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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희 교수의 인구경제학 강연 [내부링크]

https://youtu.be/9Q86zp9DDqk 2023년 4월 17일날 서울대학교 경제학부 이철희 교수님이 두산아트센터에서 진행하신 강연이다. 서울대 경제학부 전공 강의인 '인구와 경제' 마지막 시간에 하시는 강의를 그대로 진행하셨는데, 들어볼 가치가 있는 강연이라 생각하여 블로그에 올려본다. 이철희 교수님은 노동경제학을 전공하시고 인구 문제를 전문적으로 연구하시는 분이다. 현재 서울대 국가미래전략원 인구클러스터장을 맡고 계신다. 얼마 전에 보니 삼프로 유튜브에도 출연하셨더라. 이 이철희 교수님의 '인구와 경제'가 내가 학교 다니며 가장 재밌게 들은 강의 TOP2 안에 들어간다. (다른 하나는 김대일 교수님의 '노동경제학'.) 강의력도 훌륭하시고 주제도 매우 흥미로웠다. 여아 낙태, 맬서스 트랩의 무력화 과정, 이민과 임금 변화, 태아기 충격이 인생 전체에 걸쳐 미치는 영향, 고령 노동 문제 등등... 이 강의가 특히 매력적이었던 것은 연구의 결론들만 따로 떼어서 내놓지 않고,

[지구가 평평하다고 믿는 사람과 즐겁고 생산적인 대화를 나누는 법]을 읽고. [내부링크]

지구가 평평하다고 믿는 사람과 즐겁고 생산적인 대화를 나누는 법 저자 리 매킨타이어 출판 위즈덤하우스 발매 2022.11.16. 고대 그리스에서 지구의 둘레를 계산해낸 지 2000년도 넘게 지난 21세기, 여전히 지구가 평평하다고 믿는 사람들이 모여 학회를 열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과학철학자 리 매킨타이어. 그는 미국 사회에 만연하는 이런 어처구니없는 과학 부정론들을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지 고민하다가 "평평한 지구 국제 학회(Flat Earth International Conference)"에 직접 참석해보기로 결심한다. 학회에서 그는 지구 평평론자들과 만나고, 강연을 듣고, 그들과의 개인적인 대화를 통해 그들을 설득하고자 한다. 그는 과연 무사히 살아돌아올 수 있을 것인가? 사람의 영혼을 휘어잡는 프롤로그다. 이런 프롤로그를 보고도 책을 집어들지 않기란 매우 어렵다. 그러나 나와 같은 피해자를 방지하기 위해 먼저 적자면, 이 책은 그리 훌륭하지 않다. 과학 부정론을 분석하며

케네스 포메란츠의 [대분기], 혹은 그 오역을 읽고. [내부링크]

서양과 동양의 결정적 차이는 언제, 어떻게, 왜 발생했는가? 이는 사회과학의 가장 오래된 떡밥 중 하나다. 아직도 현역이라는 점이 더욱 무시무시하다. 케네스 포메란츠의 [대분기] 역시 이 문제를 다루고 있는 수많은 책 중 하나. 이 글에서는 우선 [대분기]의 내용을 적당히 간추린 뒤, 한국판 번역에 대한 이야기를 좀 해볼까 한다. 포메란츠는 이 대분기 논쟁에서 선진적인 서양, 후진적인 동양(중국)이라는 이분법적 구도가 잘못되었다고 지적한다. 그러니까, 사실 결정적 차이가 발생한 것은 '서양'과 '동양' 사이에서가 아니다. 산업혁명 이후에도 많은 유럽 지역은 여전히 저발전지역으로 남아있었다. "어째서 산업혁명이 동양에서 일어나지 않았는가?"라는 질문의 답을 찾기 위해서는, 서양에서 가장 발전한 핵심지역들과 동양에서 가장 발전한 핵심지역들의 차이를 논해야 한다는 것이다. 포메란츠가 보기에 전자의 대표는 영국이고, 후자의 대표는 양쯔강 삼각주이다. 해묵은 떡밥의 후발주자인만큼 포메란츠는

리처드 탈러의 [행동경제학]을 읽고. [내부링크]

행동경제학 저자 리처드 탈러 출판 웅진지식하우스 발매 2021.03.11. [행동경제학]. 저자가 [넛지]의 그 리처드 탈러다. 2017년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 사실 나는 이 책이 행동경제학 교과서인 줄 알고 집어들었는데(제목이나 디자인이 그렇게 생겨먹었다), 교과서는 아니고, 행동경제학자의 연구회고록 정도로 부르는 편이 정확할 것이다. 자신이 행동경제학 연구에 어떻게 뛰어들게 됐으며, 어떤 학자들과 만났으며, 또 그들과 어떤 연구들을 어떻게 진행했고, 어떻게 행동경제학자들이 주류경제학자들과 전쟁을 벌여 승리를 쟁취했는지 하는 내용들을 담고 있다. 어쩌면 리처드 탈러의 성공담이라고 이름 붙일 수도 있겠다. 이렇게만 들어서는 썩 재밌는 책으로는 보이지 않을 수 있는데, 사실 정반대다. 노년에 이른 저명한 경제학자가 쓴 책이라고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이 책은 위트와 유머로 가득하다. 행동경제학의 인사이트들을 가볍고 재치있게 담아내고 있다. 암으로 먼저 떠난 동료 학자 왈, "역사와

그레이엄 앨리슨의 [결정의 본질]을 읽고. [내부링크]

결정의 본질 저자 그레이엄 앨리슨 출판 모던아카이브 발매 2018.09.15. 이번에 읽은 책은 국제정치학, 행정학의 고전 [결정의 본질(Essence of Decision)]이다. 1971년 작, 1999년 개정. 그레이엄 앨리슨(Graham Allison)이라는 이름을 어디서 들어봤다 했더니 [예정된 전쟁]의 저자였더라. 지금 찾아보니 나무위키 문서도 있다. 솔직히 저 책 읽을 때만 해도 이렇게 저명한 학자일 거라곤 상상도 못 했는데... 너무 시의성 있는 주제다 보니까 돈 벌려고 책 냈나 보다 했지... 그런 것치곤 너무 잘 썼다 싶긴 했지만. 그 앨리슨의 대표작이 이 [결정의 본질]1이란다. [결정의 본질]은 1962년의 쿠바 미사일 위기에 대한 사례연구를 통해 국가의 의사결정이 어떤 방식으로 이루어지는지 해부하고 있는 책이다. 아니, 더 정확히 말하자면 그 해부도를 바탕으로 하여 국가의 의사결정을 이해하는 여러 방식에 대해 논하고 있는 책이라 할 수 있겠다. 워낙 흥미로운

야마무로 신이치의 [키메라]를 읽고. [내부링크]

キメラ 저자 山室信一 출판 中央公論新社 발매 2004.07.25. (당연히 역서로 읽었는데 어째선지 네이버에는 원서만 뜬다?) 가을학기 한국경제사 강의를 수강하다가 만주국에 흥미를 가지게 되었다. 어떤 이유에서 그랬는고 하니, 우선 구한말부터 조선인 빈농들의 도피처로서, 만주국 설립 이후에는 조선인 자본가들의 투자처로서, 말하자면 식민지의 식민지처럼 존재하였던 만주의 그 애매모호한 정체성에 이끌렸고, 또 일본 매체들이 일본 본토에서도 존재하지 않았던 어떤 이상향을 만주국에 투영하는 듯한 모습을 여러 번 보아왔기에, 대체 어떤 연유에서 일본인들에게 만주국이 저런 대접을 받게 되었나 하는 궁금증이 있었다. 그러한 이상화에는 아마 짧은 생을 살다 간 천재에 대한 숭배처럼 망가지기 전에 망가뜨려진 것들에 대한 동경이 작용하고 있지 않을까 막연히 추측할 뿐이었다. 그런 흥미 때문에 기말 레포트에서도 이 만주국에 대해 추가로 조사하여 만주국과 식민지 조선의 경제적 관계에 대한 논문들을 종합해

2023년 겨울에 읽은 책 [내부링크]

베버 저자 스티븐 터너 출판 씨아이알 발매 2013.10.08. 베버는 [직업으로서의 학문], [직업으로서의 정치], [프로테스탄티즘 윤리와 자본주의 정신], [관료제], [사회학의 기초개념]까지만 읽었다. 뒤 두 권은 [경제와 사회]를 부분적으로 서적화해놓은 것인데, 정작 [경제와 사회]는 미완성 유작이라 하니 겁이 나 건드려보지 못하고, 이제는 가끔씩 생각날 때마다 이런 2차 문헌들만 뒤적여보는 선에서 만족하고 있다. 이 책, 스티븐 터너의 [베버]는 여러 학자들의 베버 논문을 엮어놓은 책인데, 베버의 내적인 논리를 해설하는 데에 그치지 않고 베버가 외적으로 어떻게 해석되어 왔는지, 베버의 주장을 두고 후에 어떤 논쟁이 있었는지를 다루는 논문이 여럿 있어 흥미롭게 읽었다. 베버의 공식적 작품 외에도 회의록이나 학회 발언 등도 자주 활용하여 베버의 목소리를 추가로 들어보는 데에도 도움이 되었다. 특히 이 책에서 흥미롭게 보았던 것은 베버의 현실정치에서의 입장. 베버가 현실정치에서도

카터 에커트의 [제국의 후예]를 읽고. [내부링크]

1946년 여름 미국 배상위원회 일반참모부의 경제학자인 Edwin M. Martin은 한국과 만주에 있는 옛 일본인 산업 재산을 조사하고 있었다. 그는 6월 13일에 펑톈 근처에서 까맣게 탄 녹슨 방적공장의 잔해 속을 천천히 걷고 있었다. 이 공장은 불과 열 달 전만 해도 3만 5,000추의 방추와 1,000대가 넘는 직기, 약 3,000명의 직공을 거느린 거대한 새 방적공장이었다. 중국 당국은 소련이 이 공장에서 약 4,500만 달러 상당의 물자를 빼내고는 불을 질렀다고 보고한 바 있었다. 마틴은 아직 거기에 남아있던 한국인 수위에게서 이 공장이 일본인이나 만주인 자본이 아니라 한국인 자본으로 건설되었다는 말을 듣고 약간 놀랐던 것 같다. 그는 보고서에 이 사실을 '확인할 수 없다'고 썼다. 표범이 겉보기에 제자리를 완전히 벗어나 킬리만자로 산 정상에서 죽은 이유를 고민한 헤밍웨이처럼, 마틴이 일본 식민주의의 희생자가 만주에서 수천만 달러의 방직 공장으로 무엇을 하고 있었는지를 의

2022년 가을에 읽은 책들 [내부링크]

또 중간고사가 끝났다. 적당한 노력에 적당한 성적, 항상 적당한 수준의 인생이다. 두 달 전에 시작한 자취도 적당히 해내고 있다. 적당히 밥 먹고, 적당히 씻고, 적당히 등교하고... 적당히 사람같이 살고 있다. 적당히 뒹굴거리다가 최근 읽은 책들이나 적당히 정리해둔다. 혁신의 시작 저자 김병연,김소영,이근,이상승,주병기 출판 매일경제신문사 발매 2021.11.05. 우선, 나온 지 1년 이내의 국산 도서는 읽지 않는다는 원칙을 간만에 깨고 읽은 책, 서울대학교 경제학부 교수진이 집필한 [혁신의 시작]이다. 교수 여덟 명이 모여서 집필했는데 이 중 교수 네 분으로부터 강의를 들어본 경험이 있다. 읽게 된 이유는 별거 없고, 한 교수의 강의를 정말 인상 깊게 들어서 이 사람은 어떤 글을 쓸까 하는 호기심에 집어들었다. 대단한 기대를 하고 읽을만한 책은 아니다.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쓴 책이기도 하고, 내용도 그리 특별치 않아서 시사 뉴스를 잘 따라간 사람이라면 책의 80% 정도는 맨날

[행정학 콘서트]를 읽고. [내부링크]

행정학 콘서트 저자 권기현 출판 박영사 발매 2013.08.10. 어떤 학문을 공부해나갈 때 그 학문의 역사를 들여다보면 한결 공부가 수월해진다. 대부분의 이론은 무균실 속에서 단선적으로 발전해나간 것이 아니라, 그 시대의 맥락 속에서 어떠한 구체적인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고안된 것들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학문의 역사를 배우면 개개의 학자들이 가지고 있던 문제의식을 명확히 파악할 수 있게 되며, 그 이론이 다른 이론들에 비해 어떠한 상대적인 강점을 가지고 있는지도 이해할 수 있게 된다. 행정학도 그런 이유에서 행정학사(史) 책을 한 번 읽어보려 한 것인데, 딱히 마땅한 책이 없더라. 그나마 발견한 것이 이 책, 권기현 교수의 [행정학 콘서트]. 행정학의 주요 학자들과 시대상, 연구 흐름을 결합시켜 보여주는 딱 내가 원한 콘셉트의 책인데, 비중 배분이 너무나 아쉽다. 시대상과 배경 설명에 90% 정도의 지면을 할애하고 나머지 10%로 번갯불에 콩 구워먹듯 이론을 다루니 깊이가 얕아도

이근욱의 [왈츠 이후]를 읽고. [내부링크]

왈츠 이후 작가 이근욱 출판 한울아카데미 발매 2019.06.28. 리뷰보기 정외과 군후임 추천 삼부작이 어느새 끝에 다다랐다. 월츠의 [국제정치이론], 미어샤이머의 [강대국 국제정치의 비극], 그리고 마지막으로 이근욱 교수의 [왈츠 이후].1 추천 순서도 적절하다 싶은 것이, 이 [왈츠 이후]가 월츠의 국제정치이론을 기준점으로 삼아 이후 나타난 국제정치이론들의 관점 차이를 보여주고 있는 책이기 때문이다. 국제적 무정부 상태를 핵심으로 하는 월츠의 이론에서 후속 이론가들이 고려되지 않은 변수를 추가하거나 월츠의 전제를 반박하면서 논의를 이어나가는 과정이 나타나 있다. 간단히 내용정리만 해놓는다. 현실주의 : 반 에바라(Stephen Van Evera)는 군사력의 유형이라는 변수를 추가하여 공격-방어균형(offense-defense balance)을 분석한다. 군사기술과 전략에 따라 특정 국가가 보유한 군사력이 공격우위나 방어우위로 결정되며, 이에 따라 국가의 행동에 변화가 생긴다는

2022년 봄에 읽은 책들 [내부링크]

중간고사가 막 끝나서 뒹굴거리다가 간만에 블로그에 글 좀 끄적여보려고 왔다. 그런데 지금 보니 네이버에서 블로그 개편이랍시고 구 글쓰기 에디터에서 책 항목을 날려버렸더라. 여유기간 많이 줬으니 이젠 스마트에디터 써라~ 하는 의도인가 본데... 스마트에디터로 와보니 별점기능도 사라졌고, 각주는 대체 왜 없앴는지 짐작조차 안 간다. 겁나게 불편하다. 네이버 블로그를 계속 이용할 가치가 있는 건지 회의감이 드는데 다른 곳으로 옮기자니 여기 써둔 글을 처리하는 것도 귀찮고... 에휴. 그간 읽었던 책들 몇 권 대강 정리만 해본다. 사회학적 상상력 저자 C. 라이트 밀즈 출판 돌베개 발매 2004.02.28. 찰스 라이트 밀스의 [사회학적 상상력]. 사회학과의 바이블 같은 책이란다. 좋은 책이라고 생각은 하는데 하도 오래된 번역이라 그런지 직역체 때문에 숨이 막힌다. 간추리자면, 이 책은 변질되어가는 사회학에 대한 경고문이다. 독립적으로 통찰력 있는 연구를 수행해왔던 고전사회학자들과는 달리

화장실이 없으면 화장실이 더러울 일이 없다 [내부링크]

얼마 전 한 일식집에 다녀왔다. 주변 평가와는 달리 썩 만족스러운 경험은 아니었다. 맛도 애매하고 가성비도 떨어지고 직원들도 친절하지 않았다. 굳이 수치로 따진다면 5점 만점에 3점 정도일까. 그래서 딱 3점을 부여하기 위해서 네이버 리뷰에 들어가봤는데, 웬걸, 더 이상 가게에 별점을 줄 수 없게 되어 있었다. 대신 몇 개의 문장들이 나열되어 있었고 이 중에 하나를 골라 가게를 평가할 수 있단다. (참고로 이 문장들은 자영업자가 직접 선정한다.) 이 가게에 적합한 문장이 도무지 보이질 않아 장고 끝에 '화장실이 깨끗해요'를 골랐는데, 그 가게에는 화장실이 없었기 때문이다. 화장실이 없으면 화장실이 더러울 일이 없다. 이게 전부가 아니다. 동시기에 네이버 책에서는 별점 기능이 폐지됐으며, 네이버 뉴스에서는 '화나요'와 '슬퍼요' 버튼이 사라졌다. 그래서 사람들은 이제 가스폭발 사고 뉴스에서도 '쏠쏠정보', '흥미진진', '공감백배', '분석탁월', 후속강추' 중 하나를 선택해야만 한다

롤토체스 (전략적 팀 전투) 시즌6 마스터 달성 [내부링크]

새롭게 열린 롤토체스 시즌6이 상당히 재밌다고 들어서 플레이해봤다. 군대에서 마지막으로 플레이했던 때가 시즌3이니까 정말 오랜만에 복귀한 것인데, 몇 판 해보니 핫한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지금까지의 오토배틀러 장르 플레이경험을 통틀어서 지금의 롤토체스가 가장 다이나믹하다. 주기적으로 랜덤으로 나오는 증강체가 플레이를 크게 뒤흔들어 놓아서 내가 가고자 하는 덱이 있어도 무작정 갈 수 없게 만들어, 내 전략을 더욱 다변화해야만 하며 상황판단도 더 철저하게 내려야 한다. 이렇게 매판 매판 전혀 다른 경험을 제공해주니 확실히 플레이하는 재미가 있다. 그렇게 한 판 두 판 플레이하다보니 생각보다 성적도 잘 나오고 랭크도 쭉쭉 올라서, '혹시 이러다 마스터까지 가는 거 아냐?' 했는데... 진짜로 달았다. 내 인생 첫 마스터 랭크. 상위 0.0607%, 한국서버 372위. 와우... 마스터 승급전에서는 챌린저 2명에 스트리머 스틸로(조강현)씨까지 매칭이 됐는데, 내가 다 이겨버리고 1등까지

[맹자]를 읽고. [내부링크]

맹자 작가 맹자 출판 을유문화사 발매 2007.02.15. 리뷰보기 [맹자]. 동양철학에 관련된 교양강의를 수강 중이라 가볍게 읽어봤다. 만만해보이거나 재밌어보이는 대목은 한문으로 읽고 나머지는 적당히 번역으로 보며 넘겼다. 확실히 이것도 원문으로 읽는 편이 훨씬 재밌다. 원문이 가지고 있는 중의성이 상당한데다 한문으론 고작 몇 글자 짜리인 경구도 우리말로는 길게 풀어쓸 수밖에 없다보니까 매력이 떨어진다. 아, 번역본 선택에 꽤 고생했다. 해외 문학작품 읽을 때도 여러 출판사들 사이에서 고민을 자주 하는데, 동양철학은 아예 책 하나에 번역이 수십 권, 수백 권씩 있더라. 책의 수요도 많고 한자도 어느 정도 공부하면 알아먹을 수 있는 수준이니 개나 소나 뛰어드는 게 아닌가 싶은데... 이 정도로 많으면 비교조차 쉽지 않다. 그러나 한문 자체의 중의성이나 시대를 거치며 잊혀진 맥락들을 감안하면 오히려 문학작품보다도 더욱 깐깐히 고를 수밖에 없다. 어떤 걸로 읽어야 하나 고민을 거듭하다가

[맹자]를 좀 더 읽고. [내부링크]

맹자 작가 맹자 출판 을유문화사 발매 2007.02.15. 리뷰보기 2학기가 거의 끝나간다. 수강중인 동양철학 강의에서 과제와 레포트를 하느라 [맹자]를 좀 더 열심히, 좀 더 꼼꼼히 다시 한 번 읽었다. 자료조사도 좀 곁들였고. 저번에 읽을 때는 해석이 애매한 부분들은 뒤로 미뤄뒀었는데 잘 살펴보니 그런 지점들이 오히려 더 매력적이더라. 저번 글에 이어서 써본다. 1. 「詩云 '普天之下 莫非王土, 率土之濱 莫非王臣' 而舜既爲天子矣, 敢問瞽瞍之非臣,如何?」 曰 「是詩也, 非是之謂也 勞於王事,而不得養父母也。 曰 '此莫非王事,我獨賢勞也?' 故說詩者, 不以文害辭, 不以辭害志。 以意逆志, 是爲得之。」 (함구몽이 물었다.) "[시경]에서는 또 '넓은 하늘 아래에 천자의 땅이 아닌 것이 없고, 땅 끝까지 천자의 신하가 아닌 사람이 없다'고 하였습니다. 순임금이 이미 천자가 되셨는데, 감히 여쭙건대, 고수가 순임금의 신하가 아니라는 것은 무슨 까닭입니까?” 맹자께서 말씀하셨다. "[북산]이라는

존 J. 미어샤이머의 [강대국 국제정치의 비극]을 읽고. [내부링크]

강대국 국제정치의 비극 작가 존 J. 미어셰이머 출판 김앤김북스 발매 2017.05.31. 리뷰보기 예전에 군 후임에게 케네스 월츠의 [국제정치이론]을 재밌게 읽었다고 하니 이 책도 읽어보라 했던 것이 떠올라 이제야 봤다. 존 J. 미어샤이머의 [강대국 국제정치의 비극]. 국제정치학 좀 뒤적여봤다 하면 안 들어봤을 수가 없는 현대의 네임드 학자다. 내가 이해한 대로만 요점을 간추려보도록 하겠다. 미어샤이머는 기본적으로 월츠의 연장선상에서 논의를 이어가기 때문에 우선 월츠의 구조적 현실주의 국제정치이론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월츠는 국가의 제1목표인 생존, 그리고 국제정치의 구조적 특징인 무정부상태1가 국가들의 행동방식을 규정짓는다고 본다. A국이 국방을 위해 군사력을 증강한다 해도 B국의 입장에서는 A국의 의도를 명확히 파악할 수 없고, 설령 A국의 평화적인 의도를 안다 해도 이후 A국이 공격적으로 돌변하는 순간 B국은 위험에 처하게 된다. 따라서 B국의 최선의 대응은 대등한 힘,

아스팔트 구덩이의 꿈 [내부링크]

나에게는 어릴 적부터 반복해서 꾸고 있는 악몽이 하나 있다. 매일같이 꾼다는 건 아니고, 어쩌다 잊어버릴만하면 다시 꾸는 그런 종류의 악몽. 특히 열이 나서 해열제를 먹고 머리가 몽롱해진 상태에서 잠에 들면 높은 확률로 이 꿈이 나온다. 꿈이 무의식의 반영이라고 한다면 대체 이 악몽은 어떤 무의식을 반영하고 있는 걸까, 하는 것이 내 오랜 공상거리였는데, 얼마 전에야 이 의문을 해소하게 되었다. 이 악몽 자체도 꽤나 특이하고 재미난 꿈이고 하니 블로그에 공유해볼까 한다. 나는 이 악몽을 이렇게 부른다. '아스팔트 구덩이의 꿈.' 아스팔트 구덩이의 꿈은 처음에는 그 꿈이라는 것을 알아차릴 수 없게 되어있다. 따라서 처음에는 그 어떤 시츄에이션을 상상하셔도 좋다. 다친 아기고양이를 줍는 꿈이나, 평범하게 학교에 가는 꿈, 어쩌면 가면라이더가 되어 악당과 싸우는 꿈일지도 모른다. 나는 아기고양이를 동물병원으로 데려가고 있는데, 친구들과 급식을 먹으러 가는데, 악의 조직의 본거지를 알아냈는

[경제분석, 도덕철학, 공공정책]을 읽고. [내부링크]

경제분석 도덕철학 공공정책 작가 다니엘 하우스만, 마이클 맥퍼슨 출판 나남 발매 2010.08.05. 리뷰보기 [경제분석, 도덕철학, 공공정책]. 경제학도분들이 읽어볼만한 책이다. "윤리학이 경제학과 정책분석에서 가지는 역할을 보여주는 것, 그리고 도덕철학을 아는 것이 사람들로 하여금 경제학과 정책평가를 더 잘하도록 어떻게 도와줄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것이 저자들의 목표라는데, 쉽게 말해서 경제학과 윤리학 사이에 다리를 놓는 책이라고 보면 된다. 주요 논지는 이렇다. 개인 간의 효용의 비교가 불가능하다고 여기는 주류경제학의 논리를 엄밀하게 적용한다면 경제학은 매우 제한된 영역에서만 발언할 수 있을 뿐이며, 그 지점을 넘어가기 위해서는 윤리학을 비롯한 여타 학문과의 결합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특히 도덕적 사고는 분석대상인 행위자들에게 부정할 수 없을 정도로 큰 영향을 미치며, 경제학자들의 (본인은 가치중립적이라고 믿는) 연구과정에도 은연중에 개입하기 때문에 차라리 이를 자기의식적이

포켓몬 유나이트 마스터 달성 + 게임 후기 [내부링크]

링피트하려고 얼마 전에 닌텐도 스위치를 당근마켓에서 저렴하게 데려왔다. 평생 하덜 않던 운동을 링피트 덕에 매일 적게나마 해나가는 중. 겸사겸사 스위치로 할 만한 게임이 뭐 있나 찾아봤더니 포켓몬 유나이트가 눈에 들어오더라. 며칠 전에 모바일로도 출시해서 꽤 흥행몰이를 하고 있다는 모양. 그래서 나도 좀 해봤다. 간략한 게임 소개부터 하자면, 포켓몬 유나이트는 포켓몬 하나를 조종하여 진행하는 5:5 AOS 게임이다. 야생포켓몬을 잡아서 공을 모으고, 상대방의 골대에 공을 집어넣어 점수를 따면 되는 게임. 물론 상대방은 내 골대에 공을 못 집어넣게 막아야 한다. 누가 공을 더 많이 넣냐로 승패가 판가름 난다. 레벨이 오를수록 포켓몬이 진화를 하고 새로운 기술을 선택하여 배우기도 한다. 게임 컨셉 자체는 AOS를 포켓몬 감성에 맞추어 잘 변주해냈다고 생각한다. 캐주얼하고 직관적이며, 무엇보다도 포켓몬들이 귀엽다. 롤켓몬이라고 부르긴 하지만 전체적인 인상은 히오스랑 더 닮은 듯. 하지만

토크빌의 [미국의 민주주의]를 읽고. [내부링크]

미국의 민주주의 1 작가 A 토크빌 출판 한길사 발매 2002.12.10. 리뷰보기 미국의 민주주의 2 작가 A 토크빌 출판 한길사 발매 2009.09.05. 리뷰보기 지난 학기 정치학 교수님이 이 책만큼은 무조건 읽으라고 하도 타령을 하셔서 읽었다. 1835년작, 알렉시 드 토크빌의 [미국의 민주주의]. 어떤 문제의식 하에서 쓰인 책인지부터 짚어보자. 프랑스 혁명과 나폴레옹이 한바탕 휩쓸고 지나간 뒤의 유럽 세계를 관찰하며 토크빌은 급격히 진전되고 있는 한 가지 역사적 흐름을 포착하였다. 경제적-정치적 생활조건에서의 평등의 확산이 바로 그것이다. 온 유럽 세계에서 신분제를 둘러싼 격렬한 투쟁이 벌어지고 있었고, 이 흐름이 긍정적인 것인지 부정적인 것인지, 또 저지할 수 있는 것인지 불가역적인 것인지를 두고 유럽인들의 정신세계에서도 전쟁이 벌어지고 있었다. 토크빌은 평등의 확산이 인류 역사 전체에 걸쳐 구현되고 있는 보편적이고 불가역적인 흐름이며, 그 나름의 장단이 존재한다는 평가를

[존 스튜어트 밀 자서전]을 읽고. [내부링크]

죤 스튜어트 밀 자서전 작가 존 스튜어트 밀 출판 서광사 발매 1983.11.01. 리뷰보기 [자유론], [공리주의], [여성의 종속] 등으로 알려져있는 J. S. 밀의 자서전이다. 그간 차곡차곡 호감 스택이 쌓이고 있었던 사람인데 마침 강의 과제에서 다룰 기회가 생겨 자서전까지 읽게 됐다. 아쉽게도 과제에는 전혀 참고가 되지 않았지만. 일단 우리가 기대하는 그런 종류의 자서전은 아니란 것을 밝혀두겠다. 왜, 다 늙은 아저씨가 할 일이 없으니 감상에 젖어 인생썰을 푸는 책을 보통 자서전이라 하지 않는가. 밀의 경우에는 아버지나 부인 이야기를 할 때를 제외하고는 감상적인 태도를 좀처럼 나타내지 않는다. 하도 무덤덤하고 절제된 방식으로 이야기를 하다보니 마지막 장에 이르러서는 정말 이게 전부야? 편집하다 짤린 거 아냐? 하고 의심했을 정도. 왜 그런고 하니 이 책은 애당초 밀이 자신의 정신사를 정리하기 위해 쓴 책이란다. 즉, 인생 행적보다는 어떠한 인물들에게 사상적 영향을 받았고 그리

