성되었다는 연락이었다. 납기가 1월 중순이었기 때문에, 1월의 연시연휴가 끝난 뒤 부터는 핸드폰을 손에서 놓지 않으며 이제나 저제나 기다렸는데, 이런 기쁜 소식은 항상 잠시 잠깐의 찰나 - 잠깐 꾸벅꾸벅 조는 사이 - 를 틈타 찾아온다. 결혼반지를 맞추기 전엔 별 생각 없었는데 (어느 쪽이냐 하면 필요성을 그다지 느끼지 않았다) 반지 보러 가서 계약까지 덜컥 하고 나니 내 안에서 결혼반지가 가지고 있는 상징성이 급 커져서, (게다가 돈은 지불하고 물건을 받지 못하는 기간이 2개월이나 되니) 생각같아선 당장 오늘이라도 튀어가서 받아오고 싶었지만, 짝꿍 퇴근 후에 가게까지 갈 체력이 되지 않을 것 같아, 휴일의 가장 빠른 시간대로 방문예약을 넣었다. 그리하여 지난 14일(토), 11시 좀 넘은 시간에 결혼반지를 수령하러, 2개월만에 비쥬피코에. 그리고 2

[일본/여행] 단풍놀이 : 치치부 케곤노타키 [내부링크]

11월 19일 토요일. 얇은 미러 커튼 만 달았을 때는 새벽 5시만 되어도 저절로 눈이 떠졌는데, 지난달 암막 커튼을 단 이후로는 새벽 5시가 뭐야, 저녁 5시까지도 잘 수 있을 것 같다. 그나마 평일엔 아침 배웅한다고 한 번은 눈이 떠지는데, 주말은 짝꿍이 거실에서 부스럭 거려야 겨우 눈이 떠질락 말락. 이날도 10시가 넘어서야 겨우 이불 밖으로 나올 수 있었다. 전날의 숙취 (※혼술을 얼마 못했을 뿐이지 짝꿍이 돌아온 뒤 술을 안 마신 건 아니다)를 신라면으로 다스리고 정신을 차려보니 12시. 더 이상 지체하면 올해 단풍 보기는 물 건너갈 것 같아, 무거운 몸을 일으켜 집을 나선 시간은 이미 2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근데 우리 어디로 가는 거야?' '바람만이 아는 곳으로' '이종범 코치 아버님만 아시는 곳? 하하하.......' 이때까진 몰랐다. 그 말이 진짜가 될 줄은. 화미치키 번즈에 화미치키를 끼워 먹어봄 금강산도 식후경 이랬다. 신라면에 계란 반숙까지 든든하게 먹었다 생

[블로그씨] 3. 내가 본 아주 아름다운 일몰 풍경 [내부링크]

From, 블로그씨 해가 짧아진 겨울날, 내가 본 아름다운 일몰 풍경을 영상과 함께 공유해 주세요~ 내가 함께 해온 수많은 일몰들 일몰의 얼굴은 다양하다. 색깔도 모양도, 매일 같은 날이 없다. 해질녘을 맞이하는 나의 마음도 마찬가지라, 아직 해가 있는 시간에 귀가한다는 짜릿함을 느끼는 날이 있는가 하면, 때론 어제와 같았던 오늘이, 이 짤막한 쇼와 함께 저물어버린다는 쓸쓸함에 집에 돌아가는 발걸음이 자꾸만 멈칫거려지는 날도 있었다. 좀 더 어릴 때는, 즐거운 시간은 다 끝나버리고 나와 현실만이 덩그라니 비춰지는 것 같아, 그 외롭고 헛헛한 기분을 머라이어 캐리의 My all로 달래던 날도 있었다. 내가 살았던 날만큼 있었을 수 많은 일몰들 속에서, 가장 아름답달까, 인상적인 일몰은 저 윗 사진들 속엔 없다. 물론 하나 하나 충분히 아름답고 소중한 기억이지만, 내가 가장 선명히 기억하고 있는 일몰은, <내가 본 아주 아름다운 일몰 풍경> 메인이 우박아니냐, 싶을 수도 있는데 아니다

아 존빡 [내부링크]

하 일본이 이기다니

[일본/일상] 일본인 남편과 축구보기 / 본가 강아지 / 산책 / 이상한 한국어 [내부링크]

엊그제, 명예독일인으로 화해 전범더비를 시청하던 중, 연이은 골에 바로 옆에서 일본인이 좋아하는 모습을 보니 부아가 치밀어 올랐다. 아무리 남편이지만, 자기 나라가 이겼다고 좋아하는 걸 보니 얼마나 얄밉던지, 아니, 어쩌면 그의 나라가 일본이 아니었다면 이렇게까지 얄밉지는 않았을 거고, 얄미울 이유도 없었겠지만 어쨌거나 일본인이 일본이 독일 이겼다고 좋아하는 꼴이 보기싫어 등짝에 스매싱을 날리고 냉장고 가는 척 발을 콱 밟아주었다. 왜 이러냐고 새된 소리를 지르는 그에게 '몰라서 물어?' 한마디를 남기고 속이 타 레몬사와를 꿀꺽꿀꺽 삼켰다. 맛이 쓰다. 앞으로 국제경기가 있을 때마다 계속 이래야 한단 말인가. 자랑스러운 우리 손 그리고 어제! 키노우! 예스터데이! 쭈오티엔! 게스텐! 대한민국 대 우루과이 전. 설욕의 시간이 왔다. 일본이 독일을 꺾은 것이 한국이 우루과이에 승리하는 것으로 설욕이 된다는게 아이러니하지만, 정말 그런 기분이 들었다. 첫 경기를 이기고 가야 좀 더 여유있

[일본/일상] 안녕, 11월 [내부링크]

포스팅할 틈도 없이 바람처럼 지나간 요즘. 이번 주말은 어디 멀리 나간 것도 아니고 집 근처에서 빙글빙글 돌기만 했는데 정신을 차려보니 주말 끝, 그리고 오늘에 이르렀다. 몇 번이나 컴퓨터 앞에 앉아 이 페이지를 썼다, 지웠다를 반복하는 사이, 11월도 오늘이 마지막이란다. 아- 올 해도 이렇게 저무는구나. 월드컵 시청으로 삶이 피폐해진 요즘, 한국과 일본 이외의 경기까지 섭렵하면서 별의 별 경기를 다 보았는데, 가장 인상적이었던 건 역시 대한민국 대 가나였다. 결과는 한없이 아쉬웠지만, 내용만으로는 이번 월드컵 경기 중 최고가 아니었을까? 2점 리드당하고 있는 상황에서 끝까지 포기않고 뛰어준 선수들에게 정말 감사하고, 심판 지가 경기 끝내놓고 항의하는 벤투 감독에게 레드카드 준 거 진짜 이해 안가고 (경기 끝났는데도 레페리의 권한이 있다니...?) 이해 안가지만 그게 룰이라면 좋은 공부가 되었습니다, 뉘예뉘예. 월드컵 16강 나가면 좋지만 못 나간다고 무슨 세상이 다 무너져 내리는

[블로그씨] 4. 100엔 샵이 허락한 오피셜 야매요리 : 간장 계란, 쌈무, 온센타마고 [내부링크]

From, 블로그씨 블로그씨는 쉽고 간편하게 요리하는 것을 좋아해요. 나의 야매 요리 레시피를 사진과 함께 공유해 주세요! 12월 첫 포스팅은 블로그씨. 요리 레시피라고까지 하기에도 뭐 하지만, 일본의 백엔샵에서 쉽게 구할 수 상품을 이용한 초간단 야매요리를 몇 가지 소개해 보고자 한다. 일명, 백엔샵이 허락한 오피셜 야매요리! 1. 간장 계란 보들보들한 삶은 계란에 짭조름한 간장맛이 배어든 간장 계란. 계란 삶는 시간 포함, 1시간 반이면 뚝딱. 만드는 방법은 지극히 심플. 다이소에서 산 이 특별한 용기에 완숙, 반숙 취향대로 삶아 껍질을 벗긴 삶은 계란의 용기에 세팅한 후, 시판 멘쯔유를 용기 안쪽 선까지 쫄쫄쫄 부어준 뒤, 내부 뚜껑, 외부 뚜껑을 차례로 덮어 냉장고에 넣어주면 끝! 1시간 정도 숙성시키면 완성이라지만, 이틀동안 들어있던 적도 있.... c 그래도 너무 짜지거나 하진 않았다. 이렇게 스푼으로 꺼내 반으로 쪼개보면 골고루 맛이 밴 것을 알 수 있다. 밥반찬으로도

[일본/일상] 그간의 일상 / 낫또신라면 / 주말먹부림 [내부링크]

그동안 많은 일이 있었다. 우선은 예의 하로워크에서 일이 있었고, (돈 받아야하니 참는다 진짜) 귀국준비 중에 짝꿍과 시댁에 대한 스트레스가 폭발해, 사흘간 이불 쓰고 누워 질질 짜고 별 짓을 다 하다가 어찌어찌하여 일단 안정된 상태. 같은 나라 사람끼리 결혼을 해도 맞고 안 맞고가 있는 와중에, 하물며 서로가 다른 문화와 정서 속에서 살아온 사람들의 결혼생활에는 여러가지 변수가 더 있겠구나 하는 걸 피부로 느낀 시간이었다. 최근의 마이붐, 낫또 넣은 신라면 낫또 넣은 신라면이 요즘 왜 이렇게 맛있는지. 요즘 날이 추워, 매일 따끈따끈한게 먹고 싶어진다. 물을 적게 잡아 마제소바 같은 느낌으로 해도 맛있고, 물을 많이 잡아 된장찌개 느낌으로 해도 괜찮다. 고춧가루를 더 추가한다거나, 낫또를 넣는 타이밍을 바꿔가면서, 1일 1 신라면 중. 비타민B의 섭취량은 1일 권장량이 확보되기 때문에, 의외로 건강식이라는 사실. 마음에 폭풍이 휘몰아치는 가운데에도, 월드컵 시청은 계속되고 있었다.