리그 오브 레전드 시즌 11 다이아 달성 [내부링크]

2학기 중간고사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하고, 롤 시즌이 딱 2주 남았대서 바로 달려봤다. 원래도 구렸던 피지컬이 나이를 먹을 수록 점점 더 안 좋아지는 게 실감이 된다. 시즌3에 배워놨던 초식정글 운용법에서 벗어나지도 못하고, 새로운 챔피언을 배우기에는 너무 늦었다 싶고, 이래저래 한계가 많았으나 어쨌든 다이아 달성에는 성공. 무작정 메타를 따라가기보다는 우직하게 나만의 플레이를 했다. 내가 가진 이 자원(느린 손, 좁은 챔프폭, 그나마 좀 있는 플레이 짬밥)을 어떻게 최적화해야 승리를 거둘 수 있을까, 그런 식으로 접근해나갔다. 새로운 챔피언 대처법을 몰라서 라인전은 못하겠으니 일단 정글러 포지션은 확정. 정글러 중에서는 손이 느려도 할 수 있는 고전 챔피언들을 위주로 고려했고 결국에는 쉬바나와 나서스를 택했다. 플레이스타일이 겹치는 챔피언들이라 적응이 쉬웠다. 이 챔피언들의 가장 큰 장점은 강한 타이밍이 확실하다는 것.1 빠질 때와 들어갈 때를 확실히 알 수 있어서 상황판단이 잘 된

kyooo - magnet [내부링크]

https://soundcloud.com/kyoooooyk/magnet-demo すり減った磁石の弱い引力で 스리헷타지샤쿠노요와이인료쿠데 닳아버린 자석의 미약한 인력으로 引き寄せる星は最後に光った 히키요세루호시와사이고니히캇타 끌어당긴 별은 마지막으로 빛났어 傾いた地面の細い針穴に 카타무이타지메은노호소이하리아나니 기울어진 지면의 가느다란 바늘귀에 春の花が咲く糸を通した 하루노하나가사쿠이토오토오시타 봄꽃이 피어나는 실을 꿰었어 22時には閉まる建物が揺れて 니쥬니지니와시마루타테모노가유레테 22시에는 닫는 건물이 흔들려서 電灯のない道を少し浮いてゆく 데은토오노나이미치오스코시우이테유쿠 전등 없는 길을 조금 떠다녀 伸びきったテープの遅い子守唄 노비킷타테에푸노오소이코모리우타 늘어난 테이프의 느린 자장가 巻き戻す指は小さく笑った 마키모도스유비와치이삿쿠와랏타 되감는 손가락이 조그맣게 웃었어 飛びのった電車のずれた音階を 토비놋타데은샤노즈레타온카이오 뛰어올라탄 전차의 어긋난 음계를 なぞる手のひらは砂を包んだ 나조루테노히라

칼 폴라니의 [거대한 전환]을 읽고. [내부링크]

거대한 전환 작가 칼 폴라니 출판 길 발매 2009.06.30. 리뷰보기 칼 폴라니(Karl Polanyi, 1886~1964)는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 출신의 지식인이다. 1차 대전에서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의 장교로 복무했으며, 전후에는 오스트리아에서 기자로 활동하며 유럽이 파시즘과 사회주의에 물들어가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마침내 파시즘이 오스트리아를 덮쳤을 때 그는 런던을 거쳐 미국으로 망명하여 2차 대전이 한창인 1944년에 이 책, [거대한 전환]을 출간하게 된다. 폴라니가 가지고 있었던 문제의식은 다음과 같다. 두 차례의 세계 대전과 전간기의 참상 국가 간 분쟁, 대공황, 파시즘 은 대체 무엇으로부터 기원한 것인가? 그것은 바로 19세기의 유럽 문명이 그토록 맹신하였던 자유방임적인 자기조정 시장경제의 결함 때문이다. 폴라니는 이 책을 통해 자유주의자들이 만들어낸 시장경제에 대한 거짓된 신화를 낱낱이 폭로하고 그 속에 들어있는 모순을 밝혀내고자 하였다. 다종다양한 논지들

배리 아이켄그린의 [황금족쇄]를 읽다 말고. [내부링크]

황금 족쇄 작가 배리 아이켄그린 출판 미지북스 발매 2016.12.10. 리뷰보기 읽다 말았으니 핵심내용만 간단히 적어놓는다. 미국의 저명한 경제사학자 배리 아이켄그린의 [황금 족쇄]는 대공황의 핵심적인 발생 원인으로 금본위제를 지목하며 금본위제가 전간기 경제에 심각한 제약으로 작용했다고 주장한다. 19세기의 금본위제는 유례없이 안정적인 세계무역체제의 밑바탕이 된 반면 전간기의 금본위제는 세계 경제 전체에 심각한 불안정성을 가져왔으니, 두 금본위제 간의 차이를 발생시킨 주요한 요소들은 다음과 같다. 국제협력, 정치제도, 신뢰. 19세기 금본위제에서의 국제협력은 이따금씩 찾아왔던 일시적 금 부족 사태에 여러 국가들의 중앙은행들이 금을 서로 빌려주는 방식으로 작동하였다. 항상 어느 정도 존재했던 국가간 알력에도 불구하고 중앙은행에 대한 불간섭이라는 규칙이 주요 유럽국들 사이에서 준수되었기에 중앙은행들 간의 협력은 문제없이 지속되었다. 또한 이론적으로 이자율·통화량·실업 간의 연관관계가

[진격의 거인]의 결말에 대한 소고 [내부링크]

(스포일러 포함) 만화 이야기만 나오면 제가 항상 자랑하는 인생 업적이 하나 있습니다. 진격의 거인 애니메이션 1기 1화 생방송 시청. 당시에는 그다지 유명한 만화가 아니었습니다만 저는 이 만화를 그전부터 보고 있었던지라, 이 만화가 애니메이션화된다는 소식에 몇 달이나 들떠있다가 생방송한다는 날 잠을 뒤로 미뤄가며 기어코 본방사수를 해냈습니다. 그때도 지금이랑 마찬가지로 신작 애니메이션 방영에 맞춰 일본 TV채널을 중계해주는 인터넷방송이 있곤 했거든요. 1화를 끝까지 보고 정말 만족하며 잠에 들었는데, 일어나보니 진격의 거인이 실시간 검색어 1위에 올라가 있었습니다. 그때는 내가 아직도 꿈을 꾸고 있는 건지 정말 한참을 의심했던 기억이 납니다. 그랬던 진격의 거인이 어느새 완결이 난 지도 벌써 반년이 다 되어갑니다. 진격의 거인을 끝까지 따라오신 분들이라면 다들 아시다시피, 이 만화의 결말부는 썩 그리 좋은 평가를 받진 못했습니다. 아니, 이건 너무 완곡하게 말한 걸까요? 사실 대부

[유럽경제사]를 읽고. [내부링크]

유럽경제사 작가 Karl Gunnar Persson, Paul Sharp 출판 해남 발매 2016.07.22. 리뷰보기 Karl Gunnar Persson의 [유럽경제사]. 그냥 강의도서라서 읽었다. 일단 솔직히 남한테는 절대 추천 안 할 책이란 걸 미리 밝혀두겠다. 영어를 하도 직역을 해놔서 이게 한국어가 맞나 긴가민가한 문장이 정말 많다. 무슨 영어문장을 번역했기에 이런 문장이 됐을까 역으로 추측해봐야 할 정도. 도저히 이해 못한 문장 몇 개는 나중에 도서관 가서 영문판이랑 대조해보며 해석해볼 생각이다. 총 450페이지쯤 되는 책인데 상식적으로 유럽경제사를 이 짧은 분량으로 어떻게 다루겠나 싶다. 사실 이 책의 챕터 하나만 다루려고 해도 책 수십 권은 나올 테니. 어디까지나 유럽경제사 전체를 가볍게 훑어보는 정도의 책이었고, 이 글에서도 적당히 중심 내용이나 흥미롭게 본 파트들 위주로만 기록해둘 생각이다. [1] 이 책의 첫 장은 이렇게 시작한다. "무역이 유럽을 형성했다." 정

샤츠슈나이더의 [절반의 인민주권]을 읽고. [내부링크]

절반의 인민주권 작가 E.E. 샤츠슈나이더 출판 후마니타스 발매 2008.11.03. 리뷰보기 간만에 정말 재밌는 책을 만났다. 정치학 고전, E.E. 샤츠슈나이더의 [절반의 인민주권]이다. 이 책은 크게 두 가지 축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첫째, 고전적 민주주의 정의에 맞서 대의민주주의를 옹호하기. 둘째, 이익집단 정치 모델(다원주의)에 맞서 정당정치 모델 옹호하기. 이 글에서는 [절반의 인민주권]의 내용을 이 큰 흐름 위주로 정리해봤다. 샤츠슈나이더는 정치의 기본적 양상에서부터 이야기를 시작해나간다. 정치라고 함은 기본적으로 소수의 적극적인 싸움꾼과 대다수의 관망하는 구경꾼, 이 두 집단 간의 상호작용 과정이다. 싸움꾼들의 갈등은 연쇄반응을 일으켜 구경꾼들에게 자극과 흥분을 불러일으키는데, 결국에는 수가 곧 힘이기 때문에 구경꾼의 반응이 갈등의 결과를 좌우한다. 이렇게, 정치는 갈등의 전염성에 기초하고 있다. 이 갈등 전염의 정도를 '갈등의 범위'라고 정의해보자. 즉 갈등의 범위는

2021년 여름방학 독서감상문 [내부링크]

서양미술사 작가 에른스트 곰브리치 출판 예경 발매 2017.06.30. 리뷰보기 교양 삼아 읽은 곰브리치의 [서양미술사]. 대단하다는 그림들을 봐도 잘 그렸네 수준의 감상밖에 떠오르지 않던 일자무식이라 얻어가는 건 꽤 많았던 듯싶다. 아무 생각 없이 스쳐 지나갔던 많은 그림들을 특정한 과제와 그에 대응하기 위한 기법들의 발전 양상 속에서 읽어낼 수 있게 해준다. 그냥 봐도 멋진 그림들을 미술사의 긴 흐름 속에서 발전상이나 의의와 함께 보게 되니 더더욱 훌륭해 보인다. 아쉬웠던 점은 좀 오래된 책이라 그런지 몰라도 현대미술 비중이 너무 낮았던 점. 어떤 출발점에서 시작된 것인가 하는 것 정돈 알 수 있었지만 작품들을 좀 더 소개해줬으면 좋았을 텐데 싶었다. 특별히 기억에 남는 작품들은 히에로니무스 보스의 쾌락의 정원, 벨라스케스의 시녀들, 그리고 렘브란트의 에칭 판화들. 재미있는 행정학 작가 박경효 출판 윌비스 발매 2019.05.17. 리뷰보기 공시생들 많이 읽는 걸로 유명한 행정학

이매뉴얼 월러스틴의 [근대세계체제] 1권을 읽고. [내부링크]

근대세계체제 1 작가 이매뉴얼 월러스틴 출판 까치 발매 2013.05.30. 리뷰보기 학교 과제 레포트 작성하려고 읽은 미국의 사회학자 겸 역사학자 이매뉴얼 월러스틴(Immanuel Wallerstein)의 역사서 [근대세계체제]다. 지금까지 읽은 역사서들이 어떤 논지를 주장하기 위해 인용 몇 개를 끌어오는 식이었다면, 이 책은 오만가지 사건들에 대한 오만가지 학설들을 죄다 끌어와 그것들을 하나하나 검토·수용·기각·종합하면서 논의를 전개해간다. 월러스틴 왈, "자본주의를 하나의 역사적 체제로 보고, 그것을 그 전체 역사에 걸쳐 그리고 구체적이고 독특한 실체로서 다루는 것", "이 통합된 실체가 경제·정치·문화·이데올로기의 방향에서 제각기 어떻게 표출되었는가를 낱낱이 밝힘으로써 그 전체상을 똑바로 드러내 보이고자" 하는 것이 이 [근대세계체제]의 야심 찬 목표. 그러다보니 진짜 온갖 디테일을 다 다루며, 인용하는 텍스트량은 미쳐날뛰고, 근세부터의 유럽 역사를 모르면 그냥 읽을 수조차

이매뉴얼 월러스틴의 [역사적 자본주의 / 자본주의 문명]을 읽고. [내부링크]

역사적 자본주의/자본주의 문명 작가 이매뉴얼 월러스틴 출판 창비 발매 2014.04.09. 리뷰보기 레포트용으로 읽은 이매뉴얼 월러스틴 후속편. 앞선 [근대세계체제]가 세계체제분석을 통한 역사서술을 목표로 했다면, [역사적 자본주의 / 자본주의 문명]은 그 역사서술을 통해 드러내고자 했던 월러스틴의 자본주의관을 직접적으로 서술한 저작이다. 개정판이 안 보여서 싯누런 옛날 책으로 읽었는데 왜 그런가 했더니 요즘 내놔서 팔릴 책이 아니더라. 도저히 받아들이기 힘든 내용들이 적잖이 있다. 그래도 일단 정리는 한번 해보는 걸로. 자본은 사용되지 않고 축적된 노동의 결과물을 뜻한다. 그러면 자본주의란 무엇인가? 이 자본의 특수한 방식의 사용, 즉 자본의 자기확장을 위한 사용이 보편화된 사회체제다. 자본 축적은 구체적으로 이러한 과정을 거친다. 자본 확보 - 노동자 획득, 원자재 구매 - 재화 생산 - 재화 판매 - 이윤 획득 - 이윤 보관 - 재투자. 이 연쇄적 과정의 시도는 인류 역사 어디

생텍쥐페리의 [전시 조종사]를 읽고. [내부링크]

전시 조종사 작가 생텍쥐페리 출판 신원문화사 발매 2003.07.30. 리뷰보기 [전시 조종사]는 [어린 왕자]의 작가 생텍쥐페리의 에세이로, 그가 2차 세계 대전 중 프랑스 제3공화국의 정찰기 파일럿으로 복무할 당시의 경험을 다루고 있다. 프랑스가 나치 독일에게 개박살이 나고 있을 때의 참상이 상세히 그려져 있는데, 급속도로 행정체계가 와해되어 군조직과 행정조직 무엇 하나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며, 프랑스 국민들은 남쪽으로 하염없는 피난길에 오르고 있지만 사실 남쪽 그 어디에도 구원은 없다. 이런 상황에 생텍쥐페리에게 독일에게 점령당한 도시인 아라스의 정찰 임무가 내려온다. 이미 제공권도 독일에 넘어가 있으므로 임무의 성공 가능성은 절망적이다. 생텍쥐페리는 이 임무가 현실적으로 수행될 수 없으며, 수행된다 해도 정찰 결과가 사령부까지 전달될 수 없을 것이며, 전달된다 해도 이 정보가 유용하게 사용될 수 없을 것이라 생각한다. 완전히 무의미한 임무, 그럼에도 그는 출격한다. 적진으로

2021년 2·3월 독서감상문 [내부링크]

2월, 3월에 읽은 책들이다. [국부론]이 워낙 두껍다보니 나머지는 가벼운 책 위주로 읽었다. 몇 권 더 읽긴 했지만 할 말이 없어 스킵. 읽은 직후에도 할 말이 없는 책에 대해 억지로 기록해둔다고 해서 나중에 써먹을 일이 생길 것 같진 않다. [실존주의는 휴머니즘이다] [소송, 변신, 시골의사 외] [추락] [게임적 리얼리즘의 탄생]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 묻지 맙시다] 실존주의는 휴머니즘이다 작가 장 폴 사르트르 출판 이학사 발매 2008.01.31. 리뷰보기 [실존주의는 휴머니즘이다]는 1945년 사르트르의 대중강연을 서적화한 책이다. 실존주의에 대한 간략한 개론이 전반부를 이루고, 후반부에서는 실존주의를 향한 여러 비판에 사르트르가 답을 하는 식으로 구성되어 있다. 실존주의자이면서 동시에 공산주의자인 자신의 입장을 동료 공산주의자들에게 납득시키는 것이 강연의 주요 목적이었기 때문에, 결국 핵심은 자기 자신을 입법자로 삼는 실존주의가 어떻게 '자폐'로 끝나지 않을 수 있는

베네딕트 앤더슨의 [상상된 공동체]를 읽고. [내부링크]

상상된 공동체 작가 베네딕트 앤더슨 출판 길 발매 2018.06.20. 리뷰보기 "민족은 상상된 정치적 공동체로, 본성적으로 제한적이며 주권을 지닌 것으로 상상된다."1 베네딕트 앤더슨의 민족에 관한 이 유명한 정의는 흔히 민족주의의 허구성을 비판한 문구로서 인용되곤 한다. 이 문장만 봐서는 충분히 그렇게도 보인다. 민족은 허구의 것, 그러니까 가짜, 잘못된 것이라는 주장. 그러나 사실 [상상된 공동체]는 민족주의 비판에 대한 역비판으로 쓰인 텍스트다. 민족주의를 집단적 정신질환으로 간주하거나 완전히 회피하려 하는 마르크스주의 이론가들의 경향을 꼬집으며 앤더슨은 이렇게 말한다. 민족뿐 아니라 모든 정치적 공동체는 (촌락 수준을 제외하면혹은 어쩌면 그마저도) 상상된 것이다. 그러니까 민족에 대해서 알고자 한다면, "그것은 어떠한 스타일로 상상되었는가?"라고 물어야 한다. 이 책은 그러한 문제의식에서 출발하여 민족주의의 기원과 역사에 대해 고찰한다. 앤더슨은 민족주의 이전에 선행한 문화

플라톤의 [국가]를 읽고. [내부링크]

국가 작가 플라톤 출판 숲 발매 2013.02.20. 리뷰보기 중간고사 마무리하고 올리는 독서감상문. 요번 학기에 듣는 강의들이 리딩을 많이 요구해서 본의 아니게 읽는 책이 꽤 생기는 중이다. 플라톤의 [국가]도 그중 하나. 정치학 고전의 기본이라지만 어마무시한 분량 때문에 어떻게든 피해가고 싶은 책이었는데... 교수님이 읽으라시니 별 수 있나. 대화편이라 나름대로 읽는 재미는 있었고 내용도 대체로 알고 있는 것들이었다. 오늘날의 시각으로 봐선 참 받아들이기 어려운 이야기들이 숱하게 쓰여있긴 하나 2400년 전의 고전을 비판적으로 읽는다 해봐야 무슨 득이 있겠나. 출발점 정도로 잡는 편이 마땅해 보인다. 그래서 이 글에서는 적당히 요약만 해둘 생각이다. "정의란 무엇인가?" 플라톤의 [국가]는 이 물음에서부터 출발한다. 글라우콘은 세간에서 말해지는 정의의 기원을 이렇게 설명한다. 법이 없는 세상에서는 누구나 불의를 행할 수 있고 누구나 불의를 당할 수 있다. 그러나 불의를 가하여 얻

데스 스트랜딩 (Death Stranding) 리뷰 [내부링크]

전역 기념으로 컴퓨터를 새로 맞췄다. 7년 넘게 고생한 옛 컴퓨터를 이만 보내주고 돈 좀 들여 삐까번쩍한 친구를 새로 데려왔다. 이렇게 빠른 컴퓨터를 하도 오랜만에 써본지라 한동안 적응을 못했다. 그러나 내가 하는 게임이라 해봐야 늘상 비슷하게 롤, 하스스톤, 유로파처럼 저사양 컴퓨터에서도 충분히 돌아가는 게임들뿐. 이래서야 컴퓨터를 바꾼 보람이 없다. 사양 좀 타는 AAA 게임이나 한번 해보자! 하는 마음으로 이 게임을 골라집게 되었다. 코지마 프로덕션의 [데스 스트랜딩]이다. [데스 스트랜딩]은 콘셉트부터가 이 코로나 시국에 매우 시의적절한 게임이라 할 수 있다. 대폭발이 일어나 세계는 반쯤 망했고, 오염물질로 인해 쉽사리 외부활동을 할 수 없게 되자 사람들은 결국 문을 걸어잠그고 각자의 세계에만 몰두한다. 주인공의 직업은 다름 아닌 배달부로, 이 사람들을 연결하여 세계를 다시 하나로 묶는 것이 이 게임의 목표다. 놀라운 건 이 게임이 2018년, 즉 코로나 사태 직전에 출시되었

애덤 스미스의 [국부론]을 읽고. [내부링크]

국부론 상 작가 아담 스미스 출판 비봉출판사 발매 2007.12.29. 리뷰보기 국부론 하 작가 아담 스미스 출판 비봉출판사 발매 2007.12.29. 리뷰보기 애덤 스미스의 [국부론]. 경제학도라면 언젠가는 한 번 읽어봐야 할 것 같은, 그러나 쉽사리 손은 가지 않는 바로 그 책이다. 일단 내 예상과는 많이 달랐던 책이라는 말을 먼저 꺼내야겠다. 오늘날 [국부론]은 경제학 이론서, 그러니까 학술서로서 언급되는 일이 대부분인데 실제로 보면 정책제안서의 느낌이 강하다. 몇 가지 기본적인 경제학 이론들을 바탕으로 당대 영국의 사회적 현안들에 대하여 구체적인 정책대안들을 제시하고 있는 책. 18세기의 영국 사회문제들이 후대에 지니는 의미가 그리 클 리가 없으니 요즘에는 경제학 관련 내용들 위주로만 다뤄지는 듯하지만, 역사에 관심이 많다면 오히려 이런 내용들 덕분에 이 텍스트를 더 재밌게 읽을 수 있을 것이다. 적어도 나는 그랬다. 본격적인 감상을 적기 전에 이 번역본에 대해 간단히 소개하

사람의 70퍼센트는 물이래 [내부링크]

작년 이맘때쯤의 일이다. 마트관리병으로 군 복무 중이던 나는 이루 말할 수 없는 지루함에 온몸을 뒤틀고 있었다. 자칫하면 방문하다 얼어죽을 수 있는 한겨울의 산골짜기 마트. 당연히 손님은 올 기미도 안 보이고, 그날의 나는 책마저 생활관에 두고 나왔던지라 할 일이라곤 쓸데 없는 공상밖에는 없었다. 그 결과물로서 나의 뇌는 여러 헛소리들을 드문드문 생산해냈는데, 그중 한 가지는 대략 이런 내용이었다. "세기의 천재라는 아인슈타인도 70퍼센트는 물이라는데, 그럼 사실 그놈도 별것 아니지 않냐?" 뭐, 거론할 가치도 없는 썰렁한 농담. 하루에 수십만 건의 헛소리들이 올라오는 디씨인사이드에 헛소리 한 건을 추가하며 (-.-) 같은 표정의 댓글이 몇 개 달리고 끝날 그런 문장에 불과했으나, 우연히도 이날에는 이 농담에서 약간의 개선의 여지를 발견하였다. 사람의 70퍼센트가 물이라는 것, 아인슈타인이 별거 아니라는 것. 둘 다 우리네 생활과는 너무나 동떨어진 문장들이다. 그런 농담이 임팩트 있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 어둠땅 리뷰 [내부링크]

신작 MMORPG 하나를 잡고 진득하게 해보는 것이 예전부터 나의 자그마한 로망이었다. 아키에이지, 검은사막, 트리 오브 세이비어, 로스트아크, 메이플스토리2 등등 그간 손대봤던 MMORPG는 꽤 많은데, 다 학생 신분으로 하기가 영 그렇지 않은가. 시간도 많이 잡아먹고 배워야 할 것도 많으며, 진심으로 스펙업을 목표로 한다면 부어야 하는 돈도 만만치 않다. 결국 그런 사정들이 겹쳐 얼마 가지 않아 접게 되는 일이 많았다. 그러나 지금 나의 신분은 다름 아닌 '갓 전역한 군인'. 그야말로 시간 꼬라박기 최적의 타이밍이 아닐 수 없다. 딱 이 시점에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에 새로운 확장팩이 출시되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물론 출시된 지 20년이 다 되어가는 WOW를 신작 게임이라 하기는 뭐하지만, 한때 엄청나게 칭송받았던 게임이라 관심도 있었고 이번 확장팩도 엄청나게 잘 나왔다는 반응도 많았기에 결국엔 올라탔다. 그래서 이번 글은, 한 달짜리 뉴비의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 어둠땅]

2021년 1월 독서 감상문 [내부링크]

전역하고 쓰는 첫 독서감상문. 이제부터는 시간도 넉넉지 않으니 되도록 한 달에 한 번씩 감상문을 몰아서 올리는 방향으로 가려고 한다. 그러니 감상도 좀 짧게짧게, 내용 요약은 최소한으로 해서 쓸 예정. 물론 정말 끝내주는 책을 만났다면 전처럼 따로 빼서 길게 쓸 테지만. 이번 글에서는 이하의 책 다섯 권에 대하여 적어보려 한다. [현대 일본의 역사] [도스또예프스끼 평전] [백야 외] [이반 일리치의 죽음·광인의 수기] [정치 사회적 개념의 역사] 현대 일본의 역사 작가 앤드루 고든 출판 이산 발매 2005.04.30. 리뷰보기 앤드루 고든이 집필한 현대일본사 교과서 [현대일본의 역사]다. 전체적으로 재밌게 읽었다. 그중 특히 흥미롭게 본 대목은 크게 세 파트. ① 1853년의 쿠로후네부터 1868년의 메이지유신까지 이어지는 초기 근대화 파트. 정말 믿기지 않을 정도로 대단하다. 쌓아온 역량과 넘치는 사회적 활력, 거기다 운까지 따라줘 자력근대화라는 말도 안 되는 기적을 이루어냈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세계의 끝과 하드보일드 원더랜드]를 읽고. [내부링크]

세계의 끝과 하드보일드 원더랜드 (합본 특별판)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 출판 민음사 발매 2020.06.30. 리뷰보기 (스포일러 포함.) 단언컨대 온 세상을 다 뒤져보아도 이보다 더 오타쿠 감수성을 자극하는 제목은 존재하지 않는다. [세계의 끝과 하드보일드 원더랜드]. 와, 어떻게 이런 제목을 그냥 지나칠 수가 있겠나. 어떤 줄거리인지도 전혀 모르면서 제목만 몇 년째 뇌리에서 떨어지질 않았다. 허나 경험적으로 볼 때, 제목만 보고 고른 책은 언제나 예외 없이 쓰레기. 책을 고르는 최악의 기준이 제목이라는 것이 내 지론이다. 그러나 [세계의 끝과 하드보일드 원더랜드], 이 압도적인 제목 앞에서는 도저히 저항할 수가 없었다. '하루키니까 적당히 읽을 만은 하지 않을까?'라며 자신의 만용을 정당화했다. 그렇게 집어들었던 책이다. 와, 그런데 이런 소설일 줄은 상상도 못했다. 약간은 판타지스럽고 약간은 SF스럽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하루키스럽다. 전혀 달라보이는 두 이야기, [세계의 끝]이

카를 마르크스의 [루이 보나파르트의 브뤼메르 18일]을 읽고. [내부링크]

루이 보나파르트의 브뤼메르 18일 작가 칼 마르크스 출판 비르투 발매 2012.04.05. 리뷰보기 마르크스가 집필한 프랑스 제2공화국의 역사서이다. 감상을 남기기 전에 우선은 흐름부터 요약해보도록 하겠다. 나중에 어딘가 쓸 일이 있지 않을까 싶어서. 일단 배경지식부터 시작하자. 나폴레옹이 몰락하고 텅 빈 프랑스의 권좌에 유럽 열강들은 예전 부르봉 왕조를 복고시킨다. 이 반동적인 왕가는 다시 1830년의 7월 혁명으로 쫓겨나게 되며, 헌법 개정과 함께 그 자리에는 오를레앙 왕조가 들어서며 프랑스에 본격적인 의회군주제가 시작된다. 그러나 이들 역시 보통선거제를 실시하지 않았으며 노동자들이 만족할 만한 충분한 권리를 제공해주지 않았다. 이 상태로 1848년, 혁명의 해가 찾아온다. 시민들의 투표권 확대 요구가 끝내 받아들여지지 않자 이들은 무장봉기하며 거리로 뛰쳐나온다. 이것이 48년의 프랑스 2월 혁명이다. 이 혁명으로 오를레앙 왕조가 붕괴하며 프랑스의 제2공화국 시대가 열린다. 정국

연말결산 겸 군생활 소회 [내부링크]

22개월의 군생활이 드디어 막을 내렸다. 민간인이다. 품위 유지, 정치적 중립 등등 온갖 귀찮은 의무로부터 완전히 해방되어 더 이상 인터넷에 똥글을 싸질렀다고 잡혀가는 일을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그래서 지금 여기 이렇게 싸지르고 있다. 뭐, 그렇다고는 해도 신분전환이 된 지 얼마 안 되었다는 것이지, 미복귀 휴가 처리로 부대 밖에 나온 지는 벌써 두 달쯤 됐다. 이제 와서 전역 소회를 쓴다는 것이 참 우습지만, 어쩌겠는가. 그간 노느라 너무 바빴던 것을. 두 달 동안 놀 거 다 놀았더니 더 이상 할 일이 없어 이렇게 자판을 두들기는 중이다. 마지막으로 글을 쓴 지도 한 달이 넘어서 뭐가 써지질 않는다. 재활훈련 겸 전역 소회 겸 연말결산 겸, 그렇게 겸사겸사 쓰고 있는 글이다. 22개월간 어디서 어떻게 군복무를 했는가 하는 썰을 조금만 풀어보자면, 내가 복무한 부대는 대한민국 국군을 통틀어 최고(最高)의 부대였다. 그러니까 Best 말고 Highest. 해발 1400m가 넘는 진또

[세카이계란 무엇인가]를 읽고. [내부링크]

세카이계란 무엇인가 작가 마에지마 사토시 출판 워크라이프 발매 2016.10.15. 리뷰보기 (이번 감상문은 오타쿠 문화에 문외한이신 분들은 아예 이해할 수 없는 글이니 지금 바로 뒤로가기 누르시면 편하다.) 최고의 타이밍에 읽은 책이다. 에반게리온 신극장판 완결편이 곧 나온다는 소식에 서, 파, 큐를 전부 복습하고 에바뽕을 잔뜩 들이켜 정신이 나간 채로 BGM을 무한 반복재생하고 있을 때 딱 이 책을 만났다. 와! 에반게리온! 와! 세카이계! 심지어 주요하게 다뤄지는 작품들도 [이리야의 하늘, UFO의 여름], [별의 목소리] 등등 다 본 적이 있는 작품들이라 더욱 반가웠다. 개인적으로 감상하는 데에 그칠 수밖에 없었던 오타쿠계열 작품들을 이렇게 활자로 진지하게 논하고 있는 것만 봐도 그저 마냥 즐겁더라. 저자의 식견의 깊이 같은 건 다 제쳐두고서라도, 책에서 언급하는 작품 상당수를 접하신 오타쿠라면 재밌게 읽으실 수밖에 없는 책이리라 생각된다.1 이 [세카이계란 무엇인가]라는 책

김누리의 [우리의 불행은 당연하지 않습니다]를 읽고. [내부링크]

우리의 불행은 당연하지 않습니다 작가 김누리 출판 해냄출판사 발매 2020.03.06. 리뷰보기 이번에 읽은 책은 김누리 교수의 [우리의 불행은 당연하지 않습니다]. 제목이나 표지 디자인이 바로 흔해빠진 파스텔톤의 감성에세이를 연상시키는 책인데, 내용물까지 그렇진 않다. 대한민국이 어쩌다 '헬조선'이 되었냐 하는 원인을 나름 진지하게 고찰하고 있는 글이다. 저 제목은 사회구성원 대다수가 우리 사회의 현실에 괴로워하고 있으면서도 어떤 대안적 이념도 제대로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는 의미에서 쓰인 것이다. 미국보다도 더 순수하게 미국화된 나라, 대한민국을 위해 김누리 교수가 제시하는 대안은 독일 사회의 유럽적 모델이다.1 유학 경험을 바탕으로 독일 사회에 대한 여러 상세한 정보를 풀고 있는데, 아, 이것이 상당히 충격적이다. 나처럼 평생을 대한민국 토박이로 사신 분들께는 다 그러리라 생각한다. 조합주의적 모델을 바탕으로 한 독일의 안정적 노사관계는 전에 배운 적이 있어 충격이 덜했다만,

도스토옙스키의 [노름꾼]을 읽고. [내부링크]

노름꾼 작가 도스토옙스키 출판 열린책들 발매 2010.01.20. 평점 리뷰보기 도스토옙스키의 단편 작품들이 수록된 책이다. [악몽 같은 이야기], [여름 인상에 대한 겨울 메모], [악어], [노름꾼] 이렇게 네 편이 실려있다. 장편 작품에서의 도스토옙스키와는 많이 다른 느낌의 글이라 이런 글도 쓸 수 있는 양반이었나 하며 여러 차례 놀라면서 읽었더랬다. 단편들이 더 정치적이고 더 유머러스하다. 장편들의 고뇌하는 자의식은 잠시 뒤로 물러서고, 풍자가 그 자리를 채운다. 정치관으로 말하자면 완전 보수꼴통이라는 도스토옙스키 씨 아니랄까 봐, 역시나 풍자의 타겟은 대개 입만 산 진보적 개혁가들, 속칭 입진보들이다. 특별히 인상깊게 읽은 단편은 [여름 인상에 대한 겨울 메모]. 이 까리한 제목은 사실 '여름에 다녀온 여행에 대하여 겨울에 써낸 메모'라는 지극히 단순한 의미다. 간단히 소개하자면 도스토옙스키의 유럽기행담을 풀어내는 단편소설로, 서유럽의 선진국들과 그에 비해 한참 후진적인 조

유진 오닐의 [밤으로의 긴 여로]를 읽고. [내부링크]

밤으로의 긴 여로 작가 유진 글래드스톤 오닐 출판 민음사 발매 2002.11.01. 리뷰보기 한때 스타 배우였던 아버지는, 힘없는 구두쇠 늙은이가 되었다. 한때 행복한 가정생활의 꿈을 꾸던 어머니는, 가족들의 감시를 받는 마약중독자가 되었다. 뛰어난 재능으로 촉망받던 두 아들 중 첫째 아들은 알콜중독자 놈팽이로 전락했고, 둘째 아들은 폐병에 걸려 얼마나 살 수 있을지조차 불투명하다. 유진 오닐의 [밤으로의 긴 여로]는 실로 끔찍한 이야기다. 얽히고설킨 가족의 역사가 모두를 옭아맨다. 가족 모두가 괴로워하고 있지만, 이중 누군가를 탓하기에는 모두가 유죄이며, 모두가 이 사실을 알고 있기에 서로에게 죄책감을 느낀다. 옴짝달싹 못하는, 빠져나갈 길이 도저히 보이지 못하는 캄캄한 안갯속만 같다. 읽기 힘들어 도중에 몇 번이나 책을 덮었는지 모른다. 그러나 이 지옥 같은 늪에서 누구도 빠져나오지 못하는 것은, 그들이 서로를 사랑하기 때문이다. 앞으로도 서로를 비난하고 자책하고 후회하길 반복하

찰스 테일러의 [근대의 사회적 상상]을 읽고. [내부링크]

말년휴가까지 D-6. 말년병장들이 다 그렇듯이 갈수록 집중력이 떨어지고 있다. 아, 여기서 대체 언제 탈출하나, 하염없이 그것만 생각하고 있다. 독서속도는 당연히 확 느려졌고. 뭘 오랫동안 붙들고 있을 수가 없는 상황... 그나마 다행인 것은 간만에 정말 재밌는 책을 만났다는 것 정도일까. 근대의 사회적 상상 작가 찰스 테일러 출판 이음 발매 2016.08.29. 리뷰보기 이번에 읽은 책은 찰스 테일러의 [근대의 사회적 상상]이다. 이걸 과연 어떤 책이라 하면 좋을까? 철학? 역사학? 사회학? 확실한 것은 이 모든 학문들이 어느 정도 함유되어 있다는 거겠다. 카테고리를 나누는 것보단 책의 목적을 명확히 하는 것이 편할 듯하다. 이 책은 철학자들, 역사학자들, 사회학자들의 기존 논의를 빌어 덧대고 재구성하여, 근대성의 형성과정에 '사회적 상상'이 어떻게 작용하였는지 밝히는 것을 목표로 한다. 그렇다면 사회적 상상이란 무엇인가? 테일러의 정의를 따르자면, 사회적 상상이란 곧 사람들이 자

군생활 막바지에 읽은 문학작품 네 권. [내부링크]

군생활이 이제 진짜 막바지에 다다랐다. 주요 훈련도 다 끝났고, 후임도 왔고, 지금은 말년휴가 나와서 이 글을 쓰는 중. 이번 책들 역시 길게 쓸 말은 없다만 옮겨 적어둘 문장들이 괜찮은 게 많아 이렇게 조금이나마 적고 있다.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작가 밀란 쿤데라 출판 민음사 발매 2018.06.20. 평점 리뷰보기 노벨상에 또 떨어진 작가, 밀란 쿤데라 씨의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이다. 상당히 재밌다. 책 추천해달라 하면 꼭 리스트에 이름이 올라오던 책인데 과연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다. 러브스토리와 삶의 의미에 대한 고찰을 훌륭하게 버무렸다. '무거움'은 삶의 의미를 규제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삶을 지탱시키는 추다. '가벼움'은 규정되지 않으며 자유롭지만 무의미하다. 서로 다른 방식의 인생을 선택하여 살아가는 이들의 이야기다. 여러모로 스타일이 독특했던 작품. 툭하면 작가가 전면에 나와서 이러쿵저러쿵 썰을 신나게 풀어댄다. 아, 이 등장인물들? 내가 이런저런 것들

리처드 도킨스의 [이기적 유전자]를 읽고. [내부링크]

이기적 유전자 작가 리처드 도킨스 출판 을유문화사 발매 2010.08.10. 리뷰보기 리처드 도킨스. 이름은 정말 참 많이 들어본 작가다. 어떤 사람인진 몰라도, 사람들 입에서 그의 이름, 그의 저서들이 오르내리는 것은 많이 보아왔다. 이기적 유전자는 내가 처음으로 읽어본 그의 책이며, 이 한 권만으로도 사람들이 왜 그렇게 도킨스에 열광하는지 알게 된 기분이다. 나도 이 이기적 유전자를 읽으며 그에게 열광했으니까. 일단 나는 문과생인데다 별 관심도 없었기에 생명과학, 진화론 같은 것에 대해 그리 친숙한 상황은 아니었다. 중고등학교를 다니며 가르치는 기초적인 수준으로야 조금은 배웠지만, 이걸 갖고 안다고 하긴 좀 그럴 것이다. 그냥 상식선으로 아는 정도? 고등학교에서 문과생에게 가르치는 생명과학이라 하면, 아밀라제는 이런 놈을 분해시키고, 염기서열엔 이런 알파벳들이 들어간다, 그러니 이걸 외워라, 하는 수준이니 사실 별로 좋아할 수도 없는 것이다. 그냥 이런저런 막연한 궁금증만 있었을

헤밍웨이의 [노인과 바다]를 읽고. [내부링크]

노인과 바다 작가 어니스트 헤밍웨이 출판 민음사 발매 2012.01.02. 리뷰보기 너무 친숙한 제목이고, 너무 친숙한 내용이지만, 읽어본 적은 없다. 다들 그런 책들 몇 개쯤은 있지 않은가? 노인과 바다는 내게 그런 책 중 하나였다. 책만 안 읽어봤다 뿐이지, 줄거리도 대충 다 알고 있었다. 물고기를 못 잡던 노인이 청새치 하나를 끈질기게 물고 늘어져서 잡았는데 상어들이 따라오더라. 맞서싸웠고 몇 마리 죽였지만 돌아올 때는 아무 것도 남지 않았다. 이 정도. 결론부터 말하자면, 마지막 부분이 틀렸더라. 청새치 꼬리랑 머리랑 등뼈는 남아있더라. 그게 뭔 차이야? 할 수도 있지만, 내가 볼 땐 상당히 큰 차이였다. 상어들이 청새치를 뜯어먹어버리는 것을 볼 땐, ‘아, 노인은 이제 아무 것도 갖지 못한 채로 돌아가게 되고, 아무 인정도 받지 못 하겠구나.’ 싶었다. 노인과 소년이 일상적으로 나누던 거짓말처럼, 노인의 이 대단했던 모험 이야기도 소년이 그렇게 받아들여 버리는 게 아닐까 싶

스타크래프트 리마스터를 앞두고 1.18 베타를 해보았다. [내부링크]

얼마 전 스타크래프트 리마스터 발표가 있었다. 하도 과거에 인기가 많았다보니 몇 시간동안이나 네이버 실시간 검색어 1위까지 차지해버렸다. 내 나잇대라면 누구나 그렇겠지만, 스타크래프트에는 추억이 참 많다. 친구들이랑 컴퓨터실에서 자유시간만 나면 '빠른무한' 맵을 하곤 했고, 학급 스타 1위의 자리를 걸고 1대1을 펼치는데 거기서 졸렬하게 (내가) 6드론을 했던 이야기도 있고, 스타 하겠다고 초등학교 때 아프다고 땡땡이 치고 15일 정도를 무단결석 했다가 들켜서 죽도록 맞은 기억도 있다. 다들 그렇겠지만 참 할 얘기 많은 게임이다. 프로경기도 자주 봤는데 송병구 선수를 정말 좋아했다. 캐리어를 쓰는 모습이 정말 멋져보였다. 좀 심각할 수준으로 해댔었으니, 아마 내 또래에서도 나만큼 스타크래프트에 집착했던 놈은 몇 없을 것이다. 그래서 그런지 스타크래프트 리마스터 소식이 들려오자 정말 반가웠다. 원래 저번 주에 1.18은 나온다고 했던 것 같은데 출시가 연기됐나 보더라. 그런데 베타 버

생각의 휘발성 [내부링크]

생각이란 놈은 정말 발이 빠른 놈이다. 찾아올 때도 순식간, 가버릴 때도 순식간. 굳이 예술가들이 말하는 영감 같은 것 말고도, '내일은 과제를 마무리 짓고 세탁소에 다녀오자' 같은 일상적인 생각이나, 잠깐씩 떠올랐다 사라지는 옛날의 추억들도 모두 그렇다. 다음 날이 되면, 혹은 다음 날도 되지 않아서, 뭔가 생각을 하긴 했었는데 무슨 생각을 했는지 도무지 기억이 안 나버린다. 그런 일들이 비일비재하다. 나 같은 경우엔 이 문제가 정말 심각했다. 가끔 치매가 아닌가 의심했을 정도로 해야 할 일들도 자주 까먹었고, 뭔가 팍 왔던 발상 같은 거도 그냥 그대로 날려버리기 일수였다. 심각하다고 느껴본 적은 있어서, 이 문제를 극복해보겠다고 순간순간 드는 생각들을 그 즉시 기록해 둬야겠다는 결심도 가끔씩 하곤 했었다. 하지만 그 결심조차도 얼마 안 가서 잊어버렸으니, 별 효과는 없었다. 그래도 대학에 들어와서는 정말로 이대로 가면 안 되겠다 싶어서 스마트폰 메모장에다가 매일 생각들을 기록하기

[안정효의 글쓰기 만보] 등 3권을 읽고. [내부링크]

시험기간을 전후로는 그다지 독서를 할 시간이 나오질 않았다. 아니, 솔직히 말하자면 시간은 있었는데 내가 독서를 별로 열심히 안 했다. 스타크래프트 리마스터 정식발매라는 놈이 하도 내 발목을 잡아서…. 다행히 이제 게임을 지워낸 덕에 다시 독서에 몰입하고 있다. 그동안 몇 가지 글쓰기 관련 책들을 읽었다. 블로그에 글을 써보며 내 글쓰기 능력의 한계를 뼈저리게 느꼈기 때문에 다른 책들을 미뤄두고 일단 글쓰기 책들을 우선했다. 몇 권 정도 추천받은 게 있어서 다 읽어볼 생각인데, 유시민 씨의 책들은 워낙에 인기가 많아서 대출하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일단 읽어본 책들만 감상을 남기려 한다. 기능적인 목적으로 읽은 책들이니 딱히 길게 적을 말은 없다. 안정효의 글쓰기 만보 작가 안정효 출판 모멘토 발매 2006.08.05. 리뷰보기 안정효의 글쓰기 만보. 나름 괜찮다. 글을 쓰기 시작하는 사람들을 위한 기본적인 원칙들과 팁들을 제공해주는 책인데, 가장 큰 장점으론 역시 깔끔하고 좋은 예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를 읽고. [내부링크]

연세대학교 언더우드기념도서관에서 진행한 밤샘 책읽기 행사에 참여하고 받아온 책이다.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 이름을 안 들어본 사람이 없을 정말 유명한 과학 교양서적. 항상 어느 도서관을 가나 꽂혀있기는 했지만 이 책, 두께가 정말 압도적이다. 쉽사리 꺼내들긴 힘들 정도로 말이다. 그래도 이 행사가 마침 11시부터 5시까지 밤을 새가며 헤비하게 책을 읽는 스케줄이었기에, 딱 이 책을 읽어볼 만한 기회라 생각해서 이 책으로 정했다. 코스모스 작가 칼 세이건 출판 사이언스북스 발매 2006.12.20. 리뷰보기 솔직히 말해 책의 내용 자체는 별 건 없었다. 이 책, 1980년도에 출간된 녀석이다. 무려 37년 전의 과학 교양서적. 거의 내 나이의 거의 두 배 수준이다. 그러니 이 당시엔 사람들에게 새로웠을 지식들이었을 지는 몰라도 나에게는 그렇지 않았다. 전부는 아니어도 대부분이 여기저기서 읽은 내용이었다. 과학과는 거의 담 쌓고 사는 문과생인데도 말이다. 그래도 전혀 지루하진 않았다.

막스 베버의 [직업으로서의 정치]를 읽고. [내부링크]

직업으로서의 정치 작가 막스 베버 출판 나남 발매 2007.01.25. 리뷰보기 1학기가 끝나 기숙사 생활을 마치고 집으로 복귀한 뒤의 첫 독서다. 이번에 고른 책은 막스 베버의 [직업으로서의 정치]. 흔히 [소명으로서의 정치]로도 알려져 있는 책이다. 나 같은 경우엔 이 책 이름을 꽤 많이 들어본 것 같은데, 아마 수능 때 봤던 생활과 윤리 과목에서 이 책이 가끔씩 언급되곤 했었기 때문일 것이다. 책임 윤리 관련해서 나왔을라나? 막스 베버는 워낙에 여기저기서 다 튀어나오니 확실히 기억나지는 않는다. 지금으로부터 거의 100년 전인 1919년. 1차 대전 종전 즈음인 것 같은데, 종전 직전인지 종전 후인진 잘 모르겠다. 하여튼 이 때 독일은 나라가 완전 개판이 났다. 패전에, 반란에, 혁명에. 진짜 대혼란기다. 그런 상황 속에서 대학생들이 베버에게 정치에 관한 강연을 요청했다고 한다. 당시 독일 대학생들은 "현 시국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같은 질문을 하려 불렀을 것이다.

[롤스의 정의론 입문]을 읽고. [내부링크]

롤스의 『정의론』입문 작가 F. 러벳 출판 서광사 발매 2013.04.20. 리뷰보기 이번에는 존 롤스의 [정의론]을 다룬 책을 읽었다. 사실 이런 윤리학, 정치철학쪽은 별로 내 관심분야는 아니다. 이쪽에 관해 읽어본 책은 마이클 샌델의 [정의란 무엇인가]와 막스 베버의 [직업으로서의 정치]가 전부다. 전자는 중학생때, 후자는 바로 며칠전에 읽은 것. 나머지는 수능 공부때 생활과 윤리에서 간만 본 것이 전부. 이 분야에 거의 쌩초짜인 셈이다. 그런 내가 왜 뜬금없이 이런 책을 읽게 됐는가? 정말 별 이유 아닌데, 며칠 전에 모 인터넷 사이트에서 어떤 사람 둘이 롤스를 갖고 엄청 박터지게 싸우고 있는 모습을 본 것이다. "무지의 베일 같은 말도 안 되는 가정을 해서 얻어낸 결론이 뭔 의미가 있냐~" "그건 니가 잘 몰라서 하는 소리다~" 같은 느낌으로 싸우고 있더라. 나도 롤스가 무엇을 주장한 지에 대해 대강 알고야 있긴 하지만, 수능시험을 보기 위해 겉핥기식으로 배운 게 다였다. 그

나츠메 소세키의 [태풍]을 읽고. [내부링크]

태풍 작가 나쓰메 소세키 출판 현암사 발매 2013.09.10. 리뷰보기 오랜만에 소설을 읽었다. 이 책을 하도 끈질기게 추천하는 사람이 있어서 뭔 책인가 궁금하기도 했고, 요새 문학을 너무 멀리한 것 같은 느낌도 들었기에. 금방 읽었다. 마침 바람도 세차게 불고 비도 내리는 날이라 딱 소설 분위기랑 맞아 몰입해 읽을 수 있었다. 나쓰메 소세키는 굉장히 유명한 작가지만 나는 여태 이 작가의 책을 읽어본 적이 없었다. 그래서 이 작가의 특징이 어떤 것인지 잘 모르겠지만 이 소설의 특징은 알겠다. 작가의 목소리가 거의 그대로 드러나 있다는 것. 그냥 서술로 전하는 것도 많고, 인물을 통해 전하는 것도 많다. 당연히 가장 그런 특징이 드러나는 부분은 도야의 연설일 것이다. 연설의 내용은 솔직히 완전히 공감할 수 있는 것이라곤 말하기 힘들었다. 선민의식이라고 할 것까지는 아닐지 몰라도 분명 비슷한 것이 느껴진다. 부자가 돈이 없다고 학자들을 깔봐서는 안 되는 것처럼, 학자들도 학식이 뛰어나

니부어의 [도덕적 인간과 비도덕적 사회]를 읽고. [내부링크]

도덕적 인간과 비도덕적 사회 작가 라인홀드 니버 출판 문예출판사 발매 2004.04.30. 리뷰보기 롤스의 정의론에 이어서, 생활과 윤리에 나온 책 2다. 처음엔 책 제목은 분명히 아는 책이 맞는데 저자가 [라인홀드 니버]라고 되어있어 '이 사람이 아니었던 것 같은데?' 하고 한참 이상하다 생각했었는데, 니부어라서 니버라 써놓은 거더라. 생활과 윤리 과목에서 이 책은 정말 단순하게 나온다. 이성과 개인의 선의지만으로는 집단의 이기주의를 해결할 수 없다는 것? 이 정도만 알아도 생윤에서 니부어는 다 알았다고 봐도 될 것이다. 그래서 사실 책도 그게 주된 내용이겠거니 했는데 많이 다른 느낌이었다. 이 책에 가장 자주 언급되는 주제는 사회주의다. 이 책에는 총 10개의 장(章)이 있는데, 그 중 무려 3개의 장이 사회주의에 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을 정도. 1930년도 책이니 당시엔 그게 엄청 핫한 주제였긴 하겠지만, 여튼 상상했던 것과는 꽤 다른 내용들로 구성된 책. 좀 더 명확히 하자

리처드 도킨스의 [만들어진 신]을 읽고. [내부링크]

만들어진 신 작가 리처드 도킨스 출판 김영사 발매 2007.07.20. 리뷰보기 송도에서 연세대 1학년 1학기를 보내던 동안, 나는 [기독교와 현대사회]라는 강의를 수강하게 되었다. 썩 관심 있는 주제는 아니었지만, 연세대는 개신교 학교답게 채플(예배모임)과 기독교 관련 강의 수강을 의무화시켜두었으니 선택권은 없었다. 처음에는 이런 걸 의무적으로 들어야 된다는 게 참 어이도 없고 짜증도 나긴 했는데, 들어보니 의외로 괜찮더라. 신학과 교수님이 들어오셔서 기독교에 관해 이런 저런 얘기들을 던져주시는 강의였는데, '예수천국 불신지옥' 같은 느낌은 절대 아니었다. 무신론자 입장에서도 어느 정도 납득할 만하게 강의를 이끌어 나가셔서 참 좋았다. 깊이 생각해볼 만한 것들도 많았고, 느낀 점들도 많았다. 여태 겉으로만 알던 기독교를, 좀 더 자세히 이해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종교인이 된 것은 아니었지만. 리처드 도킨스의 [이기적 유전자]를 읽은 지 한 4달 됐

Buriedbornes, 좀 아쉬운 게임. [내부링크]

이 게임을 처음 접했던 건 반 년 전쯤일 것이다. 로그라이크 갤러리에서 하도 BB, BB 거리는 글들이 올라오기에 일주일 정도 해봤었다. 그냥 자투리 시간 죽이는 용으로 가볍게 하다가 지웠다. 그런데 이번엔 중세게임 갤러리에서 갑자기 폭발적인 반응이 나오더라. 뭔가 많이 바뀌기라도 했나? 하는 생각에 다시 다운받고, 반년만의 재플레이를 해보았다. 이것저것 생기긴 했지만 여전히 크게 바뀐건 없는데, 아마 한글화 덕분에 다시 뜬 듯. 간단히 리뷰를 적어보려 한다. 재밌는 게임이다. 처음 해봐도 간단히 이해할 수 있는 구성이면서도 플레이어를 확 끌어당기는 매력이 있다. 사운드와 이미지도 잘 어울려서 분위기도 괜찮고. 직업들의 개성도 두드러져서, 몇몇 직업은 아예 다른 게임을 플레이하는 듯한 느낌을 받기도 한다. 노숙자나 토끼 같은 캐릭터들은 정말 독특하다. 아이템 옵션들은 조금 복잡하긴 해도, 역시 배워가는 재미가 있다. 그러나 플레이해보면 해볼수록 아쉬운 점도 확 드러난다. 가장 큰 단

2018 대학수학능력시험 후기 [내부링크]

저저번주의 일이다. 수능을 하루 앞두고 머리에서 열이 끓기 시작했다. 기운이 없어 보였는지 엄마가 어디 아프냐고 여쭤보셨지만, 그렇다고 삼수생이 된 아들로서 솔직히 아프다고 말할 수도 없는 노릇. 혼자 끙끙 앓고 있었다. 내일 아침에는 가라앉기를 빌면서 말이다. 열이 가라앉지는 않았지만, 다른 일이 터졌다. 수능 연기. 맨처음에 인터넷에서 소식을 들었을 때는 낚시 글이라고 생각했는데, TV를 틀어보니 정말 속보가 나오고 있었다. 그걸 보고 환호성을 질렀다. 야 살았다! 하고. 일주일 더 받은 덕에 6월, 9월 모의고사도 한 번씩 더 보고, 최종 마무리도 제대로 끝낼 수 있었다. 컨디션 조절도 해냈고. 당일날은 조금 불안하긴 했다. 전날에 잠을 제대로 못 잔 탓이다. 왠지는 몰라도 밤새 자다 깨다를 계속 반복해서 아침에 일어나보니 잔 게 잔 것 같지가 않은 상태였다. 수능장에 가도 눈꺼풀이 무겁길래 이러다간 큰일 나겠다 싶어서, 잠바 두 겹도 다 벗고 팔까지 걷어붙이고 맨팔로 국어영억

하스스톤 코볼트와 지하미궁 모험모드 클리어! [내부링크]

하스스톤을 플레이한 지 4년이 다 되어간다. 개풀이 돌진을 부여하던 베타시절부터 낙스라마스, 고놈, 검바산.. 온갖 확장팩이 나오는 동안 계속 꾸준히 플레이해왔다. 그 오랜 시간, 그 중에 가장 재밌게 플레이했던 경험을 꼽으라면, 나는 이 모험모드를 꼽을 것 같다. 이틀 간, 정말 미치도록 달렸다. 정말 재밌다. 랜덤성이 심해 난이도가 높지만, 오히려 그게 매력이다. 깰 듯, 못 깰 듯 아슬아슬한 스릴감이 장난 아니다. 플레이하다가 한 번이라도 미끌어지면 로그라이크처럼 맨 처음으로 돌아온다. 그럴 때마다 좌절도 크지만, 이대로 물러설 수 없다는 자존심이 계속 스스로를 일으켜 세운다. 계속 실패하고 계속 도전하면서 경험이 쌓여가고, 점점 플레이 요령이 생긴다. 그렇게 결국 한 직업을 클리어했을 때 느끼게 되는 그 쾌감! 정말 상쾌하다. 내친 김에 9직업 다 끝까지 달려서 뒷면까지 따냈다. 플레이하면서 잡은 몇 가지 팁을 여기다가 끄적여보려고 한다. 1. 단순무식한 덱을 짜자. 이 모험

[개인은 역사를 바꿀 수 있는가]를 읽고. [내부링크]

오랜만에 책 포스팅이다. 원래는 토인비의 [역사의 연구]를 집어 들었는데, 오랜만에 텍스트를 봐서 그런지, 아님 글이 원래 그런 글인지 몰라도 눈에 전혀 들어오질 않았다. 그래서 이번엔 눈도 풀 겸 해서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책으로 골랐다. 추천 같은 거 안 받고, 그냥 도서관에서 이것저것 뒤적여서 재밌어 보이는 걸로 뽑아왔다. 개인은 역사를 바꿀 수 있는가 작가 마거릿 맥밀런 출판 산처럼 발매 2016.05.10. 리뷰보기 우리나라 번역본은 [개인은 역사를 바꿀 수 있는가]라는 거창한 제목을 달고 나왔는데, 원본은 [History's People: Personalities And The Past]라는 제목이다. 사실 번역본 제목은 책 내용이랑 전혀 들어맞지를 않는다. 그야 이 책은 처음부터 "당연한 거 아님?"이란 답을 깔고 가기 때문이다. 이 질문 자체에 대해선 거의 다루지도 않는 책. 내가 보기엔 팔아 먹을라고 이런 제목으로 바꿔단 게 아닐까 싶다. 아무래도 직역해서 달아두면

수능 성적표 수령 완료! [내부링크]