[일본/일상] 아침형 인간이 되기 위한 몸부림 / 도시락 / 맥도날드 삼각초코파이 스트로베리 쵸코&잼 [내부링크]

요즘 당연하다는 듯이 4시에 자고, 7시 다되서 잠깐 일어나 짝꿍을 배웅한 다음, 낮 12시까지 도로 자는 생활이 이어지고 있다. 그래도 이제까진, 짝꿍 보내놓고 다시 잘 지언정, 한번은 일어나서 뜨지도 못하는 눈으로 도시락 싸고, 현관과 방 창문에 붙어 잘 다녀오라고 손도 흔들고 했다. 그런데 어제는, 짝꿍이 집안 웃어른 (나) 에게 다녀오겠다고 인사할 때까지 알람도 듣지 못했다. '엣! 아침이야?!' 당황해서 일어나려는 나를 더 자라며 이불을 덮어주고 조용히 나가는 그의 뒷모습을, 눈이 떠지질 않아 보지도 못하고 다시 그대로 잠들었는데, 일어나서 청소기 돌리고 커피마셨더니 곧 짝꿍이 퇴근할 시간이 되더라. 아, 뭔가 잘못되어 가고 있어. 하루가 너무 짧아. 이대론 안되겠다는 생각에, 어제는 불굴의 의지로 일찍 잠들고, 오늘은 일찍 일어나 커피까지 연거푸 들이키며, 꿋꿋이 일어나 앉아있다. 오랜만에 보는, 오전 햇살. 오, 그래, 이거야. 이게 사람이 사는 삶이지. 할 수 있다면

[일본/일상] 오랜만의 외출 /지로계 라멘 /시 강아지 [내부링크]

지난 일요일은 정기적으로 찾아오는 컨디션 난조로, 짝꿍만 내보내고 집에 있었다. 그 사이 혼자 노는 법을 잊어버린 그는, 모처럼 밖에 나갔어도 딱히 갈 곳이 떠오르지 않아 강아지도 볼 겸 본가에 갔는데, 항상 붙어다니던 내가 안 보이니 시어머니는 싸워서 왔냐 하시고, 싸운게 아니라 몸이 안 좋아서 집에 있다고 하는 바람에, 나 어디 몸 되게 안 좋아서 차로 10분도 안 걸리는 거리도 못 온 사람이 되었다. 젊은 나이도 아니고, 아무래도 어른들 보시기엔 '몸이 안좋다=아이는 낳을 수 있을까?' 이런 식의 사고로 귀결되기 쉬워서 제일 말하지 말아줬으면 하는 걸 말해버리다니 '아 왜 쓸데없는 소릴 했어. 그냥 어디 갔다고 하지' '그래서 여기 온 거 모르고, 원래 오려고 한 것도 아닌데 그냥 강아지 보러 온거라고 했어' 자기 나름대로는 그렇게 잘 마무리 한 것 처럼 말하는데, 으이구, 이 답답아. 어른들은 듣고 싶은 말만 듣는다구. 처음부터 쓸데없는 말은 하질 말았어야지. 하지만 지금 원

야채를 먹자! 돼지고기 배추찜 [내부링크]

살다 보면, ‘내가 나이를 먹었구나’라고 느끼는 때가 종종 있다. 대표적으로는 같은 양의 알코올을 섭취하고도 숙취가 풀릴 때까지 걸리는 시간이 이전보다 점점 더 길어지고 있을 때, 그리고 섬유질이 많은 익힌 잎채소가 맛있게 느껴질 때가 그것이다. 어릴 땐, 배추하면 아, 김치 재료? 하는 정도의 인식밖에 없었다. 우리의 일상생활 깊숙한 곳까지 관여하는 채소이지만, 김치 이외의 방법으로 굳이 먹을 생각은 못 하는. 그도 그럴 것이, 이파리 한 장 한 장 떼서 씻어야 하는 것도 귀찮고, 먹기 좋게 썰어주기까지 해야 하니 그럴 거 같으면 다른 거 먹겠다며 배추를 경원시했던 나였다. 그런데, 요즘은 '아 오늘은 배추가 먹고 싶다' '배추 먹고 싶으니까 고기도 좀 살까?' 이런 식으로, 이제까지 입맛의 뒷골목만을 서성이던 배추가, 화려한 스포트라이트가 비치는 무대 중심으로 옮겨오게 되었다. 특히, 이런 쌀쌀한 계절, 나베 안에 넣은 배추는 달큰하고 구수한 맛은 물론이요, 짭조름한 국물 맛까지

[일본/일상] 결혼반지 맞추기 [내부링크]

11월 13일 일요일. 동녘이 밝아와서야 겨우 눈을 감았지만, 이른 아침(10시...) 부터 졸린 눈을 부비며 집을 나섰다. 이 날은 짝꿍과 결혼반지를 보러 가기로 한 날이었다. 우리 부부는 결혼한 지 반년이 지났지만, 아직 결혼반지가 없다. 그러려고 그런 건 아니고, 올 해 1월에 각자 집안에 인사하고, 2월에 양가 상견례하고 집구하기 시작해서 3월에 퇴사, 이사, 혼인신고, 란 스케쥴로 번갯불에 콩 구워먹듯 결혼을 진행하다보니 반지를 미리 맞출 겨를이 없었다. 결혼 이후엔 액세서리를 잘 하는 것도 아니고, 사람 만나서 반지 보여줄 일도 없어서 완전히 잊고 살다가, 지지난 주 즈음인가, 짝꿍이 슬슬 결혼반지를 보러 가고 싶단다. 왠일인가 했더니, 지난 번 회사 회식 때, 반지 이야기가 나왔나 보다. 예상하건데, 식도 안했는데 반지도 안해주다니, 뭐 그런 이야기가 오가지 않았을까? 꼭 필요한가, 하면 NO지만, 몸에 지니는 오래 쓸 커플템 하나는 있어도 괜찮지 않을까 싶은 기분도 들

[일본/일상] 새 디퓨져 / 인스턴트 커피병 뚜껑 / 환기구 공사/ 매운맛 카레 [내부링크]

오랜만에 아무 것도 없는 이번 주. 아니, 화이트핸드 (白手)라 원래 디폴트가 매일 아무 것도 없는건데 c이게 또 더더욱 아무 것도 없는 것처럼 느껴지는 날이 있다. 이 '더더욱 아무 것도 없는 날'은 어쩌면 물리적인 것이라기 보다는, 정신적인 것일지도 모르겠다. 평화롭다.. 너무 평화로워서 오늘은 밥도 안함. 다행히 어제 끓인 카레가 남아있다. 카레는 둘째날부터가 진국이지. 아, 어제의 카레는, 골든카레 개매운맛 일본 카레가 말하는 '맵다'는 신용이 1도 안 간다. 지난 번에 쟈와카레도 맵다 써있어서 해서 사봤는데, 우리집 맵찔이 (남편이요) 조차 맵지 않다 해서, 아예 고춧가루를 부어볼까? 불닭 소스를 좀 넣어볼까? 까지 생각했는데, 그제 마트에 갔다가 발견한 새로운 매운 맛 카레에 이끌려 구입, 어제 만들어 보았다. 와, 이제까지중에 가장 매운 맛. 앞으론 이거만 사야지. 그리고 불닭 소스 넣어야지. *역시 한국인의 매운 맛은 기대하면 아니되는 것이었다. *맵찔이 (남편이요)

[일본/일상] 도시락 / 나혼살 파티 / 식물 근황 [내부링크]

항상 아침 일찍 집을 나서는 짝꿍이지만, 금요일은 출근시간도 약간 여유있고, 점심에 도시락 먹을 시간도 있다 하여, 월-목은 주먹밥만 만드는 나도, 금요일만큼은 밥과 반찬을 따로 담은 도시락을 만든다. 지금 짝꿍이 들고 다니는 도시락 가방, 도시락 통, 수저케이스, 전부 다 나 내거였는데, 아침에 냉장고에서 도시락통을 꺼내 가방에 넣을 시간조차 없어, 정작 얼마 쓰지도 않고 방치된 채 있다가 지금은 자연스럽게 다 짝꿍 물건이 되었다. 과거의 내가 나 스스로를 과신하고 저질렀던 불필요한 소비가, 수 년에 걸쳐 필요 소비로 둔갑된 (?) 현실을 바라보며, 그래서 인생사 새옹지마고 모로 가도 서울로만 가면 된다고, 다시 한번 느꼈다. 오늘의 도시락 오늘은, 어제 저녁에 덜어 둔 돼지불고기를 전자렌지에 데우고, 시금치에 마늘, 혼다시, 소금, 참기름을 조물조물한 시금치 나물을 만들어 넣었다. 워낙에 고기 좋아하는 양반이고, 어제도 맛있던 불고기니 오늘도 맛잇겠지만, 시금치는 좀 깜짝 놀랄

[일본/일상] 나혼살 파티 근황 [내부링크]

볶음우동 나 혼자 살 때처럼 술마시기 파티. 굴캔만 가지고 마시기엔 배고플 것 같고 속쓰릴 거 같아 식사도 될 만한 볶음우동을 만들어 보았다. 돼지불고기에 우동 넣고 볶은 간단한 요리, 이것이 완성된 것은 19시 40분 경. 남편은 19시 즈음에 건강검진센터로 출발했다는 연락이 왔으니, 슬슬 도착했나? 싶어 볶음우동 사진을 보내는 김에 도착했냐 물었더니 바로 답이 온다. 시작도 하기 전에 끝났다고 한다 술 한 모금 마시기도 전에, 검진 끝났다는 보고 c 모처럼의 나혼살 파티는 이렇게 끝나는가 했더니 밥먹고 온다하여 연장되었다. 1시간 중에 우동 먹은 게 절반... 그리고 앞으로 한 5분 남음....... 훈제기름에 절인 굴 원래는 좀 더 시간이 걸릴 것 같아, 느긋하게 와인 마시면서 이런저런 떠오르는 상념을 그러모아 글로 쪄보려고 했는데, 그건 다음 시간에 (아쉽지만, 싫은 건 아니예요) 주말이다

[일본/일상] 면접사퇴 [내부링크]

오랜만에 낙서 빨래를 널다 창 밖을 내다보니, 지나가던 고양이랑 눈이 마주쳤다. 고양이는 1층, 나는 2층이었는데 빨래 넌다고 부스럭 대는 소리를 듣고 쳐다봤다 서로의 존재를 눈치챈 것 같았다. 한동안 낮 12시를 넘기면 어디선가 고양이가 야옹야옹 우는 소리가 들렸는데 그 목소리의 주인이 이 녀석이었나보다. 하얀 바탕에 검정, 갈색의 커다란 삼색고양이. 부산스레 핸드폰을 찾던 사이, 체셔고양이처럼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왠지 모를 아쉬움에 오랜만에 타블렛을 꺼내 내 기억 속의 고양이를 그려보았다. 연하장 그릴 때만 연 1회 쓸까 말까 하다보니 산 지 몇 년이 지났는데도 아직도 제대로 쓰는 법을 모르겠다. 마침 잘됐어. 마음도 비울 겸, 그림을 그리자. * * * 오늘 아침, 한통의 메일이 도착했다. 지지난 주, 하로워크 직업상담에 처음 갔을 때 소개장을 받아오고, 한참 고민하다 지난 주 월요일에 응모서류를 보낸 회사였다. 서류전형 통과 메일이었는데, 이런 상황이라면 보통은 와 잘됐다

[일본/일상] 혼술의 성지, 일본 패밀리 레스토랑 사이제리야 [내부링크]

어제의 이상한 기분도 시간이 지나니 많이 풀려서, 이 기세를 몰아 좋아하는 것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려한다. 오늘의 테마는 사이제리야. 줄여서 사이제라 불리우기도 하는 이 곳은, 저렴한 가격과 다양한 메뉴를 무기로 하는 일본의 패밀리 레스토랑 체인 중 하나인데, 나는 극호지만 사람에 따라 호불호는 갈리는 모양이다. 평소 입맛이 까다롭지 않고, 손쉽고 저렵하게 양식풍 식사를 하고 싶은 사람에게는 자신있게 추천할 수 있다. 내게 있어 사이제리야는, 처음엔 '휴일 점심에 동네 산책하다 배고파지면 들리는 곳'이었다. 1년에 3번 가면 많이 가는 수준의. (애초에 집밖을 잘 안나감)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기쁜 일이 있었을 때나, 회사에서 ㅈ같은 일이 있었을 때, 아직 감정의 찌꺼기가 남아있어 그걸 집에 가지고 들어가긴 싫고, 사람들의 인기척이 들리는 곳에서 혼자 진탕 마시고 싶을 때 들리는 이자카야 대용으로 쓰게 되었다. 좋은 일이 있었을 때엔 좋아하는 메뉴와 술로 자축을 하고, ㅈ같은 일이