장이 꼬이는 기분이었다. 수능을 칠 때도 이렇게 긴장하지 않았는데, 성적 발표 날이 가까워올 수록 점점 더 마음이 옥죄어왔다. 책을 보나 게임을 하나 무엇 하나 제대로 집중할 수 없단 느낌. '혹시 예상보다 하나라도 더 틀렸으면 어떡하지?' 하는 불안에 오늘 아침엔 진짜 미쳐버릴 것만 같았다. 하도 무서워서 수능 성적표도 발표 시간 1시간이나 더 지나고서야 열어봤다. 성적표 로딩될 때도 정말 발발 떨었다. 다행이다. 다행이야. 진심으로 안도했다. 시험장을 나올 때 예상했던 성적대로 나왔다. 아예 손도 못 댔던 수학 21번 말곤 모든 문제를 제대로 풀었다고 생각했고, 정말 다행이게도 실수한 문제는 없었나보다. 사실 수학 답 개수를 적어왔었는데 문제지를 보며 복기해보니 내가 푼 거랑 내가 써온 답 갯수랑 들어맞질 않는 것이다. 이것 때문에 오답이 하나 더 있을 것 같아 정말 발발 떨고 있었는데, 아마 그냥 답 갯수를 셀 때 잘못 셌었나보다. 하나만 더 틀렸으면 서울대 경제학과는 날아갔을

[키메라주의] 삼수생 첨지의 문과 수능 공략 [내부링크]

안녕하세요. 저는 DC인사이드에서 김첨G라는 닉네임으로 활동하고 있는 갤러입니다. 올해(2017년) 시행된 수능을 치룬 인문계 수험생이구요, 이번 수능에서 국어, 수학 나형, 영어, 한국사, 생활과 윤리, 사회문화, 아랍어에 응시해서 [100/96/1등급/1등급/50/50/44]의 성적을 받았습니다. 쉽게 말하면 수학 한 문제 틀렸네요! 고속성장님 분석기 기준으로 서울대 변환표점 적용하면 누적백분위 0.02%인 성적이라고 합니다. 한 문제차로 만점을 못 받아서 아쉽긴 하지만, 일단은 만족하고 있습니다! 제 수험생활 짧게 얘기 하고 넘어갈게요! 사실 저는 이번이 세 번째 수능입니다. 고3 현역 때 고려대학교에 입학했지만 미련이 남아 반수를 했어요. 재수학원까지 다니며 열심히 공부해서 다시 본 수능에서는 상당히 좋은 성적을 거뒀습니다! 그땐 누백으로 0.06%였어요. 그런데 또 이번엔 원서질을 실패해서 서울대 경제학과에 지원했다가 정말 근소한 차로 떨어지고, 연세대학교에 입학하게 되었습

2017년, 대체로 만족! [내부링크]

지금 시각은 2017년 12월 31일 오후 10시. 2017년이 딱 2시간 남은 시점이다. 2017년은 나에겐 참 다사다난한 해였다고 생각한다. 살아온 20년 중 가장 심적으로 힘든 시기를 보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정말 힘든 일도 있었고, 고생도 많이 했다. 그래도 어떻게든 성공적으로 마무리짓고, 여기 이렇게 이 글을 쓰고 있다. 다행이다. 올해 3월달 "학문의 즐거움"의 감상문을 처음으로, 이 블로그를 시작했었다. 내 생각을 써서 하나씩 정리해본다는 생각으로 시작했던 블로그인데, 어느새 그 뒤로 작성글이 52개가 되었다. 생각보다 꽤 많이 썼을지도 모르겠다. 그 글들 하나하나 다시 읽어보면서, 내가 올해를 어떻게 살았는지를 되돌아보았다. 서울대 입시에 낙방한 뒤, 수능 공부는 당분간 쳐다보기도 싫단 생각에 책을 파고 들었었지. 이런 저런 좋은 책들 참 많이 읽었는데, 되돌아보면 책 고르는 운도 꽤 따라줬던 것 같다. 덕분에 생각의 폭도 좀 넓혀보고, 많은 깨달음을 얻었다

Slay the Spire 클리어 기념 리뷰 [내부링크]

간만에 재밌는 게임을 찾았다. Slay the Spire, 스팀에서 얼리엑세스로 판매중인 턴제 로그라이크 인디게임이다! 블러디본처럼 로그라이크 갤러리에 유행하고 있길래 재밌겠다 싶어 얼른 플레이해봤다. 게임에 대해 간단하게 설명해보자면, 다른 로그라이크 게임들과 비슷하게 층을 돌파해서 최정상까지 나아가는 게 목표인 게임이다. 몬스터와 전투를 치르고, 그 과정에서 아이템도 모으고, 이벤트도 발생하고, 그러면서 나아가는 흔한 구조. 하지만 한 가지가 다르다. 전투가 '카드게임' 형식으로 치뤄지는 것이다! 공격을 하려하든, 방어를 하려하든, 모두 그에 맞는 카드가 필요하다. 턴마다 덱에서 다섯 장을 드로우하고, 그 다섯 장을 내가 가진 3코스트 이내에서 가장 효율적인 구성으로 내놓아야 한다. 적의 패턴을 잘 봐가면서, 감당하지 못할 데미지가 들어온다면 약화 주문을 쓰든, 방어를 올리든 하는 식으로 말이다. 몹을 잡으면 카드들이 드롭되고, 그 카드들로 더 효율적인 덱을 쌓아가며 강해지는 몬

야생의 땅 : 듀랑고, 접으면서 남기는 플레이 후기 [내부링크]

듀랑고는 요즘 실시간 검색어에서 한참 오르락내리락 하는 최신의 화제작이다. 좋은 의미로 화제는 아니고, 서버관리를 더럽게 못해서 "이거 접속 대체 언제 되냐!" 하는 느낌으로 화제작. 사람들이 얼마나 화가 났는지 플레이스토어 평점이 2점대가 됐다. 그래도 일단 사람들 기대감이 크기도 할 것이다. 기대도 하지 않는 게임이 서버 터진다고 이 난리가 나진 않을 테니, 정말 해보고 싶은데 할 수가 없어 이런 상황일 터. 아무래도 6년의 개발 기간이란 것도 대단하고, 게임 콘셉트도 요즘의 한국 모바일게임들과는 많이 차별화가 되어있는데다, 트레일러도 정말 잘 만들었으니 그러지 않을까 싶다. 나는 솔직히 말해, 서버 대기열의 영향을 별로 받지 않았다. 점검 끝나자마자 칼같이 치고 들어간다든가, 사람들이 없을 시간대에 접속해서 접속 종료를 하지 않는다든가 하는 식으로 계속 플레이한 덕에 일요일에 41레벨에 도달했었다. 지금은 47레벨이고. 캐쉬 아이템으로 경험치 2배 버프를 산 사람들을 제외하면

[키메라주의] 삼수생 첨지의 문과 수능 공략 (보충!) [내부링크]

안녕하세요! 저번에 문과 수능 공략법을 올렸던 김첨G입니다. (저번 글 링크:http://blog.naver.com/chermg/221171699889) 이 글 올렸던 뒤로 이제 거의 두달이 다 되어가네요. 그동안 합격자 발표가 나서, 저도 드디어 서울대 경제학과에 합격하게 되었습니다! 수만휘분들도 올해 수능 잘 보셔서 꼭 바라는 대학 착착 붙으시길 바랄게요! 저번에 썼던 글에선 문과 수능의 모든 과목을 전체적으로 다뤘었는데요, 사실 제 수능 노하우는 저번 글에 다 쓴 거나 다름없어요. 그래서 더 알려드릴 게 많이 남아있진 않은데, 댓글로 질문을 받아보니 국어 관해서 계속 반복적으로 나오는 질문들이 있더라구요! 그래서 좀 보충이 필요하겠다 싶은 부분들에 짧게 덧붙이는 식으로 글 하나 더 써보려고 합니다. (보충글인데 2달 간격은 너무 늦었죠. 죄송합니다 ㅠㅠ) 이 글은 두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어요! 1. 오버슈팅&부호화 지문의 풀이 복기 저번 글에서도 팁들에 이런 저런 활용 예시들을

필립 딕의 [마이너리티 리포트]를 읽고 [내부링크]

마이너리티 리포트 작가 필립 K. 딕 출판 폴라북스 발매 2015.07.30. 리뷰보기 요즘 들어서 읽을거리들이 하도 많아 하나하나 서평을 다 못 쓰고 있다. 몇 권은 쓸 준비까지 해놓고도 그냥 포기했다. 글을 쓴다는 게 시간을 워낙 많이 잡아먹는 일이다 보니, 그 때문에 책 읽을 시간이 부족해질 것 같아서다. [자기혁명], [글쓰기의 전략], 그리고 또 몇 권 더 있는데, 이 책들에 관해서도 하고 싶은 말들이 좀 있었던지라 아쉽긴 했으나 어쩔 수 없었다. 그럼에도 이 작품은 꼭 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1년 만에 읽게 된 필립 딕 단편집이다! 이제야 알게 된 건데, 저번에 리뷰했던 폴라북스의 <도매가로 기억을 팝니다>는 필립 딕의 후기 단편들을 모아둔 책이었다. 이 ‘마이너리티 리포트’는 전기 단편들이다. 까놓고 말하면 필립 딕이 맛이 가버리기 전의 작품들인 것이다. <안드로이드는 전기양의 꿈을 꾸는가?>나 <유빅>, <흘러라 내 눈물 경관은 말했다> 같은 필립 딕의 유명한 중장

[감정은 어떻게 진화했나]를 읽고. [내부링크]

요즘 블로그에 쓰고 싶은 글은 많은데, 정작 쓸 시간이 모자라 메모장에 대략적인 초고들이 쌓이고만 있다. 그래서 좀 글 쓰는 방식을 바꿔보려 한다. 기존에는 되도록이면 글의 구조를 갖추고, 읽으며 느낀 점을 쭉 정리해보려고 글을 썼다면, 이제는 핵심만을 정리해 짧게 남기는 식으로. 물론 쓸 말이 너무 많은 매우 훌륭한 책들의 경우에는 여전히 그렇게 하지 못 할 것 같지만. 감정은 어떻게 진화했나 작가 이시카와 마사토 출판 라르고 발매 2016.07.31. 리뷰보기 즉, 이 글은 썩 훌륭한 책은 아니라는 얘기가 된다. 실제로 그렇다. 과제 자료조사 차원에서 부분적으로만 읽었던 책인데, '생각보다는' 내용이 재미있어서 쭉 보긴 봤다. 그래도 아주 좋은 책이라곤 못 할 것 같다. 어떤 책인지 간략히 설명하고, 이 책에 대한 평가를 남겨보련다. 진화심리학에서는 감정 역시 다른 모든 신체기관과 마찬가지로 진화의 과정에서 발달했으며, 생존에 도움을 주기 때문에 발달해왔다고 본다. 이 책은 그러

[혁명의 탄생]을 읽고. [내부링크]

드디어 1학기가 다 끝나간다. 시험은 다 끝났고, 에세이 한 장만 쓰면 정말로 할 일 끝. 그런데 별로 글이 잘 뽑히질 않아서... 우선 이 글로 마중물이나 삼아보려 한다. [공산당 선언]을 읽었을 때 나는 혁명사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알아보고 싶다고 생각했다. 명예혁명, 프랑스 혁명, 1848년 혁명, 러시아 혁명... 잘 생각해보니 뭐 하나 제대로 아는 게 없었다. 이 혁명들이 과연 어떤 것이며, 서로 어떤 연관성을 갖고, 어떤 사상의 흐름 속에서 일어났는가? 꽤나 흥미로운 주제라고 생각했다. 우연히도 수강신청을 하다가 기회가 왔다. 학점을 채우려고 이런저런 강의들 소개를 뒤적이던 중 딱 이 혁명사에 대해 다루는 강의가 있었던 것이다. 강의평도 괜찮았고 이 강의에서 읽을 책이라는 [혁명의 탄생] 역시 딱 내가 읽어보고 싶은 책이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이 강의를 택한 것이 정말 1학기 최고의 행운이 아니었나 싶다. 이번 학기에 들은 강의 중 가장 재밌게 들었고, 성적 역시 A+를

던전 크롤: 스톤수프(돌죽) 미라 혼돈의 기사(MuCK) 클리어! [내부링크]

Dungeon Crawl: Stone Soup, 인터넷에서 흔히 '돌죽'이라고 불리는 게임이다. 나는 이 게임을 2014년도부터 했었으니 이제 5년차가 되는데, 이 게임 자체는 무려 1995년에 제작된 녀석이다. 23살, 그러니까 나보다도 나이가 많은 게임. 그런 낡은 게임을 수많은 유저들이 합심해 오픈소스로 계속 업데이트해와서 지금까지도 이 게임은 명맥을 잇고 있다. 그래서 협력에 대한 교훈을 던지는 서양 동화 'Stone Soup'를 따와 게임 이름이 이렇게 되었다나. 뭐, 게임 플레이 자체에는 전혀 협력적 요소가 없지만 말이다. 이 게임에서, 드디어 숙원사업(?) 하나를 이뤄냈다. 이 게임에서 가장 쓰레기 종족으로 불리는 종족 미라(Mummy)에, 또 이 게임에서 가장 쓰레기 신으로 불리는 좀(Zom)을 믿는 혼돈의 기사(Chaos Knight). 이 두 가지를 합친 미라+혼돈의 기사로 올룬 클리어를 달성하는 것이 줄곧 목표였다. 2016년 초 쯤부터 해서 생각날 때마다 계속

김승섭의 [아픔이 길이 되려면]을 읽고. [내부링크]

아픔이 길이 되려면 작가 김승섭 출판 동아시아 발매 2017.09.13. 리뷰보기 [혁명의 탄생]과 마찬가지로, [아픔이 길이 되려면] 또한 강의도서로 읽게 됐던 책이다. 그러나, 이 책도 정말 정말 인상 깊게 읽었다. 내 생각엔 아마 조만간, 이 책이 차세대 수시 자소서 TOP 도서들 중 하나로 등극하지 않을까 싶다. 이 책은 사회역학을 다루는 책이다. 사회역학. 애초에 나는 이 책을 읽기 전에 이 단어를 들어본 적부터 없었다. 아마 나처럼 이 단어를 처음 보는 사람들은 이걸 사회力學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는데, 물리학의 그 역학이 아니다. 사회疫學, Social epidemiology. 여기서 역학(疫學)은 병의 원인을 찾는 학문을 뜻한다. 유명한 사례로는 존 스노우의 콜레라 역학 조사가 있다. 런던에서 콜레라가 터졌는데, 감염자들의 거주지를 따져보니 특정 지역에 몰려있었고, 더 살펴보니 그들은 전부 그 지역의 특정 우물을 사용하는 사람들이었다. 그래서 그 우물을 막아 콜레라를 막

[그들은 자신들이 자유롭다고 생각했다]를 읽고. [내부링크]

그들은 자신들이 자유롭다고 생각했다 작가 밀턴 마이어 출판 갈라파고스 발매 2014.11.27. 리뷰보기 이번에 읽게 된 책은 밀턴 마이어의 <그들은 자신들이 자유롭다고 생각했다>이다. 원제는 <They Thought They Were Free: The Germans, 1933-1945>. 영문판 제목을 잘 살펴보면 알겠지만, 나치 정권 하에 살았던 독일인들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우리가 밖에서 바라봤을 때는 나치는 굉장히 억압적이고 폭력적인, 그저 미치광이 독재정권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그 안에서의 시선은 어땠을까. 과연 독일인은 어떤 이유로 나치에 따랐던 것인가? 당시 세계에서 어떤 국가보다도 가장 뛰어난 교육 제도를 자랑하던 독일이 어째서? 이 책은 바로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나가는 책이라고 할 수 있겠다. 이 책은 미국의 언론인이자 교수인 밀턴 마이어가 2차 세계 대전 이후 독일로 건너가 살며 작성한 '나치에 대한 보고서'이다. 다 초점을 맞추는 대상은 그 정권

[죽은 경제학자의 살아있는 아이디어]를 읽고. [내부링크]

죽은 경제학자의 살아있는 아이디어 작가 토드 부크홀츠 출판 김영사 발매 2009.09.11. 리뷰보기 경제학과를 지망하는 고등학생의 생활기록부에 빠짐없이 등장한다는 바로 그 책, [죽은 경제학자의 살아있는 아이디어]를 드디어 다 읽었다. 읽어 보니 딱히 길게 쓸 말이 있는 책은 아닌 것 같고, 간단히 소감 정도만 적어보려 한다. 경제학을 처음 접해보는 사람도, 이미 좀 배우고 온 사람도 편하고 재밌게 읽을 수 있는 잘 쓴 책이다. 시대순으로 경제학을 이끌어온 인물들을 하나하나씩 조명하면서 그 사람이 펼쳤던 경제 이론을 간략하게 설명해주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경제 이론만 지겹게 설명하지 않고 그 경제학자의 인생 얘기나, 그 경제 이론이 나왔던 당시 시대적 배경 같은 것들도 설명해주기 때문에 '머리 안 아프고 읽을 수 있는 경제학 책'이라는 점에서 참으로 훌륭하다 하겠다. 경제 이론도 이해하기 쉽게 재밌게 설명해주는 편. 경제학을 한번 구경해보고 싶은데 엄두가 안 난다, 하는 사람들에게

마법사의 밤(魔法使いの夜) 리뷰 [내부링크]

지금까지 이런저런 비주얼 노벨 장르의 게임들을 많이 플레이해왔지만, 대체로 내가 했던 것들은 그다지 유명하지 않은 국산 게임 위주였다. 하지만 이번에 플레이한 건, 비주얼 노벨 계에서 거의 전설 같은 게임. TYPE-MOON의 [마법사의 밤(魔法使いの夜)]이다. TYPE-MOON의 게임을 플레이해본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몇 년 전에 Fate/stay night, 흔히 페스나라고 불리는 게임을 좀 잠시 건드려봤었다. 솔직히 말해 썩 만족스럽지 않았지만. 플레이타임은 엄청나게 긴데 정작 그 긴 시간만큼의 재미가 있는 것 같지도 않고, 그 유명한 세이버, 시로, 토오사카 린 같은 캐릭터들도 전부 내 마음에 들지 않았다. 다들 약간 정신병자 같은 느낌이라 해야 되나. 감정선을 전혀 못 따라가겠더라. 첫번째 Fate 루트만 딱 끝내고고 지쳐서 관둬버렸다. 그 뒤로 'TYPE-MOON쪽 게임이랑 나랑 아무래도 잘 안 맞나?' 하는 생각이 들어서 그냥 TYPE-MOON 것들은 만화화, 애

니콜로 마키아벨리의 [군주론]을 읽고. [내부링크]

군주론 작가 마키아벨리 출판 길 발매 2017.02.20. 리뷰보기 니콜로 마키아벨리의 [군주론]. 긴 책은 아니라서 이틀 잡고 다 읽었다. 하도 유명한 책이라 역본부터가 너무 많아 뭘 골라야 하나 많이 고민했는데, 이 책이 가장 최근에 나온 데다가 부연 설명도 잘 되어있어 이 책으로 정했다. 결론부터 말하면... 이 책의 유명세치고는 나는 이 책에 그리 큰 감흥을 느끼지 못했다. 역사적 텍스트라는 면에서 봤을 때는 흥미롭긴 했다. [군주론] 자체가 이탈리아 전쟁(1494~1559)이라는 상황을 배경으로 쓰인 책이기 때문에, 이 이탈리아 전쟁이란 것에 대해 이해하는 데도 좀 도움이 됐고, 마키아벨리가 어떤 시대적 필요성에 의해 이 책을 쓰게 되었는지도 느낄 수 있었다. 지식 습득에는 괜찮았다는 것. 하지만 [군주론]은 철저히 한 가지 목적을 위해 쓰인 책이다. "군주가 군주국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라는 물음에 답한다는 확고한 목적. 물론 뚜렷한 목적성을 가진 글이

[루쉰 소설전집]을 읽고. [내부링크]

루쉰 소설전집 작가 김시준 출판 서울대학교출판부 발매 1996.01.01. 리뷰보기 계획에는 있지도 않던 책을 우연히 집어들어서는 며칠간 정말 재미있게 읽었다. 유명하디 유명한 중국의 소설가 '루쉰(魯迅)'의 전집이다. 처음에는 아Q정전이나 가볍게 보고 넘어가려 했는데, 다른 걸 하나둘씩 읽어보니 너무 재미있더라. 그래서 오히려 아Q정전을 마지막으로 미뤄놓고 다른 걸 다 읽고, 그리고 아Q정전을 읽었다. 맛있는 건 아껴먹는 타입이라서. 읽는 내내 정말 재미있었다. 물론 재미있었다는 게 읽다가 깔깔 웃었다는 의미는 아니고... 행복한 기분을 들게 하든 찜찜한 기분을 들게 하든 일단 독자의 마음을 아주 흔들어 놓는다면 그것은 대체로 훌륭한 소설이다, 라고 나는 생각한다. 루쉰의 소설은 대체로 찜찜한 쪽. 찜찜하다 못해 마음을 막 괴롭히고, 헤집고, 파헤치는 단편들도 있었다. 그런 의미로 아~주 재미있었다. 나는 아Q정전보다도 다른 몇몇 단편들을 더 재밌게 읽었는데, 간략히 소개해보려 한

존 스튜어트 밀의 [자유론]을 읽고. [내부링크]

이번에 읽은 책은 존 스튜어트 밀의 [자유론]이다. 지금은 책들을 대체로 고전 위주로 읽으려고 노력하고 있는데, 이 고전이란 것들이 이름과는 달리 딱히 퀘퀘묵은 냄새가 나는 책들은 아니다. 오히려 수백 년 동안이나 전 세계 사람들에게 널리 읽혔다는 것이니 다수에게 '재밌고 흥미롭다'라는 검증을 받은 책들인 경우가 많다. 하지만 가끔씩 예외도 있는 법. 자유론은 안타깝게도 내게는 그 예외에 해당하는 책이었다. 그래도 일단 내용 정리는 해야겠다. 자유론 작가 존 스튜어트 밀 출판 책세상 발매 2018.03.30. 리뷰보기 자유론의 핵심 주장은 다음과 같다. "인간 사회에서 누구든개인이든 집단이든다른 사람의 행동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는 경우는 오직 한 가지, 자기 보호를 위해 필요할 때뿐이다. 다른 사람의 해를 끼치는 것을 막기 위한 목적이라면, 당사자의 의지에 반해 권력이 사용되는 것도 정당하다고 할 수 있다. 이 유일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문명사회에서 구성원의 자유를 침해하는 그 어

대한민국의 노인빈곤 관련 통계들 모음. [내부링크]

이번 학기에는 사회학 강의를 하나 수강하고 있다. 이 강의 과제를 준비하느라 노인 빈곤 문제와 관련해서 자료를 좀 뒤적여봤는데... 대한민국의 노인 빈곤 문제가 심각하단 건 종종 듣긴 했지만 실제 통계자료를 통해 보니까 정말 처참하더라. 그래서 어차피 다 찾은 겸, 노인 빈곤 관련 통계들을 여기다 좀 정리해보려 한다. 내 생각도 좀 적어보고. 우리나라가 노인빈곤율과 노인자살률, 두 분야에서 모두 OECD 1위 타이틀 보유국(...)이라는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일 것이다. 우선 노인빈곤율의 경우 2016년을 기준으로 49.6%에 해당한다. 2위인 호주가 33% 정도인데 정말 압도적인 1위라고 할 수밖에 없는 수치. OECD 평균은 12.4%이다. (OECD '한눈에 보는 연금 2015' 참고) 그러나 이 통계에는 좀 맹점이 있다. 어느 정도는 한국 노인층의 특수성을 감안해야 한다는 것. 이 OECD 기준의 노인빈곤율이 오직 월급, 연금 등의 '소득'만을 따지고 '재산'은 반영하지 않기

로버트 A. 하인라인의 [여름으로 가는 문]을 읽고. [내부링크]

여름으로 가는 문 작가 로버트 A. 하인라인 출판 시공사 발매 2017.05.22. 리뷰보기 나는 SF 소설을 즐겨 읽는 편이다. 'SF 마니아'라고까지 내세우기엔 좀 모자라고, 그냥 가볍게 추천 받는 거나 읽은 수준. 그래서 SF 3대 거장이라는 아이작 아시모프, 아서 클라크, 로버트 A. 하인라인의 작품들도 아직 많이 읽어보지 않았다. 물론 아시모프의 아주 유명한 단편들 최후의 질문, 전설의 밤 정도는 읽었지만. 그래서 폭을 좀 넓힐 겸 이번엔 하인라인의 작품을 처음으로 읽어보았다. 이 작품, [여름으로 가는 문(The Door into Summer)]의 플롯은 솔직히 말해서 'SF물에서 이미 수없이 많이 본 것 같은' 구조를 띄고 있다. 주인공이 위기에 처하고, 어찌어찌 위기에서 벗어나지만 그 과정에서 잘 설명할 수 없는 의문의 도움을 받는다. 그리고 나중에 시간을 뛰어넘어 주인공이 과거로 가게 되고, 과거로 간 주인공이 바로 그 도움을 주게 되면서 진실이 드러나는 구조.

로버트 A. 하인라인의 [달은 무자비한 밤의 여왕]을 읽고. [내부링크]

달은 무자비한 밤의 여왕 작가 로버트 A. 하인라인 출판 황금가지 발매 2009.04.10. 리뷰보기 이어서 그대로 로버트 A, 하인라인의 책이다. [달은 무자비한 밤의 여왕(The Moon is a Harsh Mistress)]. [여름으로 가는 문]이 괜찮았으니 그거보다 더 괜찮다는 이 책은 얼마나 재밌을까 싶어서 바로 빌려와서 읽었다. 이제 그 대가로 밀린 과제와 시험공부가 기다리고 있지만, 충분히 대가를 지불할 만한 듯. 그만큼 정말 재밌었다! [달은 무자비한 밤의 여왕]은 달 식민지의 독립 투쟁기다. 호주의 개척역사와 똑같이 지구의 범죄자들이 달에 개척자로서 이송되었고, 이렇게 세워진 달 식민지가 시간이 지나 수탈과 압제에 저항해 지구로부터 독립을 따내는 스토리. 사실 SF 장르의 소설 치고는 그리 특이한 스토리로 보이지는 않을 것이다. SF 소설이란 대개 매력적인 아이디어가 작품 가치의 80%는 차지하기 때문에 소재만 봤을 땐 이게 과연 재밌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데, 정말

아웃룩 Outlook 정크 메일 필터링 해제하는 방법 [내부링크]

학교 메일 때문에 마이크로소프트 아웃룩(Microsoft Outlook)을 사용 중이다. 이거 쓰면 덤으로 Office 365를 제공해준대서 쓰는 건데... 이제 한 7달 됐는데 아직도 적응이 안 된다. 인터페이스가 굉장히 불편하다. 안 그래도 맘에 안 들었는데, 요놈이 최근에는 내 정상적인 메일들을 죄다 정크메일 함에 다 갖다 박아버리기까지 했다. 심지어 메일 뒷주소가 @snu.ac.kr인 서울대학교 공식메일까지도 다 정크메일이라고 거기에 넣어놨더라. 참나... 왠지 메일이 뜸하다 싶더니... 해결 방법을 좀 찾아봤다. 근데 아웃룩이 업데이트가 많이 되어서 그런지 예전 해결법들은 먹히질 않더라. 그래서 최종적으로는 마이크로소프트에 문의까지 넣어봤는데, 이런 답변이 왔다. 어처구니가 없는 답변이었다. 그럴 거면 필터를 제대로라도 만들어놨어야지... 하지만 더 어처구니가 없었던 것은, 실은 아웃룩에 정크 메일 필터 기능을 해제하는 옵션이 제공되고 있었다는 점이다. 아웃룩 정크메일(스팸

김정섭의 [낙엽이 지기 전에]를 읽고. [내부링크]

"우리는 왜 역사를 배워야 하는가?" "역사로부터 교훈을 얻어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지." 수없이 많이 들어본 문답이다. 마치 객관식이라도 되는 것마냥 답이 정해져있다. 그러나 이 당연한 답을 말하기 전에 잠깐만 멈춰서 생각해보자. 학창시절 내내 우리는 '역사'를 배운 적은 많을 것이다. 그런데 우리는 과연 '역사로부터' 배운 적은 얼마나 있는가? 과연 정말 한 번이라도 있긴 있는가? 적어도 나는 그런 기억이 없다. 내가 받았던 역사 교육이란 것은 그저 정말 지루한 사실의 나열들이었다. 무슨무슨 왕이 율령을 받아들였고, 무슨무슨 왕이 노비안검법을 했고, 무슨무슨 학자가 무슨 책을 썼고... 그런 것이나 배웠다. 이쯤 되면 대체 역사로부터 배운다는 것이 무엇인지, 그게 정말 가능하기나 한 건지 하는 의심까지 들었다. 그런 분들께 정말 추천할 만한 책! 김정섭의 [낙엽이 지기 전에]다. 낙엽이 지기 전에 작가 김정섭 출판 MID 발매 2017.06.26. 리뷰보기 "역사에 가

로스트아크 만렙 찍은 기념 간단한 후기. [내부링크]

대한민국 게이머들을 아주 오랫동안 기다리게 했던 로스트아크가 드디어 이번주 수요일에 출시됐다. 과제도 있고 해서 느긋하게 플레이하다가 오늘 50레벨을 달성했다. 꽤 괜찮은 느낌의 게임이다. 사실 원래대로라면 지금도 계속 게임을 이어서 하고 있었겠지만, 서버가 완전히 맛이 가버려서 이렇게 블로그에 글이나 써보려는 중. 솔직히 말하자면, 나에게 로스트아크는 '전혀 기대되지 않는 게임'이었다. 보나마나 그냥 오랫동안 안 나온 덕에 거품만 오질나게 낀 게임일 거라고 생각했다. 그냥 수준 낮은 '김치 RPG 게임'이 또다시 세상에 하나 추가될 뿐. 하지만 아무리 쓰레기 게임이라도 출시 초기 특유의 왁자지껄한 분위기가 남아있을 때만큼은 재밌기 때문에 처음 며칠이나 하고 빠질 생각이었다. 내 예측, 반은 맞고 반은 틀렸다. 로스트아크는 진짜배기 '김치 RPG'가 맞았다. 하지만 그렇다고 거품 가득한 쓰레기 게임은 아니었다. 한국 RPG 게임을 좀 해봤다 하는 사람들은 로스트아크를 플레이해보면 정

네이버 블로그 기존 에디터 사용하는 방법. [내부링크]

네이버 블로그 스마트에디터가 또 업데이트됐다. 나야 뭐 그러든 말든 투박한 기존 에디터만 사용하는 사람이라 신경을 끄고 있었는데... 요번에는 당황스럽게도 '이전 버전으로 쓰기' 버튼이 사라져버렸다. 이것 때문에 한동안 글을 못 썼다. 암만 찾아도 안 보이길래 "네이버 이놈들이 기어코 삭제를 해버렸나...?" 했는데 알고 보니 사용하는 방법이 아직 남아있더라. 다음과 같은 과정을 거치면 된다. 1. [내 블로그]에서 프로필 아래에 [관리] 버튼 클릭! 2. 좌측에 나타난 [기본 설정] 메뉴에서 [기본 에디터 설정] 클릭! 3. 스마트에디터 2.0으로 설정하고 [확인] 클릭! 4. 끝! 기존 에디터를 사용하는 모습이다. 이렇게 하면 옛날 에디터를 그대로 사용할 수 있다. 요즘 에디터는 글씨가 큼직큼직하고 간격도 넓어서... 개인적으로 텍스트를 읽는다는 느낌이 안 나서 좋아하지 않는다. 가벼운 글에 맞는 에디터라는 느낌. 혹시 나처럼 당황하고 있는 분 계실까 해서 올려본다.

마르크스주의(맑시즘) 공부를 마치며. [내부링크]

재작년부터 쭉 마르스크의 사상을 조금씩 알아보고 있었는데, 이번에는 아예 그냥 강의를 하나 들었다. 서울대학교 경제학부가 [정치경제학입문]이라는 이름으로 마르크스경제학 입문 강의를 열고 있더라. 사실 수강신청날 늦게 일어나서(...) 어쩔 수 없이 대안을 찾아보다가 발견한 강의였는데, 이제 와서는 참 듣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이 글은 [노동자 교양경제학]을 포함한 여러 텍스트들을 읽고, 또 학교에서 강의도 들은 뒤 작성하는 ‘마르크스주의 공부’의 총체적인 후기다. 사실 좀 낌새가 이상하기는 했다. 작년 여름에 [공산당 선언]을 읽었는데 내 생각에는 아무리 봐도 마르크스의 사상이 '평등주의'와는 상당히 거리가 있어보였다. 마르크스가 [공산당 선언]에서 주장한 것은 '자본가 계급의 착취를 종식시키자!'라는 것이었지, '모두가 평등한 세상을 만들자!'와는 좀 느낌이 달랐던 것이다. 그래서 그때가 막 롤스의 정의론을 공부할 때라 롤스와 마르크스, 둘이 꼭 모순되는 것 같지만은 않다고 느

[담백하게 산다는 것], [전쟁 총 투표]를 읽고. [내부링크]

입대한 지 7주쯤 되어간다. 5주짜리 훈련소도 끝났고, 1주짜리 특기학교도 지나왔으며, 이제는 자대 사지방에서 키보드를 두들기고 있다. 그동안의 경험에 대해서도 이것저것 적고 싶은 글이 있긴 하지만... 좀 더 반추해봐야 할 경험인 것 같아 뒤로 미뤄두겠다. 지금은 특기학교에서 읽었던 두 권의 책에 대해 짧은(?) 글을 써두려고 컴퓨터 앞에 앉아있다. 사실 특기학교에 있던 책들 대부분은 서점에서 90% 세일이라도 해야 할 것 같은 쓰레기 책들이었지만... 그래도 이 두 권 정도는 읽을 만한 책이었다고 생각한다. 담백하게 산다는 것 작가 양창순 출판 다산북스 발매 2018.10.17. 리뷰보기 처음 읽은 책은 [담백하게 산다는 것]. 유명하다는, 다만 나는 전혀 들어본 적 없는, 심리학자 양창순이 쓴 가벼운 자기계발서라 하겠다. 전체적인 느낌은, 책으로 받는 (특히 인간관계 관련의) 심리상담 같았달까. 문학적이고 섬세한 스타일이었던 특기학교 동기가 빌려준 책이었다. 주된 요지는 제목

카를 마르크스의 [유대인 문제에 관하여]를 읽고. [내부링크]

요즘 군대에는 신병보호기간이라는 게 생겼단다. 1주동안 신병에게 정말 아무 것도 시키지 않는 부대 적응 기간. 그렇다고 해서 어디 신병이 마음 편하게 누워 자거나 TV를 볼 수도 없으니... 참으로 애매한 시간이다. 그래서 줄창 책이나 읽고 있다! 사지방 한 번씩 들러서 독후감도 쓰고. 아마 다음 주엔 본격적으로 일 배운다고 바빠질 듯하다. 제발 그랬으면 좋겠다. 남들이 뭔가를 하고 있는데 나만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는 건, 정말 사람을 미치게 만든다. 요즘은 군대 도서관에 마르크스 책까지 다 있다. 세상 참 변했다 싶기도 하고, 어쩌면 사상이 불순한 놈을 낚으려는 미끼가 아닌가(?) 싶기도 하다. 우리 부대에는 [공산당 선언]과 [유대인 문제에 관하여], 이렇게 두 권이 있었는데 전자는 이미 읽었으므로 후자를 읽었다. 유대인 문제에 관하여 작가 칼 마르크스 출판 책세상 발매 2015.11.10. 리뷰보기 처음 읽을 때 대충 어떤 논조인지는 읽히긴 했는데, 안 읽히는 문장이 군데군데

김승옥의 [무진기행]을 읽고. [내부링크]

무진기행 작가 김승옥 출판 민음사 발매 2007.08.03. 리뷰보기 (이 책은 1.무진기행 / 2.서울 1964년 겨울 / 3.생명연습 / 4.건(乾) / 5. 역사(力士) / 6.차나 한 잔 / 7.다산성 / 8. 염소는 힘이 세다 / 9. 야행 / 10. 서울의 달빛 0장(章) 총 10편이 수록된 단편집이다.) 문학, 특히 한국문학은 거의 손을 대본 적이 없다. 그래서 김승옥이라는 이 작가가 누군지도 잘 몰랐다. 알고 보니 수능에서 자주 보던 [서울, 1964년 겨울]과 [역사(力士)]가 이 사람 소설들이었다. 아는 소설들 나오니까 좀 반갑더라. 무진기행부터 시작해서 이 사람 소설들을 하나하나씩 읽어나가면서 정말 경탄을 했다. 문장이 정말 너~~~무 이쁘다. 60년대 소설이니까 좀 올드한 느낌이 나겠거니 생각했는데 전혀 그렇지 않았다. 60년대 것이라곤 믿을 수 없는 감성 터지는 문장들(특히 무진기행이!). 당시 문학계에 커다란 충격을 안겨주었던 작가라는데, 진짜 그럴 만도 하

다자이 오사무의 [달려라 메로스]를 읽고. [내부링크]

다자이 오사무의 글을 처음 접했던 것은 고등학교 때였다. 가장 유명했던 [인간실격]으로 만났다. 그리고 다 읽은 뒤, 바로 헤어질 결심을 했다. 아, 내가 무슨 일이 있어도 평생 이 자식 글만은 손에 대지 않겠다. 사람 기분을 잡치게 만들려고 작정하고 써도 이렇게 못 쓰겠다. 뭐 이딴 글이 다 있나. 이런 생각을 했던 기억이 난다. 그런데... 군대에 와보니 읽을 책이 정말 너무 없었다. 서점에 가보면 "이딴 책은 대체 누가 사기에 팔지?"하는 책들이 항상 있지 않은가? 그런 책들이 여기 다 모여 있었다. 대부분이 그런 책들이다. 처음에 책 많다고 좋아했던 게 정말 어리석은 일이었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교양으로 읽는 셈 치고 다자이 오사무의 단편집을 집어들었다. 정말 아니다 싶으면 바로 덮어버릴 작정으로. 달려라 메로스 작가 다자이 오사무 출판 숲 발매 2003.09.10. 리뷰보기 (이 책은 1.귀향 / 2.동경 팔경 / 3.유다의 고백 / 4.후지 산 백경 / 5. 여학생

[위대한 개츠비], [싯다르타], [어린 왕자]를 읽고. [내부링크]

길게 쓸 말은 없는 책들인 것 같아서, 책 세 권을 모아 써본다. 위대한 개츠비 작가 F. 스콧 피츠제럴드 출판 민음사 발매 2003.05.06. 리뷰보기 [위대한 개츠비]. 고등학교 다닐 때 읽다가 재미없다고 덮었던 책인데, 읽을 책이 없다보니 다시 읽었다. 그때 생각했던 것처럼 재미없는 책은 결코 아니었다만, 덮은 이유도 좀 알 것은 같다. 개츠비랑 본격적으로 얽히기 전까지는 정말 심심한 내용들이다. 미국 20세기 문학사의 꽃이라는 작품인데... 읽을 만 하기야 했다만 솔직히 그런 이야기를 들을 정도의 작품인지는 잘 모르겠다. 영문학은 확실히 원어로 안 읽으면 느낌이 팍 주는 듯. 번역본을 읽어도 재밌는 작품도 있긴 하지만, 문장이 뛰어난 작품은 어쩔 수 없이 매력이 약해지니 말이다. 다른 언어야 어쩔 수 없지만 영어나 일본어로 된 작품들은 사전 뒤져가면서라도 원서로 읽어보는 것도 괜찮은 방법일 것 같다. 이 언어들은 조금만 노력하면 가능하니까. 해설이 참 맛깔나더라. 개츠비는

에드워드 카의 [역사란 무엇인가]를 읽고. [내부링크]

역사란 무엇인가? 작가 에드워드 카 출판 홍신문화사 발매 2006.05.30. 리뷰보기 분명 여러 번 책장에서 꺼냈던 책인데, 왠지 모르게 끝까지 읽은 적이 없었다. 그 유명한 [역사란 무엇인가]다. 아마 배경지식이 모자라서 잘 읽히질 않아 그랬던 게 아닌가 싶은데, 이제는 배경지식 문제는 전혀 없더라. 요 1년간 이것저것 역사책 참 많이 읽었더니... [역사란 무엇인가]는 영국 케임브리지 대학 교수인 에드워드 핼릿 카(Edward Hallett Carr)가 1961년 행했던 강의의 내용을 바탕으로 쓰인 책이다. 총 6장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이 글에서는 이 중 앞 4장에 대해 간단히 요약해보려 한다. 1장, [역사가와 사실]에서는 역사에서의 사실과 해석의 관계를 고찰한다. 아마 [역사란 무엇인가]에서 가장 유명하고 중요한 파트라 여기만 읽은 사람들도 많을 것이다. (나도 이곳만 기억에 남아있었다.) 그래서 여기 요약이 제일 길다. 카는 실증주의 역사학을 비판하는 것으로 이 책을 시

그레이엄 앨리슨의 [예정된 전쟁]을 읽고. [내부링크]

예정된 전쟁 작가 그레이엄 앨리슨 출판 세종서적 발매 2018.01.22. 리뷰보기 디자인이 너무 개판인 책이었다. 표지가 시끄러우면 대체로 알맹이는 없는 책이지 않던가. 자신감이 없어서 이것저것 덕지덕지 써놨다는 느낌. 아마 위의 조그마한 이미지에서도 보일 텐데, "아마존 뉴욕 타임스 베스트셀러", "전미 베스트셀러", "아마존 2017 최고의 역사책", "뉴욕 타임스 올해의 주목할 만한 책" "선데이 타임스, 파이낸셜 타임스 올해의 책"... 정말 정신이 없다. 그래서 처음엔 읽을 가치가 없는 책이겠거니 생각했는데... 내용을 뒤적이다 보니 지난 학기 강의에서 (일부 발췌해) 부교재로 쓰였던 녀석이었다. 정말 괜찮게 읽었던 텍스트라 집어들었다. 그레이엄 앨리슨의 [예정된 전쟁]은 '응용역사학'을 표방하는 책이기도 하다. 응용역사학이란 무엇일까? "응용역사학은 역사적 선례 및 유사 사례를 분석하여, 현재의 곤경을 설명하고 적절한 선택을 해나가는 데 도움을 얻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블로그 100번째 게시글. [내부링크]

나는 가끔 블로그에서 내가 예전에 써둔 글들을 뒤적거리곤 한다. 나와 굉장히 비슷하면서도 또 살짝은 다른 누군가의 글. 읽다보면 굉장히 재밌다. 그때는 정말 괴로움에 가득 차서 썼던 글을 '아, 이땐 이런 생각을 했었지' 하면서 즐겁게 회상하기도 하고, 어떤 때는 잊어버렸던 중요한 깨달음을 예전의 글에서 되찾기도 한다. 역시 생각이란 것은 날아가 버리기 전에 잡아두고 볼 일이다, 하고 오늘도 생각한다. 다만 지난 글들을 보고 있자면 요즘의 나의 글들에서 좀 아쉽게 느껴지는 부분도 있다. 어렵고 기름진 책들을 많이 읽는 것은 좋은 일이다. 내 책 취향이 원래 그런 쪽이기도 하고. 하지만 그런 책들에 대한 글 속에는 나 자신에 대한 이야기가 없다. 그 내용들을 소화시키는 데 바쁜 나머지, 정작 가장 중요한 스스로에 대한 생각, 스스로에 의한 생각은 좀 소홀해지지 않았나 싶다. 2년 전 블로그를 시작했을 때의 글들을 되돌아봤다. [학문과 즐거움], [태풍]. [노인과 바다] 같은 책들에

백승영 교수의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강의 [내부링크]

[지혜의 향연]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백승영 교수) 이 영상은 플라톤 아카데미의 인문학 심화·확산 프로젝트, 인문학 세미나「지혜의 향연」의 강연 영상입니다. www.youtube.com https://www.youtube.com/watch?v=8iKVmGiKEBM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의 독후감을 쓰려 자료를 찾다보니 이런 걸 찾았다. 백승영 교수의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강연이다. 참고로 말하자면 백승영 교수는 한국니체학회 부회장을 맡으셨던 니체 전문 철학교수시며, 무엇보다도 (빨간 색) 니체 전집 번역자 중 한 분이시기도 하다. 1시간 반도 안 되는 영상이다보니 물론 깊게 들어가지는 못한다. [차라투스트라]를 읽기 전에 읽어야 할 책, 읽는 방법, 그리고 전체적인 틀, 이 정도만을 다루는 강의인데 전문 교수님답게 정말 깔끔하게 가르쳐주신다. 이 강의를 먼저 듣고 니체를 읽었다면 훨씬 쉽게 시작할 수 있었을 텐데,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ㅋㅋㅋ 음..

프리드리히 니체의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를 읽고. [내부링크]

21살, 내가 처음으로 '생각'이란 것을 해본 나이다. 대학 입시에서 씁쓸한 결과를 받아들고 비참함에 짓눌려있던 며칠 동안, 나는 끊임없이 고민하고 또 고민했었다. '나에게 어째서 이런 고난이 닥쳤을까? 대체 이 삶이란 것엔 어떤 의미가 있는 걸까? 나는 이제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할까?' 그때까지는 남의 말을 그대로 읊는 것밖에는 하지 못했던 내 머리가 길고 긴 고뇌 끝에 몇 줄의 문장을 스스로 산출해냈다. "세상에는 그 어떤 의미도 없다. 나 자신, 인생, 이 세상, 그 모든 것은 그저 우연의 결과물일 뿐이다! 하지만 그렇다면 그것들에 의미를 부여하는 것이야말로 내가, 온전히 나 스스로가 해야 할 일이 아닌가?" 이제 와서는 이것이 정말 수많은 사람들이 거쳐간 흔하디 흔한 생각이라는 것을 알게 됐지만, 여전히 이 깨달음은 내게 각별한 보물이다. 내가 처음으로, 내 머리로 해냈던 생각이기 때문이다. 작년, 니체를 처음 만나고서부터는 가끔씩 이런 생각도 든다. 처음으로 했던 생각이

도스토예프스키의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을 읽고. [내부링크]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 세트 작가 도스토옙스키 출판 문학동네 발매 2018.04.30. 리뷰보기 한동안 읽겠다고 벼르던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을 이제야 읽었다. 읽어보고 싶단 생각은 정말 한참 전부터 했었는데, 그 어마어마한 유명세나 분량, 또 '러시아 문학'이라는 것에서 느껴지는 압박감들이 나를 가로막았다. 읽기 직전에도 '엄청 오래 애쓰면서 읽어야 할 것 같은 책'이라 생각하며 독서를 시작했다. 그러나 예상과는 달리 시작만 하고 나니 정말 순식간에 읽어내렸다!1 이유야 간단하다.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이 무지막지하게 재밌었기 때문이다! 내가 쓰는 일반적인 독서감상문이라면 이 감상문의 독자들을 '책을 안 읽어본 사람들'이라 가정하고 전반적인 줄거리를 한번 요약하는 차례를 갖는다. 그러나 이 책에 한해서는 이 차례가 완전히 무익하며 해로운 것이라 생각되어 생략할 것이다.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의 예비독자들에게는 그 어떤 스포일러도 주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정말 완벽한 책이다.

히로나카 헤이스케의 [학문의 즐거움]을 다시 읽고. [내부링크]

학문의 즐거움 작가 히로나카 헤이스케 출판 김영사 발매 2008.07.28. 리뷰보기 2년 3개월 만에 다시 읽었다. 히로나카 헤이스케의 [학문의 즐거움]이다. 내가 이 블로그, 이 독서생활을 시작했던 계기가 되었던 책이기도 하다. 그래서 참 애착이 많이 간다. 이미 두어 번 읽었던 책이라 그런지, 연등시간 1시간 반 정도만에 다 읽어내렸다. 먼젓번 글(https://blog.naver.com/chermg/220959714903) 이야기인데, 이 글은 이 책을 통해 정말 많은 것들을 배우고, 깨닫고 썼던 글이다. 그래서 사실 이 책에 관해 추가로 쓸 내용은 많지 않다. 그저, 2년 전의 나보다 조금 더 성장한 지금의 내가 이 책을 읽고 어떤 반응을 하는지가 궁금해서 읽었을 뿐이다. 이 감상문도 그러니 좀 간결하게 써보도록 하겠다. 이제 와서 다시 읽어보니, [학문의 즐거움]은 수학이란 학문의 방법론이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책이었다. 적당히 못 알아들을 수준은 아닌데, 솔직히

조지 오웰의 [카탈로니아 찬가]를 읽고. [내부링크]

카탈로니아 찬가 작가 조지 오웰 출판 민음사 발매 2014.08.25. 리뷰보기 조지오웰, 고등학생때 재밌게 읽던 작가다. [1984], [동물농장]을 읽고서 조지 오웰이란 작가를 주제로 학교 독서 관련 행사를 나가 상을 받은 기억도 남아있다. 그런데 그때도 조사를 하다가 좀 이색적인 내용이 있었다. 조지 오웰이 '사회주의자'라는 것이었다. [동물농장]이나 [1984]란 작품만 보면 전혀 짐작도 할 수 없는 정체성이다. 오히려 저 두 작품만 읽었던 나에게는 반소문학의 대표주자, 심지어는 자본주의의 앞잡이? 그런 느낌마저도 받았다. 이 [카탈로니아 찬가]를 읽고 나서야 조지 오웰이 사회주의자라는 것을 실감할 수 있게 되었다. 조지 오웰의 [카탈로니아 찬가]는 스페인 내전에 인민전선 의용군으로 참전하였던 작가 본인의 경험을 바탕으로 쓰인 '르포르타주'다. 이 스페인 내전이라는 사건을 알기는 안다만, 이게 대체 어떤 성격을 띤 전쟁이었는가 하는 것은 솔직히 잘 몰랐다. 관련 자료들을 스

로이스 타이슨의 [비평이론의 모든 것]을 읽고. [내부링크]

비평 이론의 모든 것 작가 로이스 타이슨 출판 앨피 발매 2012.04.16. 리뷰보기 이번에 읽은 책은 [비평이론의 모든 것]이다. 그간 정말 끝내주는 문학작품들을 읽고 나서도 '인상 깊었다', '재미있었다' 수준의 감상 밖에 말하지 못했던 것이 너무 아쉬워 읽게 된 책이다. 938쪽이나 되는 두꺼운 책이지만 군대의 집중력 버프 덕분에 일주일 만에 읽어낼 수 있었다. 매번 느끼는 거지만 책 읽기엔 참 좋은 환경이다. [비평이론의 모든 것]이라는 거창한 제목을 달고 있는 책이다만, 솔직히 말해 입문 수준의 내용만을 담고 있을 뿐이다. (영어 원제는 그냥 [Critical Theory Today]이니 번역하며 정말 엄청난 과대포장을 했다고 할 수 있겠다.) 그럼에도 썩 쉽게 읽히는 책은 아니었는데, 주된 이유는 이 책에서 예시로 다루고 있는 작품들이 대체로 내가 읽어보지 않은 미국 소설들이었기 때문이다. 가장 중요하게 다뤄지는 [위대한 개츠비]를 최근에 읽어본 것이 그나마 도움이 되었

J.E.스타인벡의 [분노의 포도]를 읽고. [내부링크]

분노의 포도 작가 존 스타인벡 출판 홍신문화사 발매 2012.02.01. 리뷰보기 '사회주의 리얼리즘', 말로는 자주 들은 것 같은데 읽어보긴 처음이다. 자본주의와 현 사회의 모순을 드러내기 위해서는 민중의 고통스런 삶에 대한 생생한 묘사가 약이다! 물론 이 약엔 '새로운 사회 건설의 가능성'을 약간 첨가되어야겠고! 대강 이런 느낌의 사조다. 이 사조에 속하는 소설, [분노의 포도]는 대공황으로 무너진 1930년대의 미국 농촌 사회를 생생하게 그려내고 있다. 그래서 그 특성상... 읽으면서 정말 마음이 아파지는 글이었다. [분노의 포도]의 명성이야 익히 들었으니 어떤 느낌의 책인지 대충 알고 있었고, 그래서 조드 가족이 고향을 떠나 여러 고난을 겪으면서도, '희망의 땅'이라 생각하는 캘리포니아로 나아가는 모습을 보며 정말 마음이 아팠다. 그곳에도 절망 말고는 아무것도 없을 것을 알고 있었으니... 정말 읽어나갈 수록 마음이 찢어질 것 같은 글이었다. 다만 예상과는 달랐던 점 하나는,

[노르웨이의 숲]과 [무라카미 하루키 잡문집]을 읽고. [내부링크]

[비평이론의 모든것]과 [분노의 포도]를 내리 읽다보니 머리가 지쳐버렸다. 독서를 계속 이어나가기 위해서는 가벼운 책도 섞어줬어야 했는데 말이다. 그래서 집어든 책, 무라카미 하루키의 [노르웨이의 숲]이다. (무라카미 하루키 소설 중 가장 좋은 평을 받는 것들이 [노르웨이의 숲]이랑 [상실의 시대]인 걸로 알고 있었는데, 번역 과정에서 생긴 문제로 제목만 달라진 똑같은 책들이더라는.) 노르웨이의 숲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 출판 민음사 발매 2017.08.07. 리뷰보기 음, 무슨 말을 써야할지 잘 모르겠는 책이다. 나는 솔직히 이 책이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지도 잘 모르겠으며, 왜 이 책이 지금까지도 수많은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르는 베스트셀러가 됐는지도 모르겠고, 왜 이 책이 내 마음에 꽂혔는지까지도 잘 모르겠다. 비슷한 느낌의 일본 소설을 참 여럿 접한 것 같다. "우울했다, 섹스했다, 우울했다." 다 간략하게(그리고 폭력적으로) 요약하면 이런 구조를 가지는 이야기들이다. 많이 읽은

[다시 쓰는 전쟁론], [손자병법] 등 4권을 읽고. [내부링크]

총 4권 읽어왔다. [우리 시대의 영웅], [마르크스, 니체, 프로이트 철학의 끌림], [다시 쓰는 전쟁론], [손자병법]. 이렇게 여러 책들의 감상문을 한꺼번에 모아 적는 이유는... 그다지 이 책들에서 큰 감흥을 얻지 못했기 때문이다. 특히 첫 세 권에 대한 감상문은 그냥 '불평글'이 될 예정이니, 남의 투정을 지켜보는 취미가 없다면 편안하게 지금 바로 '뒤로가기'를 누르시는 걸 추천드리고 싶다. 우리 시대의 영웅 작가 미하일 레르몬토프 출판 문학동네 발매 2010.05.17. 리뷰보기 첫 번째, 미하일 레르몬토프의 [우리 시대의 영웅]이다. 제목이 기억에 남는 책이라 읽어봤는데, 역시 책은 이런 식으로 고르면 안 된다. 음악이 그렇듯 소설도 당대에 유행하는 사조라는 것이 있다. 사조를 알고 나서야 비로소 읽히는 작품들도 있다. 이 작품도 그런 부류다. 낭만주의 사조 속에 있으면서도 낭만주의적 영웅을 환멸적으로 묘사하는 소설... 간단히 말해 안티낭만주의의 낭만주의 소설이다. 당

세상은 공평한가? [내부링크]

7월 22-23일, 이틀에 걸쳐 부대에서 '인성교육'을 받았다. 뭐 잘못을 저질러서 듣는 그런 종류의 것은 아니고, 그냥 정기적으로 하는 자살방지교육 비슷한 거다. 하지만 정말 끔찍할 정도로 마음에 안 드는 교육이었고, 이것저것 생각할 기회도 된지라 이렇게 글을 적어본다. 강사는 마흔 후반쯤 되어보이는 남성분이었다. 사법고시에 37살에 합격하고 신림동에서 강사를 하다가, 용인의 어떤 대학에서 잠깐 교수도 하다 이제는 그만두고 인성교육 강사로 활동하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말 그대로 정말 끔찍한 강연이었다. 대학에서 하는 강연이라면 그냥 문 열고 나가버리면 끝이겠지만 군대에선 그럴 수도 없어 정말 괴로웠다. 강연 내내 벽만 쳐다보고 있었다. 강의 중 나왔던 가장 충격적인 발언은 대략 이런 내용이었다. "나는 정말 아주 힘든 인생을 살았어요. 아마 여기 있는 여러분들 어느 누구보다 더 힘든 인생을요. 왜 그런 줄 알아요? 여러분 요즘 취업난이다 취업난이다 하죠? 그런데 저는 언제 취업을

아서 클라크의 [유년기의 끝]과 [낙원의 샘]을 읽고. [내부링크]

그간 SF 소설을 좀 뒤적거리다보니 이제 대충 유명 작가들에 대한 이미지가 만들어졌다. 필립 딕은 글은 못 쓰지만 발상이 미친 마약쟁이, 아이작 아시모프는 장편은 지루하지만 말도 안 되게 훌륭한 단편을 쓰는 작가, 로버트 하인라인은 뭘 써도 성공했을 세련된 글재주꾼! 하지만 '아서 클라크'가 아직이었다. 'Big Three' 중 하나라는 SF의 그랜드마스터임에도 불구하고 단편 몇 개를 제외하면 읽어본 기억이 없었다. 그래서, [유년기의 끝]과 [낙원의 샘], 이렇게 두 권을 빌려왔다! 유년기의 끝 작가 아서 C. 클라크 출판 시공사 발매 2002.09.09. 리뷰보기 고전 SF 소설을 읽는 커다란 즐거움 중 하나는, 이 옛날 작품이 현대의 작품에 끼친 영향을 찾아보는 것이다. [유년기의 끝]은 그런 면에선 정말 따라올 소설이 없을 엄청난 작품이다! [스타크래프트], [신세기 에반게리온], [인디펜덴스 데이], [V], [플래닛 위드]... 내가 접해본 것들 중에서만도 이렇게나 많은

토마스 홉스의 [리바이어던]을 읽고. [내부링크]