간단하고 맛있게, 단짠맵 콜라 찜닭 [내부링크]

지난 일요일 저녁, 오랜만에 콜라 찜닭을 만들었다. 콜라 찜닭은 만들기도 쉽고, 짝꿍의 반응도 좋아 딱히 저녁밥 아이디어가 떠오르지 않을 때 종종 만든다. 간단하게 닭고기 (돼지고기로도 가능) 와 마늘, 양파, 양배추에 간장, 콜라만으로도 손쉽게 만들 수 있지만, 이날은 마침 생강, 한국당면도 있어 살짝 부유한 버전 (?)으로 만들어 보았다. 그런데 집에 있는 토리모모 (鶏モモ、닭 허벅지살)의 유통기한이 약간 간당간당하다. 색깔이나 냄새는 괜찮았지만 누린내를 제거하기 위해, 천수를 다 한 우유에 잠시 재워두는 것부터 시작했다. 그 사이, 냉동실에 통째로 얼려두었던 생강 하나를 꺼내, 흐르는 물에 녹여가며 겉껍질을 살살 긁어주었다. 그냥 껍질을 벗길 때보다 얼린 생강의 껍질을 벗길 때가 훨씬 쉽고 깨끗하게 벗겨진다. 지난번에 칸비니에서 산 한국 당면도 물에 불려주었다. 15분 정도 우유에 재워둔 닭고기는 한번 물에 헹궈 우유를 씻어내고, 한 입 크기로 먹기 좋게 자른다. 그리고 끓는

[일본/일상] 뭐라도 해야겠다 싶어서 [내부링크]

다니던 회사를 그만 두고, 자의반 타의반 시골로 이사 와 무직생활 5개월 째. 처음엔 나름대로의 계획과 포부도 있었는데, 밥하고 빨래하고 청소하는 거 말고는 아무 것도 안 하고 하루하루를 흘려보내고 있는 것 같아 뭐라도 해야겠다 싶어서 블로그를 시작하기로 했다. 사실 이것도 아이디 만들고 첫 글을 뭘 쓸까 우물거리다 한달이 지나갔는데, 오늘, 바로 이 순간! 정말 뭐라도 하지 않은 채 눈 한번 감았다 뜨면 이대로 올 해가 끝나버릴 것 같아서, 오늘은 작정하고, 맥주와 치즈와 커피를 가지고 와 컴퓨터 앞에 앉아보았다. 맥주 한국산입니다 그런데, 할 말은 없고 배만 불러온다 (....) 학생 때는 컴퓨터 앞에 이렇게 앉아있으면 하고 싶은 말이 술술, 손가락이 멈출 새도 없이 움직였는데, 이제는 뭔가 쥐어짜지 않으면, 아니 쥐어짜도 좀처럼 아무 것도 나오지 않는다. 그 때 그 기억만 가지고 이제까지 내가 재야에 묻혀있는 글천재인줄 알고 살았는데, 아무래도 아니었나봄. 딱히 이걸 써야지,

[일본/일상] る로 시작하는 말 [내부링크]

요 두달간, 하루종일 집에만 있다보니 사회와의 연결고리가 완전히 단절되었다. 일본어를 못하는 것도 아닌데, 짝꿍 없으면 (차없이 다니기 어려운 동네라) 어딜 가지도 못하고 (집에만 있으니) 소리를 내어 대화를 할 일도 없다. 일본에 오고 10년동안, 미혼, 여자, 외국인, 마이너리티 삼종세트라도 기죽지 않고 아득바득 일만하며 살아왔는데, 지금은 불과 몇달 전까지 있었던, 치열했던 매일매일이 정말 1도 기억나지 않는, 띠리리리리리, 영구도 아닌데 바보 천치가 되어간다. 또르르. 급속도로 일본어가 퇴화되어 가는 중에, 단어라도 붙들어보자고, 어제 저녁엔 짝꿍이랑 끝말잇기를 했다. 금방 시들할 줄 알았더니 의외로 불이 붙어서 한시간 반이나 승부가 계속되었다. 그러던 중, る로 시작되는 말이 아킬레스건이 되어서, 상당히 곤란했는데, 앞으로도 계속될 한일전의 승리를 위해, 미리 좀 정리해 두어보겠다. 난 지고 싶지 않으니까 (불끈) 이하, る로 시작하고, ん으로 끝나지 않는 말들 ルイボスティ

[일본/일상] 아침 [내부링크]

아이스커피 아침이다. 나의 아침은 6시 반부터 시작되는데, 그 때부터 쭉 깨어있다면 지금 이 시간, 8시~9시 사이의 시간에, 커피를 마시며 유튜브로 모닝재즈 같은 걸 듣고 있으면 마음이 굉장히 여유로워지고, 마치 내가 시간을 매우 알차게 살아가고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오랜 습관으로, 아침엔 커피를 마신다. 마신다, 라고 하면 뭔가 우아해 보이지만 사실은 '때려붓는다' 가 정확한 표현일지도 모른다. 비몽사몽하고 있는 뇌를 카페인으로 후들겨 깨우고, 허기진 위를 채운다. 참으로 좋지 않은 생활습관이다. 그나마 회사 다닐 때보다 커피 양은 줄었다. 평일에만 하루 7-8잔이던 것이, 지금은 하루 1,2잔. 아주 마시지 않을 때도 있으니, 장족의 발전이다. 왜 일할 때는 커피가 없으면 못 살 것 같았을까.양복입은 아저씨들이 넥타이를 끌르고 담배연기에 한숨을 실어보내듯, 나는 커피에 참을인을 타서 꼴깍꼴깍 내 안에 채워넣고 있었던 것일까. 그 참을인이 병이 되는 줄도 모르고. 오늘은

[일본/결혼준비] 퇴사, 그리고 [내부링크]

2022년 3월, 3년간 다녔던 회사를 그만두었다. 사람과 시스템에 대해 이 이상 실망할 수 있을까 싶은 레벨을 뛰어넘은 곳에서, 내 남은 인생의 가장 젊은 시간을 낭비하고 싶지 않았다. 신년도부터는 현재의 업무성과에 걸맞는 대우를 해주겠다는 둥, 정말 그만두면 비자는 어떻게 할거냐는 둥, 이미 늦어버린 회유와 협박아닌 협박도 있었지만, 회유에 꼬드겨질 만큼 결심이 말랑말랑했던 것도 아니고, 비자야 지들이 준 것도 아니고 내가 알아서 할 일이라 조금의 고민거리도 되지 않았다. 굳이 말하지 않았지만, 난 결혼을 앞두고 있었다. 당시 도어 투 도어로 편도 1시간 40분이나 걸려가며 통근을 하고 있었는데, 교제상대가 사는 곳과는 또 그만큼의 거리가 떨어져 있어, 함께 미래를 그려나가려면 나, 또는 그 어느 쪽인가가 회사를 그만두어야 했다. 어느 날, 내가 '이 개똥만도 못한 직장에서는 더이상 못 해먹겠다' 했을 때, 이제까지는 막연히 '만약에' 라는 전제로 붙던 이야기들이 '来年の春先(내

[일본/결혼준비] 신혼집 찾기 [내부링크]

1인가구 시절의 내게, 도쿄 이외의 지역에 산다는 선택지는 없었다. 그런데, 부모님 집에서 직장을 다니던 짝꿍과의 결혼으로, 도쿄에서 산다는 선택지가 없어졌다. 나와는 달리 짝꿍은 직장에 불만도 없었고, 육아나 노후를 생각하면 부모님 집과 가까운 곳에 사는 것이 제일 효율적인 선택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수도권이라고는 해도 그 부근은 차가 없으면 이동이 불편하고, 내가 일할 만한 곳도 얼마 없어, 앞으로 내가 거기서 뭘 해야 하나, 고민은 많았(고 지금도 있)지만, 도쿄에서 둘 다 전직활동 하는 것보다는 나을테니, 처음엔 짝꿍이 자동차로 출근이 가능하되, 특급열차가 정차해 아슬아슬하게 도쿄 통근도 가능한 지역을 택해 집을 알아보기 시작했다. 그러나 여기가 우리 동네가 되었다. 일본에서 혼자 이사를 세번 했다. 역대 집들. 도쿄 분쿄구(1K) - 치바 야치요시(1LDK) - 도쿄 이타바시구(1DK) 그 때는 전부 퇴거 1달 전 쯤 관리회사에 퇴거의사를 밝힌 뒤, 현지 부동산에 다니기

[일본/결혼준비] 불용품 수거 [내부링크]

이번 이사에는 세가지 중대한 미션이 있었다. 하나, 버릴 것과 버리지 않을 것을 잘 구분할 것 둘, 불용품의 경우, 적절한 시기와 방법으로 이사 전에 처분할 것 셋, 할 수 있는 한 이사비용을 저렴하게 해결할 것 첫번째, 두번째는 어떤 의미론 맥락을 같이 하는데, 10년을 일본에서 살면서 어느 정도 살림살이가 마련되어 있었기 때문에, 신혼살림은 가급적 새로 장만하지 않고 쓰던거 계속 쓰기로 했다. 그래서 둘이 쓰기엔 사이즈가 작거나, 오래되어 삐걱거리는 물건, 일반 쓰레기로 버릴 수 있는 소모품만 버리기로. 일반 쓰레기로 버릴 수 없는 불용품의 경우에는, 4년 전에, 자전거랑 이불을 버려본 기억을 더듬어, 처분가격이 저렴한 粗大ごみ (대형 쓰레기) 로 내놓으려고 이사 열흘 전 쯤에 지자체 웹사이트에 들어갔는데, 아뿔싸. 이미 3월 중의 수거 예약은 이미 꽉 차 있는게 아닌가! 퇴사 준비에 정신이 팔려 이사 준비는 죄다 최종 출근일 이후로 미뤄둔 것이 화근이었다. 이럴 수도 있다는 걸

[일본/결혼준비] 이사 [내부링크]

이사 당일 3월 26일은 아기다리 고기다리 던 (옛날에는 이런 개그가 있었습니다) 이사일. 입주가능일이 26일부터고, 30일에 집 열쇠를 반납해야 하니 이사할 수 있는 날은 26일~29일 밖에 없었는데, 헌 집(?)과 새 집(?)의 거리가 멀어 나 혼자서는 대응을 할 수 없기 때문에, 짝꿍이 현지에서 짐을 받아줄 수 있는 26, 27일 중에 이사를 해야했다. 그런데, 3월 중에서도 가장 바쁘다는게 3월 마지막 토일이란다. (처음 알았음) 견적의뢰 할 때마다 견적이 10만엔, 15만엔... 네? 짐도 얼마 없는데요? 아 네, 성수기라서요. 그 중에서도 제일 피크인게, 바로 이 때랍니다. 아, 그래요, 성숙이시군요... 생각해보고 연락드리겠습니다. 예상을 훌쩍 상회하는 금액에 고민이 생겼다. 사실 이런 류의 고민이야 돈을 쓰면 단방에 해결되지만, 성수기를 이유로 왠지 바가지 쓰는 것 같은 기분도 들고, 나는 곧 백수가 될 예정이라 쉽게 쉽게 돈을 쓰고 싶지 않았다. 고민을 하면 할 수록