리바이어던 작가 김용환 출판 살림 발매 2005.02.12. 리뷰보기 (이 책은 토마스 홉스 [리바이어던]의 완전판이 아님을 미리 밝혀놓는다. 책의 전반부는 홉스 전공자 김용환 교수의 [리바이어던] 해설로 이뤄져 있고, 후반부는 [리바이어던] 본편의 핵심 발췌본으로 구성되어 있다. 내 생각에, 이 책은 이렇게 읽어도 충분할 것 같다.) [리바이어던], 이름 하나는 정말 유명한 책이다. 권장도서 목록에서 빠진 걸 본 적이 없으며, 다른 책 중간중간에 언급되는 일도 부지기수! 그래서 언젠간 읽어야지~ 하고 벼르고 벼르다 드디어 읽어봤다. 하지만... 솔직히 썩 감흥은 없더라. 읽은 게 아까워 요약과 감상 정도는 남겨두겠다. 다른 사람에겐 썩 추천해주고 싶지 않은 책이다. [리바이어던]과 홉스의 이름은 들어보지 못한 사람이라도 '사회계약론'은 들어봤으리라고 생각한다. 사회계약론을 근대 철학의 장으로 처음으로 끌고 나온 책이 바로 이 [리바이어던]이다. 그러니 일단 홉스의 사회계약론부터 간

로버트 서비스의 [코뮤니스트]를 읽고. [내부링크]

코뮤니스트 작가 로버트 서비스 출판 교양인 발매 2012.07.14. 리뷰보기 2년 전에 읽으려 했던 책을 이제야 읽었다. 로버트 서비스(Robert Service)의 [코뮤니스트]다. 전세계의 공산주의 혁명사를 다루고 있는 책으로, 분량도 방대하고 쉽게 읽히지도 않는다. 그리고 내가 보기엔 썩 좋은 책도 아닌 것 같은데... 그래도 한번쯤 읽어보는 것 정돈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별점은 5점 만점에 2점. 이제부터 이 평가의 이유를 설명하겠다. 로버트 서비스는 대놓고 자본주의 진영에 서있는 영국 옥스퍼드대 역사학 교수다. 이 책도 그래서 중립적으로 공산주의 혁명들의 역사를 설명하는 책과는 매우 거리가 멀다. 당연히 역사가가 절대적인 중립을 지켜야 한다는 것도 아니며, 또 그럴 수도 없겠지만, 이 책은 좀 많이 심하다. 공산주의 국가들과 지도자들을 아주 적대적으로 서술하고, 중간중간에 (역사책에 굳이 있어야 할지도 의심되는) 의미없는 비꼼들을 가득 채워놓았는데, 말로는 다 표현을

막스 베버의 [프로테스탄트 윤리와 자본주의 정신]을 읽고. [내부링크]

프로테스탄트 윤리와 자본주의 정신 작가 막스 베버 출판 현대지성 발매 2018.06.01. 리뷰보기 사회학의 고전, 막스 베버의 [프로테스탄트 윤리와 자본주의 정신]을 읽었다. 원래는 김덕영의 [막스 베버 - 통합과학적 인식의 패러다임을 찾아서]의 감상문까지 묶어 올리려 했는데, 생각보다 글이 길게 나올 것 같아 이 책에 대해서만 따로 쓰고 있다. 이 글에서는 되도록이면 내 주관적인 감상은 자제하려 한다. 베버의 저작들을 읽고 든 전체적인 감상, 느낀 점 같은 건 김덕영 교수의 책까지 마저 읽고 쓸 생각. 그러니 이 글은 [프로테스탄트 윤리와 자본주의 정신]의 전체적인 요약이 되시겠다. 막스 베버가 이 논문을 통해 분석하고자 하는 것은, 근대 자본주의의 탄생에 있어서 프로테스탄트 윤리가 어떤 영향을 미치었나? 하는 것이다. 프로테스탄트(Protestant)라는 단어가 익숙하지 않을 수도 있는데, 간단히 그냥 '개신교'다. 루터와 칼뱅의 종교개혁에 영향을 받아 로마 가톨릭에 반기를 들

모바일 오토체스 킹 달성 + 핵심 공략 [내부링크]

올해 1월달쯤부터 알게 되어 줄곧 하고 있던 게임, 드로도 사의 오토체스(Auto Chess)다. 시간이 정말 말 그대로 녹아내리는 게임이다. 모바일도 나왔고 해서 군대에서 플레이하기 딱 안성맞춤이다. 우리 부대에서도 꽤 많이들 하는 것 같다. 어제 드디어 목표로 했던 킹1 랭크를 달성했다. 롤로 치면 한 플래 상위권이나 다이아 쯤 될 듯? 어디 가서 오토체스 한다고 말하고 다닐 수준은 된다. 승률도 한 40%를 유지하면서 킹을 찍어서 좀 더 플레이하면 더 올라갈 수 있을 것 같긴 한데... 시간을 너무 많이 잡아먹는 게임이라서 말이다. 슬슬 지루하기도 하고. 이제부턴 좀 설렁설렁할 참이다. 킹 찍은 기념으로, 이 글에선 오토체스에서 승리하기 위해 명심해야 할 몇 가지 핵심 사항들을 적어보려 한다. 기본적인 규칙 같은 건 플레이하면서 배우거나 나무위키를 뒤져보는 걸로도 충분할 듯싶으니 패스. 그런 것들은 일단 알고 있다는 전제다. 명심한다면 적어도 킹까지는 올라올 수 있을 '중급자용

[우리 몸이 세계라면]과 [눈물을 마시는 새]를 읽고. [내부링크]

부대 복귀한 지 일주일쯤 됐다. 복귀하자마자 다시 열심히 독서에 매진하는 중! JLPT도 이제 한 세 달밖에 안 남아서 슬슬 일본어 공부도 좀 해야할 텐데... 재미난 책들이 많아서 재미 없는 한자책을 잡고 있기가 너무 힘들다. 보나마나 나중에 또 벼락치기나 하고 있을 듯. 우리 몸이 세계라면 작가 김승섭 출판 동아시아 발매 2018.12.07. 리뷰보기 [아픔이 길이 되려면]의 저자 김승섭 교수의 신작, [우리 몸이 세계라면]이다. 전작은 굉장히 재밌게 읽었는데, 이 책은 제목이 썩 끌리지 않아 부대 도서관에 있는 걸 보고도 그냥 지나쳤던 책이다. 나중에야 김승섭 교수가 쓴 책이란 걸 알게 되어 잽싸게 빌려왔다. 전작, [아픔이 길이 되려면]과 라임을 맞추기 위해 이런 제목으로 한 건진 모르겠는데(...) 솔직히 매력적인 제목은 아닌 듯. 아쉽게도 내용 역시 전작에는 못 미쳤던 것 같다. 인상 깊은 책은 아니다. 좀 흔한 주제를 다루고 있다. 과학의 발전 과정은 중립적, 선형적,

[정치학의 이해]를 읽고. [내부링크]

정치학의 이해 작가 서울대학교 정치외교학부 정치학 전공 교... 출판 박영사 발매 2019.03.10. 리뷰보기 오랜만의 감상문이다. 이번에 읽어온 책은 [정치학의 이해], 올해 3월에 출간된 따끈따끈한 정치학 입문용 교과서다.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진이 집필한 책이다. 여태까지의 책들은 내 나름의 얄팍한 지식으로 평가를 내려보곤 했었는데, 이 책은 뭐 완전히 내가 뭐라 뭐라 평할 수 있는 책이 못된다. 정치학 관련 공부를 체계적으로 해본 적이 없으니... 그래서 이 책의 감상문은 그냥 독서 중에 느꼈던 점들 위주로 적어보려 한다. '재밌는 교과서'다. 써놓고도 굉장히 이상한 단어조합이라는 생각이 드는데, 이 책은 이렇게 표현해도 전혀 어색하지 않다. 내가 정치학에 흥미가 있어서 그런 것도 있겠지만, 이 책 자체가 정치학에 입문해보고 싶어하는 사람들의 욕구를 정말 완벽하게 충족시켜준다. 어렵지 않게, 너무 깊지도 않게, 그렇다고 단순하지도 않게 이 책은 정치학을 공부하고자 하는 사

한스 로슬링의 [팩트풀니스]를 읽고. [내부링크]

'팩트'. 인터넷에서 하도 오·남용이 되다보니 이젠 보기만 해도 진저리가 나는 단어다. 사실과 해석조차도 구분을 못 하는 머리 빈 친구들이 참 즐겨쓰더라. "내가 가진 이 정보가 팩트니까, 내 해석은 유일무이한 정답이야!" 이런 느낌. 이 친구들이 가진 정보가 사실인지 어쩐지도 의문이지만, 하나의 사실에서 여러 해석이 나올 수 있단 걸 아예 신경도 안 쓰고 사는 사람들이길래... 지금은 이런 분들이랑은 그냥 의사소통을 포기하고 지내고 있다. 그래서 처음엔 읽을 맘이 전혀 없었던 책이다. 제목에서 받는 거부감이 너무 컸다. 이웃들 블로그에 괜찮은 책이라는 평이 하나둘씩 올라오기에 그제서야 관심을 가졌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그 팩트 팩트 거리는 친구들에게 특히 꼭 추천해주고 싶은 책이라 할 수 있겠다. 팩트풀니스 작가 한스 로슬링 출판 김영사 발매 2019.03.10. 리뷰보기 책 소개에 본격적으로 들어가기 전에, 우선 이 책의 머리말에 나와있는 퀴즈들로 시작해보겠다. 본래는 총 1

은행앱의 혁신! IBK기업은행 [i-ONE BANK 미니] [내부링크]

이 블로그는 책과 관련된 글들을 주로 올리는 블로그지만, 오늘은 이웃분들께 아주 혁신적인 은행어플 하나를 소개해드릴까 한다. 대한민국 최고의 은행인 'IBK기업은행'의 [i-ONE BANK 미니]다! 이 앱이 어떤 점에서 기존 은행앱들과 완전히 차별화되어있는지, 지금부터 간단히 로그인 과정을 통해 살펴보도록 하자. 로그인 방법은 다음과 같다. 1. 우측 상단의 로그인을 누르고, 2. 공인인증서를 선택하고, 3. 비밀번호를 입력한다. 아주 간단하다. 로그인이 실패하고, 안내메세지가 나왔다. 필자는 안타깝게도 농협에서 발급받은 공인인증서를 쓰고 있다. 하지만 IBK기업은행은 관대하기 때문에 이 정도는 충분히 넘어가준다. 대신 농협 공인인증서를 사용하려면 '타행인증서등록' 과정을 필수적으로 거쳐야 한단다. 타행인증서 방법은 이렇다. 1. 메인화면에서 인증센터를 클릭한다. 2. 타행/타기관 인증서 등록을 클릭한다. 3. 등록할 공인인증서를 선택하고, 4. 비밀번호를 입력한다. 5. 로그인한

김영민의 [아침에는 죽음을 생각하는 것이 좋다]를 읽고. [내부링크]

아침에는 죽음을 생각하는 것이 좋다 작가 김영민 출판 어크로스 발매 2018.11.30. 리뷰보기 12월 1일에 치뤄지는 JLPT N1 시험을 신청해놨다. 만만한 시험도 아니니 책은 잠시 미뤄두고 공부에 집중하는 게 마땅한 일이겠으나 차마 그러진 못하겠더라. 그렇다고 너무 무거운 책들을 읽기엔 좀 양심이 찔리고. 타협해서 선택한 것이 이 에세이집들이다. 김영민 [아침에는 죽음을 생각하는 것이 좋다] 움베르트 에코 [세상의 바보들에게 웃으면서 화내는 방법] 데이비드 포스터 월리스 [재밌다고들 하지만 나는 두 번 다시 하지 않을 일] 원래는 이 세 권을 묶어서 감상문을 올리려 했는데... 책 제목들이 하나 같이 너무 길다. 블로그에 올릴 감상문 제목이 애매해져서, 이렇게 한 권씩 나눠서 쓰는 중이다. 사실 나눠 올릴 분량은 안 될 것 같은 글들이긴 하다. 처음으로 읽은 에세이집은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김영민 교수의 [아침에는 죽음을 생각하는 것이 좋다]다. 읽게 된 계기가 좀 특이하다.

움베르트 에코의 [세상의 바보들에게 웃으면서 화내는 방법]을 읽고. [내부링크]

세상의 바보들에게 웃으면서 화내는 방법 작가 움베르토 에코 출판 열린책들 발매 2009.10.30. 리뷰보기 이번엔 움베르트 에코의 에세이집이다. 움베르트 에코, 살면서 참 많이 들어본 이름인데 책으로 만나보는 건 이게 처음이다. [세상의 바보들에게 웃으면서 화내는 방법]은 움베르트 에코가 '분노에 가득 차서' 쓴 글들을 모아둔 에세이집이다. 분노의 대상은 정말 다양하다. 택시 운전사, 커피 포트, 이탈리아 공무원, 컴퓨터 소프트웨어 등등등... 화나서 쓴 글이라면 역시 진지한 분위기려나? 하고 읽어보면, 사실 그 정반대다. 정말 웃긴 글들이 가득 모여있다. 에코는 어리석고 비효율적인 사회의 모습들을 위트 넘치는 문체로 꼬집는다. 제목 그대로 '웃으면서 화내는' 책이라고 할 수 있겠다. 읽으면서 지루할 틈이 없었다. 웬만한 개그프로그램들은 이 책 발 끝에도 미치지 못할 정도로 웃음이 빵빵 터진다. 글이란 게 이렇게까지 재밌을 수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너무 재밌게 잘 써놨다

모바일 오토체스 퀸 달성! [내부링크]

9월 한 달 동안 참 바빴다. 부대 일정 때문에 휴가도 못 나갔고, 잡무도 정말 끊임없이 들어왔다. 그렇더라도 당연히 업무시간 뒤엔 평소대로 공부를 했어야 하는 건데... 열심히 일했으니 휴식이 필요하다고 스스로를 정당화하며 계속 오토체스만 열라게 했다. -.- 킹1을 찍고 저번에 공략글을 하나 올렸었다. 그 뒤로도 쭉 좋은 성적을 유지해서, 킹1에서 킹3은 일주일도 안 걸렸다. 그래서 퀸도 금방 찍겠구나 싶어서, 퀸만 딱 달고 나서 공부나 해야겠다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예상이 완전히 빗나갔다. 이 게임의 본방은 킹3부터였다. 최상위권 플레이어들을 만나기 시작하니 정말 전혀 다른 게임이 되어버렸다. 그렇다고 여기서 멈추는 건 못 찍어서 포기한 것처럼 되니까 오기가 생겨서 끝까지 들이박았고, 결국 어제 기어코 퀸을 찍었다. 모바일 오토체스의 최고 랭크다! 킹3 찍을 때만 해도 게임수가 112판이었는데, 퀸을 찍을 땐 무려 55판이 늘어서 167판이 되어버렸다. 200포인트대에서 엄청

리처드 탈러의 [넛지]를 읽고. [내부링크]

넛지 작가 리처드 탈러, 캐스 선스타인 출판 리더스북 발매 2009.04.22. 리뷰보기 한참 전부터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던 베스트셀러인데 이제서야 읽었다. 리처드 탈러의 [넛지]다. 워낙 유명한 책이다보니 인터넷에 좋은 리뷰들이 참 많더라. 그러니 이 감상문은 별로 힘 안 주고 간단히 써보겠다. 스스로를 '자유주의자' 라고 칭한다고 해서 모두 다 똑같은 자유주의 사상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누군가는 자유를 최고의 효율을 달성하는 수단으로 볼 것이며, 어떤 이들은 행위의 결과와 상관없이 자유를 절대적인 목적으로, 즉 '가장 옳은 것'으로 볼 것이다. 세상에는 이 둘을 동시에 주장하는, '자유지상주의자'라고 할 만한 사람들도 존재한다. 반면에, 자유의 한계를 인정하는 자유주의자도 있을 것이다. 자유가 언제나 가장 효율적이고 가장 옳은 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강압에 의한 것과 비교하자면, 대체로 효율적이며 또 대체로 옳다! 존 스튜어트 밀이 [자유론]에서 피력하고 있는 입장이 바로

헤르만 헤세의 [수레바퀴 아래서]를 읽고. [내부링크]

수레바퀴 아래서 작가 헤르만 헤세 출판 문학동네 발매 2013.02.08. 리뷰보기 [싯다르타]를 통해 헤르만 헤세라는 작가를 처음 만났다. 곱씹어볼수록 정말 좋은 책이었다는 생각이 들어 헤르만 헤세의 다른 작품도 좀 읽어볼까 했다. 하지만 조그마한 부대답게 [데미안]마저도 도서관에 없더라... 유일하게 있는 책이 이것뿐이었다. [수레바퀴 아래서]. 헤르만 헤세의 초기작 중 하나로, 작가 자신의 유년시절의 이야기를 많이 담고 있는 자전적 소설이다. 주인공은 학업에 재능이 있는 소년이다. 하지만 주변의 과중한 기대, 힘든 수험생활, 원치 않은 신학교 진학, 그리고 사춘기의 여러 심리적 방황을 거치며 결국엔 파탄이 나고 만다. 정서불안 증세, 무기력증과 우울증. 딱 번아웃 증후군의 증세들이다. 학업능력이 사실상 사라진 주인공은 학교를 떠나 고향으로 돌아온다. 자유롭고 느긋했던 어린 시절로 돌아가길 꿈꾸지만, 너무 커버린 자신은 이제 그리할 수도 없음을 깨닫는다. 결국 학업을 완전히 포기

도스토예프스키의 [지하로부터의 수기]를 읽고. [내부링크]

지하로부터의 수기 작가 도스토옙스키 출판 열린책들 발매 2010.05.30. 리뷰보기 책을 정말 쥐꼬리만큼 가지고 있는 부대지만, 다행히도 읽고 싶은 도서를 신청하면 부대 예산으로 구매해주는 제도가 있다. 그래서 이번엔 '도스토예프스키'씨의 소설을 주문했다. 하지만 정작 받은 건 '도스또예프스끼'씨의 소설. 페테르부르크는 '뻬쩨르부르그'가 되었고, 아폴론은 '아뽈론'이 되었다. 아무리 이게 원 발음에 가깝다곤 해도, 글자가 목에 걸려 넘어가질 않더라... [지하로부터의 수기]가 인물이 얼마 등장하지 않는 소설이라 망정이지. [지하로부터의 수기]를 처음 읽어나갈 때의 인상은 "정말 아주 개같이 못쓴 글"이었다. 번역 문제인줄로만 알았다. 문장 하나하나가 나쁜 문장의 예시로 쓰여도 될 수준이었으니. 그런데 참, 그와 같은 직선적인 인간을, 나는 상냥한 어머니인 자연이 친절하게도 대지 위에 그를 낳았을 때 보기를 원했던 그런 현실적이고 정상적인 인간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이런 인간을 짜증

레전드 오브 룬테라 (롤스스톤) 1차 베타테스트 후기 [내부링크]

지금까지 여러 게임을 해오며 한 가지 깨달은 게 있다면, 게임도 음식과 마찬가지로 갓 나와서 뜨끈뜨끈할 때 맛봐야한다는 것이다. 특히 온라인 게임은 더더욱! 어느 유저도 정답을 모르는 어두컴컴한 상황에서 다같이 길을 더듬어가며 플레이해나갈 때의 그 흥미진진함이야말로 온라인 게임의 진정한 묘미라고 생각한다. 라이엇 게임즈가 이번에 창사 10주년을 맞아 이것저것 대규모 프로젝트들을 발표했다. 동기한테 처음 소식을 들었을 땐 정말 말도 안 되는 헛소리라고 생각했다. 시즌 10 대규모 패치, 모바일 리그오브레전드 이식, 롤 격투게임, 롤 RPG, 롤 슈팅게임, 롤 카드게임까지... 세상에 이 많은 소식들을 한번에 푸는 정신나간 게임사가 어디 있단 말인가? 심지어 그 중 한 게임은 즉시 사전체험을 진행하기까지 하였는데, 그게 바로 리그오브레전드 IP의 카드게임, [레전드 오브 룬테라]다. 하스스톤의 이름을 따서 벌써 롤스스톤이라는 별명이 생겼더라. 바로 공식사이트로 들어가 베타테스트를 신청했

조지 오웰의 [나는 왜 쓰는가]를 읽고. [내부링크]

나는 왜 쓰는가 작가 조지 오웰 출판 한겨레출판사 발매 2010.09.15. 리뷰보기 [나는 왜 쓰는가]. 조지 오웰의 주요 에세이들을 엮은 책이다. 그냥 읽어도 충분히 좋은 글이겠지만, 역사 배경지식 덕에 더 재밌게 읽을 수 있었다. 1차 대전 이후 몰락해가는 대영제국, 자본가들을 공포에 빠뜨린 러시아 혁명, 고개를 들기 시작하는 파시즘... 이 전간기와, 전간기에서 이어지는 2차 대전이라는 시대는 언제나 참 흥미로운 것 같다. 이 당시의 영국은 여러모로 복잡한 상황에 놓여있었다. 쇠퇴기에 접어들었지만 여전히 패권을 포기하지 못하는 초강대국. 민주주의를 말하면서도 수많은 민족을 압제하고 있는 식민제국. 눈앞에 닥친 파시즘과 맑시즘이라는 위기 앞에서 갈팡질팡 헤메고 있던 이 영국이란 국가에, 또 복잡한 정체성을 가진 작가가 한 명 살고 있더랬다. 자유를 사랑하고 소련을 미워하는 영국인 사회주의자, 조지 오웰이다. 조지 오웰은 두 진영이 정말 팽팽하게 대립하고 있던 시대를 살았다. 이

헤르만 헤세의 [데미안], 김덕영의 [막스 베버]를 읽고. [내부링크]

전혀 연관성이 없는 두 책이지만 시간이 없어 묶어올린다. 이번 글은 헤르만 헤세의 [데미안]과 김덕영의 [막스 베버 - 통합과학적 인식의 패러다임을 찾아서]의 감상문이다. 별로 할 말이 없는 책들이라 분량도 짧을 것 같다. 데미안 작가 헤르만 헤세 출판 민음사 발매 2000.12.20. 리뷰보기 헤르만 헤세의 [데미안]이다. 이 책을 읽어보지 않은 사람들이라도 그 유명한 경구 정도는 익히 들어 알고 있을 것이다. "새는 알에서 나오기 위해 투쟁한다. 알은 하나의 세계이다. 태어나려고 하는 자는 하나의 세계를 파괴하지 않으면 안 된다." 당연히 나도 이 문장 때문에 알고 있던 책이다. 아니, 더 정확히는 헤르만 헤세라는 작가 자체를 이것 때문에 알고 있다고 해야 할 것이다. 그래서 [싯다르타]도 읽었고, [수레바퀴 아래서]도 읽었고, 이제는 [데미안]을 읽게 되었다. 하지만... 마음에 드는 책은 아니었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나를 질색하게 만든 책이다. 이유를 간략히 설명해보겠다

요 몇 년간 주웠던(?) 사진들. [내부링크]

간만에 스마트폰 갤러리 정리를 했다. 아니, 좀 더 정확히 말하면 난생 처음했다는 것이 맞을 것이다. 사진이 쌓였다 싶으면 네이버 클라우드 같은 데에 통째로 박아놓기를 반복한 끝에, 클라우드의 용량도 한계에 다다르고 말았다. 어쩔 수 없이 정리를 하려고 보니 별 쓸데없는 파일들이랑 카메라로 찍은 사진들이랑 뒤죽박죽 섞여 난장판이 되어있더라. 30GB 파일 속에서 사진들 발굴한다고 고생 좀 했다. 그래서, 이번 글에선 건져올린 사진들 중 나름 괜찮다 싶은 것들을 올려보도록 하겠다. 전체적으로 화질이 아쉬운 사진들이 많았다. 스마트폰 크기로 보면 별 문제가 없는데 컴퓨터로 옮겨서 보니 확 느껴진다. 노이즈도 군데군데 있고, 그냥 찍은 사진들인데도 꼭 필터 씌운 것처럼 나온 것들이 많다. 카메라를 하나 장만하고 싶은 생각도 든다만.. 어차피 군인이라 쓰지도 못할 거 전역하고 난 다음 싼 거 하나 중고로 사야겠다. 군대에서 디지털 카메라를 좀 다룰 기회가 있었는데 확실히 휴대폰으로 찍는 거

로저 젤라즈니의 [전도서에 바치는 장미] 등 4권을 읽고. [내부링크]

이번엔 그간 읽었던 SF 소설들의 감상문이다. 중장편에 해당하는 [컴퓨터 커넥션], 단편집인 [종말 문학 걸작선]과 [전도서에 바치는 장미]로 총 세 권이다. 컴퓨터 커넥션 작가 앨프리드 베스터 출판 폴라북스 발매 2013.05.31. 리뷰보기 지뢰 같은 책을 읽을 때면 매번 "다음엔 꼭 추천받은 책만 읽어야지..." 하고 후회하곤 한다. 그런데 이번엔 이 규칙을 지키고도 후회했다. 이런 책을 추천해주는 사람이 있을 줄이야... 참 세상엔 다양한 취향이 있구나 싶다. 정신이 없다! 경박하다! 번쩍번쩍 빛나는 네온사인을 연상케하는 소설이다. 독자가 따라잡기도 전에 이야기가 혼자서 이리 튀고 저리 튀며 저멀리 뛰어가버린다. 다른 멀쩡한 SF소설이라면 중장편 한 권으로 다뤄야 할 소재를 [컴퓨터 커넥션]은 매 챕터마다 두두두 난사한다. 그러니 당연히 제대로 끝맺지도 못한다. 소설을 읽다가 '어지러워 토할 것 같다'는 감상을 받을 수도 있다는 걸 이 책을 읽으며 처음으로 알았다. 과장 없이

아즈마 히로키의 [동물화하는 포스트모던]을 읽고. [내부링크]

동물화하는 포스트모던 작가 아즈마 히로키 출판 문학동네 발매 2007.06.29. 리뷰보기 한줄로 압축하자면, '오타쿠 문화에 대한 문화비평책'이다. 언제나 1인칭으로 오타쿠였지, 3인칭으로 오타쿠를 논해본 적이 없는 나로서는 정말 신선하고 놀라운 책이었다. 오타쿠 문화가 이렇게 진지하게 분석할 가치가 있다고는 생각도 하지 않았기에 더욱 그랬다. 진지하게 이런 이야기를 하니 솔직히 좀 웃기기도 하더라. 분석이 굉장히 날카롭다. 10년도 더 전에 나온 책이라 다루는 작품들이 옛날 것들일 수밖에 없는데도 그가 분석한 오타쿠 문화의 흐름 자체는 지금도 여전히 변하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그가 말한 방향으로 강화되었다는 생각까지도 든다. 오타쿠 문화에 대한 깊은 통찰을 바탕으로 아즈마 히로키는 일본의 오타쿠 문화를 포스트모던의 문화 소비 구조와 연결지어 분석하고 있는데, 이것도 내게는 굉장히 설득력 있게 들렸지만, 여기에 대해서는 내가 그닥 아는 게 없어 제대로 된 평가를 못 내리겠다.

데이비드 포스터 월리스의 [끈이론]을 읽고. [내부링크]

끈이론 작가 데이비드 포스터 월리스 출판 알마 발매 2019.11.28. 리뷰보기 이번 글은 데이비드 포스터 월리스(이하 DFW)의 [끈이론] 감상문이다. 한국에 번역·출간된 DFW의 글로는 이것이 네번째이다.1 글을 시작하기 전에 미리 한 가지 사실을 밝혀두겠는데, 나는 알마 출판사로부터 서평을 쓰는 조건으로 이 책을 제공받았다. DFW의 책을 선뜻 주겠다는 연락이 왔는데 고민할 게 뭐 있었겠는가? 바로 수락했다. 사실 이미 출간 소식을 듣고 이 책을 구매하려 하고 있었고, 또 서평도 당연히 작성했으리라는 점에서, 출판사의 인선이 썩 적절치는 못했던 셈이다. 내게는 생각치도 못한 횡재였고. [끈이론]은 DFW의 테니스 관련 에세이들을 묶어놓은 책이다. 테니스에 관심이 없는 사람이라면 '내가 읽어봐야 얻을 게 없는 책이겠구나' 하는 생각이 스칠 수도 있을 것이다. 사실을 말하자면, 나 역시도 테니스에 딱 대한민국 평균만큼만 관심이 있는 사람이다. 라켓을 손에 쥐어본 지 몇 년이 지났

도스토예프스키의 [죄와 벌]을 읽고. [내부링크]

죄와 벌 작가 도스토옙스키 출판 열린책들 발매 2016.09.15. 리뷰보기 고전 작품들에게 한 가지 수식어를 달아주고자 하는 시도는 대개 상당히 긴 부가 설명을 필요로 하는 듯하다. 뭐 어찌저찌해서 심오하고, 이래저래해서 뛰어나고, 이러쿵저러쿵해서 어떤 경지에 도달했고 등등... 하지만 도스토예프스키에게만큼은, 정말 아무런 설명 없이도 이렇게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도스토예프스키의 작품들은 재밌다. 두 말 할 것 없이, 그냥 재밌다!"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 [지하로부터의 수기]에 이어 이것으로 세 번째. 도스토예프스키의 [죄와 벌]이다. 도스토예프스키의 작품 중 가장 널리 알려진 작품이다 보니 이전의 두 작품과는 달리 스포일러를 안 당할 수가 없더라. 한참 전부터 이미 이 작품의 줄거리와 결말을 다 알고 있었다. 중요한 건, 그런데도 엄청나게 재밌었단 것이다! 줄거리를 안다 한들 도스토예프스키 특유의 집요하고 생생한 심리묘사의 매력이 사라질리야 없는 것이고, 사실 이 끝장

오드 아르네 베스타의 [잠 못 이루는 제국]을 읽고. [내부링크]

잠 못 이루는 제국 작가 오드 아르네 베스타 출판 까치 발매 2014.11.05. 리뷰보기 오드 아르네 베스타의 [잠 못 이루는 제국]은 아편전쟁부터 현재까지의 중국 근대사를 다루는 책이다. 중국사를 너무 몰라 의무감에 해나가고 있는 공부인데, 그렇게 읽은 것치고는 엄청나게 재밌는 책이었다. 역사의 역동성이 한국사와는 그냥 클라스가 다르다. 거대한 나라인만큼 사건사고가 끊이질 않아 쉴 틈이 없다. [Restless Empire]라는 책 제목이 정말 딱 들어맞더라. [코뮤니스트] 감상문에서도 그랬는데, 역사책에 대해서는 통일성 있는 감상문을 적는다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닌 것 같다. 한 나라의 역사라는 게 워낙에 방대하다 보니 한 가지 주제로 글을 압축하기가 아주 어렵다. 그냥 이번에도 짤막짤막하게 느꼈던 감상들을 적어보련다. [1] 한국은 덩치가 작다보니 아무래도 국가의 운명이 외부 상황에 따라 결정되는 일이 잦을 수밖에 없다. 한국이 역사상 가장 번성했다 싶은 지금 21세기에도 실제

허먼 멜빌의 [모비 딕]을 읽고 [내부링크]

모비딕 상 작가 허먼 멜빌 출판 열린책들 발매 2013.08.15. 리뷰보기 장대하고 심오한 이야기다. [모비 딕]은 그 끝에 이르러서도 독자에게 간편한 정답을 제공해주지 않는다. 스스로 텍스트를 파헤쳐 저마다의 정답을 찾아낼 것을 요구한다. 그리고 그 속에서 내가 찾아낸 정답 한 가지. 그것은 멜빌이 고래에 미친 또라이라는 것이다. 상당히 힘겨운 독서였다. 충만했던 내 독서 에너지를 탈진 상태까지 끌고 간 책이다. 이유는 명확하다. [모비 딕]이 고래성애자들을 위해 쓰인 소설이기 때문이다. '고래사냥'이라는 서사가 진행되는 이 작품 중간중간에, 멜빌은 고래에 관한 박물학적 지식들을 계속해서 끼워 넣는다. 적당한 양이라면 당연히 이 정보들은 소설의 생동감을 살리는 매력 포인트가 될 수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멜빌의 방식은 거의 광기다! 소설을 쓰려는 건지 고래위키를 쓰려는 건지 (아니면 내 인내심을 시험하려는 건지?) 구분이 가지 않을 정도다. 이 고래는 이렇고 저 고래는 저렇다는

강정인, 황태연, 김용찬 등의 [서양 근대 정치사상사]를 읽고. [내부링크]

서양 근대 정치사상사 작가 강정인, 김용민|황태연 출판 책세상 발매 2007.11.30. 리뷰보기 정치사상 공부에 삘이 꽂혀 충동대여(?)한 책, [서양 근대 정치사상사]다. 서문에서는 스스로를 '서양 정치사상 입문서를 목표로 쓰인 책'이라고 밝히고 있는데, 저자가 여러 명인 책이 흔히 그렇듯이 목적 달성에는 완전히 실패하고 있다. 여러 학자들의 여러 논문을 짜집기해 만든 덕분에 책 색깔이 아주 중구난방이다. 입문서에 아주 적합해 보이는 논문이 있는가 하면, "좀 딴 데 가서 떠들어라!" 하고 내쫓고 싶은 논문도 있었다. 그래도 나한테는 도움이 꽤 많이 된 책이다. 딱 나 정도 수준, 그러니까 정치사상 분야를 아예 모르지는 않는데 자신 있게 안다고 할 수도 없는 수준의 독자들이 읽기에 딱 알맞다. 아예 처음 접한다면 당최 뭔 소린지 감도 안 올 이야기들이 빽빽하고, 제대로 배운 사람들에겐 대체로 이미 필요가 없을 내용들이기 때문. 나는 운 좋게도 아주 적절한 타이밍에 만났다. 여러

장자크 루소의 [인간불평등기원론], [사회계약론], [고백록]을 읽고. [내부링크]

간만의 감상문이다. 이번에는 장자크 루소의 작품으로 [인간불평등기원론], [사회계약론], [고백록] 이렇게 총 세 권을 읽어왔다. [인간불평등기원론]과 [사회계약론]은 정치사상 공부의 연장선으로 선택한 책들이었지만, 이 책을 읽으며 루소라는 인물 자체에도 흥미를 느껴 자서전 [고백록]까지 읽게 되었다. 사실 이중에 가장 인상 깊게 읽은 책은 [고백록]인지라, 앞의 두 권에 대해서는 간략한 요약 정도를 목표로 글을 써보려 한다! 인간불평등기원론/사회계약론 작가 장 자크 루소 출판 동서문화사 발매 2018.02.20. 리뷰보기 사회계약론의 선구자였던 토머스 홉스는 사회가 존재하기 이전의 '자연 상태'를 이렇게 정의한다. "만인에 대한 만인의 투쟁." 자연 상태의 사람들은 내 재산과 생명을 빼앗길지 모른다는 공포로 항상 긴장과 불안에 휩싸여있고, 당연히 안정된 삶을 살아가는 것이 불가능하다. 그렇기에 이 자연 상태는 지도자에게 자신의 권리를 양도하는 사회계약을 통해 극복되어야 한다. 사회

도스토예프스키의 [백치]를 읽고. [내부링크]

백치 상 작가 도스토옙스키 출판 열린책들 발매 2009.11.30. 리뷰보기 백치 하 작가 도스토옙스키 출판 열린책들 발매 2009.11.30. 리뷰보기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 [지하로부터의 수기], [죄와 벌]에 이어 이걸로 네번째다. 믿고 보는 작가, 도스토예프스키의 [백치]다.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과 [죄와 벌]의 중심축이 '살인'이었다면 [백치]의 중심축은 '남녀관계'다. 음울한 분위기의 작품만 봐왔으니 도스토예프스키가 러브스토리를 쓸 거라곤 상상도 못하고 있었다. 물론 도스토예프스키다운 러브스토리였지만! 특유의 문체나 주절거림, 깊디 깊은 심리묘사는 변함이 없었고, 이 남녀관계라는 것도 무려 사각관계! 흥미진진한 전개 덕분에 이번에도 재미나게 읽을 수 있었다. 이번 작품에는 사회비판적인 색채가 상당히 강하다. 솔직히 직접 읽으면서는 그닥 의식하지 못했고, 마지막에 평론을 보고서야 눈치챈 것이다. 지금까지 쌓인 경험 때문인지 도스토예프스키의 작품을 읽을 때면 실체적인

[하이켈하임 로마사]를 읽고. [내부링크]

하이켈하임 로마사 작가 프리츠 하이켈하임 출판 현대지성 발매 2017.04.21. 리뷰보기 드디어 [로마사]를 완독했다. 로마가 멸망한 지 유구한 시간이 흘렀건만 왜 아직도 그렇게나 많은 로마빠들이 남아있는지 깨닫게 되는 시간이었다. 정말이지, 너무나 강렬한 이야기다. 기원전에 어떻게 이런 매력적인 정치체가 존재할 수 있었던 걸까. 로마 제정 말고, 로마 공화정 이야기다. 공화정의 부흥에 따라 시민들의 목소리가 커지고, 지배층은 (별 수 없이) 요구를 수용한다. 계급 간의 이익이 적절히 조화되어 하층민들에게도 국가를 벗어나는 것보다는 국가 내에서 노력하는 쪽이 더 유인이 더 크다. 그야말로 이상적인 상황이다. 결국 로마 공화정은 정치적 성공을 추구한 이들에 의해 무너지고 말았다. 그들의 잘못은 아니다. 인간사에 필연적일 수밖에 없는 투쟁을 정치체의 룰에 부합하는 방식으로 이끌어내는 것이야말로 정치체의 역량일 테니까. 로마 공화정은 이에 성공했기에 부흥했고, 또 이에 실패했기에 몰락했

[공리주의], [내 문장이 그렇게 이상한가요?]를 읽고. [내부링크]

이번 글은 존 스튜어트 밀의 [공리주의], 김정선의 [내 문장이 그렇게 이상한가요?], 이 두 권의 감상문이다. 공리주의 작가 존 스튜어트 밀 출판 책세상 발매 2018.04.05. 리뷰보기 존 스튜어트 밀의 [공리주의]는 간단히 표현하면 '공리주의 변호서'다. 공리주의에 쏟아지던 여러 비난과 오해에 대해 변론을 펼치는 것이 이 책의 집필 목적. 잡지에 개제된 글 세 편을 묶어 출판한 것이라 체계적인 구성은 기대할 수 없고, 분량도 아주 짧다. 적당한 배경지식은 이 책 바깥에서 가져와야 되겠다. 고등학교 교과서에선 좀처럼 잘 지적되지 않는 부분이지만, 공리주의라는 사상은 말하자면 자유주의의 '단짝'이다. 공리주의의 기원부터가 영국 자유주의자들이고, 이들은 당시 영국 사회에서 공리주의를 근거로 자유의 확대를 주장했다. 공리주의와 자유주의, 언뜻 보기엔 잘 조화되지 않는 것 같기도 하다. 한쪽은 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쾌락), 즉 공리(功利)의 극대화를 외치고, 한쪽은 개인의 자유의

도스토예프스키의 [악령]을 읽고. [내부링크]

악령 상 작가 도스토옙스키 출판 열린책들 발매 2009.12.20. 리뷰보기 악령 중 작가 도스토옙스키 출판 열린책들 발매 2009.12.20. 리뷰보기 악령 하 작가 도스토옙스키 출판 열린책들 발매 2009.12.20. 리뷰보기 어게인 도스토예프스키. 이번에는 [악령]이다. 지금까지 읽은 것들 중에서 도스토예프스키의 정치적 색채가 가장 강렬하게 드러나는 작품이라 할 수 있겠는데, 사회주의 혁명가들이 작품의 전면에 등장하기 때문에 그럴 수밖에 없는 듯. 작품 구상 초기 단계에서는 아예 정치적 팜플렛으로 쓸 작정이었다고 한다. 쓰다 보니 도스토예프스키적인 주제가 많이 첨가되어서 작품 형태가 바뀐 케이스라고. [죄와 벌], [백치]에서도 사회주의자들이 나오긴 했으나 이들은 어디까지나 조연. [악령]에서는 아예 주연급으로 격상됐다. 이야기의 주된 축 자체가 사회주의 비밀조직의 음모다. 보수적인 도스토예프스키는 이런 혁명운동에 부정적이었던지라 [악령]의 사회주의자들을 전부 성격이나 사고방식

프란츠 카프카의 [성]을 읽고. [내부링크]

성 작가 프란츠 카프카 출판 열린책들 발매 2015.03.15. 리뷰보기 몇 년 전, 카프카 단편선에 도전해본 적이 있었다. 대작가라고 다들 하도 치켜세우기에 그저 의무감으로 읽었다. 아, 도저히 안 되겠더라. 정신병 걸릴 듯한 두서없는 글에 금세 나가떨어지고 말았다. 당시 내 감상은 이런 느낌이었다. '대체 어떻게 되어먹은 사람이 이런 걸 쓰고, 또 대체 어떻게 되어먹은 사람이 이런 걸 읽는단 말인가?' 하지만 다들 좋다 좋다 하는 걸 보면 정말 뭔가 있긴 있는 게 분명했다. 다만 내게 그게 보이지 않았을 뿐. 독서경험이 꽤나 쌓인 지금, 이제는 그 가치를 볼 수 있지 않을까 싶어 재도전했다. 프란츠 카프카의 [성]이다. 특이한 분위기의 소설이다. 하지만 낯설지만은 않았다. 언젠가 이와 꼭 비슷한 꿈을 꾼 적이 있는 것만 같다. 어딘가를 목표로 여행하는 꿈인데, 정작 목적지로는 나아가지 못하고 주변만 빙글빙글 맴돌다 깨어버리고 마는. 사실 이걸 갖고 소설 같은 꿈이라고 하긴 좀 그

김영민의 [우리가 간신히 희망할 수 있는 것]을 읽고. [내부링크]

우리가 간신히 희망할 수 있는 것 작가 김영민 출판 사회평론 발매 2019.11.25. 리뷰보기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김영민 교수의 신간 에세이집이다. 전작 [아침에는 죽음을 생각하는 것이 좋다]를 재밌게 읽어서 신작이 나온다고 할 때부터 기대하고 있었는데, 이번에는 '논어 에세이'라는 타이틀 때문에 쉽게 손이 가진 않더라. 가볍게 빌려서나 볼까 했는데 서울대 도서관에서 현재 아주 핫한 책이라 대출도 못했고 해서 그냥 결국 구매했다. '논어 에세이'라는 타이틀이 주는 이미지와는 달리, [우리가 간신히 희망할 수 있는 것]은 고루하고 지루한 책이 아니다. 이 책에 나오는 공자는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성인군자의 모습과는 완전히 딴판이다. 그는 세상사에 초연한 인간도, 종교적 박애주의자도 아니다. 모순적이며 인간적인 면모를 가진, 그러나 더 나은 자신을 만들어나가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였던 인물로서의 공자를 보여준다. 김영민 교수는 이 책을 통해 동양 고전을 만병통치약으로 팔아먹는 행태들을

톨스토이의 [안나 카레니나]를 읽고. [내부링크]

안나 카레니나 작가 레프 톨스토이 출판 문학동네 발매 2020.01.08. 리뷰보기 지금까지의 경험으로는, 유명한 고전들은 다 그만한 이름값을 했다. 처음에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읽더라도 결국엔 '아, 이 작품이 이래서 살아남았구나!' 하는 순간이 찾아온다. 음... 그런데 왜 이번엔 실패한걸까? 읽고도 영 매력을 못 느끼겠는 톨스토이의 [안나 카레리나]다. 톨스토이 하면 맨날 같이 엮여서 언급되곤 하는 작가가 있다. 도스토예프스키다. 같은 시대를 살았던 러시아 작가들이다 보니까 그런 것 같은데, 안그래도 최근 도스토예프스키를 열정적으로 읽고 있어 이 두 작가의 비교를 안할 수가 없더라. 이 감상평에서는 두 작가를 비교해보며 [안나 카레니나]가 대체 왜 나에게 노잼이었는지를 분석해보도록 하겠다... 문장이나 글솜씨부터 살펴보자. 솔직히 이건 누가 보나 뻔하다. 톨스토이 쪽이 훨씬 깔끔하고 세련되어 보인다는 점을 부정할 수 없다. 톨스토이의 글에서는 사소한 묘사들마저도 아주 디테일하고

필립스 쉬블리의 [정치학개론]을 읽고. [내부링크]

정치학개론 작가 W. Phillips Shively 출판 명인문화사 발매 2019.08.20. 리뷰보기 쌓인 교과서 읽기 프로젝트, 그 첫 번째. 필립스 쉬블리의 [정치학개론]이다. 생각보다 훨씬 빠르게 읽었다. 페이스 조절을 위해서 문학과 비문학을 한 권씩 같이 두고 읽는데, 이번에 이 책과 함께 읽은 책은 다름 아닌 [안나 카레니나]... 문학 쪽이 지루하니 이 책은 그냥 술술 읽히더라. 이게 다 재미없는 톨스토이 덕분이다. 감사합니다. 이 책 외에도 전에 정치학 입문용 교과서를 한 권 읽은 적이 있다.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진의 [정치학의 이해]. 당연하게도 둘이 내용이 많이 겹친다. 시간낭비라고까진 안 하겠지만 조금 아쉽다. 괜히 쫄아서 입문서만 두 권째... 초이스 미스다. 좀 더 어려운 책을 읽었어도 됐을 것 같은데. 읽은 김에 두 책을 비교해보자면, [정치학의 이해]쪽이 가볍게 읽기엔 확실히 더 좋다. 재밌고 분량도 짧다. 정치학을 '구경'해보고 싶다면 적극 추천하는

어슐러 르 귄의 [빼앗긴 자들] 등 SF소설 3권을 읽고. [내부링크]

최근에 읽은 SF 소설 세 권의 감상문이다. 로저 젤라즈니의 [신들의 사회], 어슐러 르 귄의 [빼앗긴 자들], 테드 창의 [당신 인생의 이야기]다. 길게 쓸 말은 없어 같은 장르끼리 묶었다. 스포일러가 잔뜩 실려있으니 혹시라도 읽으실 분은 주의하시길 바란다. 신들의 사회 작가 로저 젤라즈니 출판 행복한책읽기 발매 2006.04.27. 리뷰보기 [전도서에 바치는 장미]의 인상이 워낙 좋아 장편을 읽어보았다. 로저 젤라즈니의 [신들의 사회]다. 상상력이 정말 끝내준다. 사전 설명 없이 이 책을 읽게 된다면 초반에는 이 소설이 SF 소설이란 것을 눈치도 채지 못할 것이다. 인도틱한 배경에 힌두교 신들 이름만 잔뜩 나오고 신들끼리 쌈박질을 하고 있으니, 혹시 내가 판타지를 잘못 집어들었나 의심까지 하게 되더라. 그렇게 2장에 들어서야 전율과 함께 깨닫게 되는 것이다. 이 모든 신화적 세계가 매우 정교한 SF 세계 위에 세워져있다는 것을... 힌두교 신앙1과 SF를 이렇게 절묘하게 결합시킬

김훈의 [남한산성]을 읽고. [내부링크]

오래전부터 한국책 기피증을 앓고 있다. 책 종류를 막론하고 일단 저자가 한국인이면 손이 가질 않는다. 한국 문학은 특히 그렇다. 아마 한국인들이 특별히 글을 못 쓰는 것은 아니리라. 세상 천지에 쓰레기 글이 난무하는데, 그중에 그나마 멀쩡한 것들만이 걸러져 들어오기에 외국 책이 나아 보이는 것이다. 알고 있다. 알고 있지만 손이 안 가는 걸 어떡하겠는가. 속은 경험이 한둘이 아닌데... 남한산성 작가 김훈 출판 학고재 발매 2007.04.14. 리뷰보기 그런 와중에 정말 오랜만에 읽어본 한국소설. 김훈의 [남한산성]이다. 첫 장을 읽자마자 깜짝 놀랐다. 문장에 꺼끌거림이 전혀 없다. 글이 정말 물 흐르듯이 이어진다. 아주 절제된 문장이 이토록 강렬한 인상을 줄 수 있다니! 번역서만 읽느라고 완전히 잊고 살았던 즐거움이다. 아무리 잘 된 번역이라도 문장의 질이 원본을 따라갈 수는 없는 법. 그렇다고 해서 "앞으로 한국소설을 더 많이 읽어봐야지!" 같은 생각은 일절 들지 않았다... 외

박찬국의 [니체를 읽는다]를 읽고. [내부링크]

니체를 읽는다 작가 박찬국 출판 아카넷 발매 2015.12.07. 리뷰보기 니체를 읽고 해석을 찾아보셨던 분들은 모두 공감하리라고 믿는다. 니체에 대한 해석들은 정말 다양해도 너무 다양하다. 독자끼리도 같은 책을 읽은 게 맞나 싶을 정도로 이야기가 안 겹친다. 일단 넓고 넓은 니체 사상 중에서 주목하는 분야가 다르고, 설령 분야가 겹치더라도 견해가 어긋난다. 그래서 우리는 정답을 찾기 위해 해설서를 찾아보지만, 이것들도 금방 우리의 기대를 배신한다. 아니, 오히려 더욱 혼란에 빠뜨린다! 내로라하는 철학자들의 이런 저런 해설서들 역시도 (우리 일반 독자들과 마찬가지로!) 완전히 다른 소리를 하고 앉았으니.1 물론 이런 상황은 니체가 품고 있는 풍부한 해석 가능성을 보여주는 것이겠지만, 그런들 어쩌겠는가. 독자들에게 크나큰 절망을 안겨준다는 점에서는 전혀 다를 바가 없는데... 박찬국의 [니체를 읽는다]는 이렇게 난무하는 니체 해석들에 대한 '교통정리 작업'으로 쓰여진 책이다. 후대 사

니코스 카잔차키스의 [그리스인 조르바]를 읽고. [내부링크]

그리스인 조르바 작가 카잔차키스 출판 열린책들 발매 2009.12.20. 리뷰보기 코로나 때문에 부대에 감금당한 지 어느새 한 달이 되었다. 외출도 휴가도 다 제한되어 주구장창 책만 읽고 있다. 이전부터 부대가 온통 쓰레기 같은 책들로 가득하다고 종종 불평하곤 했었는데, 찾아보니 어디 구석진 데 괜찮은 책이 몇 권 숨어있긴 하더라. 그 중에서도 내 마음을 가장 뒤흔든 책이 바로 이 책. 니코스 카잔차키스의 [그리스인 조르바]다. [그리스인 조르바]는 일종의 성장소설이다. 보통 성장소설이라 하면 소년이 청년이 되어가는 이야기를 떠올리기 쉬운데, 본작의 주인공들은 무려 30대와 60대. 평생 책만 읽고 살던 지식인 '나'가 온몸으로 생을 살아가는 그리스인 인부 '조르바'를 만나며 정신적으로 변화해 나가는 이야기다. '나'는 조르바와의 만남을 통해 육체와 정신, 이성과 감정처럼 이분법적으로 나눠져있는 세계를 극복하고, 진정한 자신과 진정한 삶을 향해 조금씩 더 다가간다. 여러모로 헤르만

[메이블 이야기], [애호가들], [존재와 무(요약본!!)]를 읽고. [내부링크]

모아서 올리는 세 권의 감상문이다. 헬렌 맥도널드의 [메이블 이야기], 정영수의 [애호가들], 변광배의 사르트르 [존재와 무] 요약본. 감명 깊게 읽었다고는 못 하겠으나 아예 한 마디도 안 적고 넘어가기엔 아쉬운 책들이다. 메이블 이야기 작가 헬렌 맥도널드 출판 판미동 발매 2015.08.24. 리뷰보기 우선, 헬렌 맥도널드의 [메이블 이야기]. 본격 매 키우는 에세이다.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생겨난 잠시 동안의 삶의 공백기에 헬렌은 오랫동안 꿈꿔왔던 참매 키우기에 도전한다. 매와 함께 하며 헬렌도 매처럼 되고자 한다. 상처 입지 않고, 망설임도 없이 언제나 자기 자신으로 살아가는 매. 말도 통하지 않는 존재와 소통을 시도하며 상실의 아픔을 조금씩 극복해나가는 이야기. 헬렌은 본인의 행동이 일종의 도피임을 알고 있다. 인간들로부터 도망 나와 자연으로 숨어버린 것. 언젠가는 밖으로 나와야 하겠지만, 그저 다시 뛰쳐나오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어떻게 하면 자연적인 삶과 사회적인 삶을 조화

움베르트 에코의 [장미의 이름]을 읽고. [내부링크]

장미의 이름 세트 작가 움베르토 에코 출판 열린책들 발매 2009.12.04. 리뷰보기 이번에 읽은 책은 움베르트 에코의 [장미의 이름]이다. 어떤 내용인지 하나도 모르고 그냥 유명하니까 읽어본 책인데, 알고 보니 의외로 '추리소설'이었다. 중세의 어느 이탈리아 수도원에서 벌어지는 연쇄살인사건을 다루는 소설. 추리소설이니 줄거리를 자세하게 읊었다간 예비 독자들에게 재 뿌리는 일이 될 게 뻔하다. 그냥 내 감상만 간단히 이야기하겠다. 추리소설을 중세 이탈리아에 꽂아넣는다는 이 어마무시한 기행이 너무나도 놀랍다. 당시 이탈리아의 정치적 상황이나 가톨릭 교회의 교리 논쟁, 그리고 당대의 여러 실존인물들을 끌어다가 소설 속 세계를 정말 디테일하게 구성해놓았다. 따라가기 쉬운 직관적인 줄거리와는 달리 쏟아지는 무수한 역사적 정보들이 독자의 피로도를 끌어올리긴 하지만1, [장미의 이름]을 명서로 만든 것도 바로 이런 면일 테다. 대체 어느 추리소설 작가가 미쳤다고 이런 짓거리를 시도하겠는가?

존 베일리스의 [세계정치론]을 읽고. [내부링크]

세계정치론 작가 존 베일리스, 스티브 스미스|퍼트리샤 오언스 출판 을유문화사 발매 2015.02.10. 리뷰보기 교과서 읽기 프로젝트 두 번째, 존 베일리스의 [세계정치론]이다. 이번에는 국제정치학 교과서! 강의 때문에 산 책들이 흔히 그렇듯이 구매 직후부터 줄곧 책장에 처박혀있었다. 수업에 쓰지도 않을 교과서를 꼭 구매하라고 닦달1하셨던 교수님... 당연히 한 번이라도 읽어보라고 그리하셨던 것이겠지만, 이 수강생은 무려 1년 반이 넘게 지나서야 이 책을 꺼내들었다. 국제정치학 교과서라고 설명한 것과는 달리 이 책은 [세계정치론]이라는 타이틀을 달고 있다. 영어로는 [The Globalization of World Politics]로, 우리가 흔히 아는 국제정치학은 영어로 International Politics다. '국제정치'를 내치고서 무려 '세계정치'를 표방하고 있는 것이다! 무슨 차이가 있길래 이러는 걸까? 국제적, International은 더 쉬운 말로 하면 '국가 간의'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의 [명상록]을 읽고. [내부링크]

명상록 작가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출판 숲 발매 2005.11.20. 리뷰보기 이번에 읽은 책은 [명상록]. 로마 제국의 오현제 중 한 명인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의 사적인 노트(?)다. 남들에게 내보이려고 쓴 책이 아닌데 나중에 후대 사람들이 주워다가 출판해버렸다. 황제 노릇하느라 살아서도 죽어서도 참 고생이 많다. 불행 중 다행으로 쪽팔릴만한 내용은 실려있지 않았고, 마르쿠스가 스스로의 삶의 자세를 성찰하며 작성한 글귀들이 이렇게 남아 많은 사람들에게 두고두고 읽히고 있다. 딥따 오래된 자기계발서라고 해도 틀린 말은 아닐 듯. 스토아 학파의 인생관이 잘 담겨있는 책이다. 만물은 끊임없이 변화하고, 우리는 그 변화 속에서 아주 잠깐 동안만 세상에 머무를 수 있는 존재들이다. 우리 생의 앞으로도, 뒤로도, 무한한 시간이 펼쳐져 있다. 인생이란 덧없는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명상록]은 세상이 허무하다는 결론으로 치닫지 않는다. 스토아 학파는 이 세계에 자연의 섭리가 존재한다고 믿는다

롤토체스 (전략적 팀 전투) 다이아 달성 + 팁 [내부링크]

현재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 전국 각지의 부대들이 사회로부터 고립되어 있다. 모든 장병들이 휴가·외출을 못 나간지도 어연 두 달째. 장병 스트레스 해소 대책이 시급하다는 지금, 장병 위로를 위해 최전선에서 뛰고 있는 게임이 있으니, 바로 라이엇 게임즈의 [전략적 팀 전투] 모바일 버전이다. 듣기로는 육해공 가릴 것 없이 온 부대 병사들이 다 이 게임만 잡고 있더란다. 당연히 우리 부대도 마찬가지고. 나도 대한민국을 지키는 국군 장병의 일원으로서, 또 경력 긴 게임 마니아로서 빠질 수 없었다. 요 근래 내 모든 휴식시간은 책 읽거나 롤토체스 하거나, 둘 중 하나에 쓰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래서는 기어코 이번 일요일에 다이아까지 달아버렸다. 우리 부대 내 최고 랭킹. 자랑하려고 쓴 글 맞다. 최종 전적은 다이아4로, 딱 60판 만에 달았다. 승률과 TOP 4 전적도 상당히 준수하다. 롤토체스를 오픈 초창기때 해본 뒤로는 한 번도 잡아본 적이 없다는 점을 고려하면 꽤나 쓸만한 실력

레전드 오브 룬테라 마스터 달성 + 팁 [내부링크]

롤토체스에 이어 두 번째 게임 감상문, 이번에는 라이엇 게임즈의 신작 게임 [레전드 오브 룬테라]다. 롤 IP를 활용한 카드게임이라 롤스스톤으로도 흔히 불린다. 아니... 불리나? 다시 생각해보니 인기가 없어 언급 자체가 안 되는 것 같다. 부대에 갇혀 너무 지루한 나머지 이런 게임까지 하고 있는 나 자신이 너무 불쌍하다. 레전드 오브 룬테라에서는 무려 최고 랭크인 마스터까지 달성했다. 우측 상단의 숫자 178은 서버에서 178등이라는 뜻이다. 사실 마스터 랭크를 달성한 지는 이미 한 달 가까이 되어가는데 책 읽는다고 글을 못 썼더랬다. 롤토체스 글에서 했던 것처럼, 이 게임에 대해서도 팁을 몇 자 정도 적어보도록 하겠다. 내가 줄 수 있는 팁은, 이딴 게임은 손도 대지 말라는 것이다. 1차 베타테스트 직후에는 이 게임을 상당히 긍정적으로 평가한 바가 있다. 이제 와서 보면 되게 쪽팔린 글이다. 내가 게임 보는 눈이 이렇게 없었다니. 하지만 오픈 직후에는 어느 게임이나 상당한 재미