[일본/일상] 내일은 3차 접종일 [내부링크]

하루하루는 매일 새로이 쌓여가는데, 과거 이야기만 붙들고 있자니 (나에겐 인생이 바뀐 매우 중요한 일이었지만!) 왠지 글을 쓸 텐션이 안 생겨서 (중요하다 생각하는 것과 몇개월 후에 그걸 기록하는 건 별개의 일이었음) 한동안 방치. 벌써 2주일이나 지났다. 그리고 내일은 코로나 3차 백신 접종일. 2월 말에 접종권이 도착해 있었지만, 이것저것 정신이 없어 미처 접종을 하지 못하고 이사를 왔다. 일본에서는, 접종권 발송 이후에 이사를 했을 경우, 전입처에서 새로운 접종권 발행을 신청해야 한다. 귀찮아서 차일피일 미루다, 9월 7일부터 3차 접종자에 한해 일본 입국 시 음성증명서 제출면제 소식을 듣고, 부랴부랴 시약소에 연락해 새 접종권을 받았다. 그리고 예약. 1,2차는 모더나였는데, 1차 때는 아플까봐 약이며 죽이며 잔뜩 준비해놨는데 팔만 좀 안 올라가다 끝났고 그런 경험을 거울삼아, 접종 전날까지도 평소처럼 맥주를 까며 맞이했던 2차 접종은 고열과 전신통증으로 기억되고 있다. 당시

[일본/일상] 백신 후유증 [내부링크]

10시에 세번째 백신을 맞았다. 이전과 다르게 약이 들어가는 줄도 몰랐고 팔이 안 올라가는 속도도 더딘 것 같아 이번엔 후유증 없겠구나 했는데 해 넘어가니까 열이 오르기 시작해서, 지금은 37.3도에 팔과 등이 욱신거리기 시작한다. 그 와중에 집에서 할 거 없다고 아마존프라임으로 러브레터 - 살인의 추억 - 기생충을 연달아봤더니 뭔가 비현실적인 기분에서 벗어날 수가 없다. 특히 기생충. 인간의 행복이란 뭘까, 돈이란 뭘까 자꾸 생각하게 되면서 심란해서 잠도 안 옴 ㅠ 약먹자

[일본/일상] 3차접종, 그 이후 [내부링크]

어쩌다보니 이제야 올리게 됐지만, 9월 3일의 코로나 백신 3차 접종 그 다음 날 이야기. 남편한테 효도중 푹 자고 일어나니, 주사 맞은 쪽 팔과 겨드랑이가 욱신거리긴 했지만 열도 평열로 돌아왔고, 전체적으로 몸 상태는 원래대로 돌아왔다. 총평은, 1차 = 3차 <<< 2차. 생각보다 가볍게 끝나서 다행이었지만 4차 맞으라면... 그건... 음........ 반대로, 전날까지는 말짱하던 짝꿍이, 다음 날 아침에는 이불에서 나오지도 못해서, 아, 간호사가 말했던, '1,2차 화이자였으면 3차 모더나 좀 힘드실 수도 있어요' 가 이거구나! 싶어 죽 끓여다 약 먹이고 물수건 얹어주며 본의아니게 효도(?)했다. 근데 열은 37.3도로 아주 약간 미열이 있었던 정도인데, 지금 쓰면서 생각해보니 그냥 효도받는 재미에 드러누워 있던 것 같네. 역시 시어머니한테 물려받은 건 내 남편이 아니라, 내 아들이었던 것이다. 오후가 되니 짝꿍도 조금씩 기운을 찾아가길래, 좀 더 확실한 기력회복을 위해, 닭

[일본/일상] 오랜만에 햇볕좋은 날 [내부링크]

휴~ 지난 주말, 태풍의 영향으로 폭우가 쏟아졌다. 비는 월요일에 그쳤지만 어제도 영 찌뿌둥한 날씨였는데 오늘은 오랜만에 화창한 날씨. 내일부터는 또 줄창 비가 온다 하여, 아침부터 밀린 빨래를 돌리고, 스니커도 햇볕에 널어두었다. 생각같아선 나도 좀 널어두고 싶지만, 베란다가 협소하여 집 안에 말려두기로 했다. 빨래들아. 너희들만이라도 뽀송뽀송 잘 말라라. 엑스트레일쨩 싫은 예감은 적중한다 했던가. '올해 차검만 어떻게든 좀 넘겨줬으면 좋겠는데' 하던 짝꿍의 오랜 벗 엑스트레일이, 차검을 앞두고 카센터에 갔다가, '이번 차검 통과하려면 수리비만 50만엔이 든다'는 판정을 받았다. 결혼하자마자 큰 돈 쓰는거에 부담감은 있었지만, 차검은 넘기더라도 결국 그리 길지 않을 것 같아 함께 여행도 다니고 내 이삿짐도 실어주었던 추억어린 엑스트레일과, 어렵사리 이별을 결정하게 되었다. 새 차 납기가 22일이었는데, 1일 당겨서 납기 가능하다는 연락이 와서 짝꿍이 오늘 퇴근하면서 거기 엑스트레일

[일본/일상] NEW CAR [내부링크]

그제 저녁, 퇴근한 짝꿍이 새 차를 받아왔다. 슬픔은 금방 잊어버림 마지막 주행이라며 울먹이던 모습은 어디가고, 얼마나 신났는지, 핸들 사진만 봐도 행복이 뚝뚝 묻어난다 집에도 안들어오고 주차장 (집도 아닌, 집 앞 드럭스토어 주차장)에서 '여기 전등이 밝으니 설명서 보면서 내부 버튼 좀 눌러보다 들어가겠다'고 전화를... 아이참, 애도 아니고.......... 즉등흐흐르....즌쯔... 겨우 집으로 데려옴 일단 집으로 오게해서 짧게 드라이브의 시간을 가져봤는데, 이전 차랑 스타일은 비슷하지만, 외부 색상이 달라지니 뭔가 새로운 느낌이 났다. 너무 새로운 나머지, 안전벨트 매는 것도 까먹고 '짝꿍아! 이 차 완전 편하고 뭔가 자유로운 느낌이야!' 했는데 너무나도 당연한 것이었다. 안전벨트 안했으니까. 집에 가는 길에야 눈치챔. 참새가 방앗간을 그냥 지나갈 수가 없다 나간 김에 주류전문점에 가서, 신제품 레몬사와 (부부원만 사이즈?) 도 샀다. 코다와리사카바도 신제품 나왔는데, 요즘

[일본에서 부부되기] 3. 결혼 후, 배우자비자 신청①기본서류 [내부링크]

한일 양국에서의 혼인 신고가 끝나고, 다음은 재류자격 변경신청에 들어갔다. 원래 5년짜리 비자를 갖고 있었고, 올 4월부터 영주권 신청이 가능한 상태였지만, 영주권 취득까지 가장 먼 길을 돌아가게 되었다. 자력으로 딸 수 있을 시간만큼 버텨왔는데 정작 신청할 때 되어서 회사 관두고 1년짜리 배우자 비자부터 다시 시작이다, 흑흑. 그래도 한가지 위안이 되는건, 업무 상 타인의 재류자격 변경 (유학→ 기인국) 은 많이 해봤지만 배우자 비자로의 변경 신청은 처음이라, 나름 심심한 일상에 재미있는 작업? 같았던 거. 참으로 큰 위안이 아닐 수 없다. 필요한 서류는 입관사이트를 참고했다. https://www.moj.go.jp/isa/applications/status/spouseorchildofjapanese01.html 在留資格「日本人の配偶者等」(外国人(申請人)の方が日本人の配偶者(夫又は妻)である場合) | 出入国在留管理庁 在留資格認定証明書交付申請 在留資格変更許可申請 在留期間更新許可申請 在留

[일본/일상] 여름과 겨울, 그 사이 어드메 [내부링크]

삐약 지난 주 즈음부터, 더위도 한풀 꺾이나 싶어 담요를 꺼내놨는데 어째 담요 꺼내자마자 다시 뜨거운 햇살이 내리쬔다. 태풍이 오거나, 해가 뜨겁거나, 극과 극을 달리는 요즘 날씨. 그래도 기온도 많이 낮아지고, 바람은 눅눅한 기운이 없어져, 산뜻하고 시원하다. 특히 밤. 혼자 불끄고 베란다창 열고 드라마 (작은아씨들) 를 보고 있노라면 꼭 아무도 없는 야외영화관에서 나홀로 심야영화라도 보고 있는 것 같은 해방감이 들어 너무 좋더라. 오늘도 짝꿍 빨리 재우고 혼자 놀아야지. 같이 있어서 싫은 건 아닌데, 없으면 없는대로 괜찮은 미묘한 신혼 6개월차 (사이는 나쁘지 않습니다 ) 무 무 배추배추 이사올 땐 배추가 심어져 있어 한동안 커가는 걸 보는게 낙이었는데, 수확 후 한동안 텅 비어있던 밭에도 어느 샌가 어린 무언가가 심겨져 있다. 이번에도 배추일까? 시레기 먹고 싶다 (의식의 흐름) 요즘은 야채를 키우는 일에 약간 관심이 생겼다. 맨날 듣고 보는게 밭이라 그런가 (친정 엄빠도 시

[일본/생각] 워킹홀리데이 기념일 [내부링크]

오늘은 9월 28일. 십수년전 오늘, 난생 처음 비행기를 타고, 홀로 일본에 왔던 날이다. 같은 동네에서 올라가다보니 고만고만한 환경의 아이들만 있던 고등학교랑 달리, 대학에선 어릴 때부터 외국살던 사람도 있고, 어학연수하고 돌아온 사람들도 많아서 제로베이스로 전공 (일본어) 공부를 소화하기가 힘에 부쳤다. 무엇보다, 한 나라의 말은 그 나라의 문화와 관습, 경제 모든 것을 망라하고 있는 것이라 믿었기에, '일본에 가서 일본어 확 늘려오고 싶어! 일본에서 살아보고 싶어!' 했던 젊(고 어리석었)던 나는, 아빠의 차가운 한마디 -우리집은 해외 보내줄 형편 아니다- 에, 처음으로 현실을 직시했던 거 같다. 우리집은 날 지원해 줄 여유도 없고, 딱히 크게 될거란 기대도 없구나. 뭐, 나도 철이 없었다. 아무튼, 그래서 하고 싶은게 있으면 자력으로 해야하는구나 싶어 방법을 찾다가 워킹홀리데이에 대해 알게 되고, 신청서를 넣었다. 지금도 그러나? 당락에 대한 이유를 알려주지 않고 엽서로만 띡

[일본에서 부부되기] 4. 결혼 후, 배우자비자 신청②결혼경위서 [내부링크]

일본인의 배우자로 재류자격을 변경할 시에는, 신청인 (외국인)의 일본인 배우자가 입관 양식의 질문서에 답변을 해야 한다. 총 8페이지의 질문서에는, 배우자의 인적 사항과 결혼에 이르게 된 경위, 소개자의 유무, 부부간의 언어, 일본 혼인신고 시 증인의 인적 사항, 결혼력, 가족 사항 등을 기재하게 되는데, 대체로 있는 그대로의 사실을 그 자리에서 바로바로 적을 수 있는 내용이지만, 제일 시간을 필요로 하는 것이, '결혼에 이르게 된 경위'였다. '처음 만난 시기와 장소' 와 '처음 만나서 혼인 신고서를 제출할 때까지의 경위를 연월일을 표시하면서 가능한 한 자세히' 적으라고 A4 용지 반 페이지 정도 스페이스를 준 것도 모자라 '부족한 경우, 다른 종이를 사용해 기재해도 좋다' '설명에 관련된 사진, 편지, 국제전화 이용 등 증명이 될 만한 것을 첨부하여도 좋다' 라니, 그래도 된다는 거겠지만 꼭 그래야만 할 것 같은 느낌적인 느낌이 드는 건 왜지? 그리하여 결혼 경위에 대해서는,

[일본/일상] 책상 [내부링크]

자려고 누웠는데 배가 싸르르 아파오더니, 좀처럼 잠이 오질 않아 컴퓨터 앞에 앉았다. 지난 일요일, 화장대로 쓰던 책상을 거실로 꺼내와 작업 스페이스 (라고는 해도 그냥 거실 한켠이다) 를 만들었는데 나름 꽤 괜찮은 느낌이다. 앞으로 여기서 글도 쓰고, 그림도 그리고 음악도 들어야지. 내 취미생활과 짝꿍의 한국어공부로 활용될 공간이라 가급적 미니멀한 상태로 두고 싶지만, 신경안정용으로 새들을 올려보았다. 뒤의 비둘기가 특히 이 밤에 잘 어울림. 악 갑자기 졸음온다

[일본/일상] 지난 주말 (라멘, 카레카노, 첫 산책) [내부링크]

낮에 일어나 컴퓨터를 켜보니 좀 어두침침한 것 같아서 책상 방향을 창가로 바꿨다. 창문 시작되는 부분이랑 딱 맞아떨어지고, 컴퓨터로 작업하면서 곁눈질로 티비도 볼 수 있으니 훨씬 낫군. 아, 지난 주말은, 어김없이, 또 이것. 두둥 지로계 라멘을 먹으러 다녀왔다. 이 근방에선 지로계 (정확히는 인스파이어계?) 로 유명한 가게인데, 짝꿍 왈, '아주 명백하게 건강을 해치는 라멘' 이라고 할 정도로 양도 많고 아주 기름지다. 처음 먹었을 때는, 먹고 난 다음 굉장한 피로감과 전신권태, 갑작스런 장트러블로 고생했는데 매번 그렇게 된다는 걸 알면서도 자꾸 먹고 싶어지는 맛이라, 이 가게는 한달에 한번 꼴로 가고 있다. 여느 지로계처럼, 숙주나물, 간마늘, 간생강, 등기름을 무료토핑으로 증량시킬 수 있는데, 난 항상, 면은 좀 적게, 토핑은 젠마시 (전부 증량) 로 주문한다. 그리고 항상 후회한다 (너무 많다) 이 날은 마지막으로 남은 챠슈 반도 못 먹고 짝꿍 줬는데, 지금처럼 배고플 때 아

[일본에서 부부되기] 5. 결혼 후, 배우자비자 신청③온라인수속 [내부링크]

2022년 3월 16일부터, 마이넘버카드가 있으면 개인도 온라인 상으로 재류자격에 관한 수속을 할 수 있게 되었다. 마이넘버카드에 대해서는, 국가가 개인정보를 관리한다는 점에 거부감을 느껴 발급 받지 않는 일본인들이 많다고 하는데, 나는 지문 찍고 주민등록증 받는 거에 '와 나도 이제 어른이구나' 셀프로 성장의 기쁨을 느꼈던 사람이고, 외국인이란 사실이 노골적으로 드러나는 재류카드 (보고 외국인인거 알면 나이, 상황 상관없이 하도 반말들을 해싸서 ㄱ-) 이외의 공인 신분증을 선호해 마이넘버카드에 대한 거부감은 딱히 없었다. 단지, 귀찮았을 뿐. 나는 멀티태스크로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것을 좋아하지만 (뭔가 내가 살아있음을 느낌) 업무와 프라이빗의 동시진행에는 이루 말할 수 없는 피로감을 느낀다. '사회인으로서의 나'와 '자연인으로서의 나' 사이의 밸런스를 맞추는게 어려워서, 퇴근하고도 회사원의 연장선상에서 지내고, 그런 평일의 반동으로, 주말에는 등에 침대를 붙여놓고 손가락만 꼼질대느

[일본/일상] 마트 리뉴얼 오픈 [내부링크]

우리 동네엔 ‘트라이얼’ 이라는 마트가 있다. 24시간 영업에, 규모도, 상품 라인업도, 도심에서는 보기 드문 한국같은 창고형 마트다. 인근에서 제일 저렴한 대신 (도쿄의 OK스토어급) 뭔가 좀 허름하고, 어두침침한, 그런 느낌이었는데, 9월 중순부터 2주간에 걸쳐 공사를 하고 오늘부터 리뉴얼 오픈이다. 집 우편함에 광고전단도 오고, 라인에선 하루 2-3번씩 오시라고 하도 난리라 짝꿍 퇴근하고나서 후다닥 가봤다. 가봤는데...... 한국과자 한국 컵라면 한국 봉지라면 갑자기 한국 상품 코너가 확 늘어난게 아닌가! 한국 음식점도 하나밖에 없는 이 시골에! 게다가 관동대지진 땐 조선인 학살까지 했던 이 동네에! 사진은 안 찍었지만, 이거 말고도 CJ가 열일한 듯, 아예 한국김치 코너도 있고, 북어국, 감자탕, 조개다시다, 된장처럼 이 쪽에선 보기드문 상품들과 함께, 무엇보다 심지어 하선정 멸치액젓까지!!!!!! 1킬로짜리 고추장, 된장, 쌈장에 하선정 멸치액젓, 까나리 액젓까지 구비되어

[일본/일상] 토요일, 군마 [내부링크]

롱다리 주말 일정은 대체로, 금요일 밤에 정해진다. '내일 뭐하지?' '일단 재활용 쓰레기 버리러 가고 그 다음에는- ' 이런 식으로. 대부분 '이거 꼭 해야해!' 하는 건 없는 소소한 일정이라, 중간중간 기분에 따라, 일정이 늘어나기도, 줄어들기도 하는 고무줄 코스다. 그런데 10월 8일은 달랐다. 난 이 날 꼭 뮤제 (제모 에스테) 에 가야한다. 5년 전에 끊어놓은 잔여티켓의 기한이 11월 말로 다가와 있었기 때문이다. 원래의 목적이던 다리털은, 상당히, 그러나 오랜 시간이 걸쳐 효과를 보고, 2,3개월에 한번씩, 미용을 위해 뭔가 한다는 것이 나를 세련되고 독립적인 어른여성 같은 기분으로 만들어 주었기 때문에 조금씩 제모부위를 추가하며 습관처럼 몇년을 다녔었지만, 세련되고 독립적인 어른여성이 된 기분을 만끽하고 싶은 욕구조차 들지 않을 정도로 삶이 피폐해지고 나서는 한동안 다니는 걸 그만두었던 뮤제였다. 더 이상 다닐 생각은 없지만, 그래도 과거의 내가 피땀흘려 번 돈은 소중히

[일본/일상] 사재기의 일요일 [내부링크]

타블렛 고장나지 않을까 걱정이 앞서는 레지카트. 상품을 바구니에 담으면서 바코드를 스캔해야 하는데 자꾸 까먹는다. 최근 리뉴얼 오픈한 마트, 트라이얼. 본의 아니게 자꾸 선전해 주고 있는 모양새가 되고 있는데 오픈일부터 몇몇 품목을 세트로 만들어 놓고 아침 8시 반부터 수량한정 세일을 하고 있다. 할인폭은 15~20% 정도. 이번 주 광고 전단에는 목요일까지만 기재되어 있는 걸로 보아, 이걸로 오프닝 세일은 끝일 것 같은데, 이런 高물가 시대에 좀처럼 없는 기회, 놓칠 수 없는 절호의 찬스. 지금 당장 필요하지는 않지만, 있으면 유통기한 전엔 반드시 쓰는, 쌀, 커피, 카놀라유를 노리고 (절호의 찬스라고 하는 거에 비해 소박한 목표물) 일요일 아침 일찍 일어나 핸드폰 가져오는 것도 잊은 채 마트로 향했다. 기적의 7시 40분. 주차하고 들어가니 7시 50분 정도였는데, 판매장 내부에 벌써 사람들이 길게 줄을 서 있었다. 조급해진 나는 바퀴달린 카트 손잡이를 꼭 쥐고, 짝꿍에게는 카트

[일본/생각] 테이블 이야기 [내부링크]

오늘은 10월 13일. 정신을 차려보니, 10월도 벌써 절반쯤 달려왔다. 그냥 하루는 별 것 아닌 것 같지만, 모아놓고 보면 이렇게나 크다. 별 것 아닌 것 같은 나의 매일매일이지만, 기록이 쌓이면 내가 된다 Lifelog, Blog. (일감 좀 주십쇼, 네이버님) 10월에 히터라니 10월 들어, 10월에 어울리지 않게 춥다. 최고기온 13도였던 날도 있고, 오늘은 19도. 일본 집은 단열이 미비해 웃풍이 세고, 한국처럼 바닥에 보일러가 깔려있는 것도 아니라 이불 밖으로 나가면 공기가 싸늘하다. 그렇다고 온풍기 (여름엔 에어컨이라 부르고 겨울엔 온풍기라 부름) 를 틀면 피부가 금방 푸석해지고 벽에선 계속해서 냉기가 뿜어져 나오기 때문에 히터를 켜고 그 앞에 담요를 뒤집어쓰고 앉아 손이랑 얼굴만 내놓고 있는게, 현 상황에선 제일인 것 같다. 아, 그래서 일본인들이 코타츠를 쓰는건가? 짠! 실은 코타츠가 있다. 올 4월, 갓 신접살림을 차렸을 때, 거실 테이블을 어떤 거로 할까 고민하다

[일본/생활수속] 통칭명 : 이름은 하나인데, 별명은 서너개 [내부링크]