김훈의 [흑산]을 읽고. [내부링크]

흑산 작가 김훈 출판 학고재 발매 2011.10.20. 리뷰보기 이번 글은 김훈 [흑산]의 짤막한 감상문이다. [남한산성]과 마찬가지로 역사소설이고, 중심인물은 황사영이다. 이 이름을 어디선가 들어본 거 같긴 한데 기억이 가물가물했다. 책을 절반 넘게 읽고서야 짐작 가는 인물이 생겼고 그 추측이 들어맞았다. 무장한 서양 배를 보내어 조선의 천주교 박해를 막아달라는 서신을 보내려다 붙잡혀 처형당한 대역죄인, 바로 그 황사영이었다. 교과서를 통해 얄팍하게 봤을 때는 "와~ 암만 그래도 그건 좀~" 하고 그냥 넘어갔더랬다. 우리는 그 서양 배가 실제로 들어온 뒤의 역사를 알고 있으니까. 당시 박해받았던 기독교인의 시각에서 보자면야 그런 것까지 알 순 없었을 테고, 심지어 알고 있었다 한들 충분히 그럴만한 정당성이 있지 않았나 싶다. 무슨 일이든지 다양한 각도에서 볼 필요가 있다는 걸 매번 깨우치면서 산다. 사실 지금까지 말한 내용은 전부 곁다리다. 김훈 소설의 유별난 매력 포인트를 이제는

케네스 월츠의 [국제정치이론]을 읽고. [내부링크]

국제정치이론 작가 케네스월츠 출판 사회평론 발매 2013.10.07. 리뷰보기 이번에 읽은 책은 국제정치학의 고전, 케네스 월츠의 [국제정치이론]이다. 정치외교학 전공하는 후임이 빌려줬다. 원제는 Kenneth Waltz의 [Theory of International Politics]. 이제 보니 월츠, 왈츠, 왈처 중에 어느게 맞는 표기법인지를 모르겠다. 책마다 사이트마다 부르는 방법이 전부 가지각색이던데, 나는 그냥 출판사 따라서 월츠로 적도록 하겠다. 월츠가 [국제정치이론]에서 제기하는 문제는 다음과 같다. 국제정치학에서 지금까지 제대로 된 이론이 형성되지 못하고 있는데, 이는 환원주의적 접근(Reductionist Approach) 때문이라는 것이다. 환원주의적 접근은 시스템 내의 가장 작은 단위를 분석하여 전체를 설명하고자 하는 방식이다. 화학이나 생물학을 떠올려보면 되겠다. 국제정치학에서 가장 작은 단위는 대체로 국가가 되는데, 따라서 국제정치학의 환원주의 이론은 국가 간

퀜틴 스키너의 [역사를 읽는 방법]을 읽고. [내부링크]

역사를 읽는 방법 작가 ?틴 스키너 출판 돌베개 발매 2012.12.03. 리뷰보기 [역사를 읽는 방법]. 제목에 낚여서 구매한 분들의 리뷰를 몇 건 보았다. 아마 카의 [역사란 무엇인가]와 비슷한 책이겠거니 하셨던 듯. 제목만 봐서는 영 내용을 파악하기 힘든 책이다. [고전 텍스트를 읽는 방법]이라는 제목이 더 정확해 보인다. 구체적으로는 "마키아벨리의 [군주론], 홉스의 [리바이어던]과 같은 서구 정치사상의 고전들을 어떻게 하면 올바르게 읽어낼 수 있을까?" 라는 질문을 다루고 있다. 솔직히 말해 내가 아직 이 책을 읽을 깜냥은 못 되었던 것 같다. 무엇보다도 배경지식이 너무 후달렸다. 비트겐슈타인이야 유명하니 약간이나마 알겠다. 그런데 딜타이나 데이비드슨, 이름만 들어본 이런 철학자들을 "당연히 알지?"하고 들이대니... 모르는데요. 흑흑. 모른다고 전체적인 논지를 이해를 못 할 정도까지는 아니다만, 읽기 힘든 것은 어쩔 수가 없다. 거기다 번역도 (적어도 내가 보기엔) 그리

신세기 에반게리온 (新世紀エヴァンゲリオン) 리뷰 [내부링크]

( 주의사항 : 이 글은 [신세기 에반게리온]의 스포일러를 잔뜩 포함하고 있음!! ) 얼마 전에 넷플릭스를 질렀더랬다. 많고 많은 작품 중에 대체 뭘 봐야 할지 고민하던 중 문득 [신세기 에반게리온]이 눈에 들어왔다. 오타쿠들의 바이블 격인 애니메이션이지만 여러 이유로 그간 시청을 미루고 있었는데... 어차피 할 일도 없겠다, 이번 기회에 끝내버릴 작정으로 보기 시작했다. 솔직히 별 기대는 하지 않았다. 이름만 들어본 고전소설을 읽는 이유와 비슷하게 반쯤은 의무감으로 도전한 것이었다. 그런데 이게 웬걸? 여태 본 모든 애니메이션들 중에 단연 최고. 사람들이 그토록 열광하는 이유를 깨닫고야 말았다. 와, 이런 명작을 여태 안 보고 있었다니. 오타쿠 인생 절반 손해 본 기분이다. 과거의 나를 위해 조금만 변명을 해보도록 하겠다. 여태 에반게리온을 보지 않은 데에는 나름의 합리적 이유가 있었다. 물론 무려 25년 전의 애니메이션이니 지루할 게 뻔하다는 편견도 한몫했으나, 그보다도 에반게리

손호철의 [현대 한국정치]를 읽고. [내부링크]

현대 한국정치 작가 손호철 출판 이매진 발매 2011.08.19. 리뷰보기 이번에 읽은 책은 [현대 한국정치]. 자칭 타칭 '진보적 정치학자' 손호철이 저술한 현대 한국정치 연구서이다. 여기서 진보라 함은 더불어민주당쯤의 스탠스를 뜻하는 것이 아니다.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 문재인 정도의 인물들은 이 책에선 그저 '자유민주주의 세력(자유주의적 보수)'으로 칭해질 뿐이다. 한나라당의 계보로부터 이어지는 미래통합당 라인은 '수구 세력(반동적 보수)'으로 칭해지고...1 저자 손호철 교수는 최소 정의당의 입장, 혹은 그보다도 좀 더 왼쪽에 서있는 정치학자다. 이러한 시각에서 한국 정치를 평가하는 책이기에 거의 진보의 성역이다시피한 김대중과 노무현까지도 가차 없이 비판해낸다. 보수정당에 대해서는 굳이 말할 것도 없겠고. 솔직히 말해 이런 책을 기대하고 읽은 것은 결코 아니었다. 정치학을 어느 정도 맛봤으니 정치학의 프레임에서 바라본 한국사를 한 번 읽어보고 싶어 추천받아 산 책인데...

J. M. 쿳시의 [페테르부르크의 대가]를 읽고. [내부링크]

페테르부르크의 대가 작가 존 맥스웰 쿠체 출판 문학동네 발매 2018.03.22. 리뷰보기 존 맥스웰 쿳시(John Maxwell Coetzee). 처음 읽어보는 작가다. 남아공 출신으로, [야만인을 기다리며], [추락], [철의 시대] 같은 작품이 유명하고 노벨문학상 수상 이력도 있다. 대표작들은 언젠가 읽어봐야겠다고 마음에 두고 있었는데, (비교적 덜 유명한 작품인) [페테르부르크의 대가]가 도스토예프스키 [악령]의 팬픽이란 이야기를 듣고는 호기심이 동했다. 그렇게 읽게 된 책이다. 한마디로 소감을 압축하자면, "도스토예프스키적인 완벽한 도스토예프스키 팬픽." 형태화시키고 싶지 않았던 마음속 깊은 곳까지 파내어버린다는 느낌이 도스토예프스키적이고, 또 그런 글을 써낸다는 것이 어떤 행위인지, 그런 작가는 어떤 인간일 수밖에 없는지 묻는다는 점에서 도스토예프스키 팬픽으로써 백 점 만점에 천만 점이다. 간만에 정말 끝내주게 재밌는 독서였다. 어느 작품이나 작품의 소재는 작가의 삶으로부

레마르크의 [개선문], 카프카의 [소송] 등 5권을 읽고. [내부링크]

부대에 갇혀있을 때 읽었던 책 다섯 권의 감상문이다. 길게 할 말은 없지만 흔적이라도 남겨놔야 나중에 덜 까먹을 것 같아서. [개선문] - 에리히 마리아 레마르크 [하자르 사전] - 밀로라드 파비치 [거의 떠나온 상태에서 떠나오기] - 데이비드 포스터 월리스 [소크라테스의 변론/크리톤/파이돈] - 플라톤 [소송] - 프란츠 카프카 개선문 작가 에리히 마리아 레마르크 출판 문예출판사 발매 2014.07.30. 리뷰보기 내게 문학의 힘을 처음으로 깨우치게 해준 작품이 레마르크씨의 [서부전선 이상없다]였다. 反戰으로나 反轉으로나 훌륭한 반전소설. 언젠가 레마르크 작품을 하나쯤 더 읽어봐야지~ 하다가 결국 이번에 이 작품을 손에 들었다. 음... 솔직히 기대한 만큼 재밌진 않았다. 레마르크의 [개선문]은 2차 대전 발발 직전의 파리를 배경으로 하는 로맨스 소설이다. 주요 등장인물은 대부분 국가권력에 내몰려 도망쳐 온 난민들. 주인공 라비크는 독일인 난민 의사고, 여주인공 조앙 마두는 이태리

요한네스 힐쉬베르거의 [서양철학사]를 읽고. [내부링크]

서양 철학사 상 작가 요한네스 힐쉬베르거 출판 이문출판사 발매 2015.08.10. 리뷰보기 서양철학사 하 작가 요한네스 힐쉬베르거 출판 이문출판사 발매 2015.08.10. 리뷰보기 드디어 다 읽었다. 요한네스 힐쉬베르거의 [서양철학사]다. 저번에 [소크라테스부터 포스트모더니즘까지]라는 책으로 서양철학사를 한 차례 읽어본 바 있는데, 사실 시기가 군입대 직전이었다보니 그리 충실한 독서는 하지 못하였다. 줄곧 마음에 두고 있다 새로운 책으로 재도전, 이번에는 책 내용을 조금이나마 오래 기억에 남겨두고자 노트에 간략히 정리를 해나가며 읽었다. 진짜 러프하게만 써놨는데 이것만으로도 얇은 노트 한 권이 꽉 채워지고야 말았다. 이것이 1700페이지짜리 철학사의 위엄인가... 서양철학을 공부해보려고 수많은 책들 사이에서 고민하고 있다면, 나는 이 책을 강력히 추천해주고 싶다. 힐쉬베르거의 [서양철학사]는 철학 공부를 완전히 새로운 경험으로 만들어준다. 솔직히 말하여 내가 기존에 읽어왔던 서양

J. M. 쿳시의 [철의 시대]를 읽고. [내부링크]

철의 시대 작가 J.M. 쿳시 출판 문학동네 발매 2019.06.14. 리뷰보기 휴가 동안 읽은 책, J. M. 쿳시의 [철의 시대]다. 보면 볼수록 매력이 넘치는 작가다. 쿳시의 소설은 세상을 단순하게 바라볼 수 없는 자의식을 지닌 이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달리 말하면 도덕적 민감성이 과하게(?) 높은 인물들이라 할 수 있겠는데, 이들은 양심에 일치되는 일을, 소위 말하는 '올바른 일'을 하고 싶어한다. 그러나 이들은 계속해서 자기 자신의 모순을 인식한다. 내가 정말 최선을 다했다고 할 수 있을까? 내가 정말 충분히 올바르게 살고 있을까? 우리들 인간이란 존재는 그렇게까지 강하지 못하기에 대개의 경우 답은 '아니오'일 수밖에 없으며, 때문에 이들은 또다시 후회와 죄책감 속으로 빠져든다. 쿳시는 이러한 딜레마를 굉장히 잘 그려내고 있다. 그들을 마냥 긍정할 수도 부정할 수도 없게, 딱 우리들의 모습과 겹쳐 보이도록 말이다. [철의 시대]의 배경은 80년대 남아공, 아파르트헤이트의

테드 창의 [숨], 아서 클라크의 [라마와의 랑데부] 등 SF 소설 4권을 읽고. [내부링크]

그간 SF 소설 네 권을 더 읽었다. 테드 창의 [숨], 아서 클라크의 [라마와의 랑데부], 로저 젤라즈니의 [내 이름은 콘래드], 새뮤얼 딜레이니의 [바벨-17]. 무거운 책들을 읽는 중간중간에 피로회복제로 아주 제격이다. 숨 작가 테드 창 출판 엘리 발매 2019.05.20. 리뷰보기 테드 창의 두 번째 작품집 [숨]이다. 아홉 편의 작품을 수록하고 있다. 이 중에서 마음에 들었던 작품은 [상인과 연금술사의 문], [숨], [우리가 해야 할 일], [옴팔로스], [불안은 자유의 현기증] 이렇게 다섯 편이다. 가장 좋아하는 작품은 [우리가 해야 할 일]. 고작 다섯 페이지 짜리 단편인데 분량 대비 효과가 끝내준다. 이 단편의 주인공은 아주 단순한 구조의 장난감이다. 외견상으론 버튼 하나, LED 등 하나가 달려있을 뿐인 '예측기'다. 신호기가 내장되어 있어 버튼을 누르면 과거로 신호가 가서 내가 누르기 1초 전에 불빛이 반짝인다. 장난감 이용자의 반응은 크게 두 가지다. 누르지 않

[죽음의 집의 기록], [백년의 고독], [최후의 유혹]을 읽고. [내부링크]

이번 감상문은 다음 세 권의 책을 다룬다. 도스토예프스키 [죽음의 집의 기록],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의 [백년의 고독], 니코스 카잔차키스의 [최후의 유혹]. 라인업만 따지자면 이렇게 묶어서 짬처리할 책들은 절대 아닌데, 글이 안 써지니 별 수가 없다. 병장병에 제대로 걸리고야 만 듯. 블로그에 적어둔 날짜를 보자니 휴가 갔다온 지 아직 2주 밖에 안 됐다는데, 체감상으론 벌써 한 달은 지난 것만 같다. 죽음의 집의 기록 작가 도스토옙스키 출판 열린책들 발매 2010.03.30. 리뷰보기 도스토예프스키의 본격 시베리아 유형지 체험기, [죽음의 집의 기록]이다. 여타 도스토예프스키 소설들과는 느낌이 많이 다르다. 소설보다도 수필에 더 가깝달까? 어디까지가 체험담이고 어디까지가 창작인지 구분할 수가 없다. 확실한 건 경험을 섞지 않고서는 창작할 수 없을 정도의 사소한 디테일들이 돋보이는 소설이라는 것. 자연스럽게 주인공에 도스토예프스키를 대입해서 읽게 되더라. 힘든 환경에서 비참하

니콜로 마키아벨리의 [로마사 논고]를 읽고. [내부링크]

로마사 논고 작가 마키아벨리 출판 한길사 발매 2018.02.22. 리뷰보기 항상 읽어야지, 읽어야지~ 하면서도 한참을 미뤘던 마키아벨리의 [로마사 논고]다. 간단히 소개하자면 티투스 리비우스의 [로마사]의 사례들을 바탕으로 마키아벨리가 정치적 조언을 던져주는 책이라 할 수 있겠는데, 물론 로마사를 모르면 알아먹기가 영 힘들다. 얼마 전에 [하인켈하임 로마사]를 읽었으니 드디어 큰맘 먹고 도전했다. 아시다시피 마키아벨리의 [군주론]은 '군주국'의 취득과 유지의 노하우들을 설파하며 이탈리아에 강력한 군주국의 등장을 요청하는 책이다. 반면에 그보다 뒤에 나온 이 [로마사 논고]는 '공화국'을 분명하게 옹호하고 있다. 마키아벨리의 이 기막힌 변절(?)을 두고 온갖 말들이 오갔다는 것을 들은 바 있으나, 사실 내게는 [군주론]과 [로마사 논고]가 그렇게까지 상호 모순된 텍스트로는 보이지 않았다. [군주론]은 군주국이라는 정치체제를 옹호하는 것보다는 어떻게 군주국을 유지하며 부강하게 할 수

J. M. 쿳시의 [야만인을 기다리며] 등 3권을 읽고. [내부링크]

어둠의 왼손 작가 어슐러 르 귄 출판 시공사 발매 2014.09.05. 리뷰보기 [빼앗긴 자들]도 그랬지만 어슐러 르 귄의 SF는 과학적이라기보다는 문화인류학적이다. 아주 문과틱한 SF. 탁월한 상상력으로 새로운 세계를 찬찬히 그려나가며, 우리가 지금까지 당연하게 여겨온 것들이 정말 어디서나 언제나 당연한 것인가 하는 물음을 던진다. [빼앗긴 자들]은 소유와 체제를 다뤘다면 [어둠의 왼손]은 성을 다룬다. 작품의 배경이 되는 게센 행성은 고정된 성이 없는 세계로, 생리 시기가 오면 그때의 상황에 따라 사람들의 성별이 변화한다. [빼앗긴 자들]과 [어둠의 왼손]은 '헤인 연대기'라는 동일한 세계관에 속한 작품이다. 그래서 이 두 작품에는 헤인인들이 주도하는 '에큐멘'이라는 단체가 공통적으로 등장하는데1, 온 우주에 흩어져 있는 인류들이 모이는 이상주의적 협의기구라는 면에서 UN과 비슷하다. [빼앗긴 자들]에서는 이들에 대한 설명이 거의 나오질 않아 후반부에 뜬금없이 등장하는 비현실적인

kyooo - 3つかぞえて [내부링크]

https://soundcloud.com/kyoooooyk/my-song-2 kyooo - 3つかぞえて (count 1,2,3) せき止めるものは外れて流れ出した川 세키토메루모노와하즈레테나가레다시타카와 가로막는 것들은 피해서 흘러왔던 강 跳ね上がる足をいつまでも待って日が暮れる 하네아가루아시오이츠마데모맛테히가쿠레루 뛰어올라오는 발걸음을 언제까지나 기다리다 날이 저물어 未だ未だ呆れられるような事, 三つ数えて 마다마다아키레라레루요우나코토, 밋츠카조에테 아직 놀라버릴 것 같은 것들, 세 가지 세고서 くるくる君が来るまでここに居られるかも 쿠루쿠루키미가쿠루마데코코니이라레루카모 빙글빙글 당신이 올 때까지 여기에 있을 수 있을지도 まだまだ楽しい事があるって秘密にしよ 마다마다타노시이코토가아룻테히미츠니시요 아직 즐거운 일들이 있단 건 비밀로 해두자 くるくる明日が来るまでここにはいないかも 쿠루쿠루아스가쿠루마데코코니와이나이카모 빙글빙글 내일이 올 때까지 여기에는 없을지도 北向きの部屋で膝に乗せた機械の熱に 키타무키노헤야

김영민의 [공부란 무엇인가]를 읽고. [내부링크]

공부란 무엇인가 작가 김영민 출판 어크로스 발매 2020.08.26. 리뷰보기 믿고 보는 김영민 교수의 칼럼집1. 김영민 블로그의 '잉여력 넘치는' 정기구독자 중 한 명으로서, 신작이 나온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바로 예약구매 질렀다. 26일 발행하는 책을 22일에 수령한 건 왜일까? 가볍지만은 않은 내용을 가볍고 재미난 문체로 써내린 덕에 금방 읽고 감상을 끄적이고 있다. [공부란 무엇인가]는 김영민 교수가 동명의 기획으로 연재했던 일련의 칼럼들을 모아둔 책이다. 대부분은 이미 웹사이트를 통해 읽은 글이었는데, 그래도 김영민 교수의 칼럼은 2회차 달릴 가치가 충분하다. 이번 글은 굉장히 실용적인 주제를 다룬다 공부란 무엇인가? 어떻게 공부를 해야하는가? 공부를 해서 얻는 것은 과연 무엇인가? 똑같은 주제로 떠들어대는 자기계발서들이 산더미처럼 있다지만, 김영민 교수의 글은 클라스가 다르다. 재치 넘치는 문장들과 그 문장 사이사이 속속들이 배여있는 영양가 넘치는 조언들. 한 중년 교수에

마광수 교수의 도스토옙스키 평가를 읽고서 끄적임. [내부링크]

故 마광수 교수가 작가 도스토옙스키를 평가한 칼럼을 이제서야 보았다. 칼럼의 요지는 간단하다. 마광수 교수는 도스토옙스키를 전혀 좋아하지 않으며 별 볼 일 없는 작가로 생각한다는 것이다. 문학의 가치가 창조적 반항에 있다고 하는 마광수 교수의 문학관으로 볼 때, 보수적인 도스토옙스키의 문학은 당대 지배권력에 대한 복종만을 설파하였으므로 작가로서의 책무를 다하지 못했다. 마광수 교수는 도스토옙스키를 좋아하는 한국문학계의 보수화를 한탄하며 글을 끝맺고 있다. 뭐... 처음엔 읽고 나서 많이 벙찐 글인데, 그냥 넘어가긴 아쉬웠다.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글은 역으로 내 핵심적인 가치관을 구체화시켜주기도 하는 법. 마광수 교수의 칼럼도 그렇게 이용해보기로 했다. 이 글에서는 도스토옙스키에 대한 나의 애정을 변호하며, 나 나름대로의 생각을 적당히 끄적여보도록 하겠다. 마광수 교수가 도스토옙스키의 소설들이 보수적 가치들을 담고 있다고 말한 것처럼, 모든 문학작품들은 제각기 어떠한 가치를 대변하

kyooo - 夏が来れば [내부링크]

kyooo - 夏が来れば (여름이 오면) お酒を飲めないから 오사케오노메나이카라 술을 마시지 못하니까 河原で石を投げて 카와라데이시오나게테 강변에서 돌을 던져서 誕生日を祝う 타은죠우비오이와우 생일을 축하해 東京の西の方は 토우쿄우노니시노호우와 도쿄의 서쪽은 もう雨は降らないの 모우아메와후라나이노 더 이상 비가 내리지 않아 東に咲く紫陽花は 히가시니사쿠아지사이와 동쪽에 피는 수국은 もう枯れてしまったよ 모우카레테시맛타요 이미 시들어버렸어 夏が来れば虫が泣いて 나츠가쿠레바무시가나이테 여름이 오면 벌레가 울고 夏が来れば三つは跳ねる 나츠가쿠레바미츠와하네루 여름이 오면 클로버가 피어나 夏が来れば雲は流れ 나츠가쿠레바쿠모와나가레 여름이 오면 구름은 흘러가고 夏が来れば君を呼んで... 나츠가쿠레바키미오요은데... 여름이 오면 너를 불러서... 직접 해본 번역 두 번째. 물론 네이버 어학사전과 파파고의 힘을 잔뜩 빌렸다. 아직 한자를 몰라도 너무 모른다. 이분 트위터를 좀 뒤적여봤더니 현재는 육아휴직 중이시란다.

도스토옙스키의 [미성년]을 읽고. [내부링크]

미성년 상 작가 도스토옙스키 출판 열린책들 발매 2010.04.25. 평점 리뷰보기 미성년 하 작가 도스토옙스키 출판 열린책들 발매 2010.04.25. 평점 리뷰보기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에서 시작했던 군바리의 도스토예프스키 탐방기가 [지하로부터의 수기], [죄와 벌], [백치], [악령], [죽음의 집의 기록]을 거쳐 어느덧 마지막 작품 [미성년]에 이르렀다. 음, 사실 [미성년]은 뒷말이 많아 가장 뒤로 미룬 책이다. 5대 장편 중에 제일 재미없고, 제일 안 읽히고, 제일 수준 낮다는 평을 여럿 보았다. 직접 읽어보니 그런 말이 나오는 이유를 조금은 알 것도 같더라. 그간 읽은 도스토예프스키 작품들과 비교하자면, 찌질한 주인공의 1인칭 시점으로 진행된다는 점에서 [지하로부터의 수기]와 가장 비슷하다. 그 말은 즉슨, 읽기 더럽게 고통스럽다는 뜻이다. 뻘짓한 뒤 반성을 해놓고도 몇 페이지 지났다고 또다시 뻘짓을 반복하는 우리의 주인공 아르까지를 따라가다 보면 비명이 절로 튀어나

세르반테스의 [돈키호테]를 읽고. [내부링크]

돈키호테 세트 작가 미겔 데 세르반테스 사아베드라 출판 열린책들 발매 2014.11.15. 리뷰보기 이름이 친숙한 책들은 뭔가 좀 만만해 보인다. [모비 딕], 그거 뭐 흰수염고래 나오는 이야기 아니야? [돈키호테], 그거 뭐 미친 기사 나오는 이야기 아니야? 대충 핵심 줄거리는 알고 있으니 읽기 그리 어렵지도 않겠지. 이번에도 그렇게 샀다가 큰 코 다칠 뻔했다. 아니, [돈키호테]가 1800페이지짜리 소설이었다고? 이 책 두께 실물로 보면 정말 숨이 턱 막힌다. 두 권짜리 분권인데 한 권 한 권이 웬만한 전공서적보다 더 두껍다. 덕분에 사자마자 관물함에서 반년간 갇혀있는 신세로 전락. 얼마 전에 읽을 책이 다 떨어지고 나서야 드디어 꺼내들었다. 그런데, 이럴 수가, 진짜 말도 안 되게 재밌더라. 너무 재밌어서 하루에 몇 백 페이지씩 읽어제끼니 며칠 걸리지도 않아서, 좀 더 두꺼워도 좋았을 것 같다는 생각까지도 했다. 줄거리를 간단 요약하면, 우리가 대강 알고 있는 그 돈키호테가 맞

브리짓 슐트의 [타임 푸어]를 읽고. [내부링크]

타임 푸어 작가 브리짓 슐트 출판 더퀘스트 발매 2015.06.19. 리뷰보기 워싱턴포스트의 기자이자 두 아이의 엄마인 브리짓 슐트 씨는 언제나 시간에 쫓기며 산다. 맞벌이 부부인데도 육아 책임은 대부분 슐트 씨가 떠맡고 있기 때문이다. 아이를 낳은 뒤로 자기만의 여가라고는 상상조차 해보지 못한 그녀는, 자신의 시간이 온통 산산조각 나버렸다고 느낀다. 결국 그녀는 수십 년간 시간만 연구해온 시간전문가 로빈슨 씨를 찾아간다. 로빈슨 씨는 말한다. "당신의 시간관리 능력이 문제입니다. 당신에겐 사실 매주 30시간의 여유가 있습니다." 슐트 씨가 자투리 시간을 찾아 잘 활용하면 되는데, 의지가 부족해서 그러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슐트 씨는 이런 개소리를 도저히 참지 못하고 뛰쳐나오고 만다. 이 책, [타임 푸어]는 그렇게 시작된다. 예상한 것과는 영 딴판의 책이었다. 일단 표지부터가 오해하기 딱 좋다. [타임 푸어]는 '항상 시간에 쫓기는 현대인'을 위한 책이 아니라, 항상 시간에

생각보다 괜찮은데? [내부링크]

뭔 글을 쓰든 항상 느끼는 사실인데, 나는 참 글재주가 없다. 어휘력 부족하지, 문장은 부자연스럽지, 위트도 없지, 거기에 생각마저도 짧다. 내 글에 스스로 만족하는 상태에서 작성완료 버튼을 눌러본 적이 단 한 번도 없다. 쓴 직후에는 특히나 혐오감이 강렬해져서, 애써 쓴 글을 모조리 다 지워버리고 싶을 때도 많다. 그래도 꾹 참고 올린다. 쓰지 않으면 더 나아질 수 없단 걸 잘 알고 있으니까. 이런 식으로 반쯤 포기하고 투기한 글로 가득 찬 곳이니, 아마도 내 블로그는 재미없는 똥글로 가득 찬 공간이리라고 가끔씩 추측해보곤 한다. 그런데 정말 신기한 것은, 그렇게 올린 글을 한동안 묵혀놓고 몇 달 혹은 몇 년 뒤에 다시 돌아와 읽어보면, 그때의 인상과는 달리 썩 읽을 만한 글이 그곳에 있다는 사실이다. 내가 이때 정말 이런 생각을 했다고? 내가 어떻게 이런 글을 쓴 거지? 분명 내게는 나 자신이 만족할 만한 글을 써본 기억이 없는데, 어떻게 이런 현상이 발생하는 걸까? 이 괴이한

데이비드 포스터 월리스의 [재밌다고들 하지만 나는 두 번 다시 하지 않을 일] 등 2권을 읽고. [내부링크]

요즘 글을 안 올리다보니 감상문이 좀 밀려버렸다. 이대로 블로그를 방치하다간 걷잡을 수 없는 사태가 되...