곱슬머리 개구쟁이 내 동생은 이름은 하나인데 별명은 서너개이지만, 내 이름은 하나인데, 표기방법이 서너개가 따라온다. 2012년, 입관법이 개정되면서 기존의 외국인등록증이 재류카드로 바뀌었다. 재류카드는 한자 병기 신청이 없는 한 로마자 표기가 원칙이지만 외국인등록증은 한자만 등록하는게 가능했다. 그 때문인지, 기리기리 외국인등록증 시절에 일본에 온 내가 재류자격을 변경하고 처음 재류카드를 받았을 때, 신청도 안했는데 저절로 한자와 로마자가 함께 표기되었고, 이후에도 마찬가지다. 주민표에는 「KIM MORO 김모로」 이렇게 길게 표기되어 있다. 올 해 만든 마이넘버카드도, 코로나 백신 접종 증명서도, 시청을 통한 모든 것이 그렇다. 뭔가, 엄청 센스없게 느껴진다 (※본명 김모로 아님) 그런데, '로'가 일본에서 잘 쓰이지 않는 한자고, 한국에서조차 내 이름에 쓴 거 말고는 본 적도 없다. 게다가 획 하나만 더 그으면 '동' 이 되고, 이게 더 유명한 한자라, 옛날에 호적 같은 게 다

[일본/여행] 아시카가 플라워파크 [내부링크]

10월 15일 토요일. 느지막히 일어나 아침은 단백질이 풍부한 영양의 보고, TKG(*타마고카케고항, 간장계란밥) 을 먹었다. 한국식으로 참기름을 뿌리면 고소한 향미가 간장의 감칠맛을 더욱 더 극대화 시키면서 노오란 계란에 비벼진 따끈한 쌀밥들이 한 알 한 알 입안에서 춤을 추... (흠흠) 지는 않지만 밥 한공기도 순식간에 뚝딱인 간장계란밥. 낮에 혼자 점심을 떼우기에도 좋아, 태어나서 가장 많이 간장계란밥을 먹은 해로 랭크업. 태어나서 간장계란밥을 가장 많이 먹고 있는 올 해, 토요일을 기점으로 나이가 한살 더 늘어났다. 최근 3년 간은, 내 자신에게 가장 축하받고 싶어 일부러 유급휴가를 내고 혼자 낮술을 마시러 가거나, 머리를 하고 마사지를 받으며 소소하지만 오롯이 나를 위한 시간을 보내오다, 작년에는 짝꿍과 갔던 수족관이 꽤 좋은 기억으로 남아있어서, 올해도 어딘가 가서 함께 추억을 만들고 싶었다. 금요일에 메자마시8에서 본 코키아가 보고 싶었는데, 이 근처에선 너무 멀어 짝

[일본/일상] 코타츠 개시 [내부링크]

코타츠 생활이 시작되었다 일본생활 10년동안 잘 모르는 전열기구 (게다가 자리까지 차지하는) 를 구입할 생각은 한번도 해보지 않았다. '食べず嫌い(경험해 보지도 않고 무턱대고 싫어하는 것)' 지만, 솔직히 말해 열기를 이불로 가둬서 따뜻하게 하는 것 뿐인데 따뜻하면 얼마나 따뜻하겠어, 싶었고. (저는 뼛속까지 온돌파입니다) 10월 13일자 일본에서, 모로街道 '테이블 이야기' 중 지난 주, 아무 것도 모르고 뚫린 입이라고 되는대로 지껄이며 이유도 없이 코타츠를 폄하하던 내게 꿀밤을 주고 싶은 오늘. 주말은 따뜻했지만 곧 쌀쌀해질 날씨에 대비해, 일요일은 코타츠 이불을 사러 나갔다. 플라워파크에서 너무 진을 뺐는지 좀처럼 일어날 수가 없어 몇번을 눈꺼풀을 들어올렸다 내리다를 반복하다, 최종적으로 눈을 뜬 것은 이미 12시가 다 된 시각이었다. 아직 10월이니 오늘 사지 않아도 괜찮다, 좀 더 자라고, 왼쪽, 또는 오른쪽 귓가에서 속삭이는 악마의 유혹을 뿌리치고, 마찬가지로 완전방전 상

[일본/일상] 악마의 난방기구 [내부링크]

컴퓨터 화면 속 글이 지금 내 심정 모처럼 니도네 (二度寝, 다시 자는 것) 도 안하고 쭉 깨있는 것까진 좋은데, 도대체 이놈의 악마의 난방기구 밖으로 나갈 수가 없다. 아침 7시에 짝꿍 출근시키고, 잠깐잠깐 집안일 할 때 나왔다가 다 끝나면 마치 빨려들어가듯이 도로 코타츠. '지금 여기서 잇떼랏샤이 했는데, 퇴근하고 와서도 그 자세 그대로 아 오카에리 하면 되게 웃기겠다' 했는데 말이 씨가 될 것 같아 두려운 오늘은 10월 19일, 벌써 5시. 처음으로 유리창에 결로 오늘 아침, 출근 배웅하느라 주차장 쪽 창문 커텐을 젖히니 창문에 결로가 송글송글 맺혀있었다. 요 근래에는 보기 드문 구름 한점 없는 맑은 날이라 티가 덜 날 뿐, 사실 예보에는 예년 11월과 동급으로 쌀쌀한 곳도 있을거랬다. 아침저녁으로 기온차가 10도씩이나 나는 매일에 익숙해질 즈음이면 겨울은 또 한층 성큼 다가와 있겠지. 요즘 눈이 가는 아가씨 짝꿍이 7시 좀 넘어서 출근해, 도시락 싸고 출근준비 도와주고 하다

바닷가의 모래알만큼, 수많은 오이 컬렉션 [내부링크]

3월 27일에 이사 왔으니, 곧 7개월째를 맞이하는 시골살이. 짝꿍은 농가 할아버지 할머니들과의 접점이 많아, 종종 야채를 받아올 때가 있다. 가지부터 시작해, 오이, 쪽파, 생강, 옥수수, 오쿠라, 양파, 블루베리까지, 좀처럼 종잡을 수 없는 베리에이션. 본가 살 때에는 누가 가져가래도 귀찮아서 안 가져왔다던데, 본인이 가정을 이루고 난 뒤는, 주시면 감사히 받아오는 거로 새로 프로그래밍 되었다. 하는 거 보면 애 같아 보일 때가 많은데, 이런 거 보면 나름 가장의 무게를 느끼고 있는 것 같기도 하고 쪼끔 기특하다. 그중 오늘은 오이. (가장 자주 얻어오는 것) 오이는 칼륨이 풍부해 나트륨을 몸 밖으로 밀어내고, 체내에 수분과 비타민을 보충해 주며 혈당을 낮춰주는 등 다양한 효능이 있다고 일컬어진다. (구글링) 날 것의 오이 아침에 갓 딴 싱싱한 오이는, 필러로 대강 껍데기를 벗겨준 후, 적당히 썰어 잠시 냉장고에 식혀두었다 쌈장이나 고추장에 찍어 먹는 것으로 소비를 시작한다. 결

[블로그씨] 1. 따뜻한 음식 [내부링크]

From, 블로그씨 아침저녁으로 급격히 추워지는 날씨, 내 몸을 데워 줄 따뜻한 음식을 사진과 함께 공유해 주세요! 일본, 특히 도쿄 근방의 겨울은 한국의 겨울과는 비교도 할 수 없다. 무엇보다, 따뜻하다. 12월 평균 기온 7. 한국의 10월~11월 정도라고 생각하면, 푹푹 찌는 여름은 가혹해도 겨울은 그럭저럭 버틸만 하...다고 생각하면 경기도 오산인게, 이전 포스트에도 썼지만, 바깥보다 집안이 더 춥다. 바깥은 해라도 있는데 집안은 그늘져서 그런가. 샷시도 얄팍한 단일샷시고, 단열재를 뭘 쓰는지 벽 가까이에 손을 대면 한기가 느껴진다. (물론, 좋은 집에 살면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런 춥지않지만 추운 일본의 추위를 버티게 하는 힘의 원천은, 바로, 국물요리와 소주다. 두부 버섯찌개 모락모락 올라오는 김을 먼저 눈으로 즐기고, 소주 한잔을 탈탈 털어넣고 다시 한수저 따끈한 국물을 떠 먹으면, 몸 안쪽 깊은 곳에서부터 따뜻한 온기가 차오르는게 느껴진다. 국물요리라 하면 종류는

[일본/일상] 지진운? [내부링크]

하늘은 높고 말은 살찌는 천고마비의 계절, 가을. 가을 하면 '구름 한점 없는 푸르른 하늘'을 떠올리지만, 오늘 오후의 하늘은 자잘하게 나뉘어진 구름이 잔뜩 끼어있었다. 이런 식의 불규칙적인 나열의 구름, 불규칙 속에 어느 한 점을 향해 뻗어나가는 듯한 구름은 지진의 전조인 '지진운' 이라 불리워진다. 지면에서 스며나온 파장의 영향으로 그리 된다나. 과학적으로 증명된 사실은 아니라는데, 평소에 자주 보는 구름이 아니라, 뭔가 신비하면서도 음산한 기분이 든다. 트위터에서는 우로코구모 (비늘구름) 라며 가을답다고 하는 사람도 있었는데 (구름 한점 없는 하늘이 가을다운게 아니고?) 이 구름을 보고 2시간 뒤, 후쿠시마에서 M5.1의 지진이 일어났다. 짝꿍에게도 구름 봤냐고, 지진운 이야기 했던 이후라 퇴근해서 돌아온 그에게 지진 이야기를 했더니 본인도 기사 보고 깜짝 놀랐다고 한다. 진짜 이게 지진의 전조였을까? 어제 저녁엔 카레를 만들었다. 당근 꼭다리는 그냥 버리기가 왠지 그래서, 항

[일본/일상] 토요일의 자유부인 [내부링크]

짝꿍이 회사사람들이랑 회식갔다. (**) 4월에도 한번 주말에 바베큐 모임이 있었다는데, 나 혼자 두고 가기 뭐해 안 갔다는 걸 나중에 들었다. 한번 두번 빠졌다가 어차피 오지도 않을테니 아예 부르지도 않는 사람이 되면 안되니, 나 걱정 말고 다음부턴 안 내키는거 아닌 이상, 가라고 했더니 그 다음이 오늘이었다. 아니 근데, 솔직히, 결혼하고 처음 있는, 혼자 있는 저녁인데 완전 너무 좋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꺄호 완전 프리덤 완전 자유롭고 완전 씐남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사이가 나쁜 건 아닙니다) 아지타타키, 부추만두 너무 신난 나머지, 일찌감치 씻고 노곤노곤한 몸으로, 슈룹 보면서 오랜만에 혼술 중. 한국드라마 보면서 술 마시는 거 너무 좋다. 아지타타키는 전갱이를 회떠서, 회뜬 살을 자잘하게 썰어 생강, 파와 버무린건데, 잘 보니 아지 흰색인데 내가 먹은건 빨간 색이네 c 난 대체 뭘 먹은 걸까. 왼쪽부터, 금요일 10시, 토요일 9시, 토요일 17시 반 음식 만들다 남

[일본/일상] 당근성장일지&오늘의 저녁 (잡채와 오뎅탕) [내부링크]

당근 4일째. 갑자기 성장한 당근. 어제랑 비교하면 이러하다. 아니, 하루 사이에 이게 된단 말인가? 뒤에 있는 아이는 힘들겠구나 했는데 기특하게도 아주 가느다란 싹이 하나 텄다. 정말정말 가느다래서 이 사진으로는 잘 보이지도 않지만, 이 가녀린 생명을 진심으로 응원한다. 오늘은 밀린 빨래와 욕실 환기구 청소, 밀린 잠을 자다 하루가 끝나버려서, 헛헛한 마음에 어제 칸비니에서 사온 오뎅으로 오뎅탕을 끓였다. 무와 대파를 푹 끓이다 멘쯔유, 어묵, 파를 넣고 다시 파르르 끓여서 스프는 그냥 일본 오뎅이랑 똑같은데, 드라마나 유튜브에서 보던 '한국 오뎅'에 흥미를 갖던 짝꿍에게는, 그냥 '아~ 그렇구나' 정도의 인상이었던 것 같다. 오히려 나는 오랜만에 먹어보니 한국 어묵 너무 쫀득하고 속이 꽉 차서 너무 맛있는 것. 괜히 휘시케이크가 아닌 맛. 오뎅만으론 아쉬워서, 잡채도 만들었는데, '아쉬워서 만들었다' 고 하기엔, 손이 너무 많이 가서 두번은 못할 거 같.......... 간 돼지

초보 주부의 치트키, 카레 [내부링크]

담백하고 슴슴한 간을 좋아하는 나와 달리, 짠맛을 좋아하는 짝꿍의 입맛에 맞추어 요리를 한다는 것. 맛있다는 소리 들으려면, 어쨌거나 내가 먹어봤을 때 좀 짜다 싶어야 맛있다고 하니, 서로의 입맛을 맞춰가는 게 그리 녹록지 않다. 그러던 중, 카레라는 구세주를 발견. 감자와 당근 껍질 벗기는 게 좀 귀찮지만, 한번 만들어 두면 2-3일은 너끈히 먹을 수 있고, 야채도 담뿍 섭취할 수 있고, 무엇보다 간에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는 것. 아무것도 안 하고 한꺼번에 들이붓고 끓이기만 하면 '우마이! (うまい, 맛있다)' 판정을 받을 수 있다는 게 매력적이다. 여름에는 가스불 앞에 서서 요리를 한다는 거 자체가 고역이었는데, 카레는 일단 가스불에 올려두고 나면, 한동안은 불 앞에서 벗어나 에어컨 앞에서 찬바람 쉘쉘 쐬고 있어도 시간이 지나면 저절로 완성되니까 이점밖에 없다. 그런데 그 편리함에 젖어, 8월엔 목요일 저녁에 만들어서 목요일 저녁, 금요일 아침 (이건 자주적으로 짝꿍 본인이 찾

[블로그씨] 2. 독도의 날 [내부링크]

From, 블로그씨 대한민국 영토, 우리의 섬 독도! 오늘 독도의 날을 기념하는 나만의 방법은? 일본에 온 지 11년차에 들어섰지만, 내 쪽에서 먼저 독도를 화제에 올리는 일은 거의 없다. 나를 아는 일본인이라면 내게 독도에 대해 묻는 일도 좀처럼 없다. 굳이 입씨름할 구실을 만들고 싶지 않았을 것이고, 내 쪽에서는 독도가 한국땅이라는 당연한 일을, 마치 분쟁이 일어나고 있는 것처럼 화두에 올릴 필요조차 느끼지 않았기 때문이다. 딱 한번, 연애시절, 티비에서 독도 이야기가 나왔을 때, 내 남편이 될지도 모르는 이 남자는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가 궁금해 물었던 적이 있다. 독도를 누구 땅이라 생각하냐고. '일본 땅' 이란 즉답만 안나오면 평타겠거니 하고 물어본 건데, '한국에선 한국 땅이래고, 일본에선 일본 땅이라니 난 잘 모르겠지만, 그렇게 골치아플 정도라면 폭파해 버리는게 평화롭게 해결될 것 같아' 라고 여느 평화주의 일본인같은 생각없는 대답이 돌아왔다. 대부분의 일본인은 독도에 흥

[일본/일상] 삼양라면 라인프렌즈 에디션 & 쟈가리코 김치×한국김맛 [내부링크]

한동안 비, 구름, 비, 구름을 반복하다 오랜만에 가을다운 청명한 날씨다. 날씨가 좋은 김에, 빨래가 다 끝나면 먼 길 걸어서 울적해질 일을 처리하고 와야겠다. 하로워크 (일본의 고용센터)다녀오겠습니다. 첫 인정일이 다음 주라, 이번 주 내로 취업상담하러 가야 했는데, 대체 뭘 상담해야 할지 모르겠다. 인터넷을 찾아보니, 이런 질문들을 하라던데, '안건 뭐 없나요?' - 이건 스스로 웹에서 찾아봐도 충분히 알 수 있고, '여기 근무내용이 구체적으로 뭔가요?' '세후 계산해주세요' - 이 역시 알아서 할 수 있고, '제 적성에 맞는 일이 뭔지 고민중이예요' - 회사 다니는거 자체가 적성에 안 맞기 때문에 질문이 무용지물 '이력서 좀 봐주세요 / 면접 어드바이스 주세요' - 전직이 이거라 물을 것도 없고 묻기도 뻘쭘 아아아아악 빨래가 다 되었다 맑은 날씨와 어울리지 않는, (아니 그나마 이런 날씨에 해야 마음이 조금이라도 가벼운) 용건을 끝마쳐야 하니, 점심은 삼양라면 라인프렌즈 에디션

[일본/생활수속] 고용보험 기본수당 (실업수당/실업급부) 신청하기① 하로워크 첫방문 [내부링크]

3월 말일자로 퇴사처리가 되었으니, 오늘로 정확히 6개월 하고도 26일이 지났다. 그간 나는 한마리 자유로운 영혼이 되어, 내 몸과 마음이 이끄는대로 살았다. 10년간 꽉 조여졌던 타이트한 매일이 느슨해졌고, 만원전철 안에서 짓눌려져가며 출근하던 기억, 얼척없는 업무량, 사람 뺨 후려치고 싶었던 순간 등등, 한순간에 모두 다 잊혀지고 평-안- 한 마음만 남았다. 인터넷에서 흔히 보는, 스트레스가 심하면 그림 속의 원통이 돌아가는 것처럼 보인다는 그림을 몇번이나 쳐다보아도, 움찔 조차 하지 않는다. 학생 시절 이후 처음으로 느끼는 제로 스트레스. 처음 한동안은 그런 자유가 정말 좋았다. 마치 노예에서 해방되어 자연인이 된 듯한 기분. 하지만 점차 '아무 것도 하지 않는 매일' 이, 꼭 맞지 않는 옷을 입은 것 같았다. 뭐라도 하지 않으면 안될 것 같아 매일 집을 쓸고 닦고, 낮 2시 쯤부터 공들여 저녁 밥상을 만들던 적도 있었다. 그런데, 그러면 그럴 수록 내 맞지 않는 옷은 더욱 더

[일본/생활수속] 고용보험 기본수당 (실업수당/실업급부) 신청하기② 신청 면담 [내부링크]

지난 이야기) 겨우 고용보험 수급결정창구로 안내되었다. 정작 따라가보니 '이 창구에서 수속을 할건데 순서가 되면 이름을 부를테니 여기 대합실에서 기다리고 계세요' 였다 이번엔 멍때리고 있다가 또 찾으러 오지 않도록, 창구 가까이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눈 앞의 벽엔, 하로워크의 실업급부제에 대해 알 수 있는, 자료들이 붙어있어 기다리는 동안은 그걸 읽으면서 시간을 보냈다. 2022년 10월부터는 마이넘버카드가 있으면 증명사진을 내지 않아도 되게 바뀌었다네. 인정일에 있는 취활신고서 제출 면담 시에, 본인확인을 마이넘버카드로 한다고 한다. 악, 일부러 사진 편집해서 뽑아 온건데! ㅠㅠ (*여담: 증명사진은 세븐일레븐 복합기 좋음. 원본보다 얼굴 하얗고 눈 크게 나옴) 거기서 또 15분 정도 기다리니 내 차례가 되었고, 본격적으로 수속을 위한 면담이 시작되었는데, 우선 이름과 주소, 일본어를 할 수 있는지를 확인하고, 이직표의 주소가 도쿄로 기재되어 있었기 때문에, 주소 정정 신청서부터

[일본/생활수속] 고용보험 기본수당 (실업수당/실업급부) 신청하기③ 취활실적만들기 - 하로워크 취업상담 [내부링크]

다 끝나고 또 정신 씻으러 도토루에 지난 번 하로워크 방문일로부터 2주가 흘렀다. 하로워크에 다녀왔다는 사실만으로 만족하고 있던 사이, 어느덧 실업인정일이 1주일 정도 밖에 남지 않았기 때문에 슬슬 취업활동실적을 만들어야 했다. 취업활동실적은 '하로워크 취업상담, 전직 에이전트와의 면담, 구인에의 응모, 면접, 설명회 참가' 등이 인정되나, 처음이기도 하니 이번 달은 하로워크 취업상담에 가보기로 했다. '취업관련 상담을 하는 상황'은 무척 익숙하지만 또 익숙하지 않은 일이기도 하다. 나는 일본에서 일한 10년 중 8년을, 모국에서 대학을 졸업한 제2신졸급 외국인 유학생의 취업과 관련된 일을 했었다. 줄곧 '상담에 응하는 쪽' 이었지 '상담받는 쪽'은 아니었고, 뭘 물어보고 싶을 만큼 외국인의 취업사정에 어두운 것도 아니다. 도쿄와 조금 떨어진 곳에 사는 짝꿍과 교제를 시작할 때부터, '혹시라도 올지 모르는 지금까지의 커리어를 포기해야 하는 상황' '외국인에겐 도시보다 더 배타적인 시

[일본/일상] 10월 마지막 일요일 [내부링크]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간밤에 얼핏 들었던 그 소식은, 포스트 작성에 정신이 팔려, 빙판길에 몇명 넘어진 정도의 일인줄만 알았다. 보통 일이 아니었음을 안 것은 이미 해가 중천에 떴을 무렵. 자고 일어나 부시시 실눈을 뜨고 본 핸드폰 화면엔, 몇 백명에 이르는 사상자와 아수라장이 된 이태원, 용산소방서장의 떨리는 손. 눈이 번쩍 떠졌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나야 했을까. 미리 막을 수는 없었을까. 공허한 질문과 안타까움, 누구를 향한 것인지 알 수 없는 분노. 그런 복잡한 기분과는 별개로, 오늘의 나도 어제의 나처럼 잘 먹고 잘 마시고 잘 웃고 그렇게 지내고 있다는 것에 묘한 위화감을 느끼면서 하루를 정리하고 있는 오늘 바로 이 시각. 그동안 입던 정장 쟈켓이 쫄티가 되었다 (...) 언제 이렇게 살이 찐 걸까. 옷은 하나도 안 상했는데 단추가 너무 불쌍하게 잠겨서 입을 수가 없다. 언제 입을지는 모르지만 갑자기 입어야 할 때 없으면 곤란하니까 할 수 없이 하나 사둬야 겠다 싶어

10분 완성! 만두피 햄 치즈 말이 [내부링크]

맥주 한잔하고 싶은데, 좀처럼 안주가 떠오르지 않을 때, '지금!!' 마시고 싶지만 마른안주계 안주는 싫고, 그렇다고 시간을 오래 들여 요리하고 싶지도 않을 때 딱 맞는 안주가 있다. 만두피, 로스햄, 슬라이스 치즈, 식용유만 있으면 시작부터 완성까지 10분이면 먹을 수 있는 궁극의 간단 요리, 만두피 햄 치즈 말이. 트위터에서 봤다고 궁금해하는 짝꿍과 함께 만들어 보았다. 우선 시판 만두피 한 장을 꺼내어, 위에 햄을 놓는다. 에 를 겹쳐 상태로. (사진 찍는 거 잊음 ㅠ_-) 햄은 슈퍼에 파는 일반적인 로스햄이면 충분하다 다음, 슬라이스 치즈를 반으로 잘라, 자른 치즈를 반으로 접어 햄 위에 올린다. (가장 아래) 교자 - 햄 - 치즈 (가장 위) 이렇게. 의 한가운데에 를 놓는다 그다음, 치즈를 감싸듯 햄의 양옆을 접고, 교자의 양옆도 접는다. 그럼 이런 모양이 된다. 색깔 조합도 예쁨 만두피는 물을 적셔 붙인다. 내가 샀던 햄은 약간 촉촉해서 잠깐 만두피 위에 얹어놓은 것만

[일본/생활수속] 고용보험 기본수당 (실업수당/실업급부) 신청하기④ 첫 인정일 [내부링크]

오늘은 실업수당 신청 후 첫 이직인정일. 그간 일은 하지 않았는지, (해도 되는데 기준시간 이내의 작은 아르바이트나 봉사활동만 가능하고, 그것도 다 보고해야 한다) 요구되는 취업활동실적은 있는지를 확인하고, 실업수당을 줄지 말지를 결정하는 날이다. 나의 경우, 개인사정에 의한 퇴사자 중 특정이유이직자 (feat. 이사로 편도2시간거리 떨어지게 됨) 로 인정받기 위해 여러 자료를 제출한 상태였는데, 그 결과도 알 수 있는 날이기에 매우 기대되는 날이 아닐 수가 없었다. 오전 이른 시간지정으로 오라 했기 때문에, 보통 때 같았으면 아직 코타츠에 누워서 사카나 게임 (피쉬돔... 요즘 최애폰게임c) 을 할 시간인데 부리나케 집을 나섰다. 인정일의 준비물은, 하로워크 이용증, 수급자격자의 시오리(실업수당 신청하러 가면 받는 책자), 실업인정신고서, 하로워크 직업상담 시 도장 받아오라 했던 종이, 이렇게 넷. (*우리 관할 하로워크에서는 고용보험수급자격자증을 미리 주지 않고 첫번째 인정일에

[일본/일상] 일본 축제 - 오마츠리 [내부링크]

둥- (딱딱) 둥- (딱딱) 4시 즈음부터 '뭔가 할 것 같은 소리' 가 들려왔다. 오늘, 내일 이틀에 걸쳐 지역 마츠리 (축제) 가 있을 거라더니 오미코시 (御神輿, 가마) 가 행진을 시작할 것 같았다. 도쿄에 살 때는, 나 먹고 사는 거 이외엔 흥미가 없어서 (일본에 사는게 아니라, 그냥 내 방에 사는 사람이었음) 어디서 뭐 마츠리를 한대도 아 하는구나 하고 지나갔는데, 지금은 그냥 먹고 사는 거 보다, 어떻게 먹고 사느냐가 더 중요하게 느껴져서 그런가, 이런 소소한 이벤트에도 관심이 많아졌다. 저어기 어디 멀리에서 하는 것도 아니고 걸어서 15분 거리에서 하는거니 저녁 산책삼아 가면 운동도 되고, 은근슬쩍 저녁도 떼울 수 있을 것 같아 일석이조c 그리하여 조금 덥다 싶었던 낮과 달리 조금 쌀쌀해진 저녁. 약간의 온기를 지켜줄 얇은 외투 하나 를 걸치고 퇴근한 짝꿍과 함께 오마츠리가 열리는 거리를 향해 걸었다. 이번 오마츠리의 주관 신사 언제나처럼 거리는 한산하고 텅 비어있어서

참치를 이렇게도 먹네?! 마구로 아라 니츠케 [내부링크]

일본 마트에는 '뭐 뭐의 아라(あら)'라는 생선 부속을 판다. 생선 한 마리를 통째로 팔기도 하지만, 머리와 꼬리를 떼고, 두 장, 세장으로 잘라서 포장해서 팔고 남은 머리, 꼬리, 옆구리살을 모아 한 팩으로 포장해서 파는데, 100엔~200엔 정도의 저렴한 가격에 살 수 있고 이걸로 생선조림을 만들면 국물 맛도 진하고 오래 끓여도 살이 부서지지 않아 종종 안줏거리로 사곤 한다. 어떤 생선의 부속일지는, 그 마트에서 어떤 생선을 주력상품으로 파느냐에 따라 달라지는데, 전에 살던 동네에는 도미랑 방어가 대부분이었는데, 여기는 마구로 (참치) 가 있길래 도저언. 재료는 심플하다. 참치 부속 한 팩, 무 반개, 간장, 설탕, 니혼슈 (사케), 요리술, 생강. 고춧가루 넣고 한국식으로 매콤하게 만들고 싶었지만, 우리와 매운맛 센서가 다른 짝꿍을 배려해 일본식으로 단짠한 조림 레시피를 참고했다. 만드는 법은, 진짜 이런 걸 적어도 되나 싶게 너무 대충대충이긴 한데 ①먼저, 참치를 물에 살짝

[일본/여행] 나가토로 드라이브 [내부링크]

어느 화창한 9월의 주말, 사이타마현의 나가토로(長瀞)에 다녀왔다. 처음엔 뭐하는 덴지도 모르고 짝꿍이 드라이브 가자길래, 야외 배경으로 귀여운 장난감 사진이나 찍을 요량으로 새 두마리 골라 대시보드에 올려놓고 음악 들으면서 룰루룰루 가다보니, 가는 길이 왠지 점점 좁아지고요, 길이 갑자기 막 굽이굽이 요동치고요 이끼도 끼어있고요 한참을 가다보니 약간 관광지 같은 느낌이 물씬 풍겨오기 시작하면서, 관광객으로 보이는 사람들이 잔뜩 모여 어딘가를 향해 걷고 있었다. 난 차만 타는 건줄 알고 또 쌩얼에 쓰레빠 끌고 나왔는데 또 어쩔 수 없이 죄스러운 모습을 세간에 보이게 되었다. 사이타마현 치치부의 나가토로는 빼어난 풍경으로 유명한 아라카와 (도쿄의 그 아라카와) 상류의 계곡과 그 인근 지역을 말한다. 계곡 입구로 들어가는 길 양쪽에는 민물고기구이, 소바, 지역 특산품 등을 파는 가게들이 즐비하게 늘어서 있어, 군것질을 하며 걷는 재미도 쏠쏠할 것이다. 백주대낮의 9월에, 발가락 나온 쓰

[일본/결혼] 2. 일본에서 한국 혼인신고 하기 [내부링크]

아무도 걷지 않는 동네 일본 혼인신고를 마친 다음 날 오후, 아무도 없는 거리를 나홀로 30분을 걸어, 혼인수리증명서를 받으러 갔다. 시골이라 다 차로 다니는지 길에 걸어다니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는데, 그 와중에 차에 치일 뻔 했다. 작은 신호등을 건너는데 우회전해서 들어오는 차가 나를 못 본건지, 안 본건지, 멈추지도 않고 바로 꺾어 들어온 것이다. 걷는 사람이 당연히 없을거라 생각한건가. 이틀 연속 와보니 아주 친근함 시청 시민과에 도착해 접수를 하고 나니, 내 메일에 답장을 해주던 담당자 분이 나오셔서, 세 곳 수정사항이 있다고 하셨다. ・내 생년월일 (서력으로 수정) ・신랑 현주소 (大字까지 제대로 적어야 함) ・새 본적지 주소 (분필된 주소지로 적어야 함) (이후 이 주소 때문에 시청은 혼란에 빠지게 된다) 딱히 큰 문제는 없어 내가 수정을 끝마치고 무사히 혼인수리증명서를 받을 수 있었다. 간김에 전입신고도 했는데, 신랑은 아직 본가에서 전출신고를 하지 않아 나만 신고를 마

[일본/일상] 집콕 주말 [내부링크]

월화수목금토일, 7일 중 제일 즐거운 날은 단연코 주말 직전의 금요일일 것이다. 블로그 자기소개에 '글로벌 전업백수'라 떡하니 적어놓은 네게 무슨 평일주말이 따로 있느냐 싶겠지만, 신기하게도 이게 말이죠, 있단 말이죠. 가정이 있는 백수는 가족과 생활패턴이 연동되어 있기 때문에, 주중엔 나름의 스케쥴을 가지고 움직이고 있다. 하지만, 주말이야말로 시간에 쫓기는 일 없이 자고 싶은 만큼 자다 일어나도 되고, 눈 뜨고 나서도 이불 속에서 한참 꼼지락 대고 있으면 배고픔에 못 이긴 짝꿍이 아침밥도 차려주고, 같이 어디 놀러나갔다 오면 바닥에 머리카락이 굴러다녀도 '아랫집에 소리 울리니까' 란 핑계로 하루이틀 정도 청소기를 돌리지 않아도 죄책감이 들지 않는다. 주말 만만세. 그런 주말이 앞으로 이틀이나 있고, 아직 시작도 안했다는 기분에 가장 기쁘고 여유롭게 보낼 수 있는 금요일 저녁, 우리집에서는 매주 암묵적으로 축제가 벌어진다. 축제라 해서 대단한 걸 하는 건 아니고, 다음 날 걱정없이

[일본/결혼] 1. 일본에서 혼인신고하기 [내부링크]

경건한 마음으로 혼인 신고서 작성 중 한국인이 한국인과, 일본인이 일본인과 결혼을 할 때는 생각하지 않아도 될 일들이, 국제결혼에서는 반드시 해야 할 일들이 되곤 한다. 일단 혼인신고를 두 번해야 하고, 그 과정에서 필요로 하는 서류도 많다. 나처럼 취로 자격을 가지고 장기 체류 중이던 사람이 일본인과 결혼함과 동시에 직장을 그만두고, 당분간 재취업을 하지 않을 거라면, 배우자 비자로 재류 자격을 변경해야 하므로, 일본 쪽 혼인신고→한국 쪽 혼인신고→재류 자격 변경 순으로, 차근차근 순서를 밟아야 스텝이 꼬이지 않는다. 그런데 일본에 혼인신고를 하려면 나의 '신원증명 서류(기본 증명서, 가족관계증명서, 혼인관계 증명서)'가 필요해서, 먼저 영사관에 가서 서류를 떼와야 하고, 한국 혼인신고를 하려면 일본 쪽의 '혼인신고 수리 증명서'가 필요해 시청에 가야 한다. 미리 준비를 착착해두면, 하루 만에 처리하는 것도 가능하다지만, 우리는 우리가 처음 만난 날짜에 혼인신고를 하려니 일요일 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